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361
361 일생일대의 위기 상황이야
금설화가 석채은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들에 대해서는 석 언니가 저보다 잘 알아요.”
기다렸다는 듯이 석채은이 말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파악된 세력은 최하 일곱 개 이상이에요.”
진무앙이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일곱? 그렇게 많습니까?”
“예. 그리고 본문이 파악하지 못한 세력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요.”
“정보 수집이 쉽지 않나 보군요.”
석채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공이 뛰어난 자들이에요. 그래서 본문의 제자들이 접근하는 게 쉽지 않아요. 덕분에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죠.”
진무앙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석채은이 몸담은 하오밀문은 정보 수집과 거래를 업으로 삼는 문파였다.
당연히 제자들의 경공과 은신술은 당대 무림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뛰어났다.
그런 그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암중 세력의 저력이 만만찮음을 알 수 있었다.
“일곱 중 정체를 알아낸 세력이 하나도 없습니까?”
“짐작이 가는 곳이 몇 있긴 해요. 그런데…….”
석채은이 말을 흐리며 진무앙을 똑바로 보았다.
“그런데, 뭡니까?”
“그들이 왜 수향루를 포위하고 있는지 그 목적을 짐작조차 할 수가 없어요.”
“우선 석 목주가 짐작하는 그들의 정체부터 말해봐요. 놈들의 목적은 내가 알아낼 테니까.”
“그러죠. 일곱 중 넷은 정체가 모호하지만, 셋은 구 할 이상 확실해요. 그 확실한 세력은 첫째가 북해빙궁이에요. 천하 무림을 통틀어 숨결만으로 물을 얼릴 수 있는 빙공의 소유자들은 그곳에만 있으니까요.”
“북해빙궁?”
석채은의 말을 들은 진무앙의 안색이 오묘하게 변했다.
석채은이 말을 이었다.
“둘째는 몸에 화약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 있는 일군의 무인들인데, 아무래도 대혼돈시대 때 멸문당했다고 알려진 산서의 화탄 장인 집안 벽력당으로 추정돼요.”
말이 이어질수록 진무앙의 안색은 점점 더 딱딱하게 굳어갔다.
“셋째는 왜국인들인데, 전문적으로 인술을 익힌 집단으로 짐작되어요. 하지만 그 나라에 대해서는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어느 집단인지 알아내지는 못했어요.”
“인술이라… 혹시 그들이 이마에 반월형의 초승달 문양이 그려진 복면을 쓰고 다니지 않습니까?”
석채은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진 호위가 어떻게 그걸 알아요?”
눈빛까지 변한 진무앙이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잔월류로군…….”
석채은의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였다.
“당신이 아는 자들이에요?”
진무앙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진무앙은 무서울 만큼 긴장된 시선으로 사방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내가 호굴에 제 발로 기어들어 온 것 같은데…….”
오청연이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진무앙은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살필 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석채은이 그녀에게 물었다.
“참, 진 호위가 오 소저와 함께 돌아온 걸 보고 굉장히 신기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두 사람 어떻게 동행하게 된 거예요?”
“그런 질문을 하려면 먼저 자신의 정체부터 밝혀야 하는 것 아닐까요?”
오청연의 말에 석채은의 눈빛이 변했다.
“오 소저,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거예요?”
“우리가 아는 사이였나요?”
“당신이 여기 머물 때 정보를 주고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어떻게 나를 잊은 거죠?”
진무앙이 불쑥 끼어들었다.
“청연에게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기억의 많은 부분을 잃었고요.”
석채은이 안타까운 신음을 토했다.
“아… 몰랐어요. 미안해요. 나는 하오밀문의 낙양목을 맡고 있는 석채은이라고 해요. 이쪽에 있는 분은 만금산장 낙양 지부장인 금설화 낭자고요.”
“오청연이에요.”
“그럼 이제 진 호위와 어떻게 동행하게 된 건지 대답해 줄 수 있나요?”
오청연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미안해요.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요.”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더 궁금해지네요.”
오청연은 석채은의 말을 무시하고 진무앙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아주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에게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표정이었다.
그녀가 물었다.
“단신으로 축융봉 지하로 들어갈 때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던 사람이, 대체 왜 그래요?”
“지금은 그런 놈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진무앙 일생일대의 위기 상황이야.”
“회랑이 열리기라도 했어요?”
“그건 아니지만 그에 버금간다.”
오청연의 안색도 확 변했다.
“정말요?”
“응.”
“설마 석 목주가 이야기한 자들이 수향루를 포위한 게 당신 때문이에요?”
“아마도.”
진무앙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석채은과 금설화에게 말했다.
“석 목주하고 설화는 돌아가.”
따라 일어선 금설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암중 세력이 그렇게나 위험하다면, 어떤 식으로든 저도 돕고 싶어요.”
“네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혼자 상대하시려고요?”
“너나 석 목주가 나를 도우면 상황이 더 악화될 거다.”
“왜요?”
“너희는 여자, 그것도 굉장히 예쁜 여자니까.”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대답이 아니었다.
당연히 석채은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우리의 미모가 왜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거죠?”
“석 목주, 설명하려면 날을 새도 모자랍니다. 어쨌든 두 사람은 돌아가요. 내가 연락할 때까지 여기 올 생각하지 말고.”
그는 매몰차게 말한 후 대청을 나갔다.
오청연도 두 여자에게 가볍게 포권을 한 후 그를 따라 나갔다.
털썩.
의자에 앉은 석채은이 금설화에게 말했다.
“금 동생,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 저 사람 반응이 왜 저래? 수향루의 위기를 알려줬으면 최소한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저도 모르겠어요.”
“북해빙궁, 벽력당, 잔월류와 원한 관계라도 있는 걸까?”
금설화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받았다.
“그건 아닐 거예요.”
확신이 어린 목소리라 어리둥절해진 석채은이 다시 물었다.
“금 동생이 그걸 어떻게 알아? 진 호위도 그들이 수향루를 포위한 건 자신 때문일 거라고 인정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들이 저분과 원한 관계일 리가 없어요. 그랬다면 강호상에서 그들의 이름은 벌써 지워졌을 테니까요.”
금설화는 진시황릉과 만금산장에서 진무앙이 신위를 떨치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본 여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제아무리 강력한 무력이 있는 문파라도 진무앙을 적으로 삼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굳게 믿었다.
석채은이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금 동생의 말이 맞다고 쳐. 그렇다면 원한 관계도 없는 그들이 왜 진 호위를 노리고 수향루를 포위한 거지?”
“저도 정말 궁금해요…….”
대청을 나온 진무앙은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곳엔 자운을 안은 소소와 소혜, 공야무룡과 신완아, 그리고 은발백안의 절세미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발백안의 여인이 벌떡 일어나 그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카일라스 산의 마야가 루드라 님을 뵈어요.”
그녀는 카일라스 산의 지하에 살다가 마히샤의 뒤를 쫓아 세상에 나온 소뢰음사 일족 마야였다.
진무앙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폐관은 끝난 거냐?”
“루주님의 배려로 잘 끝났어요.”
진무앙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앉아.”
마야가 앉았다. 소소와 소혜도 그 옆에 앉았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앉는 걸 까먹기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된 건 마야 때문이었다.
그녀는 중원 말을 능숙하게 구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녀가 진무앙을 칭한 ‘루드라’라는 명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한 공야무룡이 물었다.
“주공, 이 여자는 누구고, 또 ‘루드라’는 뭐유?”
“곰탱아, 신경 꺼. 그런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야.”
“그게 사소한 일이라면, 뭐 심각한 일이라도 생겼수?”
진무앙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오청연이 거들었다.
“방금 하오밀문의 낙양 목주인 석채은 낭자를 만났어. 그런데 그녀가 말하길 북해빙궁과 산서 벽력당을 비롯한 여러 세력이 수향루를 포위하고 있다더군. 그들의 목표는 진 대가고.”
다들 눈만 껌벅거렸다.
어리둥절해 하고 있긴 했지만 긴장감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표정들이었다.
공야무룡이 물었다.
“얼추 이름은 들어본 문파들인데, 그들이 왜 주공을 노린다는 거유?”
오청연은 고개를 저었다.
“몰라. 하지만 진 대가는 이유를 아는 것 같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진무앙을 향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겠다는 눈빛들이었다.
진무앙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청연에게 들은 대로다. 여러 문파가 수향루를 포위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게 나 때문인 것 같다. 내 생각이 맞다면 그들이 나 외에 다른 사람을 노릴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의 시선이 소소를 향했다.
“후우… 꼬맹아… 꼬맹아…….”
탄식이 잔뜩 섞인 혼잣말.
아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숙부님… 제가 뭔가 잘못이라도 했어요?”
“아니야. 불치병을 안고 태어난 걸 어떻게 네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냐.”
“그럼 저를 보면서 왜 그렇게 한숨을 쉬세요?”
“사공춘이 네 병을 호전시킬 무량보천신단의 연단에 들어갔어. 그 일만 아니면 당장 이곳을 떠났을 텐데… 으으으… 그럴 수가 없네. 이건 꼭 목에 칼날이 떨어질 걸 알면서도 피할 수가 없는 사형수 신세 같구나.”
섬뜩한 비유였다.
하지만 그 안에 두려움은 담겨 있지 않았다.
진퇴양난에 빠진 사람의 난감함은 가득했지만.
진무앙이 소혜에게 물었다.
“소혜야, 석초가 수향루를 떠날 때 남긴 말 없냐?”
소혜는 즉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특별히 남긴 말은 없었어요.”
“이 자식은 이 위급한 상황에 어디 가서 뭘 하고 있기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야?”
“그이가 루에 돌아오는 즉시 숙부님께 바로 말씀드릴게요.”
“그래라.”
팔짱을 낀 진무앙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 문파들이 수향루를 포위만 하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건, 내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인데…….”
그가 오청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청연.”
“예.”
“너는 마야하고 함께 수향루를 포위한 자들의 정체를 파악해라.”
“알았어요.”
“마야는 청연의 지시를 잘 따르고.”
마야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루드라 님.”
“너희 둘은 석 목주가 파악하지 못한 다른 문파들의 정체를 철저하게 조사해. 그들의 목표가 나인 건지, 아니면 그 속에 정말 수향루를 공격하려는 간 큰 놈들이 섞여 있는지 알아야겠다.”
“예.”
진무앙의 시선이 난향의 집무실을 향했다.
“난향이 이런 상황을 모를 리가 없는데… 포위하고 있는 자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 둔다는 건, 의도적인 방치?”
그의 얼굴에 침울한 기색이 떠올랐다.
“설마 아니겠지… 아니어야 해…….”
공야무룡이 큰 눈을 껌벅이며 물었다.
“주공, 뭐가 아니어야 한다는 말이유? 오 소저하고 마 소저 말고 저한테 일을 맡기시는 건 어떻겠수? 내가 가서 다 때려 부술 테니까. 그럼 주공도 근심거리 없어질 거 아니유.”
진무앙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훗…….”
그러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곰탱이 자식아, 때려 부수긴 뭘 때려 부숴! 네 할아비가 가도 꼬리를 말고 도망쳐 올 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