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martial artist RAW novel - Chapter 58
제4화 혁명의 날이 밝다
평서.
“바로 오늘, 혁명의 날이 다가왔다.”
뜨거운 햇살이 유이드의 눈을 찔렀다. 유이드는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주시했다.
잘 훈련된 5천 명의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1만 혁명군을 숨기기 위해 그간 은밀하게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아간다.
유이드가 검을 빼 들어 높이 올렸다.
“와아아아!”
혁명군이 함성을 내질렀다. 함성소리는 유이드의 가슴을 가득 메웠다.
유이드는 힘을 주어 입을 다물었다.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킬릭스.”
유이드가 말했다.
은발의 청년이 유이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천막 안에는 유이드와 은발청년 킬릭스 단둘뿐이었다.
“정말 오늘이라고 했소?”
유이드가 물었다.
“그렇다. 마스터께서 오늘이라고 하셨다. 오늘 평서지방뿐만 아니라 대륙 곳곳에서 신명국을 향한 반심의 깃발들이 펄럭일 것이다.”
“우리 말고도?”
“평원, 평동 그리고 이곳 평서. 신명국령 전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그럴수록 우리에게 이득이 왔으면 왔지 손해는 오지 않을 것이다.”
“맞다. 성공적으로 혁명을 마치도록.”
“고맙군. 너에게도 그리고 네 마스터에게도.”
유이드가 악수를 청했다.
킬릭스의 손은 차가웠다. 초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손이라니? 죽은 이의 손을 만진 것 같아 기분이 찝찝했다.
유이드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사령관님.”
천막 밖에서 병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무슨 일이냐?”
“영주의 병사들이 이쪽으로 진군하고 있습니다.”
“그 수가?”
“보병이 5천이 넘습니다만 자군보다는 열세가 분명합니다.”
“확실한가?”
“예!”
“좋다. 날 잡아 줍쇼 하고 달려드는데 안 먹을 수 있겠는가. 영주의 병사들을 상대할 것이다. 모두 진군준비를 마치도록!”
“예!”
병사는 힘차게 외쳤다.
“드디어 시작이오.”
유이드가 킬릭스에게 말했다.
“성공할 것이다. 나도 이번 전투에 참가할 것이다. 그것이 마스터의 명이시다.”
“알겠소. 전장의 선봉에 설 영광을 그대가 차지하는구려. 어디 한번 마음 놓고 싸워 봅시다. 신명국의 병사든 악마들이든!”
킬릭스와 유이드는 갈색 말에 올라타 군을 호령했다. 영주성에서 병사(예전 로스엔 대전 때 살아남은 구 로스엔의 병사들)들이 반군을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유이드의 반군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로를 향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일부러 위험을 감수하고 수도 근처에서 병사들을 키웠다. 이번 영주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곧바로 평서왕성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최단기간 내에 평서왕성을 함락시킨다!
그리고 농성.
이것이 바로 반군의 작전이다.
“저들이군.”
유이드의 맞은편에서 기사들이 달려왔다.
신명국의 문장이 박혀 있는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있었고, 말 뒤에는 신명기가 달려 펄럭였다.
적수가 적으니 전열을 가다듬는 것보다는 이 상태로 돌격을 명령하는 것이 옳았다.
“적병이 보인다. 혁명의 날이 밝았다. 돌격!”
유이드가 칼 대신 활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와아아아!”
반군들은 그대로 돌진했다.
영주로 보이는 자가 반군들의 기세를 보고 말머리를 돌렸으나 이미 늦었다. 먼 곳에서 유이드가 화살을 쏜 것이다.
화살이 영주의 목을 관통했다. 영주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여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우왕좌왕하는 영주의 병사들 진형으로 반군이 깊이 파고들었다.
챙챙!
칼과 칼이 부딪치고,
슈웅!
화살과 화살이 난무하여,
“악!”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승세는 처음부터 반군 쪽으로 기울었다. 그들은 훈련받은 대로 전투에 임했다.
유이드의 통솔력도 뛰어나 자병의 활용을 극대화시켰다. 킬릭스 또한 최전방에서 놀라운 무위를 선보였다.
“항복이오.”
영주가 죽고 나서 지휘권을 넘겨받은 것은 영주의 가신 중 하나였다. 그가 무릎을 꿇었다.
병사들도 병장기를 버렸다.
이번 전투로 반군 쪽 전사자가 천 명이 약간 넘는 반면 영주 쪽 전사자는 3천 명이 넘었다. 그리고 남은 2천 명은 포로로 잡혀 모두 포박당했다.
“자, 기세가 좋다. 오늘 하늘은 우리 편이다. 이대로 평서왕성까지 함락한다!”
히이이잉
유이드의 말이 앞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진군은 순조로웠다. 혁명군을 자칭하고 나섰기에 백성들을 약탈하지 않았다.
영주의 병사들과 전투가 끝난 지 반나절 만에 신명국 검사들과 조우하게 되었다.
“신명국 검사라니…… 그것도 열 명이나 되오.”
유이드가 말했다.
“포로를 인질로 삼는 것이 어떠한가?”
“그건 비겁하지 않소?”
“전쟁에서 비겁함을 찾는 것은 소인배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유이드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진형의 끝자락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포로들이 보였다. 손과 손을 로프로 묶어 행렬의 끝이 보일 듯 말 듯했다.
“이놈들!”
광태랑은 화가 났다.
반란이라니?
황제폐하만큼 치세를 하시는 분이 어디 계시기에 반란이란 말인가. 황제폐하는 평서와 본토를 차별하지 않으시며, 이번에도 대단위의 원조를 하셨다.
그런데 반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분개한 광태랑은 반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급한 대로 데리고 온 아홉 명의 고수와 함께였다. 치솟은 검기가 일렁거렸다.
반군들은 혼란에 빠졌다. 신명국 검사들이 어떤 자라는 것을 듣고, 그들의 전투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자도 상당했다.
신명국 검사는 악마다!
하지만 모두 신명국 검사들을 상대하기 위해 그동안 피마는 훈련을 받았다.
덜덜!
그러나 몸이 떨렸다. 달려오는 신명국 검사들을 보고 뒷걸음질만 칠뿐이었다.
“훈련대로 해라! 두려워할 필요 없다. 그들도 사람일 터, 단 열 명으로 만 명을 상대할 수는 없다! 우리는 만 명이다. 그리고 혁명의 이름으로 검을 들었다.”
“와아아!”
유이드의 외침으로 사기가 충만해졌다. 익숙한 솜씨로 화살을 메기고 쏘아 보냈다.
슈슈슛
화살들이 고수들을 향해 날아갔다.
고수들이 병기를 휘둘렀다. 수십 자루의 화살들이 허공에서 두 조각나 떨어졌다.
간혹 틈을 파고들어 섬뜩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고수들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고개를 꺾고 허리를 비틀었다.
“절대 접근전을 벌이지 마라! 최대한 검사들에게서 떨어져 원거리 병기를 사용한다. 접근할라치면 익힌 방어전법대로 나가라.”
유이드의 외침소리는 점점 커졌다.
병사들은 자꾸 뒤로 빠지며 화살만 쏘아댔다. 확실히 유이드의 전법은 효과가 있었다.
고수들의 접근속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이익!”
광태랑은 분개하며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감정부터 앞섰다. 화살 한 자루가 그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 죽여주마! 황제폐하께서 너희 염병할 것들에게 무엇을 부족하게 대하셨단 말이더냐. 자고로 은혜를 모르는 염병할 것들은 다 죽어야 한다.”
광태랑이 폭갈을 퍼부었다.
거의 접근했다. 이제 궁수들을 베는 일만 남았다.
“방어진형!”
제일 앞에 선 병사들이 병기를 내려놓는 대신 방패를 집어 들어 겹겹이 에워쌌다.
방패의 표면은 몹시 매끈했다. 햇빛이 방패에 부딪쳐 번쩍거렸다.
“컥!”
광태랑은 눈이 부셔 자기도 모르게 질끈 감고야 말았다. 방패 사이로 불쑥 화살들이 튀어나왔다.
광태랑의 어깨에 화살이 박혔다. 그는 급히 뒤로 몸을 날렸다.
“이이…… 제기랄!”
화살을 뽑아내자 피가 철철 흘렀다. 광태랑은 혈을 눌러 지혈했다.
“이런 식으로 접근을 불허하다니…….”
고수들이 중얼거렸다. 멀어지면 화살을 쏘아대고, 접근할라치면 햇빛을 반사시키니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생각하나 마나! 머리를 굴려서 뭐 하겠어? 그냥 덮치고 보는 거다.”
광태랑은 지면을 박찼다.
“뭐, 뭐야!”
반군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광태랑의 기세는 그야말로 폭풍 같았다. 죽음이 두렵지 않아 보였다.
그는 화살들을 쳐냈고, 미처 쳐내지 못한 화살들이 몸을 스쳐도 담담했다.
병사들은 급히 방패를 들었다.
눈이 부셨다. 그래도 광태랑은 눈을 부릅떴다. 시야가 온통 하얀색으로 가득 찼다.
광태랑은 정면을 향해 권기를 터트렸다.
쾅!
폭발음과 함께 반군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시력이 돌아왔을 때 먼 곳에서 반군들을 지휘하는 사령관이 보였다.
바로 저놈이 원흉이다!
광태랑은 단신으로 반란군을 파고들었다. 반란군은 그의 기세에 눌려 어쩔 줄을 몰랐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탓!
광태랑은 땅을 박차고 높이 뛰어올랐다.
유이드가 화살을 쏘아 보냈다. 광태랑은 허공에서 화살을 잡았다. 그 상태로 유이드의 머리를 향해 낙하했다.
“죽엇!”
광태랑은 권기를 실어 내리꽂았다.
“킬릭스.”
유이드는 조용히 뇌까렸다. 그러자 킬릭스가 광태랑을 향해 몸을 솟구쳤다.
광태랑은 유이드에게 향했던 공격방향을 킬릭스로 바꾸었다. 킬릭스의 검과 광태랑의 검기가 중간에서 부딪쳤다.
“제법인걸?”
광태랑은 의외였다.
‘반군에 이런 거물이…… 아니다! 이자는 사람이 아니야. 그럼 뭐지?’
순간 광태랑에게서 빈틈이 드러났다. 킬릭스의 검이 그의 목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광태랑은 신음과 함께 몸을 뒤로 튕겼다.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검을 피해냈다.
킬릭스는 아쉽다는 표정조차 짓지 않았다.
“넌 누구냐?”
광태랑이 킬릭스에게 외쳤다.
사람은 모두 생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생기를 지니고 있지 않다!
광태랑은 스켈레톤을 떠올렸다. 외모는 다르지만 풍기는 냄새가 비슷했다.
“호오라!”
광태랑은 뭔가를 알았다는 듯 끄덕였다.
“신명국의 검사들은 들어라! 세상은 바뀌었다. 우리 혁명군에 투항한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유이드가 광태랑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일단의 병사들이 광태랑을 겹겹이 에워쌌다.
“얼어 죽을 소리!”
광태랑은 주변을 경계했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자가 있으면 일격으로 눕혔다.
반군은 쉽게 광태랑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것은 광태랑도 마찬가지였다. 반군들이 포위망을 점점 좁혀왔다.
최전방의 반군들은 아직도 아홉 명의 고수들을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오로지 광태랑만이 반군의 한가운데 떨어진 꼴이 되었다.
“크으…….”
상대는 1만.
광태랑은 하나.
광태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죽음을 각오했다. 이렇게 된 이상 살아서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으아아압!”
광태랑은 크게 기합을 내질렀다. 땅이 흔들렸다. 병사들의 신형이 크게 휘청거렸다.
자신이 분노하긴 했지만 지축을 뒤흔들 만한 내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광태랑은 잘 알고 있었다. 급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덕 위에 누군가 있었다.
“평서왕 전하……!”
광태랑이 발견한 것은 오히려 반란군들을 포위한 진천과 고수 수십여 명이었다.
평동.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도착한 급보들은 오늘을 최악의 날로 만들었다.
한두 군데가 아니다. 벌써 도착한 급보들만 다섯 개가 넘었다.
“무트 마을에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시스렌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레스트 마을은 스클 마을과 연합하여 투산성을 함락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급보들이 날아들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전부 다 저의 책임입니다. 백성들의 고난을 생각도 못 하고…….”
세피로스가 말했다.
“아니오, 세피로스. 누구의 책임도 아니오. 필시 누군가의 계책일 것이오. 반란의 주동자는 누군가?”
매화일검은 전령에게 물었다.
“휴먼즈라는 청년입니다.”
“청년? 그자가 누군지 알아왔는가?”
“예, 공작님. 그자는 북마크 마을에 처음 나타났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던 자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대규모 식량을 여러 마을에 지원했다는 점으로 보아 그를 돕는 세력이 있거나, 아니면 타국의 거상일 거라고 추측됩니다. 굶주린 이들에게 식량을 나눠 주면서 선동했습니다. 백성들은 그를 은인이라면서 추앙하고 있습니다.”
전령이 답했다.
“민란은 어디까지 퍼졌나?”
“평동왕성 주위의 마을은 물론이고 중부지방까지 퍼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걸 지금까지 모를 수 있었을까?”
매화일검은 머리가 아팠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공작님…….”
어린 세피로스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미 벌어진 일, 어쩔 수 없소. 민란을 빨리 제압하고 주동자 휴먼즈를 잡아들이는 수밖에. 그런데 평동왕 전하의 또 다른 소식은 없소?”
“예, 공작님. 오늘 아침에 들어온 황성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부입니다.”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오?”
민란은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는데 왕이 자리에 없었다. 매화일검은 공작으로서 왕의 자리를 당분간 대신해야 했다.
매화일검이 명령을 내렸다.
“황제폐하께 반심을 품은 자는 용서할 수 없다. 과격한 방법을 행해도 좋으니 불처럼 퍼져가는 민란을 막아야 한다. 휴먼즈의 행방도 알아오고 자경단을 소집해라. 내가 직접 민란을 제압하겠다.”
“예, 공작님.”
프린트 자경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팀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프린트 내의 자경단을 모두 모았다. 대략 3천여 명 정도였다.
모두에게 전시령을 내렸다. 그리고 민란이 일어난 마을에서 프린트로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정보가 수집되었다. 휴먼즈는 처음 선동한 북마크의 사람들을 이끌고 주변의 성을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팀은 매화일검에게 가서 취합한 정보를 보고했다.
“북마크 백성들과 있다고? 그럼 지금까지 민란에 가담한 백성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가?”
“2만입니다.”
“2만이라…….”
생각보다 많았다. 문제는 그 수가 점점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매화일검이 팀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만 해도 반란에 가담한 마을이 열 군데나 파악되었다는 급보가 들어왔다.
매화일검은 각 도시를 지키고 있는 고수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각자 도시를 지키되 최대한 인명피해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비록 민란을 일으키긴 했으나 그들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선한 백성들이기 때문이다.
평동지방에 있는 고수들은 저마다 자경단을 이끌고 민란을 제압하러 나섰다.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매화일검 공작의 명령대로 피해가 없도록 노력했다.
자경단은 제압에 나서기보다는 보다 확실한 명령이 내려올 때까지 방어임무에 충실했다.
“공작님.”
세피로스와 매화일검도 수도의 자경단과 함께 민란진압에 나섰다.
“식량을 달라!”
“타도 신명국!”
“성을 함락하자!”
횃불 수백 개가 어둠 속에서 어른 거렸다. 성난 군중들은 온갖 농기구를 휘둘렀고, 소리가 나는 물건들을 가져다 우렁차게 울려댔다.
매화일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휴먼즈부터 잡아야겠소, 세피로스.”
“맞습니다, 공작님. 민란은 휴먼즈가 나타났다던 북마크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은 민란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모든 민란의 중심에는 바로 그 주동자 휴먼즈가 있습니다.”
“세피로스, 그대는 더 이상 민란이 커지지 않도록 진압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공작님.”
매화일검은 곧장 몸을 날렸다.
“공격하지 말아 주십시오. 다만 필요할 때는 공격하셔도 좋습니다. 평동왕 전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자리를 지켜 주십시오.”
세피로스는 급히 외쳤다. 높은 톤의 어린 목소리가 자경단 사이에 울려 퍼졌다.
“예!”
자경단원들은 할버드의 날 대신 바닥 쪽으로 백성들을 밀어냈다.
백성들 사이에서 날아온 돌멩이들이 자경단 청년들을 강타했다.
퍽!
세피로스도 눈에 한 방 맞았다. 피가 흐르고 고통스러웠지만 백성들을 죽이라고 명령하지는 않았다.
‘전하…… 언제쯤 오십니까!’
세피로스는 평동왕 수라혈마가 어서 빨리 오길 간절히 기도했다.
수라혈마는 수레를 몰고 가던 중 도적단의 습격을 받았다.
그런데 도적들은 매우 엉성해 보였다. 도적이라기보다는 어디서 일하다 나온 농부들 같았다.
“머, 멈춰!”
두건을 쓴 자의 목소리는 중년사내의 것이었다.
수라혈마는 코웃음쳤다.
“낄낄, 도적질을 처음 하는 모양인데 상대를 잘못 잡은 것 같은데? 본좌가 누군지 알고 그래? 낄낄.”
“누, 누구든 상관없다. 수, 수레를 놓고 가면 모, 목숨만은 살려 주도록 하지.”
“수, 수레를 놓고 가면 모, 목숨만은 살려 주도록 하지. 낄낄낄!”
수라혈마는 상대방의 말을 따라하며 낄낄거렸다.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마주쳤다. 그러곤 슬금슬금 수라혈마에게 다가갔다.
“아, 제자가 사람 죽이지 말랬는데…….”
수라혈마는 고개를 까닥거렸다.
“올 테면 와라. 낄낄, 본좌도 칼을 잡지 못해 요즘 손이 근질근질했거든.”
“후, 후회하지 마랏!”
“괜찮다. 얼마든지…….”
수라혈마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민란자들은 수라혈마가 내력을 감추고 있는지라 우습게 보았다. 단순히 입이 험한 노인이 신명국에서 식량을 구해 돌아오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다.
민란자는 대충 20여 명이었다. 조금씩 수라혈마에게 다가갔다. 이런 일은 처음인지라 몸이 떨렸다.
그러나 눈앞의 식량을 보고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정말 하려나 본데? 낄낄.”
수라혈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장을 폈다. 손끝에 어스름히 살기가 맺혔다.
살기는 순식간에 주변을 압도했다. 다가오던 민란자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이, 이건 아닌데…….’
민란자들은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자신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늙은 노인!
잘못 건드렸다. 그는 보통 노인이 아니다. 야수다!
민란자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활짝 피어 있던 꽃도 살기에 눌려 금방 시들고야 말았다.
수라혈마는 맨 먼저 말을 걸어온 중년사내 앞으로 다가갔다. 그 앞에 선 것만으로도 사내는 숨이 턱턱 막혔다.
“본좌에게 뭐라고 했더라?”
“살…….”
사내는 수라혈마의 눈을 보았다. 피처럼 끈적끈적하고 붉은빛이 번질거리고 있었다.
수라혈마가 손을 올렸다. 손톱이 한마디 정도 자라 있었다. 그 날카로운 손톱으로 중년사내의 목을 꿰뚫어 버릴 심산인 것 같았다.
수라혈마는 ‘큭!’하고 코웃음을 내뿜더니 손을 뻗었다.
쑤아악
손톱은 몹시 날카로웠다.
그때였다.
[끼끼…….]수라혈마의 품 안에서 아기설령들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수라혈마는 흠칫하며 손을 멈추었다. 중년사내는 그대로 혼절하여 바닥에 쓰러졌다.
수라혈마는 시선을 내려 품 안의 아기설령들을 보았다.
[끼, 끼, 끼…….]아기설령들이 수라혈마의 가슴에 볼을 비비적거렸다.
“그래, 그렇게 하마.”
수라혈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문제인가?”
수라혈마가 다른 민란자에게 물었다.
민란자는 입을 뻐금거렸다.
“지금 본좌가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보아하니 먹을 게 없는 것 같군. 맞나?”
그제야 민란자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 본좌 뒤로 보이는 수레에는 온갖 보물들이 가득 차 있다. 뭐 왕성까지 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시간이 많다면 따라와도 좋다. 보물을 식량으로 바꿔 나눠 줄 테니, 낄낄낄!”
수라혈마가 말했다.
“저, 정말이십니까?”
“본좌가 누군지나 아느냐?”
“뉘, 뉘신지……?”
“키키키, 모두들 나를 평동왕 전하라고 부르지.”
수라혈마는 가슴을 쫙 펴고 코끝을 치켜들었다.
“저, 전하!”
수라혈마의 모습을 보고도 설마설마했다. 하지만 결국 그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사실로 판명되었다.
흰 머리에 검은 눈, 그리고 괴상한 웃음소리!
사람들은 신명대국의 평동왕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자라고 해도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다면 단번에 알아볼 거라고 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고!
“따라와라.”
수라혈마는 아기설령들이 갑갑할까 봐 밖으로 꺼내 어깨에 올렸다.
[끼끼.]아기설령들은 수라혈마의 거친 볼에 몸을 비벼댔다.
수라혈마 뒤로 거대한 수레와 도적질을 하려고 했던 민란자 20여 명이 따랐다.
한참을 가던 중 수라혈마는 민란자들이 성을 에워싸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휙
수라혈마는 뒤로 고개를 돌렸다. 뒤따라오던 민란자들이 흠칫 놀랐다.
“반란이었는가?”
수라혈마가 물었다.
“예? 예…….”
민란자들이 힘없이 대답했다.
대번에 수라혈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조금도 움직이지 마라. 본좌가 돌아와서 봤을 때 발가락 하나라도 움직인 자는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리겠다. 도망가면 죽을 때까지 쫓아가 지옥이란 게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 주겠다.”
수라혈마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민란자들은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수라혈마가 다시 괴성을 터트렸다.
“이 배은망덕한……!”
천지가 울렸다.
천여 명의 민란자들이 우레가 터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분노하고 있는 한 노인이 보였다. 노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악마라는 표현이 옳을 정도였다.
“황제폐하께서는 언제나 너희들을 걱정하시느라 밤잠을 못 이루신다. 애초에 너희들이 대국으로 피난을 왔을 때도, 은혜를 모르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도 막지 않으신 폐하시다. 고향으로 돌아온 책임을 지금 누구에게 전가하려 하는가? 막말로 그대로 대국에 남은 자들은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본좌는 어려운 말하기 싫다. 한마디로 너희들은 배은망덕한 죽일 놈들이다!”
수라혈마는 내력을 터트려 수십 명을 날려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끼끼!]어깨 위의 아기설령들이 심하게 울어댔다.
“본좌는 이 평동을 다스리는 평동왕 수라혈마이니라.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병기를 버리고 본좌를 따르라.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너희를 먹여 살리라고 황제폐하께서 보물을 내려 주셨다. 저 보물이라면 평동의 모든 백성들이 굶주림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본좌를 따라와라. 평동왕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느니, 따라오는 자에겐 식량을 주고 그러지 않는 자는 죽일 것이다. 본좌는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열을 세겠다. 하나, 둘, 셋, 넷…….”
수라혈마가 수를 셀 때마다 그의 몸에서 불어나오는 살기 또한 거세어졌다.
“다섯, 여섯…….”
수라혈마는 권기를 터트릴 준비를 마쳤다. 금방이라도 눈앞의 민란자들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일곱, 여덟…….”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파악한 민란자들은 웅성거렸다.
저자가 정말로 평동왕 수라혈마 전하시라면?
상황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혼자서 만 명의 대군을 능히 상대할 수 있는 평동왕 전하시다. 하물며 군사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평민 천 명을 상대하지 못할까?
민란자들은 수라혈마를 향해 달려왔다. 내버린 병기들이 발에 채여 나뒹굴었다.
민란자들은 수라혈마 앞에 도착하는 즉시 속속 무릎을 꿇었다. 대륙에 널리 퍼진 수라혈마의 명성으로 보아 이 정도는 마땅하다.
“전하!”
성안에서 혈아가 나왔다.
“혈아?”
수라혈마는 이 성을 다스리는 자가 혈아라는 것을 어렵게 기억해냈다.
“예, 전하.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
“민란이 일어난 지 꽤 된 듯한데 아직까지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느냐? 본좌가 왔기에망정이지…… 낄낄.”
“그게…… 백성들을 죽여서 진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하면 전하께 꾸지람을 들을까 봐 이렇게 방어만 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반란자들이라지만 그렇다고 이 많은 사람들을 전부 죽여 버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곳부터 왕성 사이에 있는 마을들이 전부 반란에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본좌가 마침 왕성으로 가는 중이니 모든 민란을 무마시켜 버리겠다.”
수라혈마가 자신 있게 말했다.
자신이 관리하는 영토에서 민란이 일어난 것은 자기책임이 분명했다. 수라혈마는 당황하기보다는 자신이 모두 책임지기로 생각했다.
“혈아, 민란으로 파괴된 마을을 복구하라.”
수라혈마는 곧바로 민란자들과 수레를 이끌고 왕성으로 향했다.
정말로 민란이 곳곳에서 크게 일어났다. 민란이 일어난 마을을 지나칠 때마다 수라혈마는 자신의 무력으로 협박을, 수레의 보물로 회유를 혼합하여 그들을 이끌었다.
급기야 만여 명의 민란자들이 수라혈마를 뒤따르게 되었다. 수가 늘어난 만큼 다른 민란자들을 끌어들이기가 쉬워졌다.
어느덧 왕성 근처의 북마크에 도달했다. 그런데 북마크는 다른 마을들과 달랐다.
5천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운집해 있었다. 어느 마을보다 강력하게 ‘타도 신명국!’을 외쳐댔다.
슈욱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민란자들의 머리 위를 뛰어넘었다.
“매화일검?”
수라혈마가 뇌까렸다.
매화일검은 한 명을 노리고 있었다. 민란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자. 바로 단상에 올라 민란자들을 선동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바로 휴먼즈다!
“휴먼즈! 반역을 주동한 죄를 물어 네놈을 잡으러 왔다.”
매화일검이 외쳤다.
챙!
매화일검의 검이 빠르게 뽑혔다. 달빛에 반사되어 검에서 빛이 났다.
한번 번쩍였다고 생각했는데 매화일검의 검은 이미 휴먼즈의 이마에 도달해 있었다.
휴먼즈의 눈이 크게 뜨였다.
매화일검의 검이 그의 머리를 찔렀다. 일반 평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매화일검의 실수였다. 휴먼즈의 머리는 단단하여 그의 검이 들어가지 않았다.
“사람이 아니었군.”
매화일검은 의미심장하게 뇌까렸다. 그의 검에서 검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신명국.
“내 그럴 줄 알았어!”
위혁민은 환희에 찬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
위혁민과 평소 친하게 지내던 모용휘는 당황했다.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 시국이 어지러운데, 내 그럴 줄 알았다니.
모용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것도 아냐.”
위혁민은 실실 쪼갰다.
“그동안 위혁민 자네를 잘못 본 것 같군. 이만 가겠네.”
모용휘는 위혁민의 처소에서 나가 버렸다. 그래도 위혁민은 한동안 실실 쪼갰다.
반란이 곧 일어날 것이란 예언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예언자가 말하길, 지금 일어난 반란은 현 황제가 천리를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인즉슨, 위혁민 자신이 황제가 되지 못해서 반란이 일어나고 세상이 어지럽다는 것이다.
위혁민은 주첨기를 암습하기로 결심했다. 예언자의 말이 척척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그가 예측한 ‘황제 위혁민의 등극’도 척척 맞아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위혁민은 품 안에 감춰두었던 검은 단검을 꺼냈다. 영상을 본 후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다.
위혁민은 즉시 황성으로 향했다.
황성에서는 많은 집정관들과 서기관들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녀들의 얼굴도 불안해 보였고 고수들도 모두 출진준비를 서둘렀다.
“그 소식 들었소? 지금 평서와 평동에서 민란이 크게 일어났다고 하오.”
몇몇 고수가 위혁민에게 말을 붙였다.
위혁민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쳤다. 황제 주첨기가 있는 처소에 다가서자 법병이 가로막았다.
“폐하께서는 아무도 들이시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긴급한 소식을 가지고 왔다.”
위혁민이 말했다.
곧 문이 열렸다. 위혁민은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검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장면이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과 고급스러운 커튼, 앞에 놓인 기다란 탁상…….
‘주첨기가 창문으로 다가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때 죽이면 모든 게 예언대로 이루어진다. 나를 원망하지 마라, 주첨기. 충신을 몰라본 너의 업보다.’
“폐하.”
위혁민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주첨기의 안색은 하룻밤 사이에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벼락같이 떨어진 반란소식들!
주첨기는 위혁민에게 시선을 옮겼다.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오라 어제의 일 때문입니다.”
“어제 일?”
“예, 폐하. 아직도 폐하께서 신을 어떻게 생각하시고 계신지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
주첨기는 할 말을 잃었다. 급한 일이 있다고 해서 들어오게 했더니 어제의 일에 대해 따지듯 묻는 것이 아닌가.
주첨기의 인상이 대번에 굳어 버렸다. 하지만 곧 표정이 평소처럼 돌아왔다.
“위혁민, 그대는 충언을 아끼지 않는 충신이다. 짐은 그대 같은 신하를 곁에 두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충언을 아끼지 말라.”
주첨기가 말했다.
위혁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늦었어, 주첨기!’
주첨기는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저 멀리 보이는 평원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는데 평서와 평동은 반란으로 몹시 시끄러운 상황이다. 그동안 너무 본토만 생각했다. 다 같은 신명대국의 백성들이 사는 곳이거늘…….
주첨기는 창밖을 보며 혀를 찼다.
위혁민은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단검의 영상에 나타났던 바로 그 장면, 주첨기가 뒷짐을 진 채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이다!’
위혁민은 천천히 다가갔다. 품속에 손을 넣어 단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잠시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위혁민은 스스로 되뇌었다.
‘이것이 바로 천리다!’
그는 단검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단검의 검은 날이 날카로운 빛을 뿜었다. 흡사 먹이를 노리는 승냥이의 이빨처럼 위혁민의 살기가 잔뜩 묻어 있었다.
위혁민은 주첨기의 전신을 살폈다. 주첨기는 여전히 추심 어린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혁민은 주첨기의 바로 뒤까지 다가갔다.
‘지금이다. 죽어라, 주첨기!’
슈우우욱!
위혁민은 일직선으로 단검을 찔러 들어갔다. 단검이 주첨기의 몸에 닿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마치 딱딱한 바위를 찌르는 느낌이었다.
위혁민은 당황해서 내력을 일으켰다.
“컥!”
챙
그러나 겁화처럼 뜨거운 기운에 휩싸여 급기야 단검을 놓치고 말았다.
주첨기는 몸을 돌렸다.
“어찌 네가……?”
반골의 낌새가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주첨기는 위혁민을 믿었다. 믿었던 자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자 분노보다는 슬픔이 밀려왔다.
“이, 이럴 리가 없어.”
위혁민이 고통과 함께 외쳤다.
“황제가 될 자는 바로 나야!”
“황제라고?”
“그래, 주첨기! 지금의 황제는 바로 나란 말이다. 이 위혁민이…….”
위혁민이 발악하는 소리가 밖까지 들렸다. 놀란 고수들이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고수들은 주첨기의 발밑에 떨어진 단검과 비명을 지르는 위혁민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황제를 시해하려 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듯한 눈들이었다.
“평서와 평동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황성에서는 개국공신이 황제를 배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