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
계에서 나 혼자 임대료로 영지 운영
제1화
프롤로그
“오, 크고, 높다.”
E급 헌터, 강민철.
그는 눈앞에 있는 거대한 건물을 두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20층은 될 법한 거대한 건물에는 식당을 비롯한 다양한 가게가 자리했다.
“대박이네. 이런 건물이면, 임대료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일하지 않아도 임대료만 받고 살 수 있겠네.”
그의 목소리에는 부러움이 뚝뚝, 묻어 나오고 있었다.
건물주.
이 얼마나 감미롭고, 영혼을 울리는 단어란 말인가?
건물주 다음으로 땅 주인, 집주인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건물주만큼, 영혼을 울리는 건 없었다.
“으하하하! 이 건물은 이제 제 겁니다!”
“대단한데? 너 3년 전만 해도 돈 없다고 그렇게 빌빌거리더니, 언제 돈을 이렇게 벌었어?”
“후후후, 제가 A급 헌터로 각성하지 않았습니까? 3년 사이에 바짝 벌었죠!”
“3년 만에 그 정도로 벌었다고? 헌터가 역시 돈을 잘 버는 모양이야. 부럽다, 나도 헌터로 각성하면 부자가 될 수 있나?”
사람들 사이에서 헌터=부자라는 공식이 어느샌가 자리하고 있었다.
저건 반은 거짓이고, 반은 진실이다.
‘등급이 높은 헌터는 부자가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등급이 낮은 헌터는 입에 풀칠하는 것도 힘들었다.
“상태 창.”
이름 : 강민철.
종족 : 인간.
칭호 : E급 헌터.
레벨 : 5 경험치 : 2.45%
특성 : [없음]
힘 : 10 민첩 : 10 체력 : 10 운 : 10
이걸 보고 있자면, 한숨이 나왔다.
처음 헌터로 각성했을 때, 강민철은 뛸 듯이 기뻤다.
‘헌터가 됐으니, 나도 이제 부자가 되고, 건물도 사고, 임대료 받으면서 편하게 살 수 있겠지?’
방송에도 나오지 않던가.
거지였던 사람이 헌터로 각성해서 한순간에 벼락부자가 되는 이야기.
헌터가 되어서 땅도 사고, 집도 사고, 심지어 꿈같은 건물주까지 되었다.
강민철은 자신도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보여 준 헌터는 상위 5%라는 것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E급 헌터, 심지어 특성도 없는 나 같은 경우는 그냥 힘이 더 좋은 일반인에 불과하지.’
짐꾼으로 게이트도 들어가 봤지만, 위험할 뿐 돈벌이가 되지 않았다.
전투 능력도 없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현실에서 일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강민철은 그 이후로 온갖 잡일을 하고, 아르바이트에 그 힘들다던 택배 상하차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다른 일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도, [헌터 특별법] 때문에 헌터는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헌터와 관련된 일 혹은 그나마 규제가 느슨한 아르바이트뿐이었다.
“자~ 들어가시죠!”
“건물이 조금 낡았어도, 이 정도면 충분하네!”
“그렇죠? 나중에 돈 더 벌어서, 리모델링 한 번 하려고요.”
“그거 좋겠네, 확실히 헌터가 돈을 잘 벌어.”
강민철은 높은 건물을 부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과연 E급 헌터인 자신이 평생 일한다고 해도, 저런 건물을 살 수 있을까?
아니.
‘집은 살 수 있을까?’
월세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물을 산다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과연 건물주가 되는 것이 가능할지…….
삐 비비빅-
“아, 알바 가야지.”
알바 갈 시간이다.
강민철은 피곤함에 저린 다리를 움직이며, 알바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끼이이이익-!
어디선가 들려오는 귀가 찢어지는 듯한 소음과 동시에.
퍼억!
전신을 때리는 둔탁한 충격에 강민철의 몸은 붕! 하고 하늘 높게 날았다.
다음 순간.
강민철은 영화처럼 공중으로 날았다가, 지면으로 곤두박질쳤다.
다른 것이 있다면.
“컥…….”
강민철은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다.
“……콜록…….”
눈앞이 흐릿하다.
주변에서 시끄럽게 비명이 들린다.
“트럭에 치였어!”
“누가 119 좀 불러!”
“뭐야!? 트럭이 왜…….”
트럭에 치인 모양이다.
헌터도 치이면 죽는다.
등급이 높고, 레벨이 어느 정도 된다면, 총, 칼에 맞고, 트럭에 치여도 살겠지.
하지만 강민철은 E급 헌터.
그의 육체는 일반인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에 그쳤다.
심지어.
“세상에 화물 트럭에 치였잖아!”
하필이면 화물 트럭에 치였기에 헌터라고 할지라도,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아……. 죽나……?’
눈앞이 흐려지며, 전신의 힘이 쭉, 하고 빠져나가는 섬뜩한 감각.
그런 시야 속, 강민철의 시야는 오로지 높은 건물만을 담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 왔다.
언젠가 내 건물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가진 채.
허탈감이 밀려온다.
‘씨…… X…….’
그리고 흐려지는 시야 속, 강민철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강한 열망을 품은 존재에게 &^*()^가 축복을 내립니다.] [특성이 생성됩니다.] [특성 : 건물주가 생성되었습니다.]죽고 나서 건물주가 되었다.
1화 : 헤스티아 영지
“하아…….”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 타고 있는 남자, 강민철은 창밖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도대체 왜 여기에 이러고 있는 건지…….’
그의 두 눈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그는 분명히 화물 트럭에 치였다.
아무리 헌터가 일반인보다 몸이 튼튼하다고는 하지만, 조금 더 튼튼할 뿐이었다.
검에 찔리면 죽고.
폭탄이 눈앞에서 터져도 죽는다.
당연히 트럭에 치인다면, 헌터라고 할지라도 죽을 수밖에 없었다.
‘벌써 한 달인가?’
이쪽 세계로 넘어온 지,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에이든, 왜 그렇게 한숨을 내쉬고 있니?”
에이든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여성이 앉아 있었다.
금발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여성은 불편한 마차 의자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그저 앉아 있을 뿐인데 기품이 느껴질 정도였다.
“혹시 멀미하는 거니?”
그녀의 걱정 서린 따스한 목소리에 에이든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어머니, 딱히 멀미는 아니에요.”
그녀는 에이든의 어머니인, 비앙카 사론톤이다.
검술 명가, 사론톤 공작가.
지금 에이든이 속해 있는 해밀턴 왕국에 단둘밖에 존재하지 않는 공작 가문이다.
비앙카는 그런 공작가의 현 가주인, 아벨 사론톤의 두 번째 부인이다.
한마디로 첩이라는 말이다.
원래 비앙카는 레트린이라는 자작 가문의 사람이었지만, 우연히 아벨 사론톤의 눈에 띄고 말았다.
아름다운 외모.
금으로 도금한 듯이 반짝이는 금발.
흑요석 같은 검은 눈동자를 본다면, 그 누가 그녀를 보고 반하지 않을까?
아벨 또한 그녀에게 반해, 청혼했다.
공작가의 가주의 청혼을 감히 자작가가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설사, 그가 이미 결혼을 했고, 자식이 있다고 할지라도.
‘양아치 같은 인간이었지. 그 이후에는 뭐, 뻔하지.’
안주인이었던 세실리아 사론톤은 첩으로 들어온 비앙카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굴러들어 온 돌 취급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실리아에게 있어서 비앙카는 남편의 정을 가져가고,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를 훔쳐 간 도둑이니까.
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을 이용해서 비앙카를 압박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무시하고, 모멸감이 들 법한 단어를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차마 아벨에게는 뭐라고 할 수 없으니, 그녀에게 모든 것을 쏟아 냈다.
‘분노는 본디, 위가 아니라 아래로 흐르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것은 에이든이 태어나고 더 심해졌다.
여자라면 상관없었겠지만, 남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에이든에게도 후계자 자격이 있었다.
그 이후, 세실리아는 지독하게 에이든과 비앙카를 괴롭혔다.
하나, 비앙카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몇 번이나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꼿꼿하게 허리를 폈다.
‘강한 사람이야.’
“그럼 왜 그렇게 한숨을 쉬고 있니? 어디 불편하니?”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잠시 혼란스러워서 머리 좀 정리하고 있었어요.”
“……혹시 쫓겨난 거 때문에 그러니?”
“…….”
그랬다.
지금 둘은 가문에서 쫓겨났다.
그것도 강제로.
‘헤스티아 영지로 떠나라.’
‘네?’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너 같은 무능아는 더는 우리 가문에는 필요 없다. 그러니 헤스티아 영지로 떠나라.’
갑자기 이어진 통보.
즐거운 만찬 시간에 내려진 무거운 통보는 거부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벨의 말은 부탁이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통보.
명령이었다.
헤스티아 영지.
사론톤 공작가 휘하에 놓인 많은 영지 중 하나다.
떠나라는 건, 그 영지를 줄 터이니, 그곳에서 영주나 하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나쁘지 않은 제안처럼 보일 수 있다.
영주가 된다면, 이 지긋지긋한 곳을 벗어나 마음대로 살 수 있을 테니까.
다만 문제가 있다.
‘헤스티아 영지라면, 마수의 숲, 그 앞에 있는 영지를 말하는 거 아닙니까?’
‘제법이군, 그것도 알고. 맞다.’
그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에 에이든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눌렀다.
마수의 숲.
해밀턴 왕국에서 접근을 금한 영역으로 엄청난 수의 마수가 서식하는 곳이었다.
헤스티아 영지는 그런 마수의 숲과 상당히 인접한 장소에 있었다.
마수의 습격이 잦은 영지다.
그곳은 일종의 유배지요.
그곳으로 보내지는 사람은 사형을 기다리는 사형수나 다름없었다.
한마디로 죽으라고 보내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날아오는 건, 조롱과 멸시 그리고 비웃음뿐이었다.
사론톤 공작가에서 둘의 편을 들어줄 아군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적뿐.
‘아벨, 세실리아……. 후우, 그 두 놈이 악역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당하니 엿 같네.’
에이든은 신세 한탄을 하고 싶었다.
해밀턴 왕국, 사론톤 공작가, 아벨과 세실리아는 에이든도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설마 내가 읽었던 소설에 들어오게 될 줄 그 누가 알았겠어.’
이곳은 소설 속이다.
‘멸악의 기사’라는 강민철이 심심할 때 읽었던 소설 속에 들어왔다.
위 단어들은 그 소설에 등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엑스트라지. 원작에는 이름만 간신히 언급되는 사론톤 가문의 무능아.’
소설 속에서 에이든은 무능아였다.
검술에 재능도 없고.
마법에 재능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제작, 연금술 같은 것에도 재능도이 없는 말 그대로 평범함 그 자체!
최강의 마스터라고 불리는 아벨의 피를 이은 것치고는 그에게 주어진 재능은 한 톨도 없었다.
‘그나마 그게 다행이었던 거지.’
만약 에이든에게 특출난 재능이 있었다면, 세실리아는 어떤 수를 써서든 그를 죽였을 것이다.
무능했기에 도리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에이든?”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니? 혹시 정말 신경 쓰이는 거라면…….”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정말 미안하구나, 이 못난 어미 때문에 네가 이런 고생을 하고…….”
“저는 정말 괜찮아요, 어머니.”
에이든은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이곳에 빙의했을 때, 그에게 가장 큰 혼란을 준 것은 비앙카였다.
어머니라는 존재.
저쪽 세계에 있을 땐, 어머니는 사고로 돌아가셨다.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그 빈자리는 더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리웠던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빈자리가 소설 속에 들어오면서 강제로 채워졌다.
‘내가 과연 어머니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그렇다고 진실을 말할 순 없고.’
진실을 말할 순 없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했다.
세실리아에게 어떤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녀였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다.
‘진짜는 없고, 가짜가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안다면, 크게 상처받을 거야.’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난다면, 익숙해지겠지.
덜컹.
“어이쿠, 죄송합니다!”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
마부의 사죄 어린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괜찮니?”
“저는 괜찮아요. 어머니는요?”
“나도 괜찮단다.”
마차는 썩 좋지 않았다.
공작가에서 보낸 마차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허름해서 오래 타고 있으면 엉덩이가 아팠다.
“그나저나, 다 왔구나. 저기 보이는구나.”
비앙카의 말에 에이든이 고개를 돌리자, 창문 밖 경치가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숲이 보였다.
마치 한라산을 보는 듯이 크면서도 자연의 웅장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무수히 많은 나무가 빼곡하게 자라서, 산림욕을 하기 딱 좋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저기서 산림욕은 무리였다.
‘산림욕은 개뿔, 욕 나오기 딱 좋지.’
“마수의 숲.”
에이든은 작게 중얼거렸다.
저곳이 바로 마수의 숲이다.
무수히 많은 마수가 존재하며, 해밀턴 왕국에서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린, 금단의 숲.
그런 숲 앞에 영지가 보였다.
허름한 목책으로 둘러싸인 영지.
저곳이 쓸모없는 무능아를 버리기로 정해진 쓰레기통이자, 유배지.
헤스티아 영지였다.
* * *
영지의 분위기는 삭막 그 자체였다.
과연 이곳이 공작가 휘하의 영지가 맞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잘 닦이지 않은 길 때문에 마차는 미친 듯이 흔들리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광경도 삭막하기 짝이 없었다.
우울함이 가득한 영지.
낡고, 허름한 옷을 입은 영지민이나, 노후화된 집과 상점들.
왜 이곳이 유배지라고 불리는 건지 알 거 같았다.
영주 저택에 도착했다.
저택 앞마당에 마차가 멈췄다.
앞마당에는 갑옷을 입은 다섯 명의 기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마부가 허겁지겁 내려와서, 문을 열어 줬다.
“도착했습니다.”
“고맙네.”
가장 먼저 비앙카가 내리고, 에이든이 내렸다.
‘여기가 저택인가?’
저택은 허름했다.
과연 이곳이 공작가의 영지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상하다. 설정에 의하면, 매달 지원금을 받고 있을 텐데?’
원작 소설 설정에 의하면, 헤스티아 영지에는 공작가에서 매달 지원금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마수의 숲이다.
마수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했기에 매달 5,000골드씩 보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설정상, 평민 4인 가족이 한 달 동안 지낼 수 있는 생활비가 100골드였지?’
5,000골드라면 용병을 고용하는 식으로 마수를 막고, 목책을 보수하고.
저택의 보수, 관리까지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터.
그런데 이 정도로 엉망이라니.
“이런……. 이 정도일 줄이야.”
비앙카도 난색을 보였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택의 문을 열고, 배불뚝이 남자가 느긋하게 걸어 나와, 둘을 환영했다.
“비앙카 님과 에이든 님, 헤스티아 영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영주 대리인, 렉스라고 합니다.”
“자네가 영주 대리인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헤스티아 영지에는 오랫동안 영주가 없어서, 제가 대신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헤스티아 영지의 영주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순 없었다.
헤스티아 영지도 어찌 되었든, 왕국에서 하사받은 영지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관리는 해야 했다.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대리인을 세워, 대신 영지를 관리하게 한 것이다.
지원금도 주기 싫지만, 법으로 정해져 있기에 법으로 정해진 최저 금액만 보낼 뿐이었다.
의무적으로.
“자네가 수고가 많았군.”
“하하하, 아닙니다. 제가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이런 자리에 앉아 보겠습니까.”
그는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짐은 옮기겠습니다. 소식을 전해 들어서 방도 치워 놨습니다.”
렉스가 눈짓을 보내자, 기사들이 움직이며 짐을 옮겼다.
* * *
방은 공작가에서 썼던 것보다 훨씬 좁고, 노후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여기가 이제 내 방인가?”
에이든은 인상을 찡그렸다.
먼지가 가득한 방 안의 몰골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건 엄연히 그를 무시하는 처사였다.
영주가 새로 왔다면, 최소한 정성을 보여야 정상이다.
한데, 렉스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나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영주 대리가 이런 식으로 나오겠어.’
침대도 있긴 하지만, 딱딱해 보였다.
그 위로 쌓인 먼지는 털어 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았다.
“영주라…….”
에이든은 헛웃음을 흘렸다.
저쪽 세계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월세, 반지하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거대한 저택의 주인이 되었다.
‘영지가 건물이라면, 건물인가?’
건물주가 되고 싶었다.
건물주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건물주가 되면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건물을 가진다.
그것만으로도 눈에 보이는 성공의 상징이 될 수 있었다.
성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악착같이 돈을 벌고, 모았다.
‘그런데 결국 죽었지…….’
“그리고 소설 속에 빙의해서, 주인이 되긴 했는데…….”
이런 식의 성공을 바란 건 아니었다.
임대료를 받을 임차인도 없고.
마수의 숲에 인접한 영지를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금을 걷고 싶어도, 영지 사정을 보면, 그것도 영 힘들어 보였다.
“어휴……. 상태 창.”
에이든은 상태 창을 열었다.
이름 : 에이든 사론톤.
종족 : 인간.
칭호 : E급 헌터.
레벨 : 5 경험치 : 2.45%
특성 : [건물주]
힘 : 10 민첩 : 10 체력 : 10 운 : 10
이곳에 와서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한 달 전, 이 몸에 빙의하고, 저택에만 갇혀 있어야 했다.
무능아라면서 이렇다 할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 쫓겨났고, 헤스티아 영지에 오는 데, 이 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한정된 공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정보를 정리하는 것뿐이지.’
저택에 거의 감금되다시피 있었기에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머릿속으로 원작 내용을 정리하는 것뿐.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이들 때문에 혹시나 들킬까 봐 종이에 적지도 못했다.
그래도 시간은 많았기에 에이든은 그 시간 동안 원작 내용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원작 내용을 아는 건, 내 무기야. 이 정보는 유용하게 써야 해. 그리고, 다른 무기는.’
“특성이 생겼는데…….”
건물주라는 특성이 생겼다.
한데, 이게 뭐 하는 특성인지 몰랐다.
‘헌터 중에 이런 특성을 가진 헌터는 아무도 없었는데…….’
“인터넷도 안 되고, 알아보고 싶어도, 협회는 없고.”
헌터 협회라도 있다면, 알아볼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여긴 그런 건 없었다.
건물주.
영혼을 울리는 감미로운 단어이긴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활용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차라리 특성이 검술이나, 마법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한숨이 나왔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저쪽 세계에서 E급 헌터였던 그가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지는 영주가 되었다.
건물주보다 스케일이 컸다.
건물주는 대충 임대인에게 임대료나 받으면 되겠지만, 여기는 달랐다.
‘마수의 숲, 엉망이 된 영지……. 될 수 있으면, 이곳에 오기 전에 특성이 발현해 줬으면 했는데.’
에이든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누워만 있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영주가 되었으니, 최소한 이곳 사정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원작에도 헤스티아 영지가 나오긴 했지만, 그건 주인공이 지나가는 장소로 나왔단 말이지.’
원작에서 헤스티아 영지는 폐허나 다름없었다.
마수의 숲에서 쏟아지는 마수를 막지 못하고, 결국 무너진 비운의 영지.
죽은 자의 영지.
그것이 헤스티아 영지였다.
‘아마 다 죽었겠지, 뭐. 어쩌겠어, 아무것도 없이, 마수를 막을 순 없을 테니까.’
에이든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걸었다.
그러다 문득 다른 방의 문과 다른 문에서 멈췄다.
“여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장과 책상, 의자가 놓여 있었다.
먼지 냄새가 가득했다.
이곳도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책상 뒤로 보이는 창문 너머에는 영지의 모습이 한눈에 담겼다.
“집무실인가?”
느낌이 그랬다.
얼마나 오랫동안 앉지 않았으면, 집무실에 먼지가 이렇게 쌓였을까.
영주 대리라면서, 일을 제대로 안 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도…….’
에이든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을 열자, 속을 시원하게 하는 맑은 바람이 들어와 먼지를 쓸어 냈다.
“콜록콜록, 으, 괜히 열었어.”
에이든은 한동안 환기를 시킨 후, 바깥 풍경을 봤다.
삭막함과 우울함이 가득 찬 영지에는 그 어떠한 활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마수의 숲에 인접한 영지인데, 그 누가 웃고, 떠들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이곳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영지.
‘나는 그냥 속 편하게 건물주가 되어서, 임대료 받고, 꿀만 빨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 소소한 꿈이…….’
“벌써 미래가 보이는데…….”
에이든은 문득, 시선을 돌려 의자를 바라봤다.
앞으로 자신이 앉아야 할 자리다.
먼지가 가득한 의자는 마치 주인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듯한 외로움이 느껴졌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에이든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의자에 쌓인 먼지를 치우고 앉았다.
그때였다.
의자에 앉는 것과 동시에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페어링.] [특성 : 건물주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주인이 등록되지 않은 건물을 획득하셨습니다.] [영주의 저택을 등록하시겠습니까? Y/N]메시지를 읽은 에이든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이게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