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248
248 풍파무쌍
신무제가 천군과 신녀를 번갈아보며 말문을 열었다.
“칠마병을 얻으려고 하는 짐과 천군, 신녀의 목적은 모두 다르오.”
천군과 신녀는 굳은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신무제의 말이 이어졌다.
“전신마가는 이백 년 전 파천에 의해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소. 그때 정예가 시공회랑에 매몰되었고. 짐은 천군의 목적이 그들을 구하는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소.”
천군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신녀가 생긋 웃으며 물었다.
“내 목적은요?”
“그대는 지존수라혈기를 갖고 태어난 성녀를 찾아내 그녀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오.”
신녀가 말을 받았다.
“당신의 목적은 무엇이죠? 칠마병의 힘으로 마계와의 통로를 열어 종가주를 이 세상으로 불러내는 것인가요?”
“글쎄… 그건 좀 있다가 이야기를 하겠소.”
천군이 끼어들었다.
“황상,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신무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오.”
그가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나는 두 분에게 칠마병을 얻는데 방해가 되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할 때까지 휴전과 협력을 제의하고자 하오. 그때까지 최대한 서로를 도울 것과 암중에 우리 중 누군가를 노리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겠다는 동맹의 서약이 필요하오.”
눈이 깊게 가라앉은 천군이 중얼거리듯 물었다.
“동맹 서약을 말입니까?”
“그렇소.”
신녀가 물었다.
“칠마병을 얻기 위한 것도 아니고,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동맹이라니.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우리가 왜 그런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거죠?”
신무제가 그녀와 눈을 맞추며 말문을 열었다.
“천무령으로 각성한 칠마병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대하기 쉽지 않은 절대병기요. 그런 그들이 합일하기 위해 지금 서로를 쫓고 있소. 그리고 짐이 파악한 바로는 이미 몇 개의 마병이 합일을 이룬 상태요.”
“아…….”
“음…….”
“문제는 그것들 중 하나, 혹은 두 개가 진무앙과 함께 있는 것 같다는 것이오. 그자는 대혈마신이혼대법을 깨뜨린, 마병에 비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절대초강고수요.”
신녀가 물었다.
“황상과 천군은 진무앙이라는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를 몰라요. 그에 대해 이야기해 주겠어요?”
신문제는 간략하게 진무앙에 대해 말했다.
그가 이십대 초반의 변방을 떠돌던 낭인이라는 것, 수개월 전 중원으로 들어와 낙양의 수향루에 정착했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호위무사를 하고 있다는 것까지.
이야기를 듣는 신녀와 천군의 눈이 은은한 신광을 뿜어냈다.
신무제가 말을 이었다.
“문제는 진무앙뿐만이 아니오. 그자의 옆에는 혈마신도 있소.”
천군의 눈이 커졌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소.”
충격을 받은 천군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시황릉이 봉쇄된 후 동창과 직속 부하들을 보내 진무앙과 수향루를 감시했다.
하지만 그가 보낸 자들의 능력으로는 허공에 은신한 몽지림을 발견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몽지림이 시황릉에서 진무앙과 싸우며 산화했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그런데 신무제가 진무앙과 몽지림이 함께 있다고 말을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천군이 말했다.
“진무앙과 혈마신이 장애물이라는 말이죠? 마병을 얻기 위해선 먼저 그들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그런 말로 들립니다.”
고개를 끄덕인 신무제가 말을 받았다.
“우리 개개인이 가진 저력이 막강하다고 해도 진무앙과 혈마신, 마병의 합쳐진 힘을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오. 그들을 상대할 때 우리 중 누군가가 뒤통수를 친다면 목적 달성은커녕 세력을 보존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오. 그래서 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소.”
천군이 물었다.
“동맹을 맺는다 쳐도 황상이 우리의 뒤를 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습니까?”
신무제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나는 천하를 지배하는 제국의 황제, 결코 한 입으로 두말을 하지 않소.”
천군은 고개를 저었다.
“황상을 충분히 존중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신분은 우리에게 아무런 권위도 갖지 못합니다. 그걸 잘 아시면서 그런 말을 합니까?”
비웃음에 가까운 냉정한 말이었다.
하지만 신무제는 분노하지 않았다. 단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을 뿐이었다.
그가 혀를 차며 대꾸했다.
“두 분이 종가주에게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겠소.”
천군과 신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할게요.”
“약속하겠습니다.”
어차피 두 사람은 마계 종가주와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신무제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원하는 건 마병이 아니오. 그것들 때문에 내가 그대들의 뒤를 칠 일은 없으니 안심해도 좋소.”
천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병에 욕심이 없다니. 종가주가 들으면 기절초풍해서 뒤로 넘어가고도 남을 소리로군요.”
“그래서 종가주에게 비밀을 지켜달라고 한 것이오.”
신녀가 물었다.
“그럼 황상의 목적은 뭔가요?”
“진무앙의 목이요.”
천군과 신녀는 흠칫했다.
그들은 신무제의 목적이 그것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표정들이었다.
신무제가 말을 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진무앙은 절대초강고수요. 나는 그를 상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생각이오. 그동안 두 분이 마병을 얻든, 혈마신을 회수하든 나는 상관할 생각이 전혀 없소.”
깊은 눈으로 신무제를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던 천군이 말을 받았다.
“동맹이 필요하긴 한 상황이군요.”
신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천군과 같은 생각이에요.”
신무제의 눈빛이 강해졌다.
“그럼 두 분은 동맹에 서약하는 걸 동의하는 것이오?”
천군과 신녀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합니다.”
“동의해요.”
“좋소. 지금 우리 세 사람의 동맹은 성립되었소. 누군가 장애물을 제거하기 전에 뒤통수를 친다면 그는 다른 사람들의 공적이 될 거요.”
신녀가 물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천군도 눈을 빛내며 귀를 기울였다.
신무제가 대답했다.
“사천성이요. 어제까지 그들은 공가산에 있었소.”
“지금은 그곳을 떠났다는 말인가요?”
“그렇소. 하지만 아직 사천성을 벗어나지는 못했을 거요.”
세 사람의 눈빛이 무서울 정도로 강해졌다.
신무제의 말이 이어졌다.
“두 분이 최강의 전력을 보낼 거라고 믿겠소. 마병은 어부지리로 얻을 수 있는 천박한 물건이 아니니.”
신녀가 물었다.
“황상, 숭천무련을 움직이고 계신가요?”
“그렇소. 무련의 최고 정예들이 그들을 추적하고 있소.”
“좋아요. 그럼 나도 환상천궁에서 가장 강한 제자들을 보내겠어요.”
천군도 한마디를 했다.
“두 분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제천교의 정예를 투입하겠습니다.”
신무제가 말했다.
“연락망은 운중비각이 맡겠소. 숭천무련의 운중비각이 지닌 정보 운용 능력은 두 분도 인정할 것이라 생각하오.”
“저는 상관없어요.”
이건 신녀의 말.
“운중비각이 맡겠다면야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건 천군이 한 말.
이야기는 끝났다.
천군과 신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 몸을 돌리려던 천군이 신무제에게 물었다.
“그런데 황상은 왜 진무앙이란 자의 목을 탐내는 겁니까?”
신무제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개인적인 일이요.”
“그렇군요.”
천군은 더 묻지 않고 몸을 돌렸다.
두 사람이 건청궁을 떠난 후 신무제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던 그가 입을 열었다.
“문상.”
바람처럼 모습을 드러낸 문상이 섭선을 접으며 허리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마병실혼인들을 무상에게 보내라.”
문상은 신무제의 의중을 읽은 듯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하겠습니다, 폐하.”
마병실혼인은 마병의 주인이 되었다가 마병환요로 합일되는 과정에서 다른 마병에게 패한 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패배한 그들은 마병과 천무령을 빼앗겼고, 정신과 육체까지 마병환요에게 완전히 종속되었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그들은 당대 무림에서 적수를 찾기 어려운 절대적인 무공을 발휘할 수 있었다.
신무제가 말했다.
“무상에게 천군과 신녀가 보낸 자들을 제거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움직이라 전해라.”
“예, 폐하.”
“천군과 신녀는 믿을 수 있는 자들이 아니다. 장애물을 제거하기 전이라도 그들은 언제든 내 뒤를 칠 수 있다.”
“그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자들이지요.”
문상이 물었다.
“폐하, 일장로에게 무상이 뒤에 있다는 언질을 줄까요?”
“그럴 필요 없다. 그는 환상천궁과 제천교의 정예와 소통하며 행동해야 하니 모르는 게 낫다.”
“알겠습니다, 폐하.”
신무제가 턱짓을 하자 문상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명을 수행하기 위해 떠난 것이다.
신무제는 옥좌에 등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진무앙의 목도, 칠마병도 모두 내 것이다.”
* * *
황성을 나온 천군과 신녀는 바로 헤어졌다. 하지만 일각도 지나기 전에 작은 정원의 밀실에서 다시 만났다.
천군이 싱글싱글 웃으며 신녀에게 말했다.
“동맹이라… 훗, 예상치 못하게 오늘 참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녀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무제를 믿나요?”
“믿을 것 같습니까?”
“아니요.”
“잘 보셨습니다. 나는 그를 믿지 않습니다.”
신녀는 당연한 말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안 믿어요.”
연이어 그녀가 물었다.
“그의 말 중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요?”
“구 할 구 푼이 진실일 겁니다. 거기에 일 푼의 거짓을 교묘하게 섞었겠죠. 그래야 우리가 뒤를 조사해도 파탄을 찾아내기 어려울 테니까요.”
“그렇겠죠.”
신녀가 천군에게 물었다.
“궁에서 나오자마자 나를 보자고 한 이유는 뭐죠?”
“이미 짐작하고 있지 않습니까?”
“손을 잡자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신무제는 가볍게 볼 사람이 아니라는 걸 신녀도 잘 아실 테니까요.”
“당신은 진무앙이란 남자의 목만을 원한다는 그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군요.”
“당연하죠. 마병의 힘을 아는 자가 그것에 욕심이 없다니. 지나가는 개가 풀을 뜯어먹는다는 말보다 더 황당한 그 말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진무앙의 목을 원한다는 말 자체는 믿는 모양이네요.”
“그건 믿습니다. 나는 그가 섞은 진실과 거짓 중에 그 말이 진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걸 진실이라고 생각하죠?”
“그는 진무앙에게 원한을 갖고 있으니까요.”
“두 사람은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을 텐데 어떻게 원한 관계가 생길 수 있죠?”
“그들은 만난 적이 없을지 몰라도 선대로 올라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신녀의 눈이 깊어졌다.
“당신은 진무앙이라는 남자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군요.”
천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그렇지 않으면 신무제가 그에 대해 갖고 있는 원한과 복수심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진무앙의 나이가 겉보기보다 많다면… 당신은 그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죠?”
“당신도 이미 알아차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음… 정말 그가 암천광무존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신녀의 질문에 천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가 진정 암천광무존이라면, 이번 일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진무앙도, 신무제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자들이니까요. 그에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손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신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세부적인 건 사천의 상황을 파악한 후 다시 이야기해요.”
“그럽시다.”
천군과 신녀는 장원을 나섰다.
혼자가 된 신녀가 천군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탄식했다.
“하아… 풍파무쌍 진무앙… 세월이 그처럼 흘러도 당신은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