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80
나 혼자 S급 소환수 80화
끝없는 악몽 (3)
다음 날 아침.
일행들이 전투 준비를 마쳤다.
“다들 집합하고 소환수를 배치하도록.”
제프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앉아서 가벼운 식사를 마친 진도윤은 그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제프리는 수면시간을 쪼개 미리 보스에 대한 사전 답사를 마친 상태였다.
‘놈은 A급 몬스터 ‘지룡’(地龍)…….’
몸길이가 10m를 넘는 거대한 지렁이였다.
‘놈이 발작할까 봐 가까이는 못 갔지만…….’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닌 놈이었다.
느껴지는 기운만 봐서는 거의 미궁에서 이따금 나오던 보스급 몬스터와 비슷한 수준?
게다가 몸 밑에 자라나 있는 발톱은 바위마저 갈라낼 정도로 날카로워 보였다.
아쉬운 것은 놈이 지닌 스킬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
“……이번엔 조금 긴장해야 할 거다.”
제프리가 인원들의 전투 배치를 손수 봐주며 입을 열었다.
“A급 보스 몬스터는 평범한 A급 몬스터와 수준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지는 마라. 마스터가 진심으로 나서면 해결될 수준일 테니까.”
“크흠, 제프리 형님. 긴장하라는 겁니까 말라는 겁니까……?”
“적당히 긴장하라는 소리다.”
진도윤이 멤버들을 쭉 살펴봤다.
제프리의 목소리가 비장했음일까, 베테랑인 유아린을 제외하고는 전부 긴장한 상태였다.
그래도 실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제프리의 말마따나 딱 적당한 정도의 긴장감.
“준비됐지?”
진도윤이 미소 지으며 김소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제일 많이 긴장해 있는 것 같기에, 굳은 근육을 풀어주려는 의도였다.
“네, 넵!”
“준비됐습니다, 형님!”
일행들의 흔들림 없는 대답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다들 이것만 기억해. 아무리 정신없어도 제프리의 목소리만 듣고 그대로 움직여. 그러면 무조건 살 거야.”
진도윤의 말에 굳은 표정으로 각오를 다지는 일행들.
이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출발하자.”
끝없는 악몽에 들어온 후, 첫 보스전의 서막이었다.
* * *
어느 정도 걷자, 일행들은 오싹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저게…… 보스급 몬스터의 기운.’
‘A급 던전의 보스급이면 상위급 서머너 수십 명이 모여야 간신히 잡을 수 있을 수준인데……. 고작 7명이서 잡는다고?’
‘그래도…… 그 유명한 최후의 미궁에서 생존했다는 서머너 마스터와 제프리가 있으니까.’
다들 불안했지만,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감정의 전염성 때문이었다.
다들 그래도 던전 꽤나 다녀본 서머너.
본인이 불안해하면 타인의 불안은 더욱 증폭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도착했네요.”
유아린이 펜-리르를 컨트롤하며 말했다.
그녀는 저 앞에 웅크리고 있는 지룡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윽, 끔찍하게 크구만…….”
“저 정도면 데몰리션보다 더 큰 느낌인데요…….”
털보와 김제하가 눈살을 찌푸렸다.
정체 모를 몬스터에게 압도당한 것이다.
진도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싸워보지도 않고 쫄지 마.”
그 역시 데몰리션과 피닉스, 그리고 엘라임을 일렬로 배치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 그 순간.
녀석이 우리를 인식했으니까.
[주의! 주의! 주의!] [보스급 몬스터가 응시합니다.]쿠그그그…….
순간, 바닥과 벽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웅크려 있던 놈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다들 공격해!”
화르륵! 촤아악!
제프리의 외침과 함께 피닉스의 ‘플레임 노바’와 엘라임의 ‘물의 분노’가 펼쳐졌다.
불과 물이 한데 어우러져 강력하게 쏘아졌다.
“크아아아!”
그러나 거친 포효와 함께 가볍게 튕겨내는 지룡.
쾅!
빗겨나간 불과 물이 벽면에 부딪혀 폭발을 만들어냈다.
충격으로 인한 모래와 돌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흩날렸고 흙먼지가 녀석 위를 가득 채웠다.
“역시 상상만큼 단단한 놈이네.”
진도윤이 미간을 찌푸리자, 제프리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
“원거리 소환수들은 멈추지 말고 공격해라. 동시에 김제하는 좌측, 유아린은 우측으로 동시에 내달려!”
“네.”
“알겠어요.”
굳은 표정의 김제하가 투명화된 상태로 왼쪽으로 빠졌다.
얼음 공주 유아린 역시 펜-리르와 함께 스텝을 밟았다.
“마스터는 일단 브레스만 킵해두고 양쪽 균형 좀 맞춰줘. 난 디버프를 걸게.”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진도윤이 데몰리션과 엘라임을 왼쪽으로, 피닉스를 오른쪽으로 보냈다.
세 마리를 동시에 컨트롤하면서도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실로 엄청난 집중력이었다.
“크아아아아!”
녀석의 반항은 굉장했다.
대다수의 원거리 공격은 놈의 비늘을 뚫지 못했고 근거리 역시 섣불리 다가가기 힘들었다.
따앙! 까앙!
분명, 데몰리션의 발톱이 닿았는데도 불꽃과 함께 튕겨 나온다.
‘저 정도라고?’
아무리 보스급이라 해도 S급인 데몰리션의 공격을 무시할 줄은 몰랐는지, 진도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길!”
옆에서 제프리가 낙담한 듯 외친 것은 그때였다.
“왜, 제프리!”
“저놈 아무래도 히든 패시브가 있는 것 같다.”
“히든 패시브?”
진도윤이 눈살을 찌푸렸다.
제프리의 네비로스가 판단하지 못하는 스킬을 그는 히든 스킬이라 부르곤 했었으니까.
“응, 일정 기간 동안 물리 면역인 것 같다.”
“뭐? 물리 면역?”
인상을 찌푸린 진도윤이 신속히 데몰리션을 물렸다.
물리 면역인 이상 근접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아무리 공격해 봐야 통하지 않을 테니까.
김제하와 유아린도 제프리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재빠르게 빠져나왔다.
아니,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룡이 곧바로 짓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크윽!”
“이, 이런?”
콰가가강!
놈의 발톱이 소환수들을 빠르게 그었다.
“일단, 피하지 말고 막아!”
진도윤이 데몰리션을 컨트롤하며 외쳤다.
녀석의 속도를 봤을 땐, 도망가는 것보다는 맞상대하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방어가 무적이란 거지,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건 아니니까.
“큭, 세티스가 맞았습니다!”
“펜리르도 위태로워요!”
“좀만 더 버텨!”
상황이 좋지 않았다.
출혈이 과도한 세티스는 겁먹은 듯 뒤로 빠졌고, 펜-리르는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용감하게 싸우고 있었다.
“저 겁쟁이가!”
김제하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지만, 진도윤은 이해했다.
죽음의 사신, 세티스는 암살족답게 맷집이 약한 편이니까.
“걱정하지 마, 왼쪽은 데몰리션이 버텨줄 거야.”
끼기기긱!
일행들을 향해 다가오는 지룡과 양옆을 막아선 채로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데몰리션과 펜-리르!
[힘겨운 전투에 파괴룡 ‘데몰리션’(★★★)이 행복해합니다!] [친밀도가 1 오릅니다.]‘미친, 이 상황에서?’
도대체 데몰리션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는 진도윤이었다.
‘정령왕의 돌을 써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정말 비상 상황일 때만 써야지.’
이 정도 시련조차 극복하지 못한다면, 일행들에게 발전은 없을 거다.
“제프리 형님, 저걸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물리 면역이면…… 그냥 무적이란 소리 아니에요?”
털보와 김소원이 물었다.
표정을 구긴 제프리가 답했다.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다.”
“그럼요?”
“우선 저렇게 버티게 해둔 다음에 마법 공격을 가하는 수밖에 없어.”
“보니까 마법도 잘 안 통하는 것 같은데요?”
“어차피 무한 지속은 아닐 거야. 우선 공격해! 최대한 녀석의 혼을 빼놔라!”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시금 공격을 퍼부을 찰나.
지룡의 눈이 번뜩였다.
“웅크려! 스플래시 공격이다!”
제프리의 외침에 놈의 질주를 막던 소환수들이 본능적으로 웅크렸다.
그 순간!
파바바밧!
지룡의 몸에서 수많은 가시가 쏟아져 나왔다.
“크아아아!”
몸통에 꽂히는 뾰족한 가시들.
소환수들의 살이 벗겨지고 피가 흘렀다.
녀석의 공격에 소환수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 틈을 타 질주해 오는 지룡.
놈의 기세는 일행들 전체를 삼켜버릴 만큼 포악하고도 끔찍했다.
“마스터! 급한 대로 피닉스라도!”
“오케이!”
진도윤은 서슴없이 컨트롤했다.
어차피 피닉스는 불멸.
막 굴려도 살아남는 끈질긴 녀석이다.
화르륵!
왼쪽에서 공격하던 피닉스가 지룡의 정면을 막아섰다.
녀석이 무시하고 질주하려 했으나, 피닉스의 ‘타오르는 육체’(S급)를 뚫기는 녀석도 애매했나 보다.
“크아아아!”
자리에 멈춰 선 채, 피닉스를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지금! 데몰리션을 복귀시켜!”
“알겠어, 제프리.”
다른 소환수들에 비해 데몰리션은 그나마 멀쩡했다.
스킬, ‘단단한 육체’(S급)의 효과 덕분이었다.
쾅! 쾅! 쾅!
녀석이 열 받는다는 듯 온 벽을 헤집으며 피닉스를 공격했다.
피닉스는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지룡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함과 동시에 공격했다.
“와, 저놈 되게 끈질기네.”
강한 반탄력이 느껴졌지만, 확실한 건 녀석도 체력이 점점 빠진다는 것.
과한 집중에 살짝 지친 진도윤이 제프리를 바라봤다.
“제프리.”
“말해라.”
“이제 브레스 써도 되지 않아?”
“아직이다. 아직 녀석의 스킬, 반사가 나오지 않았어.”
“반사?”
“녀석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 딱 한 번, 스킬을 튕겨낼 수 있다.”
“헐, 조옷 될 뻔했구나?”
진도윤이 질린 표정으로 지룡을 쳐다봤다.
톱니 같은 이빨과 몸 전체가 흉기와 같은 놈.
초반부터 놈에게 브레스를 썼다가는 일행들이 전멸했을 수도 있었다.
뉴클리어 브레스는 그만큼 빡셌으니까.
“최대한 놈을 공격해서 반사를 한 번 이뤄내야 해.”
“그 대상이 피닉스면 더 좋겠네?”
“그렇지, 피닉스는 불멸이니까.”
“오케이, 해볼게.”
진도윤이 주변을 둘러봤다.
피닉스와 지룡을 상대하고 있었고 근접 소환수들은 피를 흘리며 천천히 아군 쪽으로 붙고 있었다.
털보와 유준태도 뒤에서 원거리 공격을 지속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큰 효과는 없어 보였다.
엘라임은 열심히 이동하며 힐링과 공격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룡이 피닉스에게 상당히 열 받았는지, 피닉스만 본다는 것.
쿠구구구!
다시 땅이 흔들린 것은 그때였다.
[‘지룡’(★★★★★★)이 위기감을 느낍니다!] [‘지룡’(★★★★★★)이 새끼들을 부릅니다!]“응? 새끼?”
사방에서 약 1m 정도 되는 길이의 작은 지렁이들이 수없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프리가 진도윤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지룡은 마스터 혼자 상대해야 할 것 같다.”
“오케이, 그건 문제없지.”
“나머지는 최대한 새끼들을 처리해 줘. 마스터가 집중할 수 있게 서포트해라!”
“네!”
“알겠어요!”
일행들이 혀를 차며 몸을 틀었다.
‘역시 보스급은 보스급인가?’
‘무슨……. 저놈 하나로도 빡센데 부하들까지 보내는 거야?’
‘인생에서 싸웠던 몬스터 중 제일 빡세네…….’
공포스러운 지룡의 모습을 바라보면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일행들이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렸다.
서머너 마스터와 냉철한 분석가.
둘의 명령에 흔들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충분히 상대할 만하다는 뜻.
“다 덤벼라! 새끼들아!”
털보가 먼저 외쳤고-
“새끼들은 우리한테 맡겨요!”
“마스터를 지키자!”
“으아아아!”
나머지 일행들도 힘차게 기합을 내질렀다.
그들의 가슴속에 어느새 걱정이 줄고 기대감이 차올랐다.
정말로 A급 보스 몬스터를 7명에서 잡아낼 수도 있겠다는 그런 기대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