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166
166 알아서 뭐하게?
캉!
암월도가 금미호의 태도를 세차게 튕겨냈다.
그 순간, 진무앙은 품에서 붉은색과 진녹색을 띤 두 개의 생마석을 꺼내 허공으로 던지며 마음으로 소리쳤다.
[마령, 먹어!]암월도에서 흘러나온 검은 연기, 환우마령이 날아올라 생마석들을 휘감았다.
설명은 길었지만, 진무앙이 마령에게 말을 걸고, 도갑에서 나온 마령이 생마석을 집어삼키기까지의 상황은 찰나지간에 이루어졌다.
휘우우우우우-
진무앙의 머리 위에 거대한 바람의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급작스러운 변화에 금미호를 비롯한 세 마수는 경계 어린 분위기로 소용돌이를 주시했다.
그건 유코 등 진무앙의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소용돌이는 나타나자마자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허공에 기괴한 형상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김새와 전신에 두르고 있는 불꽃은 소화룡과 비슷한데, 피부는 식인 괴마와 흡사한 괴물이었다.
[마령, 네가 생마석에게서 마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제한 시간은 반 각이다. 너는 그전에 인면수사를 없애야 한다.]구워어어어어-
소화룡의 형상을 한 환우마령의 부리에서 엄청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수백 년 만에 몸을 얻어서 기분 좋은 건 알겠는데, 거기에 취하지는 마라. 시간 내에 인면수사를 없애지 못하면 네게 다시는 이런 기회를 주지 않을 거니까. 그리고 폭주, 절대 금지야. 그럴 거 같으면 차라리 인면수사를 포기하고 도갑으로 돌아가. 널 소멸시키고 싶지는 않으니까.]낑낑낑…….
찔끔한 환우마령이 무서운 속도로 인면수사에게 날아갔다.
‘폭주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은데……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는 녀석이잖아,’
생마석을 얻은 그가 환우마령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도갑에서 꺼내지 않은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그건 도갑 밖으로 나온 환우마령이 폭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환우지약의 파편을 모두 모은 상태의 환우마령이 령의 상태로 세상과 접촉하는 건 굉장히 위험했다.
빙의할 사람을 얻지 못한 상태의 령은 불안정했다 .
만약 지약을 이룬 세 파편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그때는 환우마령이 광포하게 폭주하며 사방에 마기를 퍼트릴 수 있었다.
그리고 폭주한 환우마령의 마기에 침습 당한 생물은 이성을 잃고 죽을 때까지 주변을 파괴했다.
예전, 단리영 가족이 환우마령의 마기에 당하고도 파괴 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건, 환우마령이 환우지약을 이루지 못한 채 마령주에서 갓 나온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환우마령은 진무앙이 향산에서 얻어 암월 도갑에 집어넣은 나머지 두 파편, 흡철령과 환무경까지 얻어 환우지약을 완성한 상태였다.
그러니 밖으로 나왔을 때 폭주할 위험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진무앙이 환우마령을 꺼내려 하지 않았던 것이고.
‘걱정은 접어두자. 폭주의 조짐이 보이기 전에 이 싸움의 끝을 보면 되니까.’
진무앙은 일말의 근심을 바로 털어버리고 금미호와 목령인을 마주보았다.
금미호는 태도를 비스듬히 아래로 내려뜨린 채 그를 보고 있었다.
금미호의 요악한 음성이 광장을 울렸다.
“인간, 정체가 뭐냐?”
진무앙이 퉁명스럽게 되물었다.
“알아서 뭐하게?”
“이 세계로 올 때 여기에 너와 같은 자가 존재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 개새끼가 말을 해주지 않은 모양이네.”
“개새끼? 그게 누구지?”
“너희를 이곳으로 보낸 놈.”
“그를 안단 말이냐?”
언성이 높아진 금미호의 목소리에서 경악한 기색이 느껴졌다.
“아마도.”
“어떻게 이 세계의 인간이 그를 알 수가 있단 말이냐?”
“나한테 묻지 말고. 그렇게 궁금하면 돌아가서 물어봐, 그 개새끼한테. 내가 지금 바로 돌려보내 줄 테니까.”
금미호의 주변 공기가 스산해졌다.
마수들이 돌아가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그건 패배, 그리고 소멸이었다.
번뜩!
진무앙과 금미호의 거리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며 태도의 긴 칼날이 그의 허리를 수평으로 베어왔다.
사사삭!
목령인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금미호의 뒤에 병풍처럼 서 있던 놈의 몸에 난 수십 개의 가지가 꿈틀거리며 진무앙에게 날아들었다.
슈슈슈슈슈슉-
일부는 창처럼 그의 전신을 찔렀고, 일부는 채찍처럼 사지를 휘감아왔다.
진무앙은 암월도로 태도를 막으며 목령인의 공세엔 혼돈암혼장을 먹여주었다.
챙!
쾅!
그워어어어!
태도가 튕겨 나갔다.
그리고 목령인은 포효를 내지르며 불에 덴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진무앙은 태도가 옆으로 튕기며 가슴이 드러난 금미호의 가슴을 향해 암월도를 찔러 넣었다.
스팟!
도의 끝에서 튀어나온 도강이 금미호의 가슴을 파고든다 싶은 순간,
금미호의 다리 사이에서 올라온 수천 개의 쇠바늘이 암월도강의 앞을 막아섰다.
채채채채채채채챙-
쇠바늘의 대부분이 먼지처럼 으스러졌지만 암월도강을 막는 데는 성공했다.
쇠바늘은 금미호의 꼬리털이었다.
진무앙이 인상을 와락 썼다.
“진짜 여우도 아닌 놈이 별걸 다 쓰네.”
그때 튕겨 나갔던 태도가 반원을 그리며 진무앙의 머리 위로 도끼처럼 수직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금미호의 뒤, 바닥을 뱀처럼 기어온 나뭇가지들이 번개같이 진무앙의 두 다리를 휘감았다.
진무앙은 무심한 얼굴로 암월도를 휘둘렀다.
쩡-
콰직-
다시 태도를 튕겨낸 암월도가 거침없이 다리를 감은 나뭇가지들을 잘라냈다.
‘이런 식으로는 안 돼.’
진무앙은 마음을 정했다.
환우마령의 폭주라는 위험을 안고 있는 그는 싸움을 오래 끌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마수든 인간이든 강자와의 싸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집중력이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틈이 생기고, 적은 절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까지 기다리기 귀찮다면 그것을 유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무림엔 까마득한 옛날부터 적의 집중력을 붕괴시키는 비법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대도강(살을 주고 뼈를 깎는다)이라는 병법이 그것이다.
진무앙은 금미호의 태도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살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칼날을 향해 달려들었다.
푸욱-
태도가 진무앙의 심장을 관통하고 등 뒤로 빠져나왔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태도의 날을 잡으며 앞으로 천천히 쓰러졌다.
태도의 날이 더욱 깊숙하게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진무앙의 반응을 보며 다음 수를 펼치려던 금미호는 예상치 못했던 사태에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처럼 강하던 적이 이렇게 쉽게 심장을 내줄 줄이야…….
금미호의 그 찰나에 불과한 멈칫거림이 승부를 갈랐다.
바닥으로 늘어졌던 암월도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도의 끝에서 폭죽처럼 튀어나온 열두 개의 도강이 금미호의 하체를 채를 썰듯 잘게 썰어버렸다.
금미호의 떨리는 목소리가 광장 바닥에 내려앉았다.
“분명 심장이 부서졌는데 어떻게……?”
“궁금한 것도 많네. 그것도 개새끼한테 물어봐.”
진무앙의 손에는 진회색의 매끄러운 쇠구슬이 하나 들려 있었다.
금미호의 오른 무릎이 잘릴 때 떨어진 생마석이었다.
태도와 금미호의 몸이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그 순간, 수백 개의 창으로 화한 나뭇가지들이 진무앙의 몸에 도달했다.
진무앙의 눈이 강렬하게 빛났다.
목령인은 금미호처럼 위험한 놈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는 나뭇가지를 몸으로 받아서 틈을 만들 생각 같은 건 눈곱만치도 없었다.
그는 회전하며 암월도를 사선으로 그어 올렸다.
서른여섯 개로 갈라진 반월형의 도강이 가공할 기세로 나뭇가지들을 잘라냈다.
콰자자자자자작-
암월구식의 제오초 굉월(轟月)이었다.
진무앙은 산산이 부서지는 나뭇가지들을 밟으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워어어어어-
목령인은 괴성을 지르며 허둥지둥 뒤로 물러났다.
놈은 자신보다 배는 강한 금미호가 진무앙의 손에 소멸되는 것을 코앞에서 본 터라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목령인은 본능적으로 저 공포스러운 인간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야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놈은 숨기엔 너무 거대했고, 도주하기엔 진무앙이 너무 빨랐다.
한 줄기 번개처럼 목령인과의 거리를 십여 장으로 좁힌 진무앙이 암월도를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슈와악!
초승달 형태를 이룬 삭월도세의 도강이 날아가 목령인의 거대한 동체 중앙을 단숨에 잘랐다.
쩍-
우르르르- 콰콰쾅!
목령인이 쓰러지며 엄청난 굉음과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진무앙은 쓰러진 목령인의 몸에서 갈색의 보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목령인도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싸움이 끝난 환우마령과 인면수사가 보였다.
환우마령은 바닥에 꿈틀거리는 인면수사의 정수리를 부리로 쪼아대고 있었다.
퍽퍽퍽퍽퍽-
투명한 푸른 피가 사방으로 튀며 인면수사의 머리가 으깨진 호박처럼 박살이 났다.
환우마령은 부리로 인면수사의 부서진 머리를 뒤지더니 푸른색 보석을 물고 고개를 들었다.
보석과 부리엔 침이 잔뜩 흐르고 있었다.
진무앙이 환우마령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이며 말했다.
[그거 먹으려고? 뒷감당할 자신이 있으면 그러던가.]끼이잉… 끼이이잉…….
[강아지도 아닌 놈이 애교는. 그런다고 안 될 게 되겠냐? 생마석 맛있다고 생각 없이 먹어대다가 폭주하면, 넌 그 순간 내 손에 완전 소멸이야.]끼끼기기깅…….
[도갑으로 다시 들어가. 파천혈신륜을 보게 해준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킬 테니까.]낑낑낑.
진무앙이 환우마령에게 눈을 부릅뜨며 심어로 소리쳤다.
[자꾸 그렇게 헛소리하면 약속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없애 버린다!]끼… 잉…….
소화룡의 형상이 서서히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한줌의 검은 연기로 변했다.
본래의 모습이 된 환우마령은 어느 틈에 열린 암월도의 도갑 안으로 스며들 듯 모습을 감췄다.
진무앙이 싱긋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약속은 지켜, 임마. 단지 그날이 언제인지 나도 모른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물론 그의 중얼거림은 환우마령이 들을 수 없었다.
“무앙!”
“진 대가!”
유코와 유가흔, 그리고 일행이 그에게 달려왔다.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의 험한 몰골들이었지만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 된 것 아닌가.
진무앙이 걸음을 옮기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가자. 끝이 멀지 않다.”
사람들은 군소리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진무앙을 바라보는 눈에는 경외감이 뚜렷했다.
지금까지 그들이 이곳에 들어와서 보고 겪은 것들, 특히 진무앙이 보여준 모습은 세상과 무공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진무앙의 초월적인 무공으로 신화에나 나올 법한 마수들과 싸우는 것을 보았다. 본인들도 상처를 입었고.
그런 경험을 하고도 사람이 어떻게 변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잠시 후 일행은 마수들의 거대한 동체 가려져 있던 광장의 반대편에 도달했다.
그곳엔 높이 삼 장, 폭 일 장의 커다란 철문이 있었다.
철문에 손을 얹은 진무앙이 싱긋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간만에 재미있었어. 너희도 그렇지?”
유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유가흔에게 말했다.
“무앙의 공감 능력은 진짜…….”
유가흔이 간결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처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