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326
326 목도 따줄게
주신언의 말한 목격자는 구칠이란 이름의 삼십대 중반의 장사꾼이었다.
그는 북부 시장에서 야채를 파는데, 한 달 전 일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괴물을 보았다고 했다.
구칠의 집은 북부 시장 근처였다.
골목으로 들어선 진무앙이 미간을 찌푸리며 주신언에게 물었다.
“그 사람의 집이 여기서 멉니까?”
“아닐세. 칠십 장 정도만 더 가면 되네.”
그는 이곳 지리에 익숙했다.
어젯밤 대운객잔을 나온 직후 이곳에 와서 구칠을 만났었기 때문이다.
날이 밝으면 진무앙은 분명 목격자를 만나보자고 할 텐데 그러려면 사전 조사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무앙이 말했다.
“피 냄새가 납니다. 우리가 한발 늦은 것 같습니다.”
앞뒤 맥락이 없는 말이었지만 주신언은 그 말을 대번에 알아들었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그는 전력을 다해 경공을 펼쳤다.
진무앙과 일행도 경공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주신언은 골목을 서너 번 꺾어 돈 뒤 허름한 집 앞에 도착했다.
그는 나무로 된 현관문을 천천히 밀었다.
끼이이익-
잠기지 않은 문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집안으로 들어선 주신언의 눈에서 강렬한 신광이 흘러나왔다.
은은한 피 냄새가 사합원 구조의 집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뜰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자 침상에 누워 있는 여인과 바닥에 쓰러진 남자가 보였다.
두 사람의 주변엔 검붉게 변한 피가 흥건했다.
피의 색으로 볼 때 그들이 사망하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으음!”
주신언이 놀란 신음을 토하며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달려갔다.
“구칠…….”
구칠의 맥을 집어본 주신언이 돌처럼 굳은 얼굴로 진무앙을 돌아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무앙이 물었다.
“그 남자가 구칠입니까?”
“맞네.”
주신언이 말을 이었다.
“피의 변색이나 시신의 경직 정도로 봤을 때 이들은 내가 다녀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살해된 것 같네.”
진무앙이 침상에 죽어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그에게 물었다.
“저 여자는 구칠의 처인 거죠?”
“그렇다네. 어제 그녀에게 차를 대접받았는데 오늘은 시신으로 만나다니…….”
귀를 세우고 기척을 느끼던 오청연이 진무앙에게 말했다.
“집안에 살아 있는 사람의 기척은 없어요.”
진무앙이 주신언에게 불쑥 물었다.
“구칠 부부에게 아이가 한 명 있지 않았습니까?”
“아이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어제 내가 들렀을 때는 보지 못했네. 그런데 자네가 그것을 어찌 아는가?”
진무앙이 손가락으로 방구석에 놓인 상자를 가리켰다.
반쯤 열린 상자의 틈으로 안에 든 장난감 하나가 보였다.
그것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칠교판이었는데, 아직 일곱 가지 빛이 생생한 것을 보면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진무앙이 고개를 돌려 공야무룡과 신안아에게 말했다.
“집안을 뒤져 아이의 시체를 찾아내라.”
“알았수.”
크게 대답한 공야무룡과 신완아가 번개처럼 움직이며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둘의 경공은 놀라운 것이었다.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듯한 신완아의 경공은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그리고 공야무룡은 그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옷자락 스치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고, 눈으로 따라잡지 못할 만큼 빨랐다.
그들의 운신을 본 주신언과 사마휘의 눈이 커졌다.
공야무룡과 신완아의 외모를 보고 평범한 사람들이 아닐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의 고수일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촌각도 흐르기 전에 공야무룡과 신완아는 진무앙의 앞으로 돌아왔다.
“없수.”
공야무룡은 단정적으로 말했다.
뒤이어 신완아도 한마디를 했다.
“저도 못 찾겠어요.”
“핏자국은?”
공야무룡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것도 없수.”
진무앙의 눈이 가늘어졌다.
두 사람이 찾지 못했다면 아이는 집안에 없다고 보아야 했다.
진무앙이 중얼거렸다.
“시신과 핏자국이 없다는 건 범인이 아이를 데리고 갔거나, 아이가 범인을 피해 도주했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건데…….”
진무앙이 신완아에게 물었다.
“손에 든 건 아이 거냐?”
신완아는 손에 옷가지 몇 개와 가죽신 한 쌍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진무앙에게 그것들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예. 옷과 신으로 보아 여아예요. 체구는 넉 자 다섯 치 정도. 마르지도 찌지도 않은 보통 체구일 거예요. 부모의 나이, 그리고 아이 방의 장난감이나 가구의 색을 보면 열둘에서 열다섯 살 사이로 생각돼요.”
진무앙이 주신언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범인이 왜 이들 부부를 죽인 거라고 생각합니까?”
“우리와 그가 만나는 걸 원치 않아서가 아니겠는가.”
“구칠이 우리에게 목격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는 말이죠?”
“그 이유가 아니라면 이들 부부가 살해당할 이유가 없네.”
“단정할 수 있습니까?”
주신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풍령부운전에서 구칠의 목격담이 거짓일 수도 있어서 그에 대해 상세하게 조사를 했네. 그 끝에 그들은 그가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지.”
“이들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네요.”
“그렇다네.”
“그럼 주 대협의 말대로 범인은 우리가 그와 만나는 걸 원치 않아서 죽였을 가능성이 크네요.”
“그렇다고 했지 않은가.”
“주 대협, 어제 구칠에게서 듣지 못한 이야기가 있습니까?”
“없네. 그리 긴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내가 자네와 그를 만나게 하려 했었던 건,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걸 자네가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네.”
진무앙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는 구칠 부부의 시신으로 다가가 그들을 눈으로 훑었다.
구칠 부부는 모두 검에 심장이 관통당해 죽었다.
진무앙의 중얼거림이 이어졌다.
“흉기의 폭과 길이를 볼 때 날이 한 자도 안 되는 단검입니다. 그리고 부부 모두 저항한 흔적이 없다는 건 범인이 무공을 익혔다는 뜻이고요. 하지만 두 사람의 심장에 남은 칼의 흔적이 많이 거칩니다. 그것으로 보아 범인의 무공 수준은 이류 정도입니다.”
주신언이 그에게 물었다.
“이들에게 저항한 흔적이 없는 건 범인이 면식범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은가?”
진무앙은 고개를 저었다.
“면식범일 수도 있지만 그가 무공을 익히지 않은 보통 사람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죽은 두 사람의 거리는 일곱 자입니다.”
“나도 아네. 그런데 그게 왜?”
“범인은 동시에 두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아내를 먼저 죽이고 그 뒤에 구칠을 죽였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는가?”
“아내의 얼굴은 비교적 평온합니다. 하지만 구칠은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죠.”
사마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내는 자신이 당하는지도 모른 채 죽었고, 구칠은 그런 아내의 죽음을 보고 분노했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야?”
“역시 휘아. 주 대협보다 네가 훨씬 낫다.”
주신언이 퉁명스러운 어조로 진무앙에게 쏘아붙였다.
“사람 면전에서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닐세.”
“내가 언제 그런 거 가리면서 말하는 거 봤습니까?”
말빨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주신언이지만 이번엔 말문이 막혔다.
“…….”
진무앙이 말을 이었다.
“일곱 자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을 차례로 죽인 살인 사건입니다. 그런데도 피해자들에게 저항의 흔적이 전혀 없다는 건 범인의 무력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뜻이죠. 주 대협도 인정하시죠?”
주신언이 얄미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진무앙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하네.”
“범인이 무인이 아닌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가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구칠은 저항할 시간이 있었을 겁니다.”
사마휘가 진무앙에게 물었다.
“아이가 범행을 목격했을까?”
“가능성은 충분하지.”
모두 진무앙의 말을 수긍했다.
사마휘가 또 물었다.
“범인이 아이를 데리고 갔을까? 아니면 도망치고 있는 중일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몰라. 나도 궁금해.”
“입만 열면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더 많다고 자랑을 일삼던 사람이 웬일로 꼬리를 다 내리네?”
“나는 점쟁이가 아니야.”
진무앙이 미간을 찡그리며 불쑥 주신언에게 물었다.
“구칠이 목격자라는 거, 소문이 났었습니까?”
“아닐세. 그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었네. 자신이 목격자라는 게 소문이 나면 괴물들에게 죽임당할까 봐 굉장히 무서워할 정도로. 그래서 목격담을 형주부 포도아문의 잘 아는 포쾌 한 명에게만 이야기했을 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네. 그것을 풍령부운전에서 어렵게 알아낸 것이고.”
“포쾌는 윗사람들에게 보고했겠군요.”
“물론일세. 그렇지 않았다면 풍령부운전이 어떻게 그걸 알아낼 수 있었겠는가.”
“보고를 받은 자들도 보안을 유지했습니까?”
“그렇다고 들었네. 소문이 나봤자 민심만 흉흉해질 것 아닌가. 사람도 아닌 강시와 흡혈귀의 범행이라니… 형주부에서는 범인을 잡은 후에 공표를 할 생각이었던 것 같네.”
“그럼 아는 사람이 소수라는 말이네요?”
“그렇겠지.”
“구칠이 포쾌에게 말한 게 언제인지 아십니까?”
“목격한 다음 날이라고 들었네.”
“그럼 한 달이나 지났다는 말인데… 범인은 왜 그때 그를 죽이지 않고 지금 죽였을까요?”
“…….”
주신언은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그 질문은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어느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진무앙이 연이어 물었다.
“구칠 부부를 죽인 건 강시도, 흡혈귀도 아닌 사람입니다. 그런데 괴물도 아닌 사람이 왜 그를 죽였을까요?”
“…….”
이번에도 주신언은 눈만 멀뚱거릴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진무앙이 오청연과 사마휘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 떠올라 있었다.
오청연이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아무래도 이들 부부, 안 죽어도 될 사람들이 우리 때문에 살해당한 것 같다.”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주 대협이 어제 이미 그를 만나서 목격담을 모두 들었어. 그런데도 그를 죽였다는 건…….”
진무앙이 구칠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범인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가 그 목격담을 듣는 걸 원치 않았던 거라고 봐야겠지. 그리고 그 말은…….”
오청연의 눈이 커졌다.
“범인이 당신을 알고 있는 자라는 말이에요?”
진무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진무앙이 말을 이었다.
“범인은 내가 형주에 들어왔을 때 날 본 것 같아.”
오청연이 중얼거리듯 한마디를 했다.
“그리고 긴장했겠죠.”
피식 웃은 진무앙의 말이 계속되었다.
“아마도 놈은 무림맹 형주 분타에서 혼돈성흔과 결계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 믿었을 거야. 하지만 구칠의 경우는 좀 달랐겠지. 그의 이야기에는 그것들에 대한 것이 포함되어 있었을 테니까. 주 대협은 그걸 들어도 뭔지 모르겠지만 나라면 단번에 알아차릴 거라는 걸 놈은 알았던 거지.”
오청연이 물었다.
“당신이 하는 말을 들으니까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어요.”
“뭐?”
“범인의 무공이 이류 정도라면서요? 당신과 혼돈성흔, 결계를 아는 자가 이류일 수가 있어요?”
진무앙의 눈빛이 깊어졌다.
“만나보면 이유를 알 수 있겠지.”
그가 주신언에게 말했다.
“풍령부운전과 형주부에서 구칠의 목격담에 접근할 수 있는 자를 찾아주십시오.”
“알겠네.”
“나와 다른 사람들은 지금부터 아이를 찾아보겠습니다.”
주신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알아내는 게 있으면 자네를 찾겠네. 자네도 그렇게 해주게.”
“알겠습니다.”
진무앙이 구칠 부부의 시신을 보며 말했다.
“당신들 딸이 무사하다면 내가 구하지. 그리고 범인 목도 따줄게. 내가 남의 복수를 해주는 사람은 아닌데, 나 때문에 누가 죽는 꼴을 보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