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165
165 어우야
토곽이 진무앙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휘우우우웅-
주먹이 닿기도 전에 먼저 어마어마한 풍압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온몸이 맷돌에 갈린 것처럼 으스러지기 딱 좋은 풍압이었다.
물론 진무앙은 그것을 봄바람처럼 맞았지만.
그가 서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주먹질은 나도 좀 하지.”
쿠웅.
거세게 진각을 밟은 그의 오른 주먹이 정면으로 토곽의 공세를 맞아갔다.
혼돈암혼장의 제일초 패왕쇄다.
둘의 주먹은 당랑거철(사마귀가 수레 앞을 막아서는 모습)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만큼 차이가 극심했다.
하지만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진무앙과 토곽의 주먹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충돌했다.
콰쾅!
우르르르-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충돌로 생겨난 기파가 광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지켜보던 마수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쿵. 쿵.
토곽이 비틀거리며 두 걸음이나 물러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진무앙은 물러서는 토곽을 바람처럼 따라붙으며 혼돈암혼장의 제이초 군림쇄를 펼쳤다.
쐐애애애액-
검은빛의 암혼강기를 두른 장력이 가공할 기세로 토곽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토곽은 미처 몸을 가누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냥 맞아줄 수는 없다는 듯 다시 거대한 주먹을 내질렀다.
쿠우우우-
꽝!
콰르르르르-
첫 번째 충돌 때보다 더 큰 굉음과 진동이 광장을 휩쓸었다.
쿵. 쿵. 쿵.
엄청난 충격을 받은 토곽이 뒤로 세 걸음이나 밀려났다.
진무앙의 공세와 마주친 토곽의 주먹은 가운뎃손가락이 보이지 않았다.
두 번의 연이은 충돌로 인해 부서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바닥의 돌들이 날아올라 토곽의 부서진 부위에 달라붙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손가락이 원상 복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보고도 진무앙은 눈빛 한 번 변하지 않았다.
어차피 마수들은 생마석을 뽑지 않으면 죽일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그였으니까.
허공에 뜬 채로 진무앙은 혼돈암혼장의 제삼초 무적쇄를 펼쳤다.
무적을 깨뜨린다는 이름 그대로 가공할 위력을 품은 장력이 계속해서 토곽의 미간으로 날아갔다.
연이어 받은 충격으로 토곽은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 진무앙의 공격에 대한 반응이 반 박자 느렸다.
무적쇄의 장력이 토곽의 미간을 강타하려는 찰나.
진무앙의 옆에 환영처럼 모습을 드러낸 금미호가 그를 향해 일곱 자가 넘는 거대한 장도를 휘둘렀다.
쉬잇!
진무앙의 몸이 단숨에 양단되는 것처럼 보일 만큼 빠르고 강렬한 일격이었다.
물론 그건 착시에 불과했다.
진무앙의 눈에서 무서운 신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암월도가 미끄러지듯 도갑을 빠져나왔다.
스르릉-
그리고 날아드는 장도의 궤적을 끊었다.
챙!
동시에 무적쇄의 공세가 토곽의 동산처럼 솟은 콧잔등을 무자비하게 강타했다.
쾅!
집채만 한 토곽의 머리가 벌컥 젖혀지더니 거대한 동체가 뒤로 넘어갔다.
콰콰쾅-
수백 개의 화탄이 동시에 터진 것처럼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가 광장의 중앙을 뒤덮었다.
하지만 진무앙이나 마수들은 이 정도로 시야 확보에 곤란을 겪을 존재가 아니었다.
채채채채채채채챙-
날카로운 금속 충돌음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뭉클거리는 흙먼지의 안개 속에서 진무앙과 금미호가 벼락처럼 튀어나왔다.
천장 바로 아래 허공이었다.
움직임을 멈춘 금미호는 손에 쥔 일곱 자 길이의 태도로 중단세를 취했다.
진무앙은 미간을 찡그리며 금미호를 노려보았다.
둘의 거리는 십 장.
꽤 멀리 떨어져 있는 듯했지만 그들에게는 한 번의 움직임만으로 사라질 거리에 불과했다.
‘저걸 쓰러뜨리려면 꽤 오래 걸리겠는데…….’
금미호의 실력은 그가 여유를 갖고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났다.
문제는 진무앙의 일행이었다.
광장의 전체적인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가 싸움을 시작한 직후 금미호의 지시를 받은 목령인과 인면수사가 일행을 공격했다.
금미호는 자신과 토곽만으로도 충분히 진무앙을 죽일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유코와 유가흔이 일행을 보호하며 두 마수와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연거푸 위기를 맞고 있었다.
‘길어야 반 각이다. 유코와 가흔은 그 이상 못 버텨. 그전에 이놈들과 끝장을 봐야 한다.’
쿵. 쿵. 쿵.
발아래에서 육중한 굉음이 났다.
쓰러졌던 토곽이 다시 일어난 것이다.
직후 자욱한 흙먼지가 좌우로 확 흩어지며 토곽의 거대한 두 손이 불쑥 솟아올라 진무앙을 잡아왔다.
콰콰쾅-
동시에 순간적으로 진무앙과의 거리를 좁힌 금미호의 장도가 공간을 가르며 그의 허리를 베어왔다.
슈왁!
허리가 양단되는 듯한 찰나 진무앙의 신형이 화살에 맞은 기러기처럼 뚝 떨어졌다.
그 속도는 경인지경.
헛손질을 자각한 금미호가 진무앙의 뒤를 쫓아 아래로 방향을 전환했을 때, 그는 이미 토곽의 양손 사이를 지나 놈의 머리 위에 도달하고 있었다.
떨어지는 속도에 힘을 더한 그의 진각이 가공할 기세로 토곽의 머리를 밟았다.
콰앙!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토곽의 머리가 가뭄이 든 논바닥처럼 갈라졌고, 다리는 발목까지 바닥에 파묻혔다.
그때 진무앙의 발에서 막강한 반탄력이 전해져 왔다.
그는 그것을 전신으로 받아들이며 무영삼절 중 단거리 이동에 최적화된 유성탄영을 펼쳤다.
피융-
번개처럼 위로 솟아오른 그의 손에서 암월도가 초승달 형태의 도강을 뿌렸다.
쐐애애액-
암월구식의 제일초 삭월이었다.
금미호도 피하지 않고 태도를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쾅-
암월도강과 태도의 날이 부딪치며 귀를 먹먹하게 하는 충돌음이 났다.
삭월을 막아내긴 했지만 충격을 받은 금미호의 태도가 멈칫했다.
그 순간 진무앙의 신형이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튕기듯 일 장을 솟구쳤다.
그리고 암월도의 도세가 급변했다.
도의 끝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 장 길이의 거대한 도강이 금미호를 어깨부터 반대쪽 허리까지 사선으로 베어갔다.
암월구식의 제사초 참월의 초현이었다.
위험을 직감한 금미호가 태도를 미친 듯이 휘둘러 전면에 도벽을 세웠다.
참월의 도세가 태도의 도벽과 부딪치며 현란한 불통이 피어올랐다.
가가가가가각-
그리고,
쩌정!
도벽이 거울이 부서지듯 산산조각 났다.
그때 진무앙의 발아래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돌주먹이 그를 후려쳐 왔다.
충격에서 벗어난 토곽의 공격이었다.
진무앙의 얼굴에 와락 짜증이 떠올랐다.
주먹을 피한다면 금미호를 잡을 기회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좋아. 네 주먹과 내 몸 중에 어느 쪽이 더 강한지 보자!’
그는 토곽의 주먹을 피하기는커녕 암월도에 마지막 한 방울의 진력까지 쏟아부었다.
쾅!
참월도세는 태도의 중동을 부러뜨리고도 힘을 잃지 않고 금미호의 상체를 휩쓸어 버렸다.
진무앙의 전력이 담긴 공세.
일곱 조각이 난 금미호의 머리와 상체가 멀쩡한 하체와 함께 광장으로 떨어져 내렸다.
진무앙의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잘려 나간 금미호의 상체에서 생마석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토곽의 거대한 주먹이 진무앙을 강타했다.
퍼억-
진무앙은 전력을 쏟아내면서 순간적으로 탈진한 상태였다. 그래서 토곽의 주먹에 담긴 힘을 흘려버리지 못했다.
쐐애애액-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은 그의 신형이 무서운 속도로 허공을 가르더니 그대로 천장에 처박혔다.
콰직-
큰대자로 천장을 일 장이나 뚫고 들어가 처박힌 진무앙이 인상을 와락 쓰며 투덜거렸다.
“어우야, 돌탱이 자식이 힘도 좋네.”
그의 발끝이 천장을 슬쩍 밀었다.
쑤와아앙-
세찬 파공음과 함께 그의 신형이 처박힐 때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토곽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토곽은 거대한 덩치에 비해 움직임이 굉장히 빨랐지만 진무앙의 속도에 비할 수는 없었다.
토곽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진무앙의 손에서 암월도강이 크게 일어났다.
삼 장 길이로 늘어난 암월도강에서 위험을 느낀 듯 토곽이 공격을 포기하고 팔뚝을 들어 머리 위에서 교차시키며 방어했다.
진무앙의 눈에서 서늘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네놈 따위에게 막힌다면 암월이 울어.”
콰드드득-
암월도강의 끝이 가공할 기세로 토곽의 열십자로 교차한 두 팔을 꿰뚫었다.
푸확!
진무앙이 토곽의 두 팔에 커다란 구멍을 내며 아래쪽으로 휙 빠져나왔다.
고개를 들어 그것을 본 토곽의 입술 사이로 비명과도 같은 괴성이 터져 나왔다.
그와아아아아-
진무앙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곧추세운 암월도를 앞세우고 토곽의 벌어진 입으로 날아들어 갔다.
상상치도 못한 듯 놀란 토곽이 발광하듯 고개를 휘저으며 몸을 털었다.
쿵쿵. 쿵쿵쿵쿵. 쿵쿵쿵.
토곽의 난동(?)에 바닥이 뒤집히고 천장에서는 돌조각이 비처럼 쏟아졌다.
셋을 셀 시간이 지났을까.
콰콰콰콰콰콰콰-
거센 폭음과 함께 토곽의 가슴이 터져나가며 진무앙이 튀어나왔다.
그의 손에는 황톳빛을 발하는 생마석이 들려 있었다.
바닥에 내려서는 그의 뒤로 거대한 토곽이 먼지처럼 부서져 흩어졌다.
바닥에 발을 딛자마자 진무앙이 한 건,
“이런 빌어먹다 자빠질…….”
욕이었다.
어느새 멀쩡해진 금미호가 태도를 빛살 같은 속도로 휘두르며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이랴.
푸른 물독을 뿜어대는 인면수사와 수백 개의 나뭇가지를 창처럼 찔러대는 목령인도 금미호와 합세해 그를 공격해 오고 있었다.
금미호도 한번 당했고, 토곽까지 소멸되는 것을 보자 마수들은 힘을 합할 필요를 느낀 것이다.
셋은 좀 버겁긴 했지만 진무앙은 기꺼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의 눈이 남궁경을 비롯한 일행 사이에 주저앉아 있는 유코와 유가흔을 스쳤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지쳐 보이긴 했지만, 큰 상처를 입은 것 같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진무앙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책임을 지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아무리 긴 세월을 살아왔다 해도 그 또한 사람이었다.
지금처럼 누군가로 인해 마음 졸이는 상황이 어찌 없었겠나.
그리고 그때 그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다 해도 그는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신이 아니니까.
당시 받은 심적 고통 때문에 그는 긴 세월을 폐인으로 지내곤 했다.
아득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렇게 쌓인 처절한 기억들은, 그를 책임이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남자로 변화시켰다.
그나마 유코 등에게 다행인 건 그가 코앞에 닥친 책임까지 외면하는 인간 말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진무앙은 달려드는 세 마리의 마수를 보며 암월도의 도갑을 들어올렸다.
암혼을 깨우지 않고 마수 셋을 동시에 상대하려면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는 이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존재를 하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것은 바로 그의 근처에 있었다.
그가 마음으로 누군가를 불렀다.
[마령, 나와라.]끼잉… 끼이이잉…….
[뭐? 나오기 싫다고? 거기서 영원히 썩게 해줄까?]끼이이이잉…….
[내 말 잘 들으면 파천혈신륜을 보게 해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안 나올래?]끼잉… 끼잉… 끼이잉…….
[믿기 어렵다고? 맨날 사기만 당하고 살았나. 믿어, 자식아. 믿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못 들어봤냐?]낑… 낑…….
[시끄러! 지금 바쁘니까 당장 튀어나와! 안 나오면 영원히 거기서 살게 될 줄 알아!]그의 말이 끝났을 때 암월도의 도갑이 벌어지며 스멀스멀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