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RAW novel - Chapter 401
401 대체 어떤 년이야?
끄아아아아아아!
콰콰콰콰콰콰쾅-
“절대 밀리지 마라!”
우와아아아아아!
피 보라가 난무하는 낙양성 북문 앞은 폭음과 괴성, 고함으로 뒤덮였다.
막으려는 낙양 방어군과 뚫으려는 마인들 간의 싸움은 치열했다.
수적으로는 낙양 방어군의 압도적인 열세였다.
난향이 마군이라 명명한 마인들의 수는 십여만에 달했다. 게다가 그 수는 시간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었다.
진무앙이 떠나기 전 수를 줄이긴 했지만, 황군은 여전히 수만 명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 혼돈마벽에 잠식된 인근 백성들까지 마인화 되어 지속적으로 합류하고 있어서 그들의 수는 불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낙양 방어군의 수는 삼정의 토벌군에 공야승수가 데리고 온 사해집마부의 정예와 사마휘의 무림맹 지원군, 낙양의 토박이 무인을 모두 더해도 일만여 명을 넘지 못했다.
십 대 일을 넘어서는 절대적인 수의 열세였다. 하지만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전세는 백중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전장의 추가 마인들 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지 않은 건 연백지와 유코가 이끄는 벽력당과 잔월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연백지와 벽력당은 성벽 위에서 밀려드는 마인들을 향해 화탄을 던졌다.
물론 아무렇게나 집어던지는 건 아니었다.
연백지의 지휘를 받은 그들은 화탄으로 성벽에 접근한 마인들의 후미를 궤멸시켰다.
난향은 마인들의 진형을 사오천 명 단위로 일선, 이선, 삼선으로 구분했다.
성벽에 가장 가까운 자들이 일선, 그 뒤가 이선… 이런 식이었다.
연백지와 벽력당은 마인들의 선두인 제일선과 삼선 사이에 있는 이선을 끊는데 주력했던 것이다.
그 뒤엔 삼선이 도착하기 전 냉사하, 우문향, 공야무룡, 경신희, 암혼겁마조의 형제 등 많은 무인이 일선 마인들을 도륙했다.
마인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강력한데도 불구하고 후미의 삼선이 선두에서 궤멸당하는 일선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
그들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유코와 잔월류가 그들의 진군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유코는 부하들에게 마인들을 죽이지 말고 그들의 다리만을 자르라고 지시했다.
그녀의 지시는 효과적이었다.
다리가 잘리거나 힘줄이 끊어져 쓰러진 마인들은 그 상태에서도 낙양성을 향해 기어갔다.
그런 자들의 수가 늘어나자 뒤에서 달려오던 자들이 쓰러진 자들과 뒤엉키며 진형이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당연히 그들의 진군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일, 이, 삼선의 마인들이 궤멸되면 그 뒤를 따라온 자들이 새로운 일, 이, 삼선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낙양 방어군은 그들을 궤멸시켰고.
마인들은 강력한 무력과 동물적인 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사고하는 능력은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이런 낙양 방어군의 연계 공격을 효과적으로 끊어내지 못하고 인해전술에 가까운 물량 공세를 펼칠 뿐이었다.
만약 저들이 잘 훈련된 병사들처럼 움직였다면, 이 싸움의 양상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낙양 방어군이 승기를 잡은 건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난향과 몽지림, 오청연은 전투에 가담하지 않은 채 성루에 모여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은 그녀들이 싸움에 가담할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낙양 방어군 내에서 최강의 고수들이었다.
그러니 전황이 불리해질 때를 대비해 기운을 보존할 필요가 있었다.
오청연이 난향에게 말했다.
“이런 식으로는 내일 아침 떠오르는 해를 볼 사람이 많지 않을 거예요.”
난향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봐.”
오청연이 말을 이었다.
“연 낭랑과 벽력당이 화탄을 아껴 쓰고 있기는 하지만 네 시진을 넘기기 어려워요.”
동의하는 것이었기에 난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유코와 잔월류의 살수들도 점점 지쳐 가고 있어요. 저들은 피로를 모르는 마인이 아니에요. 필사의 각오로 싸우고 있지만 두 시진을 못 버틸 거예요.”
“그렇겠지…….”
“가장 큰 문제는 저것이에요.”
오청연이 북망산을 완전히 가린 혼돈마벽을 가리켰다.
낙양성과 그것의 거리는 십여 리도 채 되지 않았다.
“저게 성문 앞에 도달하면 잔월류는 모두 성 안으로 후퇴해야 해요. 우리가 나가서 싸울 수도 없고요. 저 마기에 닿으면 마인으로 변하니까요.”
난향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암울한 예측이로군.”
“암울하죠.”
“하지만 이 싸움의 승자는 우리가 된다.”
난향의 어조는 단정적이었고, 확신에 차 있었다.
“이 낭랑은 진 대가가 돌아오실 거라고 확신하시는군요.”
“상황이 이럴 때 천하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남자가 그야.”
“동의해요. 그는 분명 믿을 수 있는 남자죠. 자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사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돌아오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전해 내려오는 신화가 사실이라면… 진 대가는 자신과 싸워야 하니까요.”
난향의 안색이 굳어졌다.
“아까 네가 자아분열이라고 했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냐?”
오청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자아분열이라면 하나의 존재가 둘로 나뉘었다는 말 같은데, 설명해 주겠어?”
“그러죠. 신화에서는…….”
오청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말을 이었다.
“삼계의 지배자와 마계의 두 가문에 배신당한 불멸마신은 대로했다고 해요. 그는 공포스러운 신위를 보이며 배신자들과 싸웠지만 결과는 패배였어요.”
“그게 불멸마신의 자아분열과 무슨 상관이지?”
오청연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조급하시군요. 곧 그 이야기가 나와요.”
그녀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배신자들은 그를 패배시켰지만 죽일 수는 없었어요. 그들도 심각한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그를 죽이려고 무리한다면 양패구사 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배신자들은 불멸마신에게 금제를 가하고 그를 종가 내에 영원히 연금시켰어요. 종가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두 번 다시 그를 핍박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요.”
“불멸마신이 무앙이라면… 배신자들은 그를 너무 몰랐군. 그는 핍박을 무한히 참아줄 남자가 절대 아닌데.”
“그랬죠. 싸움이 끝난 후 아주 긴 세월이 흐르자 불멸마신은 자신에게 가해진 금제를 풀었고, 본래의 능력을 회복했어요.”
“회복했는데도 자아가 분열되었다면, 그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로군.”
“맞아요. 아주 큰 문제가 생겼죠. 그리고 그 문제는 배신자들과의 싸움 이전에 이미 잉태됐던 것이었어요.”
“어떤 문제였기에?”
오청연의 시선이 난향의 얼굴에 똑바로 꽂혔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문제는 그가 어떤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 때문에 그는 배신자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했고, 회복되고 나서도 자아가 분열되었죠.”
“설마 불멸마신이 배신자들의 싸움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거냐?”
“마지막 순간에 그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어요. 사랑이 그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죠.”
“대체 그가 누구를 사랑했기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냐?”
“그가 사랑한 건 인간계를 지배하던 자의 여동생이었어요. 불멸마신은 차마 그녀의 오빠를 죽일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생겨난 파탄 때문에 싸움에서 패했던 거예요.”
말하는 동안에도 난향의 얼굴에 꽂힌 오청연의 시선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여와’. 태초의 성역에서 사람을 만들어낸 인간계의 여신이었죠.”
“여… 와……?”
난향의 눈동자가 돌풍을 만난 파도처럼 흔들렸다.
오청연이 말을 이었다.
“금제를 풀고 본래의 능력을 회복한 불멸마신은 종가를 나와 사계를 피로 씻으려 했어요. 천지가 종말을 맞이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죠.”
“그때 그의 자아가 분열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냐? 그래서 사계가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고?”
오청연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신화는 그렇다고 말을 하고 있어요.”
“으음…….”
난향은 오청연의 다음 이야기를 듣지 않고도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단숨에 이해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청연의 이야기는 그녀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종가를 벗어나려 할 때 불멸마신의 마음속에서 극렬한 싸움이 벌어졌어요.”
“사계를 정벌하려는 마음과 그것을 막으려는 마음 사이의 싸움이었군.”
“예. 신화가 ‘반마신’이라고 칭한 불멸마신의 또 다른 자아는 자신의 손에 사랑하는 여인과 그녀가 만든 인간이 절멸당하는 걸 원치 않았던 거예요.”
‘반마신’이 누군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명백했다.
그리고 불멸마신의 자아가 분열되었다는 건, 당시 그의 내부에서 벌어졌던 마음의 갈등이 얼마나 험난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향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에서 벌어진 싸움의 결과 불멸마신의 자아는 그와 ‘반마신’의 둘로 나누어졌죠.”
“반마신이 무앙이라면… 그는 어떻게 해서 인간 세상을 떠돌게 된 것이냐?”
“불멸마신은 ‘신’이에요. 인간의 관점으로 그를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무슨 말이냐?”
“반마신은 불멸마신의 또 다른 자아지만, 허상이 아니라 실체예요. 마혼과 진마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육체가 있는 존재죠.”
“아…….”
“반마신은 종가를 벗어나려는 불멸마신을 막기 위해 단신으로 종가와 싸웠어요. 그 둘이 싸운 곳은 사계가 처음으로 생겨난 장소예요. 신화에서 ‘태초의 성역’이라고 부르는 곳이죠.”
“결과는 어떻게 되었느냐?”
“음… 사랑이 분노와 증오를 이겼다고 해야 하나… 더 절박했던 쪽이 이겼어요.”
“반마신이 승리했구나.”
“겉으로는 그렇죠. 실상은 양패구상에 가까운 결과였어요. 종가는 궤멸적인 타격을 받았고, 불멸마신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서 회복하는데 아주 오래 걸렸죠.”
“반마신은?”
“그는… 기억의 대부분을 잃었어요. 남은 기억도 온전한 것이 아니어서 자신이 누군지도 모를 지경이 되었죠.”
“으음…….”
“하지만 이 싸움엔 비밀이 숨어 있어요.”
“비밀?”
“본래 불멸마신과 반마신은 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 존재들이에요. 그들이 싸우면 결과는 양패구사가 되어야 했죠. 그런데 불멸마신과 종가의 마수들이 패했어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안색이 변한 난향이 물었다.
“누군가 반마신을 도왔다는 거냐?”
오청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여와’와 그녀의 친구인 선계의 계주 ‘선고(仙姑)’가 그를 도와 함께 불멸마신과 싸웠어요.”
“아아…….”
“그리고 그 때문에 반마신은 스스로를 인간계에 유폐시켰죠.”
난향은 미간을 찡그렸다.
누가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아닌가.
그녀가 물었다.
“그녀들이 도왔기 때문에 반마신이 자신을 유폐시켰다고?”
“예.”
“대체 왜?”
“그 싸움에서 여와가 죽었거든요.”
“……!”
난향은 멍해졌다.
그녀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오청연이 말을 이었다.
“불멸마신을 폐허가 된 종가에 다시 봉인시킨 후 반마신은 마계를 떠나 인간계로 갔어요. 그리고 아주 긴 불멸의 방랑을 시작했죠. 하지만 그 방랑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어요.”
“목적? 어떤?”
“여와는 반마신의 품에 안겨 죽으며 말했다고 해요. ‘반드시 환생해서 당신을 만나러 올게요’라고요.”
“…그가 여와의 환생을 기다리며 그 오랜 세월 동안 인간계를 떠돌았다는 말이냐?”
“예.”
난향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가 말한 ‘반마신’이 정말 무앙이 맞는 거냐?”
오청연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맞아요.”
“그런데 왜 나는 반마신이 ‘무앙’이 아닌 것 같지?”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무앙이 수만 년 동안 일편단심으로 한 여자를 기다렸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인간답지가 않아.”
방금 전까지 진지했던 오청연이 경쾌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는 인간이 아니니까요.”
낙양 방어전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지만 난향의 귀에는 그것이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뇌리엔 진무앙의 모습만 점점 더 선명해질 뿐이었다.
그녀가 속으로 이를 부드득 갈며 중얼거렸다.
‘여와는 대체 어떤 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