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389
389 쓸데없이 강하구나
쾅쾅쾅쾅쾅-
쉴 새 없이 폭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보이는 건 사람이 아니라 허공을 번개처럼 가로지르는 검은색과 심홍색을 띤 두 개의 선뿐이었다.
진무앙과 우문백령이 움직이는 속도는 번개처럼 빨라서 육안으로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다.
쾅쾅쾅쾅쾅-
싸움이 시작된 지 반 각.
그사이 두 사람이 교환한 초수는 일천 초를 넘었다.
그 정도로 그들의 움직임과 공격 속도가 빠른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도 때도 없이 검, 도, 편, 창, 겸 등 온갖 형태로 변하는 우문백령의 환우지존령은 진무앙을 조금씩 열세로 몰아넣고 있었다.
쾅쾅쾅-
그녀와 충돌할 때마다 한 걸음씩 뒤로 밀려나는 진무앙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백령아, 너, 쓸데없이 강하구나. 일단계의 암혼으로는 너를 쉬게 만들기 어렵겠다.’
그는 힐끗 시선을 돌려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염왕시 오백 구는 파괴당했고, 숭천무련의 삼천 무사도 태반이 죽었다.
언뜻 보아도 그들 중 살아남은 자의 수는 사오백 명을 넘지 않았다.
‘저들은 임아와 청연 둘이 처리해도 충분하겠군. 좋아, 암혼을 이단계까지 개방하자. 하지만 그렇게 하고도 폭주하지 않으려면 묵령, 금령, 난추의 도움이 필요해.’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모험이었다.
그가 묵령과 금령을 몸에 수용한 후 십만대산에서 개방했던 암혼의 단계는 일단계였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폭주는 이단계를 개방해서가 아니라 ‘심혼마기’에 의한 자극 때문이었고.
그는 수향루에 둥지를 튼 후 지금까지 이단계의 암혼을 개방한 적이 없었다.
만약 그의 시도가 실패한다면 정말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십만대산에서는 임시방편의 수법으로 폭주를 막는 게 통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안 된다. 난향이 당시의 폭주를 완전히 풀어주지 않은 상태야. 이 상태에서 두 번째 폭주가 일어나면 그때는 난향도 제어할 수 없어.’
그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단계의 암혼을 개방하지 않으면 저 녀석을 잡을 수 없어. 까짓것, 해보자. 그래 봤자 내가 세상을 멸망시키기밖에 더 하겠냐.’
난향이 들었다면 언제 철이 들 거냐고 장죽을 날리고도 남을 소리를 속으로 중얼거린 진무앙의 입에서 창룡후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왔다.
삐이이이이익-
그 소리가 울리자마자 일 신기와 이 마병이 모든 것을 멈추고 바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심상찮은 무언가를 느낀 듯 우문백령의 공세가 급박해졌다.
핏핏핏핏핏-
아홉 개의 마디를 가진 붉은 구절편이 용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몸체를 이리저리 비틀며 진무앙의 허리를 휘감아왔다.
진무앙은 그런 구절편을 향해 암월도를 내리그었다.
쑤와아아아앙-
세찬 파공성과 함께 노을빛을 띤 초승달 모양의 도강이 구절편과 충돌했다.
진무앙이 전력을 다해 암월구식의 제칠초 혈월을 펼친 것이다.
콰콰콰콰쾅-
암월도강과 충돌한 구절편의 앞부분 세 마디가 세차게 튕겨 나갔다.
하지만 그 뒤, 힘을 잃지 않은 네 번째 마디 끝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진무앙의 미간으로 노리고 날아들었다.
바로 그때, 묵령 등이 진무앙의 몸으로 환상처럼 스며들었다.
다음 순간, 그의 전신에서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검푸른 섬광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와 높이 이 장, 폭 일 장의 벽을 만들었다.
혼돈암혼강벽이었다.
이단계까지 개방한 암혼의 혼돈지력이 실린 혼돈암혼강벽의 위력은 경이적이었다.
쾅!
강벽과 충돌한 구절편이 수수깡처럼 꺾였다.
진무앙이 그런 구절편을 장난감을 잡듯 손으로 움켜쥐었다.
콰직-
우문백령은 전력을 다해 구절편을 잡아당기며 뒤로 물러났다.
그 힘을 이기지 못한 것처럼 진무앙이 구절편과 함께 그녀에게 날아갔다.
후우우우웅-
찰나, 흐물거리며 채찍으로 모습을 바꾼 환우지존령이 진무앙의 오른팔을 뱀처럼 휘감았다.
촤라라라라락-
그러고는 팔을 타고 올라온 채찍의 끝이 송곳처럼 변하며 그의 목을 찔러왔다.
쉬쉿-
채찍 끝이 그의 목을 강타했다.
쩡!
푹하며 금속이 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아니라 날카로운 금속의 충돌음이 났다.
진무앙의 목을 찌른 채찍의 끝이 진흙처럼 뭉개지며 뒤로 튕겨 나갔다.
그때까지도 진무앙은 채찍으로 변한 환우지존령의 중간을 잡은 채 앞으로 번개처럼 쏘아져 나가고 있었다.
찰나지간, 그와 우문백령의 거리가 일 장도 되지 않을 만큼 가까워졌다.
그는 칠흑처럼 검게 물든 눈으로 우문백령을 보며 왼손을 쭉 뻗었다.
우우우우우웅-
육중한 파공음과 함께 그의 장심에서 일어난 강대한 검푸른 장세가 우문백령의 가슴을 짓눌러 갔다.
혼돈암혼장의 제사초 절대쇄였다.
스르르르르-
진무앙의 왼팔을 뱀처럼 휘감았던 채찍이 바람처럼 빠져나갔다.
우문백령은 반격의 기회를 노렸지만 진무앙의 장세가 너무 강력해서 그것은 불가능했다.
반격을 성공하기 전에 그녀가 먼저 장력에 맞아 으스러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반격을 포기한 그녀는 가슴 앞에 모은 채찍으로 소용돌이무늬의 둥근 방패를 만들어냈다.
그 순간, 절대쇄의 장력이 방패의 중앙을 무서운 기세로 때렸다
콰앙!
“끄아……!”
벼락치는 듯한 굉음이 울리며 방패의 중앙이 움푹 찌그러졌다.
그리고 우문백령은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일백여 장이나 뒤로 주욱 밀려났다.
그런 그녀의 입가에 검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진무앙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유령처럼 밀려나는 우문백령을 따라붙은 진무앙은 암월도를 가공할 기세로 휘둘렀다.
쐐애애애액-
도신에서 불쑥 튀어나온 반월형의 검푸른 도강이 찌그러진 방패의 중앙을 강타했다.
콰우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진동파가 일어나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일백여 장 이내를 휩쓸어 버렸다.
쿠쿠쿠쿠-
하늘의 구름이 산산이 흩어지고, 발아래 대지가 뒤집히며 흙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다.
진무앙과 우문백령이 충돌한 지점은 수천의 시신이 쓰러져 있는 전장의 위였다.
뒤집히는 대지에 휘말린 숭천무련 무사들의 시신이 피 모래로 화해 흩어졌다.
“울컥!”
한 덩어리 검은 피를 토한 우문백령의 신형이 또 일백여 장을 뒤로 튕겨 나갔다.
그녀를 보호하던 방패는 중앙이 절반쯤 갈라진 채 너덜거렸다.
쐐애애애액-
진무앙은 검은 눈을 빛내며 허공을 박찼다.
다음 순간, 그는 밀려나는 그녀의 머리 위에 도착해 있었다.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한번 암월도를 가공할 속도로 휘둘렀다.
쑤와아아아아앙-
암월도의 도신에서 달무리처럼 둥근 열두 개의 도강이 불쑥 튀어나와 허공을 갈랐다.
암월구식의 제이초 노월이다.
그 궤적에 우문백령의 전신이 들어갔다.
“끼아아아아아아!”
그녀는 미친 듯이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환우지존령을 휘둘렀다.
방패의 형태였던 그것은 어느새 수천 개의 고리가 달린 그물로 변해 열두 개의 도강을 뒤덮었다.
그그그그그그그그극-
그물과 도강이 부딪치자 충돌음이 아니라 송곳이 벽을 긁는 듯한 기음이 터져 나왔다.
도강은 갈고리와 그물을 무섭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단숨에 잘라내지 못했다.
그렇다 해도 이 상태가 지속되면 그물이 뚫리는 건 시간문제였다.
우문백령의 눈동자가 요요한 빛을 발했다.
동시에 그물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도강을 튕겨내려 했다.
휘이이이이잉-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열두 개의 도강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진무앙의 왼손에서 아홉 번의 파괴력을 담은 가공할 일장이 쏟아졌다.
혼돈지력을 담은 구겁천뢰탄이었다.
구겁천뢰탄은 허공을 격해 목표를 타격하는 격산타우의 묘리가 담긴 무공.
그것은 회전하며 벽을 형성한 그물을 건너뛰어 그 뒤에 있는 우문백령의 가슴을 무지막지한 기세로 후려쳤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끄아아악!”
아홉 번 이어진 연속 타격은 금강불괴지신인 우문백령조차 견딜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그녀는 처절한 비명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땅으로 추락했다.
쿠와아앙-
굉장한 폭음과 함께 그녀가 떨어진 지점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나며 흙먼지가 하늘을 가렸다.
진무앙은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암월도의 도신에서 흘러나온 검푸른 섬광이 그의 전신을 휩쌌다.
그것은 신도합일 상태에서 펼쳐지는 어도비행술, 암월구식의 제사초 참월이었다.
유성처럼 떨어진 암월도의 도첨이 우문백령의 심장을 꿰뚫으려는 찰나.
그녀의 모습이 꺼지듯 그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유령처럼 진무앙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어느새 너덜너덜하던 환우지존령은 수십 개의 송곳이 거꾸로 박힌 유성추의 형태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지체 없이 유성추를 휘둘렀다.
암혼을 개방한 진무앙조차 육안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면서도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공격이었다.
쑤와아아아앙-
피할 틈이 없다는 걸 직감한 진무앙은 고개를 숙이며 등을 내줬다.
유성추의 위세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력해서 그걸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가는 아무리 그라 해도 무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쾅!
“큭!”
피할 틈도 없이 그대로 등판을 강타당한 그는 격한 신음을 토하며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쿠앙!
우문백령이 추락하며 만든 구멍을 뚫고 들어간 그는 얼마나 깊이 파묻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문백령은 방심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 죽을 상대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체 없이 구멍을 향해 환우지존령을 쭉 뻗었다.
새끼손가락 굵기의 창으로 변한 그것은 수십 장 길이로 늘어나며 구멍을 파고들었다.
쉬이이이잇-
숨 쉴 틈도 없이 이어진 공격이었다.
푸욱!
분명 무언가를 꿰뚫는 소리가 났다. 그런데 우문백령의 표정이 기이해졌다.
창끝에 걸린 건 피육이 아닌 땅을 파고들 때 느껴지는 감각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긴 창으로 변한 환우지존령을 거두며 바람처럼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휘이이이익-
번개가 거꾸로 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그녀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지만 그럼에도 한발 늦었다.
쐐애애애애액-
줄어드는 창대를 타고 진무앙이 날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칠흑처럼 검은 눈에서 소름끼치는 대살기를 뿜으며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그의 손에서 암월도가 검푸른 반월형의 섬광을 토해냈다.
쉬이이익-
암월구식의 제삼초 단월이었다.
이 초식은 타격할 수 있는 개체는 하나에 불과하지만 속도는 아홉 개의 초식 중에서도 으뜸이다.
가공할 속도로 날아오는 단월도강을 본 우문백령의 운신 속도가 배는 빨라졌다.
한 방울의 마기까지 남김없이 끌어낸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뒤로 후퇴했다.
하지만 진무앙이 전력을 다한 단월도강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쩡-
단월도강이 우문백령의 가슴을 강타하며 얼음이 쪼개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우문백령은 길게 벌어진 가슴에서 피와 장부를 쏟아내며 화살에 맞은 기러기처럼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찰나,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오른 진무앙이 암월도를 그녀의 심장에 꽂았다.
콰지직-
손잡이만 남기고 그녀의 가슴을 관통한 암월도에서 검푸른 섬광이 폭발했다.
쿠쿠쿵-
상체가 넝마처럼 너덜너덜해진 우문백령이 땅에 추락했다.
쿵!
털썩-
힘을 잃은 그녀는 무기력하게 땅에 널브러졌다.
그런 그녀의 옆에 진무앙이 날아 내렸다.
진무앙과 마찬가지로 검은빛 일색이던 우문백령의 눈동자가 흑백으로 분리되기 시작했다.
맑아진 그녀의 눈에 물기가 차올랐다.
“수… 숙부님……. 쿨럭쿨럭…….”
신비스럽게도 천무령을 각성하며 혼이 흩어졌어야 할 그녀가 진무앙을 알아보고 있었다.
진무앙이 천천히 그녀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을 받았다.
“한바탕 악몽을 꾸었다고 생각해. 이제 편히 쉬어라. 널 이렇게 만든 놈들은 내가 모두 목을 꺾어버릴 테니까.”
우문백령의 창백한 입술 끝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가 빛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