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martial artist RAW novel - Chapter 13
제5화 대국의 기틀
정파고수들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피도 많이 튀기지 않았다.
사파고수들처럼 죽은 이들을 무자비하게 밟지 않았다.
공격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죽은이들을 뛰어 넘을 때마다 슬픈 표정이 그려졌다.
하지만 대의는 대의!
개인의 감성에 치우치지 않았다.
푸욱.
병사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곤륜파 태청심검이 병사의 눈을 보았다. 죽어가는 그의 눈가에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
태청심검은 눈물을 머금으며 검을 뽑았다.
뒤를 공격하는 병사의 파이크를 한 손으로 잡았다.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키키키!”
보병들의 위로 사파고수들이 뛰어들었다.
채찍을 휘두르는 천파편살, 혈조로 살을 뜯는 괴우조. 피를 잔뜩 묻힌 권의 고우룡. 두개의 철퇴를 휘두르는 쌍퇴철마 등.
한 명 한 명 중원에서 이름을 떨렸던 마인들이다.
잔악하고 손에 인정이 없는 자들!
정파의 고수들과는 다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거침없이 몰아쳤다.
갖가지 병기에서 쏟아지는 내력!
폭발로 움푹 파인 곳이 상당하였다.
어김없이 그곳은 병사들의 피로 차있었다.
“다 죽어랏!”
수라혈마가 괴상스럽게 웃었다.
병사들의 피를 가득 뒤집어써 섬뜩해 보였다. 코와 귀 그리고 입꼬리 끝으로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전세는 완전히 기울었다.
“후퇴! 후퇴하라!”
아스틴 공작이 말머리를 돌렸다. 더 이상 대항하는 자는 남지 않았다. 모두 도망치기에 급급하였다.
“거의 다 끝났군.”
주첨기가 계단을 밟듯 허공으로 차올랐다.
아스틴 공작이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허억.
악마가 날아온다!
더욱 빨리 달려라.
이번만 나를 살려줘라. 말아!
아스틴 공작이 다급하게 말을 몰았다.
순식간에 주첨기는 아스틴 공작의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살려줘!”
아스틴 공작은 체면 따윈 잊어버렸다.
공포!
“멈춰.”
주첨기가 뒤에서 조용히 말하였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심장이 철렁 주저앉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차가운 눈동자를 봐버렸다.
“이익.”
신음을 흘리며 말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주첨기는 아스틴 공작의 멱살을 잡았다.
자신쪽으로 끌었다.
“네가 이들의 대장 같군. 누구지?”
“난……난…….”
바로 옆에서 수라혈마가 한 병사의 목을 베었다. 병사가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아스틴 공작은 사색이 되었다. 식은땀만 나올 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누구냐고 물었다.”
“난…….”
“어서.”
싸늘한 다그침에 말문이 터졌다.
“아스틴 공작이다.”
주첨기는 아스틴 공작의 멱살을 움켜 잡은채로 몸을 일으켰다.
말위에 올라섰다.
모두에게 보란 듯이 아스틴 공작을 치켜 들었다.
“등을 보이지 마라. 모두 무릎을 꿇어라! 너희들의 대장처럼 말이다.”
주첨기가 멱살을 놓았다.
아스틴 공작은 땅으로 떨어졌다.
“킬킬. 뭐해? 무릎 꿇지 않고?”
수라혈마가 아스틴 공작을 내려보았다.
아……
악마들이다.
더 이상 생각 할 것도 없이 이들은 악마들이다.
잔인하고 무서운 악마.
아스틴 공작은 수라혈마의 손이 목에 닿자 흠칫 놀랐다.
“그곳을 꿰뚫어 줄까?”
수라혈마가 공작의 목을 가리키며 킬킬 거렸다.
“수라혈마. 그 사람은 적장이다. 적장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지.”
진천이 말했다.
“그럼 더 잘됐지. 적장을 베어버리는 전공을 네놈에게 뺏길 순 없잖아. 뭐해? 무릎 꿇지 않고. 킬킬킬. 노부가 정말 화나면 죽는 걸로 안 끝나지. 피부를 벗기고……어서 꿇지 못해?”
수라혈마는 아스틴 공작의 머리칼을 휘어 잡았다.
억지로 세운 후 무릎을 꿇렸다.
“퇴로를 막아라!”
주첨기가 명하였다.
슈슈슉.
무림고수들이 병사들의 머리 위를 뛰어 넘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병사들을 포위 하였다.
그 간격이 매우 넓다.
그래도 이를 우습게 보는 이는 절대 없었다.
“공작. 주위를 둘러보아라. 다 너희들이 자초한 일이다.”
대반수 죽어 있다.
대지 위.
시신들은 모래 보다 더 흔한 게 되어 버렸다.
피에 젖은 병기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어느새 강을 이루고 있는 피들……
아아……
고개를 축 늘어트렸다.
“모두 무릎을 꿇어라!”
칠천여명의 병력중 살아남은 자들은 채 이천여명이 되지 않았다.
주첨기가 이들에게 호령하였다.
눈치를 볼 것도 없었다.
눈앞에서 일렁거리는 오러 블레이드.
죽음의 공포!
이를 어떻게 감당하랴.
이천여명의 병사들이 병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도……도대체 당신은 누구,시오,”
아스틴 공작이 더듬거렸다.
주첨기가 묵묵히 아스틴 공작을 내려다 보았다.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신명국.”
명(明)국.
밝고 환한 나라라는 뜻.
나라를 세워 그 이념을 재정하고, 보다 큰 뜻을 이루려 이에 새로울 신(新)을 보탰다.
“신명국의 황제 주첨기다.”
주첨기가 담담하게 말하였다.
수라혈마도 진천도, 그리고 모든 무림고수들이 주첨기쪽이로 시선이 돌아갔다.
이계에 신명국의 개국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신념으로 인한 것일까.
무림 고수들의 눈이 더욱 빛났다.
타학!
장포를 뒤로 젖히며 일제히 무릎 꿇었다.
신명국!
이계에 처음으로 부르짖어진 대국의 이름이다!
“만세. 만세. 만만세!”
거친야수들의 울음!
무림고수들의 목소리는 거대하였다.
웅……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대지가 흔들 거렸다.
신명국이란 나라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결국 거짓말이다.
이들은 모두 인간이 아니다.
마족이다.
강인하며 잔혹한 악마. 마족!
아스틴 공작이 고개를 숙였다.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더 이상 버텨봤자 늘어나는 건 시신이다.
후퇴 또한 가로막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항……항복이오. 신명국의 황제여.”
아스틴 공작이 눈을 내리깔았다.
“적병을 모두 포박하라.”
무림고수들은 어디선가 가져온 밧줄로 병사들을 칭칭 감았다.
꼼짝 할 수 없게 감겨진 밧줄.
하지만 무림고수들과 주첨기가 뿜어내는 기운에 포박은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병사들은 얼어 있었다.
감히 누가 도망갈 생각이나 할까.
절망적인 항복이자 비참한 패배였다.
“오랜만에 몸 좀 풀었네. 킬킬킬.”
수라혈마가 고개를 까닥였다.
얼굴에 잔뜩 튀긴 피를 훔쳤다.
“대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수라혈마. 경망스러운 언행은 그만해라.”
진천이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주위에 널브러진 시체들. 진하게 풍겨 나오는 피 냄새.
매우 씁쓸하다.
“두 분 다 됐습니다. 어쨌든 본국은 첫 번째 전투에서 승리를 하였습니다. 이로써 만천하에 본국의 이름을 널리 떨칠 것입니다.”
주첨기 역시 그리 좋지 않은 마음이었다.
선황을 따라 많은 전장터를 가보았어도 익숙하지 않았다.
익숙해진다면 그것은 살인광일게다.
지금 해야 할일은 두 가지다.
승리를 만끽한다.
그리고 전장에 희생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애도한다.
“모두 들어라. 주위를 둘러보라. 적병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다. 적이라고는 하나 저들 모두 가족이 있는 가장들이다. 적병을 애도 하라. 묵념!”
정파 고수들은 진심으로 적병을 애도하였다.
두 눈을 감은 그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경건하다.
반면에 사파 고수들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거칠게 콧바람을 내뿜었다.
주첨기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내력.
때론 강렬하지만, 지금은 평온하다.
사파 고수들의 심장 박동이 천천히 느려졌다.
“모두 눈을 떠라. 오늘 본국은 첫 번째 전투를 치뤘다. 수천 병력과 대전을 벌이면서 전사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대승을 거두었다. 이는 너희들의 강함을 증명하고, 더 나아가 본국의 강함을 떨친 것이다. 승리다! 본국은 대승을 이루었다. 승리를 만끽하라!”
경건하던 분위기 속에서.
와아아.
일제히 함성을 터트렸다.
아스틴 공작의 고개는 더욱 힘없이 처졌다.
“성으로 돌아가 모두의 전공을 치하 하리라!”
주첨기가 몸을 돌렸다.
설령은 적병들의 시신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주첨기가 집게손가락으로 설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령. 앞으로 이런 장면을 많이 보게 될 거야. 그래도 계속 이곳에 있을 거야?”
끄덕. 끄덕.
설령은 고민하지 않았다.
주첨기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성으로 돌아간다!”
포로들의 긴 행렬이 이어졌다. 장장 이천여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힘빠진 다리가 너털거렸다.
바싹 메마른 입술은 더욱 타들어갔다.
피폐해진 몰골들.
포로들을 대하는데 있어 정파 고수와 사파 고수들의 입장은 매우 달랐다.
무당파 장소백이 한 포로에게 물을 건넸다.
포로는 부들부들 떨뿐 받아 들지 않았다.
장소백은 억지다 싶을 정도로 포로의 품안에 물병을 안겼다.
“마시게. 힘들었을 걸세.”
“가……감사……합니다.”
포로는 물병을 벌컥벌컥 마셨다.
정파 고수들은 장소백처럼 포로들을 최대한 배려 하였다.
사파 고수들은 반대였다.
조금이라도 행렬이 늦어지면 포로들을 가혹하게 재촉하였다.
천파편살이 포로의 머리칼을 휘어 잡았다.
“왜 이렇게 늦어? 빨리 빨리 못 걸어? 죽고 싶은 게로군!”
날카로운 음성이 곳곳에서 서슴없이 나왔다.
상반된 분위기.
그때마다 포로들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리곤 하였다.
사파 고수들이 인도하는 행렬은 섬뜩함 그 자체였다.
혹은 극도의 공포라고도 일컬수 있었다.
정파에게 걸리느냐.
사파에게 걸리느냐.
삶이란 원래 도박이다.
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많은 몬스터들의 시체가 보였다. 일단이 토벌한 몬스터들의 흔적이었다. 포로들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특히 아스틴 공작은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바로 이근처. 이쪽으로 향할수록.
드래곤의 레어가 나온다!
“이……이쪽은 안 되…….”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오?”
진천이 물었다.
“이쪽엔 레드 드래곤 아르카콘트가…… 잠들어 있어.”
드래곤?
“그것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소. 이미 전하께서 그 괴물을 퇴치 하였소.”
“내단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그놈? 킬킬. 그렇지. 제자가 죽였지. 이봐 쭈그렁! 그러니 그만 입을 다물라고. 본좌의 심사가 뒤틀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수라혈마가 킬킬거렸다.
“레드 드래곤을…… 죽.였.다……고?”
망연자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이들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수천 병력을 개미 다루듯 하였던 이 악마들의 대장.
청년의 무위가 떠올랐다.
감히 그 무위를 측정할 수 없다.
소드 마스터? 아니. 이 사백여명의 마족들이 소드 마스터 급이다.
그렇다면
저 악마는……
아스틴 공작은 주첨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이상의 이상.
저 악마는……
자신이 생각도 못 할 엄청난 자다.
정말 악마!
마왕의 현신일지도 모른다.
성의 입구에 드워프들이 모여 있었다.
혜공과 만소자는 그들과 함께 주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청난 소리가 들리더니, 큰 전투를 치르셨나 보군요. 전하 어디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요?”
혜공이 주첨기의 전신을 훑었다.
만소자는 엄청난 수의 포로들을 보며 입을 쩌억 벌렸다.
수십. 수백도 아닌. 수천이다.
“괜찮습니다. 혜공.”
“마누라. 서방님의 존신은 궁금하지도 않은 것이느냐? 킬킬킬.”
수라혈마가 농담을 내뱉었다.
흥!
혜공이 고개를 훽 돌렸다.
꼭 토라진 소녀같다.
“젠달리프!”
“부르셨습니까. 주첨기님.”
“이들은 적군의 포로들이다.”
젠달리프는 아스틴 공작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스틴 공작은 드워프와 눈싸움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산발한 머리가 축 느러졌다.
키키키.
고개 돌린 젠달리프는 이상한 웃음소리를 흘겼다.
“이 포로들을 감금할 곳이 없나? 본성에 포로들을 끌고 들어가긴 싫군.”
“이천여 명쯤 되어 보이는군요. 하루만 시간을 주신다면 저쪽에다가 거대한 감옥을 만들겠습니다.”
젠달리프가 중턱을 가리켰다.
입구와 꽤 떨어져 있지만 감시하기에 적절해 보였다.
“좋다. 진천 사부님.”
“왜 그러십니까. 전하.”
“수하를 뽑아 하루 동안 이 앞쪽에서 이들을 감시해 줄 수 있겠습니까?”
“명을 받들겠습니다. 전하.”
진천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수라혈마 사부님.”
“키킬. 왜 그러느냐. 제자야.”
“성의 지하 감옥에 투옥되어 있는 하이드 백작이란 죄인을 데리고 와주십시오.”
“지금쯤 정신이 오락가락 해 있을 텐데?”
하이드 백작은 수라혈마의 고문을 모두 차례대로 모두 받았다.
죽고 싶은 마음이 수천 수만 번을 교차하는 고문.
살아 있는 게 고통이었다.
수라혈마는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하이드 백작의 몰골은 처참하였다.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뼈만 앙상히 남은 몸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쯧.
수라혈마는 자신이 해놓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혀를 찼다.
“이놈아.”
“어……어…….”
하이드 백작은 수라혈마를 보자마자 뒤로 허겁지겁 기어갔다. 수라혈마가 철창을 열고 들어갔다. 하이드 백작이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웅크렸다.
“클클. 제자가 네놈을 데리고 오라는데?”
“어……어째서 나를. 알고 있는 , 모든 것을 다 말했지 않습니까?”
눈치를 심하게 살폈다.
“이놈이 말대꾸를 해? 아직도 부족한가봐?”
수라혈마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주먹이 번쩍였다.
퍼퍼퍼퍽.
처절한 구타음이 빈 복도에 울렸다.
“잘……잘못했습니다.”
위풍 당당하며 날카로웠던 하이드 백작!
이전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그래. 본좌가 약간 흥분을 했어. 네놈 나라에서 군대를 보냈더군.”
“군대!”
죽어 있던 눈빛이 순간 살아 꿈틀였다.
드디어 온 것인가!
이날만을 기다렸다.
자신을 구원해 줄 자국의 대군이 온 것이다.
“가자.”
“이거 놔라!”
하이드 백작이 수라혈마의 손을 뿌리쳤다.
자국의 대군이 온 이상 무서울 게 없다.
비록 이들은 강자들이긴하나 자국의 대군 앞에선 쩔쩔 맬 수밖에 없으리다.
“키키…… 뭔가 착각 하는 것 같은데?”
“착각이라닛!”
수라혈마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네놈 나라에서 보냈던 군대는…… 너와 같은 신세이거든. 키키킬. 모두 죽거나 혹은 포로가 되었다. 키키키. 방금 전에 뭐라고 했던가? 본좌가 잘못들은 건 아니겠지? 손이 얼얼한데? 키키키키키…….”
수라혈마가 잔인한 미소를 흘렸다.
하이드 백작의 앞으로 한발자국 다가섰다.
우두두둑.
주먹에서 뼈마디가 울렸다.
“아니야……이건 아니야…… 대군이 …… 그럴 리는 없어. 아니야. 안 돼에에에에에”
칠천 명 중 오천 명이 전사했다.
살아남은 이천 명도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반면에.
신명대국이라 자칭한 자의 무리는 다섯 명 밖에 부상을 입지 않았단다.
그것도 며칠 쉬고 나면 낫을 작은 부상.
이런 참패는 수천 년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도 없을 것이다.
믿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본 이상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이드 백작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정말이야…… 대군이 패했어.”
“하……하이드 백작”
공작이 허겁지겁 뛰어왔다.
간신히 하이드 백작의 어깨를 부축할 수 있었다.
“공작님…….”
“면목이 없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둘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데 대체 자네 몰골이 이게 뭔가. 하이드, 백작. 자네는 사자왕 하이드 백작이 아닌가.”
몰매 맞은 부랑자도 이보단 낫다.
어떤 지독한 고문이 있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부어오른 눈두덩이가 눈을 완전히 묻어버렸다. 주먹만큼 부풀어 오른 두 뺨은 멍으로 푸르스름 하다. 입가엔 피가 덕지덕지 굳어 있다. 머리카락 한올한올 피로 굳어 서로 엉켜 있었다.
언제나 매섭게 번뜩이던 눈은 생기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아스틴 공작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지독한 마족들…… 이토록 심한 고문을 하다니,”
“저들은 마족이 아닙니다.”
처음엔 자신도 그렇게 의심하였다.
하지만 며칠간 그들을 관찰한 끝에 그들은 마족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간 마족 특유의 성향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마족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인장’이 없다.
마족에게 있어서 그것은 생명의 근원이나 마찬가지다.
인장이 없는 마족이란 없다!
“모두 인간들입니다.”
“소드 마스터가 사백에…… 측정불가의 경지를 이룬이가 세 명…… 인간일 리가 없다. 인간계를 노리고 쳐들어온 마족들이 분명해. 기록에서처럼 말이야…… 이들이 인간이라고? 그럼 어디에서 이토록 강한 자들이 나타난 거란 말인가. 아니야…… 인간일 리가 없어. 신명제국? 웃기는 소리다.”
공작이 뇌까렸다.
“마족…….”
“신명제국…….”
“사백 명의 소드 마스터…….”
캄캄한 지하 감옥.
서큐버스에게 홀린 것처럼.
눈이 풀린 포로들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젠 우린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글릴 남작이 눈치를 슬슬 보았다.
“닥쳐!”
아스틴 공작의 눈에 불똥이 튀겼다.
“예……공작님.”
“본국에서 우리를 구출하던지. 협상을 벌이던가 하겠지. 남작은 더 이상 그 입을 놀리지 마라!
글릴 남작에게 따끔히 말을 쏘았다.
넋이 나간 모두를 바라보았다.
“모두 걱정하지 말아라. 본국에서 우리들을 구할 것이다. 저자들이 우리들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힘을 준다고 내뱉은 말이었다.
그러나 정작 음성은 바닥에 축 깔렸다. 아스틴 공작의 말은 안하느니만 못하였다.
뚜벅. 뚜벅.
두자루의 핸드 엑스를 찬 오크가 보였다. 수십마리의 오크들이 그를 따라 통로를 걸어오고 있었다. 저마다 양손에 커다란 나무통을 들고 있었다.
음식 냄새가 풍겼다.
가디언 하크가 철창 문을 열었다.
철컹!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등장에 모두 긴장하였다.
그래도 덤빌 힘이 없었다.
그나마 힘이 남아 있던 한 기사가 하크에게 달려들었다.
하크는 너무나 간단하게 기사를 내동댕이쳤다.
“포로놈들. 식사를 가져왔다.”
취이익.
오크들이 나무통을 내려놓았다.
“알아서 먹도록. 주인님의 은혜에 감사히 생각하라.”
오크치고는 말을 잘한다.
이놈은 대체……
모두의 눈이 그렇게 묻고 있었다.
“주인님이라니!”
한병사가 외쳤다.
“포로들이 말이 많다.”
하크가 잠시 눈알을 위로 굴렸다.
아! 하크가 오크들을 데리고 감옥에서 빠져나왔다. 하이드 백작이 그 뒤를 멍하니 바라봤다.
“몬스터까지…… 우리를 업신여기다니…….”
악이 뻗쳤다.
“참……을……수……없……어…….”
하이드 백작이 얼굴을 부르르 떨었다.
“좋다 먹어주마.”
오크가 가져왔던 나무통에 얼굴을 박았다. 죽과 같은 것을 입안에 가득 물었다. 적의 육질인 듯 바락바락 씹었다.
“내게…… 음식을 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하이드 백작이 미친 듯이 음식을 먹었다.
“백……작…….”
아스틴 공작이 하이드 백작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하이드 백작의 정신은 한곳에 집중 되어 있었다.
“본국으로만 돌아간다면……그것이 있어. 복수할테다. 이 하이드 백작과 로스엔 제국을 업신 여겼던 이자들을 짓밟아 주겠어. 두고보자!”
하이드 백작의 피끓는 목소리가 텅빈 통로에 울렸다.
그것……
“크하하하!”
그것을 생각하니 미친 듯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백작……”
결국 백작이 미쳐버렸다.
아스틴 공작은 절망으로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눈을 감아버렸다.
사백 명은 거뜬히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식탁위
담조향나편.
삼사연채. 백즙은어. 사과두부. 민대하. 발사금조등.
수십여 개의 음식이 즐비했다.
정사파 고수들의 시선이 먹음직스러운 음식들로 향했다.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포악한 성격. 조용한 성격.
패도적이며 사악한 무공. 청심하며 유순한 무공.
각각 서로 달라도, 이순간 만큼은 모두 같은 기분이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인지라 모두의 표정은 밝았다.
칠천여명의 대군을 상대로 대승을 이루었다.
“히히. 중원에서 재료들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이것들을 어떻게 다시……?”
배가 산만한 고수가 말하였다.
그는 중원에서 혼자서 수십 명 분의 음식을 다 먹으며, 어린아이까지 잡아먹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사파고수 산식귀였다.
“정말 맛있게 생겼군”
공동파 일권철이 중얼거렸다.
“그렇지?”
산식귀는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다. 누가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정말 대단하군.”
“누가 만들었을까?”
산식귀가 웃었다.
“히히히! 내가 만들었다고. 이 산식귀가. 히히히.”
흐읍.
일권철을 비롯하여 여러 정사파 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한마디씩 내뱉었다.
“냄새가 온몸을 자극하니 정신이 혼미할 정도다.”
“대단하다.”
“정말 대단해.”
사파고수와 정파고수들 사이에 묘한 동질감이 형성되었다.
입에서 군침이 돌았다.
늙은 환관이 종종 걸음으로 걸어왔다.
모두 엄마를 보는 듯한 눈으로 혜공을 바라보았다.
“전하께서 오십니다요.”
혜공의 목소리가 대전에 울렸다.
전하?
탁!
사백 명의 고수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첨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른쪽엔 수라혈마. 왼쪽엔 진천.
“모두 앉거라.”
주첨기가 자리에 앉았다.
“냄새가 좋군. 오늘의 진수성찬은 산식귀가 차린 것이다. 많이들 들도록.”
산식귀의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
무림고수들은 빠른 속도로 음식들을 비워나갔다.
이계에 온 후.
처음으로 맛보는 제대로 된 중원 음식이었다.
더군다나 맛까지 훌륭하지 않은가.
“모두들 왜 이렇게 허겁지겁 먹는 거예요. 이것들 좀 보세요. 어떻게 먹는 것이 반절, 떨어뜨린 게 반절입니까요. 헤휴.”
혜공이 한숨을 내쉬었다.
천 조각 하나를 들고 식탁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앗.
수라혈마가 혈지를 바라봤다.
수라혈마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혈지마. 좀 천천히 먹어요. 그러다가 체하겠어요. 요즘 보니까 속이 안 좋아 보이던데. 그러다가 정말 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혈지마가 피식 웃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앗.
“일권철. 거기 조심해요. 소매에 국물이 닿으려고 합니다요. 혈압이 안 좋지 않습니까요? 식사를 할 때 빠르게 삼키지 말고 꼭꼭 씹어서…… 어엇? 지파검마. 계속 한 음식만 먹지 말고 여러 가지 음식들을 골고루 먹어요.”
혜공의 시선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그리고 입술은 연신 움직였다.
혜공의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무림고수들은 피식 피식 웃곤 하였다.
잔소리라.
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릴 적 어머니에게 밖엔,
식탁에 음식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혜공의 잔소리는 계속되었다.
“차를 가져와라. 만소자야.”
혜공이 말하였다.
산동지방의 청녹차가 고수들의 앞에 놓였다.
주첨기가 반 모금 차를 들이켰다.
따뜻하다.
청아한 향이 코밑으로 스멀스멀 들어왔다.
“모두 주목하라.”
“예. 전하!”
“본국의 영토는 ‘드래곤의 평원’이란 이곳으로부터 뻗어나갈 것이다. 신명대국이란 대명을 세우고 개국을 알렸다. 본성은 바로 이곳이 될 것이며, 그대들은 개국공신들이다. 개국공신들인 그대들에게 묻겠다. 이제 신명국이 대국이 되기 위해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말들 해 보거라”
주첨기는 나이에 맞지 않게 근엄하였다.
“전하. 신 은소소가 아뢰옵니다.”
은소소는 아미파 일대제자의 의복을 입고 있었다.
“말해 보라”
“대국의 힘은 바로 백성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현재 신들을 제외하고는 백성이 없습니다.”
주첨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대국의 힘은 백성에서 나오는 법이지. 영토를 확장, 안정시킨 후 가옥과 땅들을 나눠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근방의 괴물들을 토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이들도 말해 보라.”
“신 위혁민이 아뢰옵니다. 기본이 되는 것은 백성이오, 이를 유지하는 것은 정책이옵니다.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바로잡힌 굳건한 신념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 법이옵니다.”
“그대의 말도 맞다. 춘추전국시대 어느 왕이 한비자를 찾아와 묻기를 ” 백성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시오?” 그러자 한비자가 ” 전하는 인자하기로 이름이 높사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왕은 기뻐하여 말하길 “그래서 어떻게 되었소?” 한비자는 바로 대답하였다. “나라가 망하고 백성은 흩어졌사옵니다.” 인자한 것만이 제왕의 덕이 아니다. 강력한 힘, 이를 위해선 강력한 법의 제정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이는 없는가?”
황권에 의한 법치!
주첨기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신 계주가 아뢰옵니다.”
개방의 계주가 고개를 숙였다.
“자고로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지피지기 백전백승 이라 했습니다. 전하. 이곳은 중원이 아닌 이계. 이계의 나라에 대해 본국은 무지합니다.”
“짐의 생각 또한 같다.”
개국을 알리고 황제임을 선포한 이상.
주첨기는 자신을 ‘짐’이 일컬어야 했다
“따라서 짐은 그대들에게 이계의 문자를 익히도록 한 것이다. 곧 성이 완성되면 이계를 보다 잘 알 수 있도록, 이계의 서책들을 읽게 할 것이며, 또한 글로써는 한계가 있는 법. 직접 이계의 문물과 타국에 대한 정보를 알아올 첩자들을 보낼 것이다.”
“신 천혈삼괴가 아뢰옵니다.”
뻘건색의 사기가 일렁거렸다.
“바로 이틀 전 타국과의 전투가 있었습니다. 이는 본국을 우습게보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다시는 본국을 우습게보지 못하도록, 본국의 강력한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아직 나라의 기틀이 잡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전을 일으키기엔 무리감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그대의 말도 맞다. 돼지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다는 말이 있다 짐은 그대들을 전면적인 육탄전에 내보내기 위해 데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대들은 짐의 많은 병력들을 지휘하여 본국의 힘을 만천하에 떨칠 사명을 가지고 있다. 백성들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병력을 키울 것이다. 다음은 누구 없는가?”
많은 병력!
“신 장소백이 아뢰옵니다 나라의 법도도 중요하지만 이를 유지할 치안 또한 중요합니다.”
주첨기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정파와 사파를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생각이 있다.
정파는 정파 나름대로.
사파는 사파 나름대로.
그 역할이 따로 있다!
“나라의 치안은 정파 고수들이 맡으며, 영토의 확장은 사파 고수들이 맡을 것이다.”
약간의 웅성거림이 있었다.
이내 주첨기의 눈빛에 안정 되었다.
“나라를 보호하고 안정시키며, 내정을 꾀하기엔 사파 고수들 보단 정파 고수들이 적임자들이다. 적국과의 전쟁에서 전면으로 나서 영토를 확장시키기엔 정파 고수들 보단 사파 고수들이 적임자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사옵니다. 전하.”
모두 고개를 숙였다.
“신 남궁혁이 아뢰옵니다. 커다란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금화가 필요하옵니다. 상업의 발전은 강력한 병력만큼이나 중요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본성의 지하에는 대국을 최소 이십 년 이상을 유지시킬 수 있는 많은 금은보화가 있다. 이를 활용하여 상업을 발전시켜, 보다 강력하며 부유한 나라가 되게 만들 것이다.”
한마디. 한마디
주첨기의 말엔 힘이 담겨 있다.
꼭 이룰 수밖에 없다는 확신!
신념으로 눈이 불타올랐다.
“전하. 신 진천이 아뢰옵니다. 이번 포로들의 일은 대국의 위엄에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포로들을 향후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본국의 영토를 침입하고, 수하들을 공격, 짐까지 죽이려 하였다. 응당 그들의 잘못을 밝히고 이에 합당한 협약을 이뤄낼 것이다.”
주첨기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팟!
떠진 눈에서 묘한 광채가 발했다.
“은소소는 앞으로 나오라.”
“예. 전하.”
“보다 많은 백성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만민당을 설립하고, 그대는 만민당의 제일관료로써 이에 힘써라. 중원에서 그대와 같은 소속이었던 아미의 제자들은 은소소를 도와라. 짐은 만민당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은소소가 황공해하며 뒤로 물러났다.
아미의 고수들이 허리를 숙였다.
“위혁민은 앞으로 나오라.”
“예. 전하.”
“대국의 기틀을 잡기 위한 법의 제정. 법제당을 설립하고, 그대는 법제당의 제일 관료로써 이에 힘써라. 청성의 제자들은 이를 도와라. 법제당 또한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언제나 짐과 함께 상의를 해야 할 것이다.”
“예. 전하.”
청성의 제자들은 일제히 대답하였다.
“계주는 앞으로 나오라.”
“예. 전하.”
“천하의 문물을 보다 잘 알기 위해 천지시당을 설립하고, 그대는 천지시당의 제일 관료로써 이에 힘써라. 중원에서 정보에 관하면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개방! 개방의 제자들은 천지시당에 속해 이에 그대들의 능력을 발휘하라. 천지시당은 각 나라의 병력, 문화 ,예술, 황가등 최대의 정보를 수집 하여 본국이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데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예! 전하.”
개방의 고수들이 힘차게 외쳤다.
수라혈마가 이를 보고 피식 웃었다.
“맨날 밥만 축내던 이놈의 거지들도 드디어 밥값을 하게 되었군. ”
엄숙한 분위기다.
혼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크기로 중얼거렸다.
“남궁혁은 앞으로 나오라.”
“예. 전하.”
“본국의 재정에 관할을 담당할 만보당을 설립하고, 그대는 만보당의 제일 관료로써 이에 힘써라. 종남의 제자들은 이를 도와 지하보고에 있는 금은보화에 대한 양과 가치를 확실히 파악, 기록하며, 상업 부흥을 위한 연구를 하라.”
대국의 기틀이 잡히는 과정은 흐믓하다.
진천이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종남의 고수들이 고개를 숙였다.
“장소백은 앞으로 나오라.”
“예. 전하.”
“확보된 본국의 영토를 관리하고, 이에 대한 치안을 맡을 치세당을 설립하고, 그대는 치세당의 제일 관료로써 이에 힘써라. 무당의 제자들은 이를 도와라. 보다 영토가 넓어지고 백성이 늘어날수록 치세당의 규모는 커질 것이며, 정파의 여러 고수들이 이에 소속되게 될것이다.”
착.
무당의 고수들 또한 고개를 숙였다.
“천혈삼괴는 앞으로 나오라.”
“예. 전하.”
“몬스터 토벌에 대한 계획을 전면 수정한다. 영토안의 몬스터를 토벌할 퇴괴평온당을 설립하고, 그대는 퇴괴평온당의 제일 관료로써 이에 힘써라. 사파의 고수 이백은 전부 이에 속한다. 보다 빠르게 영토안의 몬스터들을 토벌해야 할 것이다. 대국의 기틀을 바로잡기 위한 첫 번째 대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며, 퇴괴평온당은 추후 영토 확장을 위한 당으로 변해, 적국과의 전쟁에서 언제나 선봉에서 설 것이다.”
이히힛.
전쟁에서 선봉에 선다고 하였다.
혈향에 듬뿍 취해볼 수 있겠구나.
사파 고수들이 기뻐하며 포권하였다.
“매화일검은 앞으로 나와라.”
“예. 전하.”
매화일검이 신속하게 앞으로 나왔다.
“이번 포로들의 문제로 그대를 로스엔 대국의 사신으로 임명한다. 본국은 개국을 선포하였다. 로스엔 대국이 본국의 개국과 영토를을 인정하도록 협약을 이끌라.”
“예. 전하.”
매화일검이 뒤로 물러났다.
“대국의 흥망성쇠는 모두 그대들에게 달려 있다. 그대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이에 임한다면 신명대국은 만민을 위한, 강력한 대국으로써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중후한 내력과 황제의 위압감!
공기가 진동하였다.
수라혈마와 진천, 그리고 혜공과 만소자를 포함한 모든 무림 고수들이 무릎을 꿇었다.
“만세. 만세. 만만세!”
그들의 외침이 성안을 가득 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