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396
396 갑자기 이야기가 왜 그쪽으로?
끄아아아아아아아-
두두두두두두두두-
성문을 향해 광란의 질주를 하는 기마 군단.
대혼란과 진무앙과의 충돌로 인해 기마 군단의 수는 삼분지 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 해도 그들의 수는 여전히 일만삼천을 넘었다.
그리고 성문은 혼돈암혼강벽이 아니었다.
그러니 심혼마기를 전신에 두른 기마 군단이 연쇄적으로 들이받으면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부서질 게 불을 보듯 뻔했다.
땅에서 십여 장 떨어진 하늘, 허공을 밟고 서서 기마 군단을 내려다보던 진무앙이 암월도의 손잡이를 잡았다.
스르르르릉-
암월도가 도갑을 매끄럽게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린 다음 순간,
진무앙을 중심으로 좌우 일백여 장에 이르는 거대한 공간에 암청색의 반월형 도강 수천 개가 생성되었다.
평소 펼치던 암월구식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암혼을 개방한 지금의 그에겐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능력이기도 했다.
그가 암혼을 개방하면 초식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혼돈지력의 권능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상상력뿐이다.
진무앙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지며 사위를 짓누르는 육중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의 뜻을 거스르는 자, 모두 죽으리라!”
쐐쐐쐐쐐쐐쐐쐐쐐쐐애액!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울리며 수천 개의 암월도강이 기마 군단의 머리 위로 유성우처럼 쏟아졌다.
그리고 엄청난 섬광과 귀를 찢어버릴 듯한 폭발음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처절한 비명과 구슬픈 말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수백 장에 이르는 대지가 한꺼번에 뒤집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히히히히힝! 히히히히힝!
성루보다 더 높이 치솟은 흙과 피가 뒤섞인 구름이 낙양성 북부를 뒤덮으며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다.
적갈색의 구름이 천천히 가라앉은 자리엔 폭이 수백 장에 깊이가 십여 장이나 되는 피로 가득찬 호수가 생겨나 있었다.
엄청난 규모였다.
마치 이전까지 없던 해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했다.
물론 그 해자는 물이 아닌 피로 채워졌고.
살아 있는 기마병의 수는 대략 오천이었다.
팔천에 이르는 기마가 진무앙의 일격에 대량 학살당한 것이다.
히히히히힝- 푸르르르르-
말들의 세찬 투레질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피의 호수 건너편에서 멈칫거리던 기마병들이 말의 옆구리를 세차게 걷어찼다.
두두두두두두두두-
그들은 진무앙의 연이은 세 번의 공격으로 사분지 삼이나 되는 동료를 잃었다.
하지만 다시 광란의 질주를 시작하는 그들에게서 공포에 질린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반으로 나뉜 기마 군단은 비명과도 같은 괴성과 함께 피의 호수를 우회하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
그때 천천히 하강한 진무앙이 피와 육편으로 이루어진 호수의 표면을 밟고 섰다.
그는 무심한 얼굴로 암월도를 다시 도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움켜쥔 두 손을 들어올렸다.
* * *
성루는 침묵에 빠졌다.
연백지가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역시 저 인간은 사람이 아니야…….”
오청연도 할 말을 잊은 듯 입을 열지 못했다.
난향이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 사람, 오늘은 정말 끝을 볼 생각인 모양이네. 다른 때보다 살기가 훨씬 강해.”
그녀가 오청연에게 물었다.
“불멸마신이라고 했지? 그의 이야기를 계속해 주겠어?”
“물론이에요.”
오청연이 말을 이었다.
“신계과 마계, 환수계와 인간계. 불멸마신은 이 사계 중 마계의 지배자였어요. 그곳의 뿌리를 이루는 가문 ‘종가’의 가주였죠.”
“그런데 왜 ‘신계’이야? 너는 ‘선계’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나?”
“마계가 종가, 전신마가, 성혈마가의 세 가문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선계는 성계와 함께 신계를 이루는 이계 중 한 곳이에요.”
“복잡하구나.”
오청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깊게 들어가면 이 낭랑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세계죠.”
그녀가 말을 이었다.
“사계의 지배자들, 사계신 중 전투력은 불멸마신이 최강이었어요. 누구도 그와는 감히 맞서 싸울 꿈도 꾸지 못했죠. 그런 그가 앞장서고, 다른 삼계신들이 협력하자 창조자도 결국 버티지 못하고 패퇴했어요.”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불행한 일은 그 후에 벌어졌어요. 창조자는 착취만 한 게 아니었어요. 그는 사계의 균형을 잡는 역할도 맡고 있었죠. 그런 그가 사라지자 사계의 균형이 흔들렸고, 불멸마신을 제외한 다른 삼계신들은 자신이 사계의 균형을 잡는 자가 되고 싶어 했죠.”
난향이 눈살을 찌푸렸다.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결국 자신들이 축출한 창조자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이네.”
“맞아요. 하지만 그들의 욕망은 불멸마신이 버티고 있는 한 이루어질 수 없었죠. 그는 사계가 서로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사는 세상을 원했어요.”
“남의 말을 듣기도 싫고, 남에게 간섭도 하기 싫다?”
“예.”
“딱 무앙이네…….”
난향의 중얼거림에 오청연은 소리 없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불멸마신이 살아 있는 한 자신들의 야망이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삼계신들은 손을 잡고 불멸마신을 함정에 빠뜨렸어요. 마계삼가 중 성혈마가와 전신마가의 가주들도 그 계획에 동참했고요.”
“그래서 그들이 불멸마신을 죽였다는 거냐?”
“그랬다면 일이 지금처럼 복잡해지지 않았겠죠. 불멸마신은 삼계신과 이가의 가주들이 연수 합격해도 죽일 수 없을 정도로 강했어요.”
“그 정도였단 말이야?”
“예. 마계는 다른 삼계의 전력을 모두 모아도 상대하기 버거울 정도로 강한 곳인데 불멸마신은 그런 세상의 지배자였으니 두말할 필요도 없죠. 삼계신도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요.”
난향을 바라보는 오청연의 눈동자가 기이한 빛을 발했다.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불멸마신은 사계제일의 미남이었고, 여자를 좋아하는 우주제일의 난봉꾼이었어요. 절세미남, 사계의 최강자, 불로불사의 불멸자… 나쁜 남자의 전형이었지만 그에게 매료된 여인들은 사계 전역에 넘쳤어요.”
난향이 움찔하며 눈을 깜박였다.
“으음… 갑자기 이야기가 왜 그쪽으로……?”
오청연은 난향의 질문을 듣지 못한 척 말을 계속했다.
“그는 마계뿐만 아니라 다른 삼계에도 수많은 처첩을 두었죠. 하지만 어느 여자와도 이 년 이상을 같이 산 적이 없어요.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치명적인 사랑에 빠졌죠. 신계, 마계, 환수계도 아닌 인간계의 여자와 말이에요. 문제는 그걸 삼계신 중 한 명에게 들켰다는 거예요.”
난향의 안색이 굳었다.
그녀는 사랑에 빠진 사람이 어떨 때 약해지는지 잘 아는 여자였다.
“설마 삼계신쯤 되는 자들이 인간계의 여자를 인질로 잡았다는 거냐?”
오청연이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난향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 * *
혼돈암혼장의 제일초 패왕쇄가 펼쳐졌다.
혼돈암혼장의 다섯 초식은 쇄(碎)라는 특이한 글자로 끝이 난다.
그것은 장법이 부수고 깨뜨리는 파괴의 의지를 싣는 것에 온전한 오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쿠우우우우우우우-
하늘과 땅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반딧불처럼 명멸하는 검푸른 섬광이 들어올린 진무앙의 두 주먹에서 흘러나와 그의 주위를 떠돌았다.
그것은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가 내려와 그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진무앙이 주먹을 활짝 폈다.
스스스스스-
마치 뱀이 풀숲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 같은 미세한 소리와 함께 별처럼 반짝이던 빛의 무리가 피의 호수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잠시 후,
부글부글- 부글부글-
호수의 붉은 수면이 용암처럼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촤아아아아아아아-
세찬 피보라와 함께 호수의 수면을 뚫고 혈룡처럼 꿈틀거리는 수천 개의 촉수가 솟아올랐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히히히히히힝- 히히히히히힝-
호수의 둘레를 돌아 성문으로 달려가던 말들이 무언가를 느낀 듯 세찬 투레질을 했다.
그리고 호수로부터 멀어지려 펄쩍펄쩍 뛰며 옆걸음질을 했다.
투투투툭- 투투툭-
히히히히힝- 히히히힝-
거친 말발굽에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나고, 기마 군단의 진형이 단숨에 무너졌다.
그 순간,
호수에서 솟아오른 수천 개의 촉수가 기마 군단을 덮쳤다.
촤아아아아아악-
뱀의 입처럼 쩍 벌어진 그것들의 끝부분이 말의 목을 무자비하게 물어뜯었다.
병사들이 촉수를 향해 검, 도, 창을 휘두르고 방패로 막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들의 무기는 허공을 베듯 허무하게 촉수를 통과했고, 방패는 방향만을 바꾸게 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콰아악- 콰지직-
히히히히힝- 히히히히힝-
대부분의 말이 이 일격으로 목이 떨어져 나갔다.
쿠쿵쿵- 털썩털썩-
생명을 잃은 수천 필의 말이 한꺼번에 쓰러지자 대지가 몸서리치듯 진동했다.
살아남은 말이 있긴 했지만 수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그조차도 대부분 목의 절반이 뜯긴 상태였다.
온전한 말은 채 십여 마리도 되지 않았다.
말을 잃은 병사들이 무시무시한 살의로 가득찬 눈을 번뜩이며 진무앙을 노려보았다.
그들의 입에서 끔찍한 괴성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미 그들은 성문으로 달려가는 것을 잊은 듯했다.
괴성을 지르던 그들 중 한 명이 피의 호수로 뛰어들었다.
풍덩- 철썩-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호수의 깊이는 병사의 허벅지 정도였다.
그것이 본 병사들이 무더기로 호수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꿈틀거리는 수천 개의 촉수에 둘러싸인 진무앙에게 접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병사들이 광포하게 병기를 휘둘렀다.
휘휘휘휘휘휘휘-
무기들은 무인지경처럼 촉수를 통과했다.
뒤이어 병사들이 촉수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쿵쿵쿵쿵쿵쿵쿵-
촉수와 충돌한 병사들이 뒤로 서너 걸음씩 튕겨 나갔다.
촉수는 도검창과 같은 무기와 달리 병사들은 한 명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끄아아아아아아-
그들은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두르며 괴성을 질러댔다.
그런 그들을 보는 진무앙의 입가에 서늘한 비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오른팔을 천천히 쭉 위로 뻗었다.
그의 움직임에 동조라도 하는 것처럼 붉은 촉수들이 꿈틀거림을 멈추고 창대처럼 꼿꼿하게 선 채 허공으로 떠올랐다.
진무앙의 머리 위로 떠오른 수천 개의 붉은 창이 숲을 이루며 늘어섰다.
촉수가 떠오르면서 진무앙과 병사들 사이를 가로막던 장애물은 사라졌다.
끄와아아아아아아-
수천 명의 병사는 광포한 함성과 함께 진무앙에게 물밀듯이 밀려갔다.
그와 병사들의 거리는 찰나간에 수 장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때,
진무앙이 쭉 위로 뻗었던 손을 꽉 움켜쥐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혈창의 숲을 이루고 있던 촉수들이 병사들의 머리 위로 유성처럼 쏟아졌다.
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핑-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혈창들은 목표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각 한 명의 병사를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꿰뚫었다.
크아아아악-
구천에 사무치는 듯한 비명소리가 낙양성을 뒤덮은 암왕운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수천에 이르는 병사들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춰지며 북문 앞이 깊은 정적에 잠겼다.
전멸!
살아남은 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진무앙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의 몸에는 단 한 방울의 피도 묻어 있지 않았다.
이만 기마 군단을 단 몇 수만에 궤멸시킨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성루를 보았다.
칠흑처럼 검게 물든 눈동자가 난향의 눈과 마주쳤다.
난향은 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다녀오마!”
거대한 힘이 실린 진무앙의 음성이 성루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스팟!
그의 모습이 꺼지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