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255
255 이거나 처먹어라
암월도강이 마병환요의 어깨에 박히려는 찰나,
진무앙은 갑자기 암월도강이 급격하게 느려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병환요는 그렇게 느려진 암월도강의 공격 범위를 무서운 속도로 벗어나고 있었다.
만겁수라환의 마공인 수라만상경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상황.
그러나 암월도강의 속도는 전혀 느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건 마병환요가 순간적으로 지금까지보다 배는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녀의 회피가 수라만상경의 환상에 의한 것이었다면 진무앙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그는 공가산의 계곡에서 그녀와 싸울 때와는 여러 면에서 크게 달라진 상태였다.
그런 변화 중 하나가 만겁수라환의 마공이 그에게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진무앙의 눈빛이 스산해졌다.
‘조금 전보다 배는 빨라졌다. 지금까지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는 건가?’
의혹이 일어났지만, 그것은 바로 사그라졌다.
설령 마병환요가 지금보다 열 배, 아니, 백배 더 강해진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이기면 되니까.
뒤로 물러서기만 하던 마병환요가 가속이 된 움직임 그대로 진무앙의 우측으로 돌아나갔다.
‘싸움을 시작할 때보다 확실히 강해졌다. 그리고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진무앙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만큼 마병환요의 갑작스런 진보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에 잠겨 있기엔 때가 너무 좋지 않았다.
마병환요의 좌우에 떠 있던 지옥천멸검과 탈혼마도가 가공할 기세로 그를 베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칠흑의 검강에 휩싸인 검날은 진무앙의 목을, 적회색의 도강을 품은 칼날은 그의 허벅지를 노렸다.
암월도로 둘 중 하나를 막는다 해도 다른 공격에 노출되는 걸 피할 수 없는 상황.
베이지 않으려면 물러나야만 했다.
그렇게 되면 싸움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질 게 분명했다.
진무앙은 수세로, 마병환요는 공세로 전환되는 것이다.
마병환요는 이어지는 공격을 준비하며 진무앙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녀는 그가 물러설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진무앙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그는 물러나기는커녕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지옥천멸검과 탈혼마도의 공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암월도로 탈혼마도의 칼날을 걷어 올리듯 막아갔다.
마병환요의 눈에 떠오른 핏빛의 살기가 강해졌다.
동시에 그녀의 강렬한 의지가 전해진 지옥천멸검이 요사스러운 빛에 휩싸이며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진무앙의 목이 지옥천멸검에 의해 두 동강이 나려던 순간,
휘우우웅-
그의 어깨 부근에 시커먼 소용돌이가 형성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수백 개의 이빨을 가진 륜이 되어 지옥천멸검을 막았다.
놀랍게도 그것은 분명 싸움이 시작되어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묵령의 파천혈신륜이었다.
쩡! 쩡!
탈혼마도는 암월도와 지옥천멸검은 파천혈신륜과 무시무시한 기세로 충돌했다.
그 순간, 진무앙은 번개처럼 지옥천멸검과 탈혼마도 사이를 통과했다.
그와의 거리를 좁히던 마병환요의 복면 속 혈안이 와락 커졌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달려든 형국이라 그들의 거리는 찰나지간 한 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이건 그녀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상황이었다.
그동안 겪은 진무앙의 실력으로는 그녀의 속도를 따라올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진무앙은 그런 그녀의 예상을 간단하게 박살내 버린 것이다.
그가 싱긋 웃으며 마병환요에게 말했다.
“개썅년, 이거나 처먹어라!”
그는 달려들던 기세 그대로 이마로 마병환요의 얼굴 한복판을 들이받아 버렸다.
설마 절대초강고수인 그가 이런 저급한 공격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마병환요는 피하지도 못하고 얼굴을 강타당했다.
쾅!
“크윽!”
머리와 머리가 부딪쳤는데 화탄이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터지며 마병환요가 이십여 장이나 튕겨 나갔다.
그런 그녀의 복면은 앞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코든 입이든 어딘가 찢어졌음이 틀림없었다.
멀어지는 그녀를 진무앙이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그는 튕겨 나가는 그녀를 따라붙으며 왼손으로 일장을 날렸다.
콰르르르르-
검푸른 기운에 휩싸인 손이 지나간 뒤에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뒤를 따랐다.
혼돈암혼장의 제이초 군림쇄였다.
댕댕댕-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진무앙과 마병환요 사이에 황금빛 범종이 겹겹이 쌓였다.
검화금종의 척천멸겁파다.
진무앙의 눈에서 보기만 해도 전율이 일어나는 끔찍한 살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천둥 같은 일갈과 함께 군림쇄의 기세가 가공할 정도로 강해졌다.
검푸른 빛을 발하는 그의 손이 막은 척천멸겁파의 방어벽을 부수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콰콰콰콰콰쾅-
댕댕댕댕댕댕!
이어지는 폭음과 급박하게 울리는 종소리, 그리고 충돌로 일어난 빛의 파편들이 안개처럼 두 사람을 뒤덮었다.
작렬하는 황금빛과 묵청광이 얼마나 강한지 안력을 돋우어도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 빛의 무리 속에서 진무앙과 마병환요는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겹겹이 막아선 척천멸겁파의 방어벽을 부순 진무앙의 손이 마병환요의 머리를 강타하려는 찰나,
피피피피피피피핏-
짧고 강렬한 활시위 소리와 함께 수십 발의 무형섬광시가 우박처럼 그에게 날아들었다.
“흥!”
진무앙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암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줄에 꿰인 듯 튀어나온 열두 개의 도강이 무형섬광시의 공세를 막아갔다.
암월구식의 제이초 노월이다.
콰콰쾅!
진무앙과 마병환요 사이에서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오며, 도강과 화살이 소멸되었다.
그 순간에도 그의 왼손은 여전히 마병환요의 머리를 후려치고 있었다.
마병환요가 핏빛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두 팔을 교차해 머리를 방어했다.
군림쇄의 장세가 교차한 그녀의 두 팔을 가공할 기세로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충돌 지점에서 일어난 회색의 섬광이 미친 듯이 공터를 치달렸다.
그 순간, 끝없이 공세를 이어가던 진무앙의 신형이 멈칫거렸다.
부릅뜬 그의 눈엔 소름 끼치는 묵청광이 용암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회색의 섬광이 피어오른 건 교차한 마병환요의 팔목을 감싸고 있는 쌍환, 만겁수라환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단순한 회색빛으로 보였을 테지만 그에겐 아니었다.
그는 수십만의 사람과 괴수들의 시신이 뒤얽히고 피가 바다를 이룬 대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것은 진무앙이 꿈에서조차 보기 싫어하는 광경, ‘태초의 성역’의 모습이었다.
진무앙은 그것이 수라만상경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에게 더는 통하지 않는 마공이었으니까.
그것을 증명하듯 환상은 나타남과 동시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환상이 그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건 아니었다.
비록 찰나에 불과하지만 멈칫거리기는 했으니까.
아득한 세월 동안 그를 괴롭혀 온 악몽이 집중력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순간을 놓칠 마병환요가 아니었다.
스팟-
그녀의 모습이 꺼지듯 그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십여 장 상공에 불쑥 나타났다.
그런 그녀의 옆에는 언제 되돌아왔는지 겁화금종과 지옥천멸검, 탈혼마도와 단철혈마궁이 마기를 흘리며 둥둥 떠 있었다.
진무앙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이 폭발하는 듯한 핏빛의 광기로 가득 찼다.
계속 몰리다가 박치기까지 당했으니 광기가 폭발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입에서 분노와 살기에 가득 찬 귀곡성이 터져 나왔다.
쿠르르르르르르-
가공할 내력이 실린 귀곡성에 절벽이 지진 난 것처럼 뒤흔들리며 끝자락의 일부가 금사강으로 무너져 내렸다.
진무앙은 오른손에는 암월도, 왼손에는 파천혈신륜을 움켜쥐며 마병환요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그의 입에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미친년, 내려와라, 속곳 보인다.”
그의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지옥천멸검과 탈혼마도를 움켜쥔 마병환요가 진무앙의 머리를 향해 유성처럼 내리꽂혔다.
그에 뒤질세라 진무앙도 무서운 기세로 지면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찰나지간 그와의 거리를 좁힌 마병환요가 지옥천멸검과 탈혼마도를 휘둘렀다.
그녀는 위에서 수직으로 내리꽂히고, 진무앙은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상황.
둘 중 누가 유리한지는 볼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이치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존재였다.
댕댕댕댕댕-
피피피피피피핏-
요란한 범종과 활시위 소리가 울리며 진무앙의 머리 위에 수십 개의 황금종과 수백 개의 화살이 쏟아졌다.
그 뒤를 잇는 건 검은빛과 적회색의 혈해천멸검강과 탈혼멸절도강이었고.
솟아오르는 진무앙의 몸이 묵청빛 도강에 휩싸이며 암월도의 형상으로 변했다.
어검비행술인 암월구식의 제사초 참월이었다.
참월도세와 가장 먼저 충돌한 것은 척천멸겁파였다.
거대한 암월도는 수십 겹을 이룬 황금빛 범종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며 불사조처럼 날아올랐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엄청난 폭음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왔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의 머리 위로 수백 발의 형체 없는 화살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화살과 충돌하기 직전, 날아오르던 암월도강의 색과 형태가 갑자기 확 바뀌었다.
검푸른 빛을 띠고 있던 도강이 타는 듯한 노을빛으로 변했고, 긴 칼날도 초승달 형태가 되어 쏟아지는 화살의 비를 갈랐다.
암월구식의 제칠초 혈월이었다.
쫘아아아아악-
비단폭이 찢어지는 듯한 기괴한 소리와 함께 수많은 화살이 양단되며 사라져 갔다.
사라지는 화살들 사이를 뚫고 진무앙이 번개처럼 솟아올랐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흑색의 검강과 적회색의 도강이 가공할 기세로 떨어졌다.
진무앙은 혈해천멸검강과 탈혼멸절도강을 뚫고 마병환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핏빛의 광기로 가득찬 그녀의 눈을 마주한 그의 눈동자는 기이한 광오함과 스산한 살기로 번들거렸다.
진무앙은 지옥천멸검과 탈혼마도를 향해 왼손에 쥔 파천혈신륜을 휘둘렀다.
콰우우우우우-
겉에 늑대의 이빨 같은 수백 개의 칼날이 박힌 파천혈신륜이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며 핏빛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만년한철도 두부처럼 갈라 버릴 날카로움이 깃든 소용돌이.
그것이 파천혈신륜의 마공인 생사혈륜참이었다.
파천혈신륜과 지옥천멸검, 탈혼마도가 뒤엉켰다.
가가가가가가가각-
절로 이를 갈게 만드는 소리가 나며 무시무시한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마병환요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의지가 전해진 혈해천멸검감과 탈혼멸절도강의 기세가 폭발하듯 강해졌다.
카카카카카카카카칵-
격렬한 진동과 함께 파천혈신륜이 주춤 뒤로 밀려났다.
그 속에서 진무앙은 마병환요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찰나,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진무앙은 흰 이를 드러내고 소리 없이 웃으며 마병환요에게 암월도를 집어던졌다.
쑤와아아아앙-
묵청빛 도강을 유성의 꼬리처럼 매단 암월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마병환요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이기어도술의 정화인 암월구식의 제육초 잔월이었다.
암월도의 속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서 마병환요가 피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칼끝이 그녀의 가슴을 파고든 뒤였다.
“끼아아아아악!”
처절한 귀곡성이 호도협을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