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295
295 지금 딸꾹질한 거야?
사람의 몸통보다 큰 노란 눈 네 개가 진무앙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신이 검고 흰 비늘에 뒤덮여 있는 거대한 뱀의 머리는 두 개였고, 각기 검고 흰 비늘에 덮여 있었다.
이 괴물이 흑백쌍두사였다.
흑백쌍두사의 머리는 폭이 일 장에 달했는데 쉴 새 없이 세 갈래로 나뉜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폭이 넉 자에 길이는 칠 장이 넘는 혀가 허공을 핥는 장면은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일대 장관이었다.
쉭쉭- 쉭쉭쉭-
나무들 위로 솟은 흑백쌍두사는 몸길이만 해도 십 장을 가볍게 넘었고, 둘레는 삼 장 이상이었다.
땅에 깔린 몸이 드러난 것보다 훨씬 길 거라는 걸 생각하면 실로 무시무시하게 큰 녀석이었다.
오청연이 말했다.
“저게 어딜 봐서 뱀이에요? 용이 되기 전의 이무기죠.”
진무앙이 중얼거렸다.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진승이 잡은 놈은 저 녀석의 새끼였던 거 같다. 저놈과 비슷했다면 그의 무공으로는 절대 잡을 수 없었을 테니까.”
그 말에 공야무룡의 눈이 커졌다.
“선친이 잡은 게 저놈의 새끼… 였단 말이우?”
진무앙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공야무룡은 더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흑백쌍두사의 노란 눈이 폭발하듯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세 번이나 놈과 싸운 그는 그것이 공격하려는 징후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소리쳤다.
“주공, 놈이 공격할 거유!”
물론 진무앙은 그가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청연을 불렀다.
“청연, 지금까지 실컷 놀았지? 저놈은 네 몫이야. 잡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청연이 싱긋 웃으며 가공할 속도로 동굴을 뛰어나갔다.
동시에 흑백쌍두사의 입에서 시커먼 독무가 화살처럼 뿜어져 나왔다.
치치치치치칙-
검은 독무에 닿은 폭우가 단숨에 같은 색의 안개로 변해 동굴과 흑백쌍두사 사이를 가득 메웠다.
독기가 얼마나 강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오청연은 독무를 보지 못한 것처럼 일직선으로 흑백쌍두사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그런 그녀의 오른손에서 다섯 자 길이의 자색 장검이 환상처럼 솟아올랐다.
환우신병 자전신룡검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검날에서 피어오른 자색의 검강은 자전신룡검뿐만 아니라 오청연까지 휘감았다.
그것은 자전신룡검의 비전인 천신자전검강이었다.
자색의 빛에 휩싸인 채 날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물론 자전신룡검은 신비롭기만 하지 않았다.
천신자전검강에 닿은 독무가 햇살에 닿은 이슬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다.
그렇게 오청연이 나아가는 독무 사이로 길이 생겨났다.
위험을 느낀 듯 흑백쌍두사의 움직임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켰다.
놈은 두 개의 머리를 뒤로 한껏 젖히며 두 개의 혓바닥을 채찍처럼 휘둘러 오청연의 몸을 후려쳐 갔다.
쐐애애애애액-
파공음이 얼마나 큰지 마치 화탄이 터지는 폭음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그만큼 흑백쌍두사의 혀가 날아드는 기세는 가공할 정도로 빠르고 강력했다.
오청연은 흑백쌍두사의 혀를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서늘하게 웃으며 날아드는 혀를 향해 자전신룡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우르르르르-
뇌전을 품은 자색의 검강이 구름처럼 일어나 혀를 베어갔다.
검강의 날카로움을 알아차린 듯 후려쳐 오던 혀가 뒤틀리며 휘감는 형태로 변했다.
놀라울 만큼 신속한 전환이었다.
오청연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진해졌다.
“귀여운 녀석이네.”
중얼거림과 함께 그녀는 휘감아오는 놈의 혓바닥에 자전신룡검을 박아 넣었다.
푸욱-
흑백쌍두사의 혀는 만년한철보다 단단했지만 자전신룡검의 예기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그렇게 검날을 혓바닥에 박은 채 오청연은 흑백쌍두사의 머리를 향해 달려갔다.
혀는 검은 머리, 흑두의 입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녀가 달려가는 방향도 당연히 그쪽이었다.
쩌저저저저저저적-
그녀가 달리자 흑두의 혓바닥 중앙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며 길게 찢어졌다.
구우어어어어어어-
흑백쌍두사는 괴성을 토하며 혓바닥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오청연을 떨쳐 내려는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떨어지기는커녕 파도처럼 출렁이는 혓바닥 위를 평지처럼 달렸다.
그녀와 흑두 사이에 있던 거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흑두의 노랗게 빛나는 눈을 보며 오청연은 혓바닥을 박찼다.
우르르르르르-
천신자전검강의 막강한 검세가 검은 비늘로 덮인 흑두의 미간을 베어갔다.
찰나,
흑두의 입에서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검은 공 수천 개가 화탄처럼 쏟아져 오청연에게 날아갔다.
그것은 흑백화혈독의 정수로 만들어진 독탄이었다.
슈슈슈슈슈슈슈슉-
그 광경은 엄청나서 마치 검은 공으로 만든 거대한 파도가 그녀를 덮치는 듯했다.
오청연의 눈에서 차가운 자색의 뇌전이 일렁였다.
“이건, 귀엽지만은 않구나!”
낭랑한 일갈과 함께 자전신룡검에서 엄청난 자색 뇌전이 폭발하듯 뻗어 나왔다.
천신자전검강과 흑백화혈독탄의 무리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충돌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과 함께 자색과 흑색의 섬광이 방원 수십 장을 뒤덮었다.
태풍처럼 사방을 휩쓰는 충돌의 여파가 얼마나 강력한지 공야무룡은 동굴 안에 있었는데도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두 걸음이나 물러서야 했다.
쏴아아아아아-
쏟아지는 폭우가 자색 뇌전과 흑무를 빠르게 지웠다.
오청연과 흑백쌍두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오청연은 허공을 밟고 서서 혀를 날름거리는 흑백쌍두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쉭쉭- 쉭쉭쉭-
놀라운 건 자전신룡검에 의해 갈라졌던 흑두의 혓바닥이 멀쩡하게 복원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놈의 자연치유력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하다는 증거였다.
진무앙이 오청연에게 물었다.
“뱀 한 마리 잡는데 뭐가 이리 오래 걸려?”
“이무기잖아요.”
“어쨌든 용은 못 된 놈이잖아.”
“용이 되기 직전이라고요.”
“그래서, 더 걸릴 거 같다고?”
“예.”
“비 오는데?”
“어쩌라고요?”
“들어와. 내가 잡을 테니까.”
“내가 잡을 때까지 진득하게 좀 기다리면 안 돼요?”
“저 자식이 자꾸 독무, 독탄을 뿜어내잖아.”
“어차피 중독도 안 되는데 무슨 상관이에요?”
“냄새가 지독하잖아! 코가 떨어져 나갈 지경이라고.”
오청연이 고개를 돌려 진무앙이 잠시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동굴로 돌아왔다.
흑백쌍두사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커다란 눈꺼풀을 껌벅이며 동굴을 보고 있었다.
진무앙이 그런 흑백쌍두사에게 말했다.
“네 상대 교체야, 임마.”
그와 흑백쌍두사의 거리는 이십 장.
그는 물론이고 혀의 길이가 칠 장에 달하는 흑백쌍두사에게도 먼 거리가 아니었다.
진무앙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이무기 고기 좀 먹어보자.”
말과 함께 그의 모습이 꺼지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흑백쌍두사의 머리 중 백두의 이마 바로 위였다.
그가 단거리 순간이동에 특화된 유성탄영을 펼친 것이다.
진무앙의 움직임을 놓친 흑백쌍두사는 코앞에 나타난 그를 보고 엄청나게 놀란 듯 미친 듯이 머리를 뒤로 젖혔다.
하지만 그것이 진무앙의 손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백두의 이마와 일 장이나 떨어진 상태에서 그의 장세가 작렬했다.
콰우웅!
가공할 압력을 아홉 번이나 품은 일장이 백두의 이마 안쪽에서 폭발했다.
그가 오랜만에 펼치는 혈우팔법의 제삼절 구겁천뢰탄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끄와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괴성과 함께 흑백쌍두사가 몸부림을 치며 뒤로 튕겨 나갔다.
콰지직- 콰작- 콰쾅- 쾅쾅-
수백 그루의 나무가 젓가락처럼 부러지며 숲이 난장판으로 변했다.
허공을 밟고 선 채 미친 듯이 꿈틀거리는 흑백쌍두사를 내려다보던 진무앙의 입이 벌어졌다.
“진짜 큰 놈이네…….”
흑백쌍두사는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가 칠십 장을 훌쩍 넘었다.
끄와아… 끄와아…….
진무앙은 몸부림치는 흑백쌍두사의 머리를 향해 수직으로 하강했다.
이번에 그가 노리는 건 흑두의 머리였다.
백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꼼짝도 못하고 축 늘어져 있었다.
진무앙의 오른손 주먹에 어린 가공할 경력이 뇌성과 함께 유성처럼 흑두의 미간을 향해 떨어졌다.
꽈르르르르릉-
붕천무적신권이었다.
흑두의 입에서 오청연의 검강을 무력화시켰던 독탄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훗!”
진무앙은 피식 웃으며 왼손을 휘둘렀다.
휘유우우우우웅-
용암과도 같은 열기가 독탄을 휩쓸었다.
열화마종의 초절기, 열화분심장이었다.
푸스스스스스-
수천 개의 독탄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드러난 흑두의 이마를 붕천무적신권이 강타했다.
쾅!
끄와아아아아아아-
끔찍한 괴성과 함께 흑두의 머리가 거대한 동체와 함께 십여 장이나 뒤로 날아가 떨어졌다.
진무앙은 꿈틀거리는 흑두의 머리를 밟고 섰다.
그런 그를 올려다보는 흑두의 노란 눈에는 선명한 공포가 드리워져 있었다.
진무앙이 노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구시렁거렸다.
“임마, 독탄 말고 내단으로 공격했으면 얼마나 좋냐. 그럼 귀찮게 네 머리를 부수거나 배를 가르지 않아도 되잖아.”
딸꾹!
흑두의 머리가 들썩였다.
그것을 느낀 진무앙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자식… 지금 딸꾹질한 거야?”
그때 그의 머릿속에 처음 들어보는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발… 살려주세요…….]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라 진무앙은 눈을 크게 떴다.
그가 흑두의 노란 눈을 보며 물었다.
“지금… 네가 말한 거냐?”
흑두가 눈을 껌벅였다.
[예.]“허… 어… 얼…….”
진무앙의 입에서 괴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온갖 해괴하고 기이한 일을 다 겪은 그였지만 뱀과 대화를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예의 목소리가 떨리는 어조로 물었다.
[정말 제 목소리가… 들리세요?]“네가 말을 걸었는데 내가 못 들을 리가 없잖아.”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던데요?]“나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거든.”
진무앙의 얼굴에 고민하는 듯한 기색이 떠올랐다.
사실 그는 사람보다 동물을 더 좋아했다.
동물은 사람을 속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배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신수, 환수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고.
그런데 흑백쌍두사는 단순한 독물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영물이었다.
그러니 배를 가를 생각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진무앙은 흑두의 머리에 털썩 앉아 손에 턱을 괬다.
“곤란하네…….”
[뭐가요?]“너, 저기 덩치 큰 놈하고 여러 번 싸웠다며?”
[예, 저를 보자마자 죽자고 달려드는데 그냥 죽어줄 수는 없잖아요.]“너, 십 년 전에도 사람 죽인 적 있지? 저 자식만큼 덩치 커다란 남자하고 여자.”
[남자만 죽였어요. 여자는 도망가서 죽이지 못했고요. 하지만 그건 그들이 먼저 송아를 죽여서 그런 거예요.]“송아?”
[제 딸이에요. 그 아이는 칠백 살밖에 안 된 어린애인데 그 인간들이 죽이고 설익은 내단을 가져갔어요.]진무앙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쪽은 부모를 죽인 원수, 다른 쪽은 딸을 죽인 원수가 아닌가.
말 못하는 괴물이면 신경쓰지 않을 일이었지만 영성이 있는 영물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저 자식하고의 문제는 차치하고, 나는 네 내단이 필요해. 어떤 애가 많이 아픈데 걔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을 만들려면 네 내단이 있어야 하거든.”
[꼭 제 배를 가르셔야 하나요?]애처로운 목소리였다.
“응.”
[제가 내단을 조금 떼어내서 드리면 안 될까요?]“그럴 수도 있냐?”
[가능해요. 그러면 천 년쯤 용이 되기 위한 수련을 더 해야 하겠지만요.]진무앙의 얼굴이 환해졌다.
무령보천신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흑백쌍두사의 내단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양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네가 내단의 일부를 떼어준다면, 그 문제는 해결이 되는데… 문제는 저 곰탱이 자식하고 할멈과 너의 악연이네…….”
진무앙의 시선이 동굴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