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06)
제106화
6화 : 먹는 게 남는 거야
“흐응~”
니케는 거울을 보며 한참 차림새를 신경 썼다.
“론트, 어때?”
“잘 어울리십니다.”
니케는 생일 파티에 어울리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왕실 전문 디자이너에게 부탁해서 만든 옷답게 그녀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그녀의 성향을 고려해서 노출은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왕족다운 위엄과 우아함이 돋보였다.
하얀색 바탕에 붉은색이 조화롭게 섞여서 너무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았다.
“공주님이라면 더 화려한 것을 입어도 될 텐데요.”
“친구의 생일 파티잖아. 주인공보다 돋보일 순 없지.”
니케는 오랜만에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친구, 로사 보레아스의 생일이다.
로사는 오래전부터 니케와 친밀하게 지내오던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 명이다.
유일하게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친구.
즐겁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그녀를 보며, 론트는 염려되는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 이 시기에 움직이는 건 좋지 않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공주님.”
“알고 있어.”
시기가 좋지 않다.
크라토가 그녀를 주시하고 있고, 귀족들이 니케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는 시기다.
심지어 그녀를 노리는 무리가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것보다 그쪽 일을 신경 쓰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평소의 그녀라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니까, 가고 싶어.”
그녀는 왕실에서 자라오면서 사방이 온통 적이었다.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에는 아군이 있었던 적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군은 적군으로 변했고, 혈육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달려가는 경쟁자가 되었다.
끝없는 시기와 질투.
견제를 받으면서 시간을 보내왔다.
‘사방이 적. 아직 어린 공주님께서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셨겠지.’
그렇기에 친구가 소중할 것이다.
특히, 로사 보레아스는 어릴 때부터 관계를 유지해 온 소꿉친구다.
외면할 수 없으리라.
“그래도 저는 불안합니다.”
“괜찮아.”
“거기다 저는 이번에 함께할 수 없습니다.”
“알고 있어. 따로 임무가 내려왔지?”
“네…….”
론트는 이번 생일 파티에 참석할 수 없었다.
예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토벌 작전에 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거절할 수 없는 왕명이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대신 칼릭스가 공주님과 함께 가게 될 겁니다.”
“칼릭스? 괜찮네~”
칼릭스는 론트가 빈민가에서 거둬들인 제자 중 한 명이었다.
론트는 그런 제자를 떠올리며 얼굴을 구겼다.
“놈의 행동은 기사에 어울리지 않게 가볍습니다. 공주님께 피해가 가는 건 아닐지, 염려스럽습니다.”
“상관없어, 나는 오히려 좋거든.”
“하아……. 공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다행입니다만…….”
론트는 계속 피어나는 불안한 감정을 어찌할 수 없었다.
“공주님,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응, 알고 있어.”
니케는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런데 초대장은 잘 갔겠지?”
“도착했을 겁니다.”
“오겠지?”
“아마 그럴 겁니다. 공주님께서 직접 초대장을 보냈는데, 해밀턴 왕국에 소속된 귀족으로서 거부할 수 없겠죠.”
“그렇지~?”
니케는 묘하게 즐거워 보였다.
잘 입은 드레스도 몇 번인가 만지면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연신 고쳐 입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예쁜 거 같지?”
“공주님을 따라갈 여인은 아마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막! 남자가 보면 반하겠지?”
“물론입니다. 그 누구라도 공주님을 뵙는다면, 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칭찬 고마워~ 빈말이라도 좋네.”
“저는 그저 사실만을 말했을 뿐입니다.”
“좋아~ 그럼 가 볼까.”
“일단 그 앞까지는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
* * *
보레아스 영지의 영주 저택.
백작 가문의 저택답게 크고 아름다운 저택은 귀족의 집이라는 것을 과시하듯, 사치스러웠다.
“엄청나게 크네.”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 일에 릴이 함께했다.
원래라면 한스도 같이 올까 했었지만, 아쉽게도 그는 같이 올 수 없었다.
‘옷이 없어.’
‘죄송합니다. 이분에게 맞는 옷을 만들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아무래도……. 근육이……. 어우…….’
‘몸매가……. 어우…….’
평소라면 상관없겠지만, 귀족 파티에 참석하는데, 막 입을 순 없었다.
최소한의 격은 맞춰야 했다.
하지만 한스의 극한으로 단련된 근육을 버텨 낼 수 있는 옷은 없었다.
의류점에서 가장 큰 옷을 입었지만, 그가 힘을 주자 파바박! 하고 찢어져 나갔다.
그걸 본 의류점 주인의 표정이 얼마나 기괴하던지.
“그런데 정말 편하게 온 거 같습니다. 마차가 이렇게 안 흔들리는 건, 처음 봤습니다.”
릴은 크게 감탄했다.
보통 오랫동안 마차를 타면 흔들리고, 엉덩이가 아프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마차는 달랐다.
마차 제작소의 레벨이 오르면서 서스펜션 연구를 한 덕도 있지만, 다른 옵션도 붙어 있었다.
“저는 의자가 푹신한 건, 처음입니다.”
“쿠션이지.”
마차 제작소 레벨 3이 되자, 마차 의자가 딱딱한 의자가 아니라, 쿠션으로 대체되었다.
서스펜션 때문에 달려도 흔들림이 없었고, 쿠션 덕분에 오래 앉아도 불편하지 않았다.
“역시 돈이 최고라니까,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잖아.”
주변을 둘러봤다.
마차가 많다.
전부 귀족이다.
휘황찬란한 옷을 입은 귀족들이 하나, 둘씩 저택으로 들어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썩 보기 좋은 건 아니었다.
“세금이 녹는다, 녹아.”
저것이 전부 영지민들의 세금을 거둬 입은 것일 터.
저 옷 하나에 수천 골드는 할 것이고, 저들이 걸친 보석도 수만 골드는 족히 넘는다.
영지민들이 힘들게 낸 세금을 저런 식으로 낭비하고 있다니.
물론, 에이든이 입은 옷도 비싼 것이긴 하지만.
‘이건 내돈내산이거든?’
임대료를 설정하긴 했지만, 아직 걷고 있지는 않았다.
상업이 활성화되어 슬슬 괜찮은 시기라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투자한 만큼 회수해야겠지.
물론, 제대로 회수하려면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그 정도쯤이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정말 많은 귀족이 모였군요. 저는 제가 이런 곳에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릴은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자신이 이런 곳에 오게 될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해 봤을까.
렉스의 아래에 있을 땐, 이런 곳에 초대받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
그때에 비해 지금은.
참 많은 것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궁창 같았던 인생이었지. 기사라는 놈이 돌봐야 할 영지민은 돌보지 않고, 욕심만 냈던.’
그때를 떠올리면 후회만 가득했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
조금만 더 빨리 정신 차렸다면, 더 좋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하고 깊은 후회.
하나, 에이든을 만나고 달라졌다.
‘이게 전부 영주님 덕분이지. 영주님이 안 계셨다면, 나는 계속 그렇게 살다가…….’
모두의 비웃음 속에서 쓸쓸하게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를 따르며, 충성을 바친다.
“영주님 덕분에 제가 이런 곳도 오는군요.”
“떨리냐?”
“조금요. 아무래도 조금 비교되잖아요.”
귀족들을 호위하는 기사들은 하나같이 강해 보이며, 위압감이 느껴졌다.
주군의 뒤를 확실하게 지키고 있는 그 모습에서 기사의 ‘격’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저것이 진짜 기사.
자신과는 다른 진짜였다.
“쫄 필요 없어.”
“하지만…… 격이 다르지 않습니까.”
“저놈들이 입고 있는 갑옷보다, 네가 입고 있는 갑옷이 훨씬 비싼 거야. 그거 드워프가 만든 미스릴 도금 갑옷이야.”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않습니까?”
“다르긴, 원래 비싼 거 입은 놈이 장땡이야. 격은 무슨, 장비의 격은 네가 최고지.”
“…….”
정말 에이든다운 생각이다.
귀족의 격? 기사의 격?
그딴 것보다 돈 많은 게 훨씬 좋았다.
어찌 보면 상인 같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릴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왜 영지민들이 그를 따르고, 좋아하는 걸까?
귀족이라?
영지를 살려 준 은인이라?
그런 것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가 다른 귀족들과 다르게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플 이즈 베스트.
단순하고, 솔직했다.
“뭘 멀뚱히 서 있어, 들어가야지. 안에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을 텐데, 잔뜩 먹어야지.”
다른 귀족들 앞에서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들어가는 그를 보며 릴도 허리를 폈다.
‘나는 헤스티아 영지의 기사. 영주님을 지키는 검인 내가 언제까지 기죽어 있을 순 없지.’
처음과 다르게 그의 걸음에도 힘이 들어갔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허리띠 풀고! 잔뜩 먹자고!”
“……네.”
조금 힘이 빠지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 * *
백작가 영애의 생일 파티라 그런가?
파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치러졌다.
커다랗고, 넓은 홀에 수십, 수백 개의 음식과 디저트가 차려져 있다.
주스를 비롯한 각종 술까지 사용인들이 서빙을 하며, 악단까지 초청해서 BGM을 깔아 주고 있었다.
화려함의 극치.
사치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생일 파티에는 온갖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당연히, 이곳의 주인공은 생일 당사자인, 로사 보레아스였다.
그녀의 주변에는 많은 이가 모여 그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로사 영애, 생일 축하드립니다.”
“아, 아브릴 백작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뭘요,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제가 빠질 수 없지 않습니까.”
로사는 힘들 법도 한데 웃는 얼굴을 유지하면서 모두와 대화를 나눴다.
그러고 있을 때였다.
한참 로사를 둘러싸고 있던 귀족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길을 열었다.
그 길 가운데로 하얀색과 붉은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드레스를 입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천사가 걸어왔다.
“로사 보레아스, 왕국의 아름다운 별, 니케 해밀턴 공주님을 뵙습니다.”
“왕국의 가장 아름다운 별, 니케 해밀턴 공주님을 뵙습니다.”
로사를 포함해, 주변에 있던 귀족들도 부복했다.
“됐다, 그만 일어나라.”
“공주님.”
“로사, 생일 축하해. 선물은 나중에 따로 넣어 줄게. 지금 주면 좀 그러니.”
“감사합니다. 공주님께서 직접 이렇게 와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평소라면 편하게 했겠지만, 지금은 공적인 자리이기에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야 했다.
“당연한 소리를. 내가 오지 않으면 누가 오겠어.”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오늘 아주 예쁜데? 생일이라고 힘 좀 줬나 봐?”
“그런가요? 하지만 저보단 공주님이야말로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저는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는걸요.”
“잘 어울려?”
“네, 무척이나요. 그런 드레스를 소화할 수 있는 건, 공주님밖에 없으실 거예요.”
로사는 자신의 감상을 솔직하게 대답했다.
“주변을 보세요. 공주님의 아름다움에 홀린 듯 쳐다보는 이들이 많이 있잖아요.”
확실히.
니케의 미모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이가 감히 왕족을 대놓고 볼 순 없겠지만, 절로 시선이 가는 건, 어찌할 수 없었다.
“그렇지?”
“네.”
로사의 말에 니케는 무척이나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곧 누군가를 떠올리며 미소가 음흉하게 변질되었다.
‘이거라면.’
그때 받았던 굴욕을 갚아 줄 수 있겠지!
니케는 로사와 친근하게 몇 마디를 더 나눈 후, 에이든을 찾았다.
오는 건 이미 확인했다.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있을 터.
‘복수한다!’
라바돈 영지에서 받았던 굴욕을 반드시 갚아 주겠노라!
그때의 일을 갚아 주기 위해 오늘 확실하게 차려입었다.
이걸 본다면 아무리 에이든이라도 동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고 봐라, 에이든 사론톤…….’
그녀의 눈이 빠르게 움직이며 어딘가에 숨어 있을 에이든을 찾았다.
그러다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음식을 퍼먹고 있는 에이든을 발견했다.
다른 귀족들과 다르게 그릇에 먹을 것을 가득 채우며 웃고 있는 그를 보며, 니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 너는 그런 사람이었지.’
니케는 곧바로 에이든에게 다가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과연 에이든이 자신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걸 기대하며 다가가려고 할 때였다.
홀로 음식을 먹고 있던 에이든에게 다가가는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저 남자는…….”
* * *
“흐음…….”
기사는 들어올 수 없기에 릴은 밖에서 대기시켜 놓았고, 에이든은 열심히 음식을 먹고 있었다.
‘먹는 게 남는 거다.’
어딜 가든 일단 먹는 게 최고였다.
귀족들이야 보는 눈이 있어서 음식에 제대로 손을 대고 있지 않지만, 에이든은 달랐다.
뷔페는 먹는 게 남는 거다.
‘영지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음식이잖아. 안 먹고 남기면 벌 받지.’
“으음~ 괜찮은데?”
이쪽 요리사 솜씨가 뛰어난지 디저트도 그렇고, 음식도 맛이 좋았다.
에이든은 이번 기회에 벨트 풀고, 제대로 포식할 생각이다.
“이것도 먹어 볼까? 고기 윤기 흐르는 것 봐라……. 이것도 담고, 이것도…….”
그렇게 한참 고기를 담고 있을 때, 에이든의 앞을 가로막는 이가 있었다.
“에이든 사론톤.”
“넌…….”
“하, 가문에서 쫓겨난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지금쯤 그 유배지에 처박혀 있어야 할 시간 아닌가?”
조소와 경멸이 섞인 목소리.
그리고 에이든을 깔보는 듯한 내리깐 시선이 오만하게 느껴졌다.
그에게서는 이곳에 있는 귀족과는 다른 기세가 날카롭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는 얼굴이었다.
에이든은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제파르 사론톤.”
“웃기는 놈, 가문에서 나갔다고 이제 건방지게 형님의 이름을 막 부르는구나.”
“…….”
그는 제파르 사론톤.
사론톤 가문의 둘째이자, 에이든의 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