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132
132 이렇게 어려울 수가 있나
북부대로 후미진 곳의 작은 장원.
보고를 마친 오 당두가 입을 닫았다.
상관무외가 인상을 찌푸리며 오 당두에게 물었다.
“어디서도 아리마 유코의 종적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이냐?”
“예, 대인.”
“진무앙이 낙양에 있는데 그 계집이 복수를 포기하고 떠났을 리 없는데…….”
중얼거리던 상관무외가 오 당두에게 다시 물었다.
“진무앙의 주변에서도 그 계집의 종적을 찾을 수 없더냐?”
“그렇습니다, 대인.”
상관무외는 손끝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똑똑똑똑…….
‘아리마 유코의 집요함과 끈기는 살수계에서도 유래가 드물 정도라고 인정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복수를 포기했을 리는 없다. 아마도 진무앙의 주변에 머물며 기회를 노리고 있겠지…….’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가 낙양에 도착한 후로 상당한 시일이 흘렀다. 지금까지 진무앙을 한 번도 공격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데… 그녀도 진무앙에게 당한 건가? 아니면 실패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건가?’
그가 입을 열어 오 당두를 불렀다.
“오 당두.”
“예.”
“즉시 진무앙을 감시하던 수하들을 철수시켜라.”
“예?”
“아리마 유코는 여전히 진무앙의 주변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네가 그녀를 찾을 수 없다는 건, 그녀가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는 뜻일 수 있다. 그렇다면 수하들이 위험하다. 그녀가 살의를 품으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말귀를 알아들은 오 당두도 얼굴이 굳었다.
“알겠습니다, 대인.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삐이- 삐이- 삐이이-
오 당두가 입술을 오므려 새소리와 비슷한 휘파람을 불었다.
밖에서 같은 휘파람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리는가 싶더니 빠르게 멀어져 갔다.
상관무외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리마 유코라면 죽일 수 있을 거라고 믿었건만, 그녀도 역부족인 것인가……. 진무앙… 괴물 같은 놈……. 후우, 태감께서 결과를 학수고대하고 계시는데 마냥 그녀가 그를 죽이는 걸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의 생각은 쉼 없이 이어졌다.
‘막히면 돌아가라고 했다. 굳이 그를 죽이려고만 할 필요가 있을까? 대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놈을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가둬두면 되지 않을까?’
그의 눈에 번갯불 같은 신광이 어렸다.
길게 숨을 내쉰 그가 오 당두를 불렀다.
“오 당두.”
“예, 대인.”
“요새도 진소소는 계속 의원의 치료를 받고 있나?”
“예. 주기적으로 의원이 수향루를 방문하고 있고, 보약도 떨어지지 않게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수향루 내에서는 진무앙을 견모선생이라고 부르는 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상관무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견모선생? 그게 무슨 말이냐?”
“개털 진무앙 선생이라고… 그는 돈을 버는 족족 진소소를 위해 쓰다 보니 전낭에 돈이 남아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뒤에서 그를 견모선생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진무앙이 버는 돈은 소소보다 강석초에게 뜯기는 게 더 많았다. 하지만 오 당두가 그것까지 알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굳은 얼굴이던 상관무외가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하. 전투와 피에 미친 살인귀 혈수광랑이 견모선생이라고 불리다니! 그의 손에 죽은 자들이 들었다면 무덤 속에서 박장대소했을 말이로구나.”
웃음을 멈춘 그가 말을 이었다.
“진소소의 병은 이름조차 알 수 없을 만큼 특이한 것이다. 시중의 일반 의원이 그걸 완치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오 당두는 진중한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그 병을 고치려면 오래전 강호에서 모습을 감춘 파면괴의나 귀수신의 정도가 진료해야 한다.”
상관무외의 손끝이 의자 손잡이를 두드렸다.
똑똑똑똑…….
“오 당두.”
“예, 대인.”
“만서각에 그들의 행방을 기록한 서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을 찾아라.”
만서각은 동창과 역사를 함께해 온 유서 깊은 곳으로, 그곳엔 동창이 수집한 정보 중 특급으로 분류된 것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오 당두가 머리를 숙였다.
“예, 대인.”
그가 나간 후 상관무외가 중얼거렸다.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괴의와 신의는 무언가를 찾아 무저불회곡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그곳에 들어갔던 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돌아오지 못했고……. 진무앙이 소소를 얼마나 아끼는지에 달려 있겠지만 놈을 그곳으로 유인할 수만 있다면…….”
눈을 번쩍이던 상관무외가 입맛을 다셨다.
“문제는 무저불회곡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는 건데…….”
그렇다.
그는 무저불회곡이란 곳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오 당두에게 만서각을 뒤지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그 서류에는 무저불회곡의 위치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혀를 찼다.
“그 계집이 진무앙을 죽여주기만 하면 만사가 형통할 텐데……. 후우, 악마 같은 놈, 사람 하나 죽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수가 있나…….”
중천을 지난 해가 조금씩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 * *
수향루 별채.
뒹굴뒹굴뒹굴…….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침상이 좁다고 굴러다니던 진무앙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염병… 잠도 안 오네…….”
그는 투덜거리며 침상에서 내려와 창가로 갔다.
닫힌 창문을 활짝 열자 한결 선선해진 바람이 그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한가로워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했다.
‘산수화와 계곡의 결계는 만겁수라환의 마기에 의한 것이었어. 하지만 지하 미로와 석실에서 느껴진 건 분명 파천혈신륜의 마기였다.’
그는 단리영을 구하는 과정에서 보았던 것들에 대해 계속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환우십병의 본체가 현신한 상태라면 몰라도, 환우지약이 모이는 단계에서 서로 간에 교감은 불가능할 텐데…….’
그는 짜증이 잔뜩 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두 마병이 교감을 이루어 협력하지 않았다면 내가 계곡에서 본 건 설명이 불가능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는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염병할 것들. 나올 때마다 나한테 잡혀서 봉인되는 걸 반복하면서 뭐 그리 좋다고 다시 기어 나오려는 거야. 귀찮게스리.’
그의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강석초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뭐해? 어울리지 않게 사색이라도 하는 표정인데?”
그의 말투는 평소의 그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진무앙이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는 한 강석초가 그를 대형으로 모실 일은 없었다.
쌓인 게 좀 많아야지.
진무앙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보면 모르냐? 계속 뒹굴까, 나가서 시장 구경이나 할까 고민 중이다. 그런데 소혜하고 노느라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놈이 내 방엔 왜 왔어?”
“혈왕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말을 하려고.”
진무앙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강석초는 그의 등을 보고 있어서 그것을 알지 못했다.
강석초가 말을 이었다.
“진령산맥 부근에서 놈과 비슷한 자를 목격했다는 정보가 있긴 한데, 그 뒤에 어디로 갔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 움직임을 보면 굉장히 조심하는 것 같아.”
“능력을 보여봐, 자식아.”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
“사마무룡한테 받은 후불까지 다 뜯어갔으면 돈값을 해야지.”
“누가 들으면 내가 억만금이라도 받고 일하는 줄 알겠네. 소소한테 쓴 거 빼고 나한테는 고작 스무 냥만 줬으면서.”
사마무룡은 진무앙이 사마세가를 정리하고 난 다음 날 하인을 통해 의뢰대금의 나머지 잔금을 보내왔다.
그는 자신이 섭혼술에 당한 것을 지금까지도 알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이용당했다는 것도.
아들이 충격을 받고 잘못될까 우려한 사마천웅이 비밀을 가슴에 묻은 것이다.
“스무 냥이 적냐? 내 월봉이 다섯 냥이야!”
“꼭 비교할 때 일하는 분야가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는 말은 쏙 빼놓지.”
“가뜩이나 심심한데 더 심심하게 만들지 말고 네가 손안의 구슬처럼 애지중지하는 소혜한테로 꺼져.”
“흥! 뒹굴다 등에 악성 종기나 나라!”
코웃음을 친 강석초가 악담을 퍼붓고는 방을 나갔다.
창가에서 떠나려던 진무앙의 눈에 이채가 번뜩였다.
일로객잔의 이층 난간에 묶여 있는 흰색 손수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진무앙은 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 두었던 흑색 장포를 집어 몸에 걸쳤다.
일로객잔의 이층에 오르자 창가에 앉아 있던 석채은이 그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늘 그렇듯 편한 경장 차림에 눈 아래를 면사로 가린 모습이었다.
맞은편에 앉으며 진무앙이 그녀에게 물었다.
“대낮부터 술입니까?”
탁자 위에는 고기 안주와 백주가 놓여 있었다.
“보자마자 시비부터 거는 거예요?”
“시비는 무슨.”
석채은이 한 손으로 술병을 들어 진무앙의 잔에 따랐다.
“석 목주가 사는 거죠?”
“그럼 당신한테 계산하라고 할 줄 알았어요?”
“석 목주가 사겠다면야 고맙게 마셔주죠.”
잔을 비운 진무앙이 물었다.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뭡니까?”
“내가 보고 싶어서 보자고 한 게 아니니까 괜히 오해하지 말아요.”
흑백이 뚜렷한 진무앙의 눈에 강렬한 빛이 어렸다.
“오해할 일 없으니까 안심하시고……. 혹시 하오문주가 낙양에 온 겁니까?”
석채은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요. 오고 계시지만 도착하는 건 이삼 일 후가 될 것 같아요.”
진무앙은 실망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말했다.
“그런데 왜 불렀어요?”
“사부님이 당신한테 전하라고 한 서신이 있어서요.”
석채은이 품에서 여러 겹으로 접은 비단천을 꺼내 진무앙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펴본 진무앙이 피식 웃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게 내가 아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성질이…….”
비단천에는 달랑 열한 자가 적혀 있었다.
[일정요유재낙양, 도지요요(一定要留在洛阳, 逃之夭夭).]간단하게 말해 ‘낙양에 머물지 않고 도망가면 죽을 줄 알아’ 이런 내용이었다.
“진 호위, 이제는 당신과 사부님이 어떤 관계인지 내게 말해줘도 되지 않나요? 어차피 며칠 후면 나도 알게 될 일이잖아요.”
진무앙이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글쎄… 과연 며칠 후에는 알 수 있을까요? 아무튼 나와 하오문주의 관계는 석 목주가 알아서 득 될 게 하나도 없습니다. 모르는 게 약이에요.”
석채은이 진무앙은 잔뜩 째려보았다.
그런다고 끄덕할 진무앙이 아니다.
그는 태연하게 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려고요?”
“석 목주의 그 눈빛을 계속 받으면서 먹다가는 얹힐 거 같아서요.”
“남은 음식 아까워요. 안 째려볼 테니까 다 먹고 가요.”
“배 찼습니다. 당신 스승이 도착하면 연락이나 줘요.”
진무앙은 덤덤하게 대꾸하고 몸을 돌렸다.
석채은은 일층으로 향한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등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야. 사부님과 저 사람은 대체 무슨 관계일까?’
어떻게 된 게 진무앙을 만날 때마다 가슴속 의문은 줄어들기는커녕 비탈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지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