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302
302 그냥 죽여 버리시죠
맹노광이 진무앙에게 물었다.
“진 호위님은 손중악이 태상 부주를… 죽였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진무앙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무공을 폐하고 어딘가에 가두어놨을 거야.”
맹노광의 얼굴에 안도의 기색이 떠올랐다.
진무앙이 말을 이었다.
“손중악은 그가 가진 물건을 얻기 전에는 초대형 곰탱이를 절대 죽일 수 없거든.”
“태상 부주가 손중악이 욕심내는 물건을 갖고 있단 말씀이십니까?”
“그래. 놈이 초대형 곰탱이를 제거한 것도 아마 그것 때문일 거다.”
맹노광의 입이 떡 벌어졌다.
“대체 그 물건이 무엇이기에 그런 짓까지……?”
“그런 게 있어.”
진무앙은 똑부러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맹노광이 알아서 득될 게 없었기 때문이다.
오청연이 심어술로 진무앙에게 물었다.
[당신, 공야승추가 현천을목마금의 환무경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응.]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묵령은 현천을목마금의 환우지약이 내뿜는 기운이 십만대산에서 느껴진다고 했어. 기억하지?] [물론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대륙의 끝에 있는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흡철령은 운남에서 찾았고, 남은 건 환무경뿐이야. 그러니 이곳에 있는 건 그것이겠지.] [그렇겠죠. 하지만 공야승추가 그걸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손중악이 가졌을 수도, 다른 엉뚱한 곳에 묻혀 있을 수도 있지 않나요?]진무앙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환무경은 공야승추의 손에 있어.] [확신하는 모양이네요?] [응.] [근거는요?]진무앙이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손중악은 반골이었지만 어리석은 놈은 아니야. 오히려 천재적인 두뇌와 뛰어난 인내심이 있지.] [그런데요?] [세월이 흐르는 걸 기다리기만 해도 사해집마부주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그의 차지가 되었을 거야. 그런데도 그는 공야승추를 제거했어. 왜 그랬을까?]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공야무룡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아니. 너도 맹노광이 아까 한 말 들었잖아. 손중악의 자질은 공야무룡보다 못하지 않아. 무공을 익힌 세월은 그보다 배 이상 길고. 그러니 지금 둘이 싸우면 공야무룡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손중악을 이길 수 없어.] [그 말은, 손중악이 공야승추가 공야무룡을 후계자로 세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맞아. 그러니 손중악이 공야무룡 때문에 공야승추를 제거했을 거라는 건 지나친 억측이야.] [그럼 대체 왜……?] [공야승추도 공야무룡이 손중악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 몰랐을 리 없어. 그래서 그는 손주의 열세를 단번에 뒤집을 방법을 찾았겠지. 그리고 결국 그것을 손에 넣었을 테고.]오청연의 눈이 커졌다.
[환무경…….] [맞아. 공야무룡이 환우마병을 얻어 천무령을 각성한다면 손중악 정도야 삼초지적도 되지 않으니까.] [아… 공야승추는 환우십병의 천무령을 각성하는 조건을 모르고 있었군요. 그것을 얻으면 손자의 혼이 지워진다는 걸…….]진무앙의 입가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알았으면 놈의 선택은 달라졌겠지.]그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공야승추는 환무경을 손에 넣었음이 틀림없어. 녀석은 다른 환우지약의 파편까지 얻어서 현천을목마금을 완성하려고 했을 거야. 그리고 공야무룡에게 그것을 넘길 생각이었겠지.] [손중악이 그런 공야승추의 의도를 눈치챈 것이로군요. 만약 공야승추의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손중악은 자신이 절대로 사해집마부의 부주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그로서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겠군요.] [맞아. 그래서 놈은 초대형 곰탱이를 제거하는 걸 선택한 거야.] [그럼 방금 전 공야승추가 아직 살아 있을 거라고 하신 이유는……?] [초대형 곰탱이가 손중악에게 환무경의 행방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어떻게 그걸 확신해요?] [공야무룡이 아직 살아 있으니까.] [예?] [손중악이 환무경을 손에 넣었다면 공야승추는 물론이고 화근이 될 게 분명한 공야무룡을 벌써 죽여 버렸을 거야.] [아……!] [공야무룡이 살아 있다는 건 공야승추가 환무경을 손중악에게 넘기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야.] [손중악은 왜 공야무룡을 잡아서 그의 목숨으로 공야승추를 협박하지 않은 거죠? 그랬다면 벌써 환무경을 손에 넣었을 수도 있잖아요.] [사해집마부 내에서 공야승추를 제거하는 것과 귀주까지 넘어와서 곰탱이를 납치하는 건 위험부담의 차원이 달라.] [위험부담이라니요?] [만약 그가 공야무룡을 납치했다는 걸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문제가 엄청나게 커질 수도 있거든.] [누군가라면…….] [누구겠냐? 당연히 나지. 손중악은 삼십몇 년 전 공야승추가 진승이를 데리고 나를 만난 걸 알아. 나한테 걔를 부탁했다는 것도. 그런데 걔의 아들인 곰탱이를 납치해? 만약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자식이 무슨 수로 뒷감당을 하겠냐?] [아… 음…….]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진무앙이 오청연과 전음(?)으로 대화를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침묵을 유지하던 맹노광이 더 참지 못하고 불쑥 끼어들었다.
“진 호위님.”
“왜?”
“손중악을 잡아 주리를 트실 겁니까?”
“내가?”
“예.”
“내가 그걸 왜 해?”
“진 호위님이 아니면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게 태상 부주를 구할 수 있는 제일 빠른 방법이지 않습니까? 진 호위님이라면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쉬운 일이고요.”
진무앙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맹노광을 구박했다.
“너는 손중악을 수십 년 동안 지켜보았는데도 놈의 성격을 모르는구나.”
“예?”
“놈의 반골 기질은 내게도 해당돼.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면 놈은 즉시 죽음을 택할 거다.”
“그럼 그냥 죽여 버리시죠.”
맹노광의 말에 진무앙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후우, 생각 좀 하며 살아라. 이 뇌가 근육으로 가득한 놈아! 그 자식을 죽이면 공야승추는 어떻게 찾을 건데?”
“…으음…….”
침음성을 토한 맹노광이 무거운 얼굴로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글쎄… 제일 좋은 그림은 공야승추가 손중악의 정당성을 부인하고, 자신의 손자에게 후계자의 권리가 있다는 걸 선언하는 거야.”
진무앙이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그럼 손자가 손중악과 싸울 수 있는 명분이 생기지. 그 싸움에서 녀석이 손중악을 쓰러뜨리면, 최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지 않겠냐.”
진무앙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맹노광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말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게 이루어지려면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우선, 태상 부주가 부하들 앞에 나타나셔야 합니다. 그리고 손자의 무공도 손중악을 쓰러뜨릴 정도로 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면 되지. 뭐가 문젠데?”
“아니, 다 문제잖습니까?”
“너한테는 그렇게 보이겠지.”
심드렁한 어조로 대답한 진무앙이 엉덩이를 털면서 일어섰다.
“일찍 자자. 내일은 바쁠 거야.”
그가 오청연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가서 곰탱이 데리고 와.”
“알았어요.”
“마차 가져오는 것도 잊지 마.”
* * *
비슷한 시각.
사해집마부, 부주 집무실.
태사의에 앉아 어둠에 잠긴 창밖을 바라보는 손중악의 안색은 무표정했다.
그가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위 혈주, 공야무룡이 대산으로 들어선 것이 확실하다고?”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무서운 힘이 깃들어 있는 음성이었다.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비마잠혈의 혈주 위망온이 대답했다.
“예, 부주님.”
그가 말을 이었다.
“귀주에서 광서로 들어오는 관도상에서 싸움이 있었습니다. 옥녀 신완아를 추적하던 부하들을 쓰러뜨리고 그녀를 데리고 도주한 자의 인상착의가 공야무룡과 일치합니다.”
“그의 거대한 체구는 위장이 불가능한 것이긴 하지.”
“그렇습니다. 신장이 구 척에 달하고, 몸무게가 삼백 근이 넘는 체구를 누가 위장할 수 있겠습니까. 그럴 이유가 있는 자도 없습니다.”
“추적은?”
“남하하고 있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그자가 흔적을 지우며 이동하고 있어 추적에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력을 다하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공야무룡이 남하하고 있다라…….”
손중악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가 위망온에게 물었다.
“그자가 자신의 신세내력을 알아낸 것이냐?”
“고향을 한 발짝도 떠나지 않던 자가 남하하는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떻게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일까?”
“본혈의 수하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가 마을을 떠나기 하루 전에 낯선 방문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방문자?”
“예. 죽립을 쓴 남자 한 명과 면사를 쓴 여인 두 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정체는 알아냈나?”
“죄송합니다.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요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이 생기는군. 공야무룡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그’의 행적도 놓치고…….”
손중악의 중얼거림에 위망온은 고개를 더욱 깊숙이 숙이며 말을 받았다.
“속하가 무능한 탓입니다.”
“그렇게 자책할 일은 아니다. ‘그’가 정말 암천광무존이라면 네 부하들의 능력으로 추적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부주님은 ‘그’가 정말 무존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네 휘하의 십이영주가 가져온 전언은 분명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천하에 ‘그’ 외에 누가 감히 흑암주의 주인을 자칭할 수 있단 말이냐.”
“그렇긴 합니다만…….”
말꼬리를 흐리던 위망온이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공야무룡으로 추정되는 자와 충돌했던 부하들의 보고가 마음에 걸립니다.”
손중악의 미간에 내천 자가 그어졌다.
위망온은 확실한 것이 아니면 입 밖에 내지 않는 신중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운을 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위망온이 말을 이었다.
“공야무룡은 마차에 타고 있었는데 혼자가 아니라 일행과 함께였다고 합니다.”
“일행이?”
“예. 죽립을 쓴 남자와 면사를 쓴 여인 두 명이었답니다.”
“귀주의 마을에 나타났던 방문자와 같은 인상착의로군.”
“그렇습니다.”
손중악의 안색이 납덩이처럼 창백해졌다.
그가 위망온에게 물었다.
“너는 공야무룡이 무존과 동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존과 공야 가문의 남다른 인연은 부주님도 잘 알지 않으십니까.”
손중악은 지그시 눈을 감으며 팔짱을 꼈다.
위망온이 말을 이었다.
“무존이 공야무룡과 함께 본부를 찾아오는 상황을 염두에 두셔야 할 듯합니다. 만약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무존이 요구할 것은 한 가지뿐이니까요.”
“너는 무존이 내게 부주의 자리를 공야무룡에게 넘기라고 할 거라 생각하는 거냐?”
“예.”
“훗.”
손중악은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말했다.
“너는 무존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무존이 공야 가문과 인연이 깊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힘으로 나를 부주 자리에서 끌어내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손중악은 위망온의 말을 끊고 말을 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세상사에는 억지로 관여하지 않는다. 그럴 만큼 이 세상을 사랑하는 남자가 아니니까. 그렇기에 내가 지금까지 공야무룡을 내버려둔 것이다. 만약 내가 그에게 손을 대고, 무존이 그것을 알았다면 즉시 이곳에 찾아와 나를 죽였을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속하는 부주님의 깊은 뜻을 알지 못했습니다.”
“무존이 공야무룡, 신완아와 동행하고 있다면, 다음 행동은 무엇일까?”
질문의 형태였지만 위망온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손중악의 중얼거림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지, 답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중악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무존은 어디로 튈지 예상이 불가능한 사람이다. 그러니 그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추측하는 건 의미 없는 짓이다.”
“그래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를 상대할 때 준비를 하면 오히려 말려들기 쉽다. 최선의 대응 방법은 임기응변뿐이야.”
손중악의 말에 위망온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고금팔대고수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암천광무존을 임기응변으로 상대하는 건, 이길 가능성이 희박한 도박이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그럼에도 손중악은 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처지가 마음을 무겁게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