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90
나 혼자 S급 소환수 90화
황금 계단 (4)
묘한 정적이 흘렀다.
윙윙거리는 포탈을 바라보는 서머너들의 입안이 바짝 말라갔다.
그들에게 뜬 메시지가 말하는 바는 분명했다.
황금 계단의 정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포탈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다.
‘좀 편히 가고 싶은데.’
‘괜히 저기 들어갔다가 나만 정상에 못 가면 어떡해?’
‘위험한 건 딱 질색이지.’
그러다 보니, 선뜻 나서지 못하고 다들 이리저리 눈알만 굴렸다.
숨 막히는 눈치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던 순간.
“그냥 전부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닙니까……?”
누군가가 앞으로 나서, 서머너들의 시선을 끌었다.
일본인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200명이니까 40명씩 끊어서 사이좋게 나눠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요?”
그의 말이 기폭제가 되었다.
조용하던 서머너들이 하나둘 의견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맞아요. 최소 인원이 10명일 뿐이지……. 40명이 들어가도 충분한 거잖아요?”
“오, 그거 나름 괜찮은데?”
“저게 가장 공정한 방법이긴 하지.”
그러나 저것은 가장 무난한 방법일 뿐, 탐탁지 않아 하는 자들도 있었다.
200명의 생각이 다 같을 수는 없는 거니까.
“음……. 말은 공정하지만, 실상은 안 그럴 것 같은데요?”
일본인 사내의 말에 처음으로 반박한 것은 서양계 여성이었다.
“왜요?”
“어떤 부분 때문이죠?”
서머너들의 질문에 앞으로 나선 여성이 입을 열었다.
“만약 다섯 군데로 다 같이 나누어 들어간다 쳐봐요. 그럼 가장 먼저 포탈을 나온 팀이 정상을 독차지하지 않을까요?”
“…….”
반응이 없자, 여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팀을 짜는 게 문제가 된다는 거예요. 다들 실력 있는 서머너가 있는 팀에 들어가고 싶어 할 테니까.”
여성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이 전부 A급 서머너라지만, 그 격차는 천지 차이다.
그리고 최상위권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알게 모르게 인프라가 있는 법.
여성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그거였다.
혹여, 실력 있는 팀이 빨리 깨버리고 정상을 선점해 버릴까 봐.
“밸런스를 잘 맞추면 되지 않나?”
“그 밸런스를 누가 맞출 건데요?”
여성은 답답하다는 듯, 목을 가다듬었다.
“큼큼, 그것뿐만이 아녜요. 포탈마다 난이도가 같다는 보장도 없는데, 어떤 포탈을 고르실 거죠?”
“……으음, 그건 그냥 랜덤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각자 원하는 포탈을 찍어서 선착순으로 40명씩 서면 되는 거 아냐?”
“흠, 난 내 운명을 고작 운에 맡기긴 싫은데…….”
수많은 서머너들이 있다.
그것도 각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사람들만 모였으니, 제대로 합이 맞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 같이 들어가기로 해놓고 뒤에서 누군가가 안 들어가 버리면? 그것 말고도 문제는 수도 없이 많아요.”
“……그렇긴 하네.”
“하긴, 여기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여성은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들이밀며 일본인 남성의 제안을 깎아내렸다.
감정이 상한 일본인 남성이 따지고 들었다.
“후, 그럼 어쩌잔 말이죠? 그쪽은 뭐, 방법이 있나요?”
이런 듯, 서로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였다.
“우리 팀은 안 들어갈 겁니다.”
또 한 명의 서머너가 나섰다.
이번 말은 좀 터무니없었는지, 대다수 서머너들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죠?”
“당신은 또 뭐야? 그러면 여기 가만히 있다가 혼자 정상이라도 밟겠다는 거야?”
서머너들이 흉흉한 기색으로 몰아붙였지만, 그는 당당했다.
“아뇨? 저희는 애초에 정상에도 기여도에도 관심이 없었는데요?”
“뭐라?”
“저희는 그저 홍콩 협회의 요청으로 지원 온 것일 뿐입니다. 정상에도 오르지 않고 포탈에도 들어가지 않을 테니, 알아서들 하세요.”
“뭐, 저딴?”
“야,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만약,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네 말을 어떻게 믿냐고. 말만 그렇게 해놓고 혼자 꿀 빨라는 거 아니냐?”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문제는 저 사내의 말에도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누구나 자신의 목숨은 소중하다.
하물며 공략 불가 판정을 받은 던전인데, 사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게 하나, 둘.
입장을 거절하는 팀도 생겼다.
“후우…….”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진도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든, 빨리 들어가고 싶은데……. 이게 뭔 지랄이냐.’
정상이고 뭐고.
그의 목표는 오직 경험치뿐이다.
더군다나 폭주 시약도 빤 상태다.
의견분립으로 날리는 시간이 너무도 아까웠다.
날아가는 경손실에 속으로 끙끙 앓고 있을 때였다.
콰아아앙!
누군가가 꺼낸 소환수가 황금빛 바닥을 강하게 내려쳤다.
‘저건……?’
진도윤이 고개를 들어 소환수를 확인했다.
널따란 용암 바위로 이루어진 몸통과 큰 주먹과 발을 가진 괴물.
‘플레임 버스터, 오랜만이네.’
미궁에서 가끔 봤었던 몬스터였다.
플레임 버스터의 주인이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나섰다.
“하, 시버얼. 이거 답답해서 안 되겠네.”
익숙한 한국식 발음.
그는 던전에 들어오기 전, 가벼운 인사를 나눴던 김원준이었다.
“여기가 무슨 애들 놀이터인 줄 아나. 다 뒈지고 싶어?”
그의 말은 거칠면서도 험악했다.
그 때문인지 분위기가 순식간에 흉흉해졌다.
“던전에 들어왔으면 당연히 실력대로 기여도 가져가는 거지, 무슨 공평을 논하고 자빠졌어? 듣다 듣다 어이가 없으려니까.”
김원준은 수많은 서머너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나섰다.
“당신은 또 뭐야?”
“잠깐, 저 소환수면…… 원준킴 아니야?”
“원준킴이면…… 그 대월 간부?”
서머너들이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김원준을 바라봤다.
“대월이라고? 세계적인 랭커 길드 이름 아냐?”
“응, 거기 간부야, 저 사람. 들어봤어.”
“헐, 대박……. 하긴, 코리아는 워낙 서머너가 발전된 나라니까.”
“맞아, 서머너 마스터도 코리아 출신이잖아.”
의외로 사람들의 태도는 호의적이었다.
그 모습은 진도윤도 좀 의외였다.
‘저 정도였나?’
대월이든, 김원준이든.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기에, 더욱 놀라웠다.
생각보다 세계에 입지를 많이 다져놓은 듯싶었다.
“그럼…… 당신은 무슨 방법이 있다는 거요……?”
“어디 그럼! 당신 생각 좀 들어봅시다!”
서머너들의 이목이 전부 김원준에게로 쏠렸다.
김원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간단해.”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각 포탈 당 딱 10명씩. 내가 정해주는 대로 들어가라. 지원할 사람 있으면 지원하고.”
“뭐, 뭐야?”
깡패와도 같은 그의 말에 서머너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터져 나왔다.
“아무리 대월이라도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지금 유명세 믿고 독재하겠다는 거야, 뭐야?”
“뭔가 기발한 생각이 있나 했더니, 그냥 미친놈이었군…….”
그러나 그들은 곧이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콰아앙!
플레임 버스터의 화염 주먹이 바닥을 다시 한번 갈랐으니까.
순간적으로 뜨거워진 공간에 서머너들이 주춤- 뒤로 물러섰다.
감응력으로 느끼기에도 나름 굉장한 힘이었다.
초반에 만났던 당시, 얼음 공주와 비견될 정도?
“하- 이 시X럼들이. 꼬우면 뜨든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가져오든가.”
김원준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대신 덤빌 거면 목숨 걸고 덤벼. 포탈에 들어가기 전에 황천길로 보내줄 테니까.”
“…….”
정적이 흘렀다.
많은 서머너가 있었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바로 무력으로 방법을 정해버리는 거였다.
‘신선하네.’
진도윤도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뭔가 기발한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아닌, 그냥 폭력으로 해결해 버리다니.
그래도 인정할 만은 했다.
안 좋은 소문이고 뭐고.
딱 진도윤 스타일이었으니까.
* * *
썩은 미소를 짓고 있던 진도윤과 김원준의 눈이 잠깐 마주쳤다.
김원준이 피식 웃었다.
마치, 내가 이 정돈데 어떠냐, 하는 느낌이었다.
‘나쁘진 않지.’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
서머너 마스터 당시, 진도윤도 써먹던 방법이었다.
대신 그때의 자신은 위험한 곳에 앞장서서 들어갔었다.
원래 던전이란 게, 위험할수록 보상이 달콤한 법이니까.
게다가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공정하게 해결했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렇지 않은 듯했다.
순간적으로 비치는 탐욕의 눈빛.
그렇다.
녀석은 애초에 포탈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지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군. 그럼 내가 무작위로 뽑겠다.”
서머너들을 서슬 퍼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가 한명 한명 고르기 시작했다.
“먼저 아까 안 들어간다던 놈들. 너네부터 들어가.”
“우, 우리 말이요? 우리는 포탈에 관심이 없…….”
“닥쳐, 이기적인 새끼들아. 어딜 약을 팔고 있어.”
김원준은 미친놈처럼 대상을 뽑아나갔다.
그 와중에도 그만의 기준이 있었다.
느껴지는 감응력이 적은 놈들만 선택하고 있다는 것.
‘말은 저렇게 해도 몸을 사리는 거지.’
인원이 200명인데, 김원준보다 실력 있는 사람이 없을 리 없었다.
다만, 김원준이 하는 방식이 그들의 생각과도 같았던 거다.
김원준이 악역을 자처하고, 나머지는 그것에 동조한다.
그들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
체면도 차리고 이득도 얻어갈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김원준은 애초에 소문이 안 좋은 자였다.
저런 행위를 한다 해도 그의 커리어의 수많은 흠집 중 하나가 늘 뿐일 거다.
“역겹네요.”
처음으로 유아린의 입이 벌어졌다.
“약자들만 포탈에 쑤셔 넣고 자기들은 정상으로 올라갈 생각을 하고 있잖아요.”
“세상이 그런 거지, 뭐.”
“그냥 짜증 나서요.”
인상이 찌푸려진 유아린과 별개로 김원준은 계속해서 무작위로 사람을 뽑았다.
“……제, 제발. 저는 그냥 도와주러 온 건데.”
“아니, 왜 저를! 전 전투 능력이 없단 말입니다!”
몇몇 사람이 빌거나 반항했지만, 김원준은 가차 없었다.
“어차피 누군가는 들어가야 하잖아? 꼬우면 네가 나서서 뽑는다고 했었어야지.”
무력에 밀리는 이들은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들어가지 않으면 김원준의 손에 죽을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게 48명의 인원이 뽑힐 때쯤.
김원준이 몸을 빙글 돌려 어딘가를 바라봤다.
진도윤과 유아린이 서 있는 곳이었다.
그가 굳이 이곳을 바라본 이유는 뻔했다.
“…….”
사실, 놀랍지도 않았다.
예측했던 거니까.
“다음은 거기 두 마스크 쓴 애들. 너희 둘로 입장 인원은 끝이다. 나머지는 나와 같이 정상에 오를 거야.”
김원준이 마지막 상대로 고른 대상은 진도윤과 유아린이었다.
“후우…….”
결국, 진도윤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포탈에 들어가기는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곳에 있는 시련도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저런 식으로 정상을 뺏길 수는 없지.’
경험치도 경험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정상에 올라 기여도도 챙길 생각이었던 진도윤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정체를 밝히기로.
‘숨어서 사냥하기 귀찮았는데 잘됐네.’
프리덤이고 뭐고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걸어오는 도발을 피하는 것은 서머너 마스터의 방식이 아니다.
“나?”
“눈깔이 삐었냐? 그래, 너희 둘. 그러게 내가 말했지?”
한국말로 말하는 김원준에 진도윤의 고개가 꺾였다.
“무슨 말을 했었나? 기억이 안 나는데…….”
“우리와 친해져서 너희에게 나쁠 거 없다고 했었잖아. 소감이 어때?”
“후.”
역시나 유치한 보복이었다.
“이번 기회에 잘 알아둬. 그렇게 고개 뻣뻣이 들고 다니다가는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걸.”
“흐…….”
헛웃음이 나온 진도윤이 고개를 빙글빙글 돌렸다.
그러고는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까고 있네, 뒈지려고.”
“……뭐?”
우우웅!
감응력을 강하게 끌어올린 진도윤이 낮은 목소리로 주변을 향해 말했다.
“다들 저 병신은 무시하고 내 말만 들어라. 지금부터 이곳은 내가 통제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응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