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martial artist RAW novel - Chapter 34
제4화 새로운 영웅
젠달리프는 피난민이 300만까지 달할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입을 쩌억 벌렸다.
“그런데 대흑마괴는 무엇입니까?”
“짐 또한 모른다. 드래곤을 가볍게 능가하는 기운을 지닌 마괴. 거대한 검은 날개와 화염의 채찍을 지녔다는 것밖에.”
“설마 발록……?”
젠달리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대흑마괴의 이름이 발록인가? 그 마괴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나?”
“검은 군주라고 불리는 마왕급 악마입니다. 마계의 문은 봉인되었는데 어떻게 내려온 건지. 그럼 지금 율리안은……?”
“몰락하고 있다.”
주첨기가 씁쓸한 어투로 말했다.
“참 갈수록 희한하군. 드래곤이란 존재가 천하에서 가장 강할 줄 알았건만 더한 존재가 있었을 줄이야.”
“마신 엔테과스토의 권능을 이어받은 발록은 드래곤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그런 악마가 지상에 내려왔으니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 마라. 신명대국은 결코 망자들이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발록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계의 문이 봉인된 후로는 마물은 결코 중간계로 내려오지 못한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강림할 수 있었던 것일까?
큰일이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대륙에 사는 모든 종족의 위기 그리고 재앙이다!
“상대가 누구든 짐은 본국에 적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흠…… 노커.”
“예, 주첨기님.”
젠달리프가 어둡게 대답했다.
“피난민들이 급격히 몰려들어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아직 그 시작은 멀었는가?”
“아, 그일 때문에 주첨기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젠달리프는 그제야 주첨기를 찾던 목적이 떠올랐다. 그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두 기의 데이모스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런가?”
주첨기의 반응이 생각보다 통 시원치 않았다. 젠달리프의 얼굴은 금세 실망감으로 번졌다.
“마음에 드시지 않으십니까?”
“아니다. 지금처럼 중요할 때 데이모스 두 기는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다. 다만 인간이 주체가 되지 않고 병기의 힘에 기댄다는 것이 애석할 따름이다. 아무튼 완성된 데이모스를 보고 싶군.”
“안내하겠습니다.”
젠달리프가 어깨를 펴고 앞장섰다.
대장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이제 막 데이모스 작업까지 마친지라 드워프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이다.
주첨기는 일어서려는 그들을 말렸다.
데이모스가 있는 곳에 가까워질 수록 젠달리프의 입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져갔다.
젠달리프는 어느 문 앞에 멈추어 섰다.
“데이모스 두 기는 이 안에 있습니다.”
“기대되는군.”
젠달리프가 괴소를 지으며 문을 열었다.
본래 어둠의 흑과 밝음의 백을 토대로 만들려 했다. 그런데 푸른 물과 붉은 불을 토대로 하는 것이 신명대국의 두 공작에게 더욱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되어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문이 열렸다.
주첨기는 안으로 들어가 고개를 올렸다.
철갑거인!
넓고 높은 공간에 철갑거인 데이모스 두 기가 서 있었다. 하나는 푸른색이고 다른 하나는 붉은색이다.
일전에 본 데이모스는 사대천왕 중 지국천왕을 연상시켰다면, 이 두 기는 거대한 폭포와 불타오르는 화염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대단하군.”
주첨기가 감탄하며 말했다.
“키키!”
젠달리프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천재적인 장인 드워프들이 만든 두 기의 데이모스는 그 위용이 남달랐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데도 무시 못 할 위압감이 넘쳐흘렀다.
매우 크다.
강해 보인다.
상대가 누구든 단번에 부숴 버릴 듯한 주먹을 가지고 있었고, 단단한 철갑은 어떤 병기로도 뚫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주첨기는 한참이나 올려다보았다.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탑승해 보시겠습니까?”
젠달리프가 권했다.
“아니다. 데이모스 두 기는 짐의 두 스승님의 전용병기가 될 것이다.”
“그, 그렇습니까?”
젠달리프는 상당히 안타까운 듯 보였다.
두 기의 데이모스.
거대한 기운을 응집한 병기가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한편으론 걱정마저 들었다.
적이 될 자들이 이런 병기를 여러 기 가지고 있다면?
결과는 뻔하다.
“위력은 어떻게 되는가?”
“탑승자의 실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두 공작님께서 타실 거라면 최고가 될 것이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첨기님께서 타신다면 데이모스는 단순한 병기가 아니라 전신(戰神)이 될 것입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키키, 비록 드래곤하트의 힘을 반절로 나누었다고는 하지만 워낙에 두 공작님께서 대단하시니 일전에 침입한 데이모스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공작님께서 타실 데이모스 한 기를 상대하려면 로스엔에서 만들었던 데이모스 세 기 이상은 와야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다시 말씀드리지만 탑승자의 능력에 따라 위력을 달리하니 뭐라고 확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수고했다. 추후 노고를 치하하겠다.”
데이모스 두 기는 전력을 매우 향상시킬 것이 분명했다.
주첨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감사합니다, 주첨기님.”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적에게 탈취될 경우 큰일이 벌어지겠군.”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무슨 말인가?”
“주인을 인식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습니다. 주인이 아닌 자는 이 두 기의 데이모스에 탑승할 수 없습니다.”
“좋다.”
젠달리프는 몇 가지 설명을 주첨기에게 덧붙였다. 주첨기는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거대한 데이모스를 바라보았다.
젠달리프의 설명이 끝났다.
“데이모스가 완료되었으니 가옥을 짓는 데 한시라도 빨리 착수할 수 있겠는가?”
“아……!”
“가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없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신명대국은 뛰어난 장인들인 그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예, 주첨기님.”
주첨기는 바로 국경으로 향했다.
진천과 수라혈마는 국경에서 스켈레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주첨기가 두 스승을 데이모스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이게 뭐냐?”
수라혈마의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
진천은 아무 말이 없었다.
바로 이런 병기에 의해 큰 내상을 입고 피해를 본 경험이 있던 탓이었다.
“두 스승님의 병기입니다.”
주첨기가 말했다.
“내 병기라고?”
수라혈마는 붉은 데이모스의 다리를 주먹으로 쳐보았다.
만년한철로 만든 듯 매우 단단하다. 더군다나 등 뒤에 붙어 있는 검은 집채만 하다.
“그땐 다 부서져서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이 위선 노친네가 당할 만하구나. 낄낄! 안에 들어가서 이 거대한 놈을 움직인단 말이더냐? 신기해. 신기해. 낄낄!”
수라혈마가 진천을 보며 히죽거렸다.
“신기한 병기입니다. 탑승하면 데이모스는 자신이 되어 의지대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구나.”
“철갑거인이 곧 스승님이 되고, 스승님이 곧 철갑거인이 된다는 말입니다. 지금 직접 탑승해 보십시오, 스승님.”
“낄낄! 진천, 난 이 붉은 놈이 마음에 드니 넌 저 푸른 놈을 가져라.”
진천의 얼굴이 굳었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려고 했다, 추한 노친네.
진천의 전음이 들렸다.
“낄낄! 제자야, 진천은 이 병기에 탑승하기 두려운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것과 비슷한 것에 처절히 패배했으니 두려울 만도 하지. 암, 이해가 가고말고. 크크크크!”
“뭐라?”
진천이 노한 눈을 부릅떴다.
“제자야, 이거 어떻게 타는 것이냐?”
“우선 두 스승님의 내력으로 철갑거인의 등 뒤에 이름을 새겨야 합니다. 그것이 이 병기의 주인이 되는 방법입니다.”
“주인이 된다고?”
수라혈마가 반문했다.
진천도 의아한지 미간을 살짝 접었다.
“예, 스승님. 주인이 아닌 자는 이 병기에 탑승할 수 없습니다.”
“낄낄!”
수라혈마는 크게 웃었다.
“그것 참 편하구나. 이렇게 큰놈을 언제나 가지고 다닐 수도 없는데 잘됐구나. 다른 놈이 몰래 타서는 훔쳐갈 수도 없겠는걸? 그렇지 않느냐, 진천.”
“노부는 노부의 병기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자신의 병기를 도둑맞을까 걱정부터 하지 않는다. 누구처럼…….”
진천이 한마디 툭 내뱉었다. 그는 상기된 얼굴을 부르르 떠는 수라혈마를 무시하고 푸른 데이모스의 뒤로 돌아갔다.
진천은 살짝 뛰었다.
데이모스의 넓은 등판이 눈에 들어왔다. 내력을 집게손가락에 집중시켜 등판에 이름을 새겨 넣었다.
청검(靑劍)!
그것이 푸른 데이모스의 이름이다.
“흥!”
수라혈마도 지면을 박찼다.
비상하는 매처럼 뛰어오른 그도 집게손가락으로 ‘혈권(血拳)’이라고 새겼다.
“그 뒤는?”
“탑승할 땐 인(In)을, 나올 땐 아웃(Out)을 외치면 됩니다.”
수라혈마와 진천이 주첨기에게 가볍게 포권한 후 몸을 돌렸다. 둘은 동시에 외쳤다.
“인!”
수라혈마와 진천의 신형이 데이모스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거대한 철갑을 통과했다.
“이건 병기가 아니라…….”
적색의 데이모스 혈권에게서 음성이 들렸다.
혈권의 팔이 움직였다.
다리도 움직인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마치 본좌가 거인이 된 듯한 기분이구나.”
말 그대로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단지 몸이 커져버린 느낌이랄까?
더군다나 중심부에는 거대한 기운이 응집되어 있었다.
진천이 탄 청검도 팔다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거대한 검을 빼 들어 보기도 했다.
두 기의 데이모스, 청검과 혈권!
거대하고 강하다.
소년은 털썩 주저앉았다.
신관복인지 누더기인지 알 수 없는 의복을 입고 있었다. 찢어지고 떨어져 나간 곳이 상당하여 속살이 훤히 보였다. 전란 중 부모를 잃은 고아소년의 외형이었다.
소년은 열 명의 대신관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린 세피로스였다. 죽을 고비를 수차례나 넘기고 간신히 신명대국까지 도망칠 수 있었다.
신명대국에 도착한 세피로스는 수백만에 달하는 피난민들을 보았다. 결국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어느 누구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율리안을 움직였던 열 명의 대신관 중 일인이었던 그는 고아소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되어 버렸다.
세피로스는 스쳐 지나가던 신명대국의 검사를 발견했다. 급히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명대국의 검사를 향해 뛰어갔다.
쿵
앉아 있던 피난민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세피로스는 주섬주섬 일어났다.
“죄송…….”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피난민 청년이 일어나 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조심하라고!”
“죄송합니다. 그대들에게 고통을 가져온 죄…….”
세피로스는 눈물을 글썽였다.
“어라? 무슨 신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네.”
청년이 히죽거렸다.
“저는 대신관 세피로스입니다. 지금은 슬프고 힘드셔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시면…….”
퍽
세피로스는 눈앞이 핑 돌았다. 청년의 주먹이 그의 얼굴에 작렬한 것이다.
세피로스의 뺨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퉤!”
청년은 세피로스에게 침을 뱉었다.
“네가 대신관 세피로스라면 난 교황 이디스 엘드리안이다. 여긴 자리 없으니까 썩 꺼져!”
“죄송합니다.”
세피로스는 힘없이 일어났다.
한 번도 주먹질을 당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에게 이런 괄시를 당해본 적도 없다.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다.
율리안 백성들은 모두 자리를 지키느라 얼굴에 온갖 인상을 쓰고 있었다.
백성들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자신의 책임이다.
세피로스는 간신히 신명대국의 검사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워낙에 몰려 있어 신명대국의 검사에게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세피로스는 사람들에게 밀려 뒤로 나자빠졌다.
피난민들은 모두 식량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어린 소년이 쓰러져도 관심 하나 가져주는 이 없었다. 오히려 무자비한 발들이 세피로스를 짓밟았다.
“아악!”
세피로스는 사람들에게 짓밟혀 신음을 흘렸다.
“모두 비키시오.”
청운검이 피난민들을 살짝 밀어냈다. 세피로스를 일으켰다. 청운검은 세피로스의 입가에 흐르는 피 한줄기를 소매로 닦았다.
“괜찮은가?”
“……괜찮습니다.”
청운검은 세피로스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소년은 다른 피난민들과 달리 총기가 넘치는 눈동자를 소유하고 있었다.
“신명대국의 황제폐하를 꼭 뵈어야 합니다.”
세피로스가 말했다.
청운검의 표정은 담담했다.
피난민들을 상대하다보니 온갖 사람들이 다 있었다. 비단 이 소년뿐만 아니라 황제폐하를 만나 간절히 청할 게 있다는 사람들이 상당했다.
“청할 것이 있으면 내게 해라. 들어줄 수 있는 것이면 들어줄 테니.”
“정말 신명대국의 황제폐하를 뵈어야 합니다.”
청운검은 눈썹을 찌푸렸다.
“내게 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율리안의 마지막 남은 대신관으로서 신명대국의 황제폐하께 꼭 청할 것이 있습니다.”
“대신관?”
들은 적이 있다. 율리안은 한 명의 교황과 열 명의 대신관 아래 나라가 이끌어진다고.
그런데 이 어린 소년이 대신관이라니?
청운검은 황당했다.
“부탁합니다.”
어린 소년은 간절했다.
청운검은 소년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직시했다. 결코 거짓이 없는 순한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청운검은 고민했다. 주변은 식량을 달라고 아우성대는 피난민들 덕에 정신이 없었다.
청운검은 고민을 마쳤다. 소년을 번쩍 안았다.
“네 말을 믿어보겠다. 그런데 거짓이라면…….”
“이것이 대신관을 뜻하는 증표입니다.”
세피로스는 품 안에서 조그마한 구슬 한 개를 꺼냈다. 본래 성력이 집중되어 있어 찬란하게 빛나던 보석이지만 이제는 그 빛을 잃어 돌멩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세피로스는 왠지 씁쓸해졌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청운검은 말없이 구슬을 받았다.
“잠시 뒤에 다시 오겠습니다.”
청운검은 피난민들에게 말한 다음 몸을 날렸다. 흡사 비마라도 타는 듯 빠른 속도였다.
세피로스는 정신이 아찔하여 눈을 감았다. 다왔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정말 순식간에 도착했다.
거대하고 웅장한 황성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율리안의 대신전도 이보다는 못하다.
세피로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청운검과 함께 황성 안으로 들어갔다.
청운검이 먼저 주첨기를 알현했다. 그는 주첨기에게 대신관의 증표를 내밀며 말했다.
“스스로를 율리안의 대신관이라고 칭하는 소년을 데리고 왔습니다, 폐하. 바로 이것이 율리안의 대신관 증표라고 하옵니다.”
주첨기는 구슬을 받아 훑어보았다. 특이한 것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전에 꽤나 강한 기운이 서려 있었는지 희미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들여보내라.”
주첨기가 명했다.
세피로스는 청운검의 안내를 받아 황제실로 들어섰다.
황제실 내부의 공기는 무척 무거웠다. 주첨기가 내뿜는 위압감이다.
그러나 세피로스는 전신을 압박하는 위압감 속에서도 몸을 움츠리지 않았다.
세피로스는 깊게 고래를 숙였다.
“율리안의 대신관이라고 했는가?”
“예, 폐하! 세스 신전의 대신관으로 있었던 세피로스라고 하옵니다.”
이제 막 열한두 살 정도 먹은 어린 소년.
주첨기는 세피로스의 눈을 응시했다. 맑은 두 눈에선 거짓을 찾아볼 수 없었다. 속으로 꺼리는 게 있는 자는 위압감 앞에 이토록 태연스럽게 있을 수 없다.
털썩
갑자기 세피로스가 무릎을 꿇었다.
“청이 있사옵니다. 부디 마물들을 몰아내 주십시오. 율리안의 마지막 남은 대신관으로서 이렇게 간곡히 청을 드리옵니다, 폐하!”
“그렇잖아도 망자들이 산 자의 세상을 침범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대의 청을 받아들이겠다.”
주첨기가 말했다.
세피로스는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조아렸다.
주첨기는 그에게 다가갔다. 친히 세피로스를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율리안의 마지막 왕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무릎을 꿇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세피로스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주첨기는 그의 손을 폈다. 그러곤 대신관의 증표라는 구슬을 쥐어 주었다.
“이것은 함부로 남의 손에 넘겨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예…….”
“지금 황성 밖에는 율리안의 피난민들이 많다. 이렇게 있는 것보다는 피난민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저는 에드먼을 찾아갈 생각입니다.”
주첨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흑마괴 발록과 흑골 그리고 그들이 이끌고 온 무수히 많은 망자들과 전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일국의 전력을 모두 기해야 할 듯하다. 시간도 많이 들고 위험이 크다.
“그대가 청하는 바를 에드먼에 전한다면 에드먼의 왕도 이를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대가 직접 가기엔 험난하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대가 에드먼의 왕에게 보낼 서찰을 쓴다면 짐이 본국의 신하를 시켜 전하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신명대국에 찾아오길 잘했다.
세피로스는 바로 그 자리에서 서찰을 썼다. 상당히 길고 어려운 문장이 길게 이어졌다.
마지막 글자를 쓰고 펜을 놓았을 때 눈물 한 방울이 서신 위로 떨어졌다.
세피로스는 황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너무 상심 말라.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물론 피난민들을 도울 것입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대신관이었던 그대는 그들의 정신적 지주나 마찬가지다. 짐이 의복을 내려줄 터이니 용모를 정갈히 하고 그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어떻겠는가?”
“감사합니다, 폐하!”
더 이상 신관복에 대한 미련은 없다. 그동안 모시고 있던 것은 주신 율리안이 아니라 마신 엔테과스토였다. 오히려 당장이라도 신관복을 벗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첨기는 신명대국의 의복을 내렸다. 순백색의 옷으로 세피로스에게는 큰 것들뿐이었지만, 소매를 걷으니 그럭저럭 신관복과 비슷한 모양새가 되었다.
주첨기는 용좌에 앉아 세피로스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의 고아소년 같던 모습과는 천지차이다.
주첨기가 입을 열었다.
“짐은 그대에게 신명대국에 의지하라고는 하지 않겠다. 신명대국에 의지하고 말고는 모두 그대의 뜻에 달렸다.”
세피로스는 깊은 생각을 하는 듯 고심 어린 표정의 얼굴을 깊게 숙였다.
“조용히 좀 해! 알았다니까. 말 안 해도 알아.”
가벼운 경장 차림과 청년의 검은 상당히 어울리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도 검에는 신기가 어려 있었다. 보는 이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는, 공경심을 자아내는 신비한 매력이 깃들어 있다.
청년은 혼자 중얼거리며 신검을 휘둘렀다.
신검이 오색찬란한 빛을 발했다.
투두두두
검이 휘둘러진 방향으로 지면이 갈라졌다. 검의 위력인지 청년의 능력인지 실로 놀라웠다.
지면이 갈라지기가 무섭게 차가운 냉기가 뿜어져 나와 스켈레톤을 얼렸다.
청년이 두 번째로 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바람이 뿜어져 나와 스켈레톤을 단번에 부숴 버렸다.
부서진 스켈레톤 조각들이 갈라진 지면 틈으로 떨어졌다.
수백이든. 수천이든.
신검 앞에서 스켈레톤들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청년은 몇 차례 더 검을 휘둘렀다. 바람과 냉기, 그리고 화염까지 뿜어져 나와 삽시간에 스켈레톤들을 몰아쳐갔다.
시야에 가득 찼던 스켈레톤들은 어느새 땅에 묻혀 사라지고 말았다.
“다 끝났으니까 그만 좀 조잘대는 게 어때?”
주위에는 분명 아무도 없었다.
청년은 혼자 중얼거리며 칼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뭐? 그래, 너 잘났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아니면 어떤 정신 나간 기사가 널 쓰겠냐? 차라리 집에 있던 녹슨 검을 가지고 나오지. 몰라. 몰라. 시끄러.”
청년의 이름은 판.
에드먼 제국의 명망 높은 백작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율리안으로 수련을 온 것이다.
에드먼에서 율리안으로 넘어오던 도중 힐튼에서 낡은 성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이 검을 취하게 되었다.
위력은 대단하지만 곧 그를 질리게 만들었다.
자신을 플로라시오 엘레바도라는 전설적인 대장장이라고 몇 번이나 자랑했는지 모른다. 또 왜 그렇게 잘난 체가 심하고 말도 많은지 모른다.
판은 신검을 취한 후로 줄곧 두통에 시달려왔다. 물론 엘레바도 가문의 마지막 대장장이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벌써 수백 년 전의 일이다. 갑자기 사라져 엘레바도 가문의 혈통이 끊겼다고 했다. 그런데 그 대장장이가 직접 검이 되었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의 말에 따르면 완전한 검이 되었다고는 하는데 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완전한 검? 플로 네가 검에서 떠나기 전까지는 완전하지 않아. 주인을 두통에 시달리게 하는데 그게 무슨 신검이야? 마검이지. 뭐? 내가 주인 맞잖아. 넌 검이고.”
판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제 주인을 때려? 이거 완전 마검이야. 그러면서 무슨 마신을 봉인했다고 그래? 한 번만 내 몸 가지고 장난치면 끝인 줄 알아. 에고, 그래도 한때는 제국을 구원했다고 하니 이렇게 가지고 다니는 줄 알라고. 익! 어째서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죽었다고 장담하지? 나의 제국검술을 무시하지 말라고. 됐다! 너하고 떠들어봤자 머리만 아파.”
판은 두껍고 짙은 눈썹을 씰룩였다. 그는 몸을 돌리며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만들었다.
멀리 도시 입구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판 경 만세!”
“판 경 만세!”
판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도시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에드먼 제국의 판 경이 온 이후로 도시는 안정되었다. 이미 주변 도시들은 모두 스켈레톤에 의해 파괴되었지만 이 도시만은 아직 안전했다.
모두 판 덕분이다.
놀라온 검술로 스켈레톤 수천이 몰려와도 단번에 막아주었다. 그 덕에 다른 도시에서 피난민들이 몰려들어 도시는 사람들로 가득 찼지만 불평을 토하는 이는 없다.
판이 없었으면 다 같은 피난민 입장이 되었을 터.
“판 경, 말씀대로 자경단을 조직했습니다.”
율리안의 성기사 갑옷을 입은 기사가 판에게 고개를 숙였다.
판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이제는 도시로 피난 온 이들을 보호하는 기사단장이 되어 버렸다.
“데리고 와라.”
판이 말했다.
에드먼 제국의 백작가 장남으로 태어난 그에게 하대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예, 판 경.”
자경단의 규모는 생각보다 꽤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수도에서 도망친 성기사들의 수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도망쳤던 성기사들과 심신이 건강한 청년들을 모두 모으니 그 수가 5천 명이 넘었다.
“저기 봐, 플로.”
판이 혼자 중얼거렸다. 5천여 명의 자경단이 도시 입구 쪽으로 질서정연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와아아아!”
사람들에게서 우레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착
자경단은 판 앞에 멈추어 섰다. 판을 향해 일제히 경례했다.
“판 경의 지휘 아래 도시를 보호할 자경단 5천여 명이 도착했습니다.”
성기사가 큰소리로 외쳤다.
“수고했다.”
판은 자경단의 주위를 돌아보았다.
대부분이 성기사들인지라 체계가 잘 잡혀 있다. 성기사가 아니었던 청년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장엄한 표정으로 검을 쥐고 있었다.
“보다시피 스켈레톤은 언제나 이 도시를 노리고 있다.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을 것인가?”
“아닙니다!”
“또다시 도망칠 것인가?”
“아닙니다!”
“검을 뽑겠는가?”
“예!”
판은 나이는 이제 겨우 스물다섯이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성기사들도 상당하지만 어느 누구도 판을 경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공경하고 그를 찬양하고 있다.
그가 있기에 살 수 있었고, 살고 있다!
판이 신검으로 도시 밖을 가리켰다. 판은 스켈레톤들을 부셔 땅속에 묻었었다. 그런데 스켈레톤은 얼마 가지 않아 흙을 뚫고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자경단과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스켈레톤 쪽으로 돌아갔다.
무섭다.
하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저기를 봐라! 스켈레톤들이 다시 살아서 일어나고 있다. 가서 저들을 부숴 버리자!”
젊은 판이 신검을 치켜세웠다.
오색 빛이 뿜어져 나와 모두의 얼굴을 밝혔다.
“와아아아!”
판은 도시 밖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스켈레톤들도 도시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언제 부서졌었냐는 듯 멀쩡한 모습이었고, 시미타는 월광에 번쩍거리고 있었다.
“재촉하지 마. 알아서 한다니까.”
판은 내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신검을 휘둘렀다.
화아악
신검에서 거친 불길이 토해졌다. 수백 마리의 스켈레톤이 화염에 닿자마자 단번에 무너졌다.
판은 사방으로 검을 움직였다.
드래곤의 브레스?
그에 필적할 만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사정없이 몰아친 불길은 순식간에 스켈레톤들의 수를 1할로 줄여 놓았다.
“으아아압!”
남은 스켈레톤들을 향해 자경단이 뛰어갔다.
자경단의 분노 어린 검들이 몇 남지 않은 스켈레톤들을 무참히 갈라 버렸다.
판은 더 이상 스켈레톤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팔짱을 끼었다. 자경단의 활약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플로, 안 돼. 모두 전의를 상실해서…… 이제는 그걸 회복할 때야.”
여전히 혼자 중얼거리는 판.
수라혈마와 퇴괴평온당에 율리안의 망자들을 퇴치하라는 황명이 떨어졌다.
쿵
수라혈마의 데이모스 혈권이 움직였다. 피난민들은 부랴부랴 길을 비켜섰다. 적광으로 빛나는 혈권의 기체 뒤로 퇴괴평온당 100여 명이 따랐다.
신명대국의 국기인 신명기(新明旗)가 붉은 물결을 치며 펄럭였다.
피난민과 신명국의 백성들은 경외심 어린 눈빛으로 혈권과 퇴괴평온당원들을 바라보았다.
사기등등한 그들의 기세는 무엇이든 부숴 버릴 듯하다.
혈권과 퇴괴평온당이 스켈레톤 군단을 무찌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빈 국경엔 급히 정파고수 50여 명이 채워졌다.
“낄낄!”
수라혈마는 마음껏 웃었다. 통쾌하기 짝이 없다. 망자퇴치에 나서고 싶어 했던 진천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른다. 제자가 자신을 지목했을 때 진천이 헛기침을 연신 해댔다.
수라혈마의 데이모스 혈권은 무지막지한 위력을 다음 전투에서 선보였다.
일격으로 스켈레톤 천여 기 이상을 뼛조각으로 만들었다.
행보에 거침이 없었다. 무작정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목표는 율리안을 점령한 망자들과 대흑마괴, 흑골을 전멸시키는 일!
하지만 적수가 생겼다.
바로 에드먼 제국이다.
‘제논 공작 그놈이 도달하기 전에 본좌가 모두 없애주지. 낄낄낄!’
“더욱더 안으로!”
수라혈마가 외쳤다.
스켈레톤들은 혈권과 퇴괴평온당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뿐,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난다. 오히려 그 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 듯했다.
하루가 지났을 때 수라혈마는 율리안의 수도에 근접한 도시 방그라에 들어왔다.
방그라에는 썩어가는 사람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건물들 벽에는 굳은 핏덩어리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던 스켈레톤들과 다시 부활한 스켈레톤들이 수라혈마와 퇴괴평온당을 포위했다.
“끈질긴 놈들…….”
수라혈마는 혀를 찼다.
퇴괴평온당의 고수들이 도시를 둘러싸고 스켈레톤의 공격을 방어하기 시작했다.
도시에 오기까지 하루.
꼬박 전투만 치렀다.
아무리 절정고수라 하나 사람인지라 몸에 피곤이 쌓인 모양이다.
“잠 좀 자자! 잠 좀!”
천파편살이 짜증스러운 어투와 함께 채찍을 휘둘렀다. 뱀의 혀같이 날름거리다가 단번에 스켈레톤의 목을 갈라 버렸다. 스켈레톤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스켈레톤의 뼈가 꿈틀거렸다. 다시 본래의 상태로 붙는 것을 보며 천파편살이 내력을 일으켰다.
“으아, 잠 좀 자자고! 제발 좀 이렇게 부탁한다.”
말과는 다른 행동. 내력으로 감싼 채찍이 스켈레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정수리부터 하단까지 갈라 버렸다. 가루를 낼 심산인지 한 놈을 집중적으로 부숴 버렸다.
그래도 잠시 후에 다시 붙어버린다.
전투를 좋아하는 사파고수들이지만 이쯤 되면 질려버린다. 모두의 짜증이 빗발쳤다. 침을 퉤악 내뱉으면서 도시 안으로 들어오려는 스켈레톤에게 병기를 휘둘렀다.
“클클!”
그런데 웬일일까?
수라혈마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들어라.”
혈권이 언덕 위의 성을 가리켰다.
“모두 성안으로 들어가 한숨 자라. 본좌가 이놈들을 상대하겠다.”
혈권에서 웅장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장군님!”
사파고수들이 동그래진 눈으로 혈권을 바라보았다.
혈권은 쿵쾅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아닙니다, 대장군님.”
사파고수들이 말했다.
“이놈들아, 속이 다 보이느니라. 낄낄낄! 본좌의 명이다. 모두 성안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 앞으로 이 망자들과 지겹도록 전투를 벌여야 할 너희들이다.”
“대장군님……!”
모두들 감동한 모양이다.
수라혈마가 큰소리로 다시 한 번 명한 후에야 퇴괴평온당원들은 언덕 위로 보이는 성 쪽으로 몸을 날렸다.
수라혈마도 혈권을 움직여 성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드드득
도시의 문이 모두 열렸다. 스켈레톤들이 벌떼처럼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이 지겨운 놈들! 모두 가루로 만들어 주마.”
스켈레톤들은 순식간에 성문 앞까지 모여들었다. 다행인 것은 성의 반대편은 절벽이라 성문만 막아서면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수라혈마가 낄낄거렸다.
혈권의 주먹이 강하게 쥐어졌다.
기체의 중앙에 잠재된 강력한 기운을 끌어 모았다. 순간 수라혈마는 놀랐다.
자신의 내력을 초과하는 기운이다. 거기다 그의 내력까지 합해지자 혈권의 주먹은 용암처럼 뻘겋게 달아올랐다.
수라혈마는 그대로 권을 뻗었다. 주먹에서 붉은 권광이 태풍처럼 몰아쳤다.
태풍이 스켈레톤들을 지나쳐갔다. 스켈레톤들은 곧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콰아아아아앙
권강이 스켈레톤 군단을 뚫고 반대편 산에 부딪쳤다. 산중턱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좋다! 낄낄낄!”
수라혈마는 신이 났다.
그러나 한편으론 당황스러웠다.
수라혈마는 스켈레톤을 굽어보며 외쳤다.
“오너라, 어섯!”
2만이 넘어 보이는 스켈레톤들이 그를 향해 돌진했다.
어김없이 혈권의 권광이 스켈레톤 군단을 꿰뚫고 지나갔다. 놈들은 발악조차 해 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권광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가 크게 비었다. 그러나 그 자리를 다른 스켈레톤들이 메웠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서졌던 스켈레톤들이 다시 일어났다.
“좋다. 네놈들이 이기나 본좌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