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318
318 그딴 건 개나 줘버려
진무앙의 전신에서 용암처럼 이글거리며 흘러나온 묵청광이 푸른 기운을 밀어내며 무서운 속도로 범위를 넓혀갔다.
그 광경은 마치 검푸른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언가를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공간 전체가 부들부들 떨며 넝쿨처럼 뒤틀렸다.
쿠우우우우우-
마령은 자신의 영역에서 진무앙이 암혼을 소환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랬을 때의 위험을 그가 모를 리 없었으니까.
진무앙을 둘러싼 늪과 같은 푸른 기운도 요동쳤다. 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 못 박힌 것처럼 꼼작도 하지 않았다.
진무앙은 몽지림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르며 암월도를 앞으로 쭉 뻗었다.
스슷-
반월형의 도강이 번개처럼 튀어나와 푸른 기운에 휩싸인 정면을 갈랐다.
암월구식의 제일초 삭월이었다.
“짝퉁 회랑의 마령 따위가 감히 나를 희롱해? 간이 배 밖으로 나오기라도 한 거냐?”
광기와 오만함, 그리고 비웃음이 가득한 어조였다.
삭월에 이어 진무앙은 암월구식의 제이초 노월을 펼쳤다.
유성우처럼 쏟아진 열두 개의 암월도강이 그의 전방을 무자비하게 찢어발겼다.
콰콰콰콰콰콰-
암월도강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있던 푸른 기운이 힘없이 소멸당했다.
진정한 혼돈지력은 만물이 태동하기 전의 기운이기에 신기와 마기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그래서 애당초 마령이 암혼을 소환한 그와 싸워 버티거나 우세를 점하는 건 불가능했다.
혼돈지력의 주인인 진무앙은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처음부터 암혼을 꺼내지 않은 건 바로 지금 그에게 일어나는 현상 때문이었다.
푸른 기운은 암월도강에 의해 소멸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실상은 많이 달랐다.
그것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무서운 속도로 혼돈지력에 흡수되고 있었다.
이것이 진무앙이 피하려고 한, 회랑에서 암혼을 소환했을 때 발생하는 위험이었다.
지금 그의 내부로 흡수되는 푸른 기운은 ‘심혼마기’라는 것이었다.
심혼마기는 마계에 흐르는 여러 종류의 마기 중에서도 특별한 것이었다.
그것은 회랑이라 불리는, 다른 세상으로 이어진 통로를 생성할 수 있는 기운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진무앙이 가진 혼돈지력을 자극할 수 있는 유일한 외부의 기운이기도 했다.
암월도와 하나가 되어 몽지림을 향해 전진했다.
그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푸른 기운의 양도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사라지는 기운의 양은 엄청난 속도로 불어났다.
이제는 암월도가 나아가는 길에 있던 푸른 기운뿐만 아니라 진무앙 주변의 것들까지 그를 둘러싼 묵청빛 강기에 흡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 한 번 깜박일 시간이 지났을 때 혼돈지력의 묵청빛 중 푸른빛의 양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진무앙의 눈에 드리워진 광포한 기운이 점점 더 강해졌다.
지금 그의 내부엔 존재하는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강대한 혼돈지력이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서서히 준동하고 있었다.
심혼마기가 혼돈지력을 압도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불안정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그리고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면 진무앙은 혼돈지력의 통제력을 잃게 되고, 그 뒤는 ‘폭주’였다.
그것을 모르지 않는데도 진무앙은 마령을 비웃으며 앙천광소를 터트렸다.
“으하하하하하! 고작 심혼마기 따위로 나를 폭주시킬 생각이냐? 마령, 꿈도 야무지구나.”
마령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공간이 축소되는 속도가 배가되며, 진무앙 주변 푸른 기운의 밀도와 압력이 끔찍할 정도로 강해졌다.
그렇게 되자 혼돈지력에 흡수되는 기운의 양 또한 엄청나게 늘어났다.
진무앙은 몸으로 들어온 심혼마기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임시조치였지만 당장은 그것이 그가 할 수 전부였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파괴해야 한다. 늦어질수록 내가 폭주할 가능성이 커져. 만약 내가 폭주한다면… 이 세상은 다시 내 손에 멸망하게 될 것이다.’
생각을 이어가던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예상대로야. 암혼이 뭔가 달라졌다…….’
지금의 암혼은 예전에 그가 소환했을 때와 미묘하게 달랐다.
예전의 암혼은 눈앞의 적이 전멸할 때까지 파괴와 살육의 광기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파괴했다.
본능적으로 움직였고,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상태와 미래까지 궁리하는 것이다.
이어지려는 상념을 끊은 진무앙이 밀려드는 푸른 기운을 보며 광오하게 소리쳤다.
“이백 년 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거냐? 신선한 시도지만 꿈이 너무 커!”
그는 이미 이곳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
시공의 미로 심장, 그러니까 마계의 심혼마기로 영성을 얻은 존재인 마령은 이백 년 전처럼 특정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의 마령은 열 살 어린아이 크기의 알 형태여서 진무앙은 그것을 어렵지 않게 쪼개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유혼반천대법과 결합한 지금의 마령은 자신의 심장을 지하 공간 전체로 확장시킨 상태였다.
진무앙의 눈빛이 스산해졌다.
‘아무리 심장을 넓게 확장시켰다 해도 분명히 어딘가에 중심이 되는 축이 존재한다. 그걸 찾아 부숴야 한다.’
오래 머물수록 폭주의 위험이 커지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는 마령을 살려두고 떠날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었다.
암혼을 소환하지 않았을 때도 적이라면 뿌리를 뽑아버리던 그가 아닌가.
하물며 암혼을 소환한 상태에서는 두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 공간엔 그뿐만 아니라 몽지림도 있었다.
가공할 압력에 짓눌린 상태에서도 그녀는 그에게 오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자기 여자의 개고생을 눈앞에서 보는 그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진무앙의 광기와 대살기가 폭발하듯 강해졌다.
“폭주? 그딴 건 개나 줘버려. 네놈의 목을 따지 않으면 나는 여기서 안 나가, 이 개자식아!”
암월도의 도신에서 흘러나오던 묵청광이 노을빛으로 변하며 초승달 형태의 도강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정면을 갈랐다.
태산이 거꾸로 무너지는 듯한 거력이 푸른 기운의 벽을 모래성처럼 무너뜨렸다.
진무앙이 암월구식의 제칠초 혈월을 펼친 것이다.
단숨에 그와 몽지림 사이에 긴 통로가 생겨났다.
찰나지간 그는 그녀의 옆에 도착했다.
그의 강철 같은 팔뚝이 몽지림의 허리를 감더니 품으로 끌어당겼다.
몽지림은 많이 지친 기색으로 그의 허리를 꽉 안았다.
진무앙의 눈에 분노가 짙게 드리워졌다.
‘이런 식으로는 혼돈지력이 폭주하기 전에 놈을 잡기 어렵다. 모험을 해야 해.’
그의 검푸른 눈동자는 시퍼런 신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전신에서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묵청광도 칠 할이 푸른 빛이었다.
그것은 혼돈지력에 대한 진무앙의 통제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그는 무서운 눈으로 앞을 보며 광역 살상 초식인 암월구식의 제팔초 광월을 펼쳤다.
콰콰콰콰콰콰쾅!
별이 폭발하는 것처럼 원형으로 뿜어져 나온 묵청빛 도강의 해일이 거대한 공간 대부분을 단숨에 으스러뜨렸다.
끄아아아아아아-
고막을 긁는 듯한 기괴한 비명과 함께 푸른 기류가 미친 듯이 뒤틀리며 진무앙의 전신으로 스며들었다.
순식간에 푸른 기운의 밀도가 눈에 띌 만큼 약해지며 짓누르던 압력도 약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무앙은 몽지림을 안은 채 수직으로 솟아올랐다.
‘이래도 안 쫓아올 거냐?’
쐐애애애액-
몽지림을 안고 암월도를 쥔 채 이글거리는 묵청광에 휩싸여 날아오르는 그의 모습은 공포스러울 만큼 신비로웠다.
공간은 그를 향해 압축되고 있던 터라 천장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진무앙이 날아오르는 속도라면 셋을 세기도 전에 벌써 천장을 뚫고 밖으로 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가 일천 장 이상을 날아올랐는데도 이상하게 천장과의 거리는 많이 좁혀지지 않았다.
진무앙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포기하지 않았어. 이 개자식은 내가 폭주할 때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 생각이야.’
이 공간은 각기 다른 두 세계의 경계에 심혼마기와 유혼반천대법이 결합해서 생성한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이곳에 발을 디디면 일반적인 천지의 법칙은 통용되지 않았다.
그렇게 법칙을 벗어난 것 중 하나가 거리에 대한 것이었다.
이곳에서 눈에 보이는 거리는 의미가 없었다.
마령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공간에 들어왔을 때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이곳을 창조한 마령이 내보내 주거나, 아니면 그것을 죽이는 것이었다.
물론 예외적인 방법도 있기는 했다.
그것은 마령이 통제하지 못할 만큼 강대한 힘으로 강행 돌파하는 것이다.
진무앙은 세 번째 방법을 택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곧 이곳을 벗어난다. 그전에 놈은 반드시 최후의 발악을 한다. 그때가 네가 죽는 순간이다…….’
그는 전신으로 스며드는 심혼마기를 무시하고 가공할 속도로 상승했다.
멀기만 하던 천장과의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리고 공간을 채우고 있던 심혼마기의 양이 줄어들수록 천장이 가까워지는 속도 또한 빨라졌다.
그것은 마령이 이 공간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는 데다 진무앙의 혼돈지력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시간 싸움이 되겠군. 내가 폭주하는 게 먼저일지, 네놈이 내 손에 죽는 게 먼저일지…….’
콩알만 하게 보이던 천장이 집채만 해졌을 때, 진무앙이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천장이 있는 전방의 공간이 꿈틀거리며 거대한 푸른 괴조의 형상으로 변했다.
부리에서 꼬리까지의 길이가 오십여 장에 이르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거대한 새였다.
구워어어어어!
괴조는 공간을 뒤흔드는 엄청난 울부짖음과 함께 아름드리나무처럼 굵고 늑대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의 머리를 찍어왔다.
쑤와아아앙-
발톱이 도달하기도 전에 태풍 같은 바람이 먼저 불어닥쳤다.
괴조의 형상을 한 마령이 앞을 가로막은 상황.
진무앙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끝을 내자, 이 개자식아!”
그가 벼락처럼 소리치며 머리로 날아드는 괴조의 발바닥에 암월도를 꽂았다.
괴조의 발톱이 확 길어지며 암월도의 공격을 막았다. 동시에 괴조의 두 날개가 고무줄처럼 주욱 늘어나 진무앙과 몽지림을 감싸려 했다.
그 순간,
쩡!
둔중한 굉음과 함께 발톱과 부딪친 암월도가 튕겨 나갔다.
괴조의 거대한 푸른 눈에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
이 상황은 놈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놈은 암월도가 발톱을 부수고 발밑에 박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때 진무앙을 날개로 잡은 후 품 안에 가두려고 했다.
그곳엔 진무앙이 폭주할 때까지 잡아두려고 준비한 ‘최후의 미로’가 있었다.
그런데 암월도가 튕겨 나간 것이다.
암월도를 쥔 진무앙의 움직임이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했다.
튕겨 나온 암월도를 쥔 진무앙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괴조의 가슴으로 뛰어들었다.
괴조의 눈에 기쁨의 빛이 번뜩였다.
원래 그가 진무앙은 잡아 넣으려고 했던 곳이 품안이었다.
계획이 틀어져서 속이 탔던 차에 진무앙이 제 발로 품으로 들어온 것이다.
예상치 못한 횡재(?)였다.
구워어어어-
기쁨에 겨워 울부짖는 괴조를 보며 진무앙은 암월도를 움켜쥐었다.
그의 시선은 괴조의 겨드랑이에 있는 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점 또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푸른색이었다. 그저 미세하게 색이 조금 더 짙을 뿐이었다.
‘찾았다, 중심축!’
코콰콰콰콰콰콰콰-
어마어마한 바람과 함께 괴조의 두 날개가 진무앙은 그대로 끌어안았다.
찰나,
암월도의 도신에서 불쑥 튀어나온 반월형의 도강이 번개처럼 푸른 점을 갈라 버렸다.
스팟!
끄아아아아아아아-
끔찍한 비명과 함께 괴조와 공간이 뒤틀리며 부서져 내렸다.
몽지림을 안은 진무앙은 붕괴되는 공간을 뚫으며 비상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