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12)
제112화
12화 : 뒤틀린 원작(1)
“콜록…….”
니케는 힘없이 눈을 떴다.
동굴에 밧줄로 묶인 채 갇혀 있었다.
‘여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전신에 힘이 없다.
마나를 모으려고 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마나가 모이지 않았다.
‘독인가?’
독에 당한 모양이다.
‘내가 당할 정도라면 제법 지독한 독이구나.’
왕족은 태어날 때부터 독에 대한 저항 훈련을 받는다.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가 독살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훈련하며 저항력을 쌓는다.
그런 니케에게는 어지간한 독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중독되었다는 건, 이 독은 상당히 독한 독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고야 만 건가…….’
니케의 눈빛이 슬픔으로 젖었다.
‘로사…….’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했다.
모든 것은 계획되어 있었던 일이었다.
함께 돌아가던 마차에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던 도중, 로사가 건넨 쿠키를 먹고 이렇게 되었다.
무색무취.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먹고 한동안 괜찮았었다.
‘습격 때, 마나를 움직였더니 이렇게 되었지.’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고, 니케는 로사를 보호하기 위해 마나를 일으켰다.
그때, 독이 전신으로 퍼졌다.
예사로운 독이 아닌 듯, 마나로 몰아내려고 해도 도리어 중독 현상만 강해졌다.
“후우…….”
친구의 배신에 가슴이 아팠다.
이런 건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팠다.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통증이다.
그런 그녀가 정신을 잃기 전, 로사가 했던 말이 머리를 울렸다.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았어. 하지만 우리가 살려면 어쩔 수 없었어!’
‘너라면 이해해 줄 거지? 니케…….’
‘우린 친구잖아, 그렇지?’
헛웃음이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론트의 말대로 생일 파티에 참석하지 않는 건데.
‘철저하게 준비된 거야. 로사 혼자서 이 일을 했을 리가 없겠지.’
배후가 있다.
로사 혼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놈들은 체계적으로 움직였고 준비된 독도 로사가 준비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배후는 안 봐도 뻔했다.
‘크라토.’
크라토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계획에 거슬리는 이가 있다면 혈육이라도 쉽게 치워 버린다.
최근 니케의 행적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살아 나갈 수 있을까?’
독 때문에 머리가 아프지만, 니케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녀는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빠져나간다……. 한쪽 팔을 내놓더라도…….’
삶에 대한 집착.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친구에 대한 복수와 자신을 이 꼴로 만든 크라토를 잡기 위해서.
그녀는 어떻게든 살아 나갈 생각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크라토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녀가 빠져나갈 수 없도록 몇 개의 장치를 설치해 놨을 터.
‘방심을 유도한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야…….’
“후우…….”
니케는 숨을 고른 후, 몸속의 마나에 집중하며 독기를 몰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찢어질 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신음 하나 흘리지 않으며 참아 냈다.
‘그런데…….’
왜일까?
절체절명의 순간에 니케의 머릿속에는 한 남자가 떠올랐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자신을 보며 귀찮다는 표정을 짓는 남자.
돈에 눈이 돌아가서 어떤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그 남자의 얼굴이 불현듯 떠올랐다.
‘에이든 사론톤…….’
잘생긴 것도 아닌데.
왜 그 남자가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르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를 떠올리고 있으니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거 같았다.
‘구출은 바랄 수 없어.’
크라토가 손을 썼을 것이다.
크라토의 주도면밀한 점을 떠올리면, 이 장소는 다른 누구도 접근할 수 없을 터.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자력으로 탈출해야 했다.
‘기회를 노리자……. 기회는 반드시 올 거야…….’
절체절명의 순간임에도 니케는 왕국의 공주답게 냉정하게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독 때문일까?
아니면 탈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일까.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 인간이 말했어! 여기 알려 달라고 했어!
-맞아, 맞아! 부탁받았어!
-얼른 알려야 해! 알려야 해!
-일 잘하면 칭찬해 준다고 했어!!
자신의 몸에 붙어 있는 수십 마리의 정령이 눈을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 * *
‘잘되어 가고 있겠지?’
보레아스 가문은 난리가 났다.
왕국의 공주가 괴한들로부터 납치당했고, 로사는 괴한의 습격으로 크게 다쳐 돌아왔다.
가문의 현 가주인 릴럭스는 어떻게든 범인을 찾아내라고 난리를 피웠다.
하나, 그건 전부 연기였다.
‘한통속이니까.’
원작을 읽은 에이든은 릴럭스도 한통속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
“정말 로사 님도 한통속인가요?”
릴이 물어왔다.
에이든은 릴에게 상황에 관해 설명했고 배후에 누가 있고 누가 한패인지도 말해 줬다.
다른 사람이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면서 믿지 않았을 이야기다.
하지만 릴은 생각보다 쉽게 믿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렇군요.’
딱, 이 정도의 반응만 보일 뿐이었다.
도리어 말한 에이든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너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니야?’
‘그거야……. 괜찮지 않습니까?’
‘왜?’
‘영주님이 하시는 일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냥 따를 뿐입니다.’
절대적인 신뢰였다.
에이든이 무엇을 하든 뭔가 타당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굳건한 신뢰에서 나온 믿음.
그도 그럴 것이.
‘영주님께서 손해 볼 일을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니케 공주님께 받을 게 있다면서요.’
‘그거야…….’
‘영주님이 돈줄을 놓아준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그 사람이 지옥에 빠져도 돈은 갚고 빠지라면서 건져 내실 분이 아닙니까.’
‘…….’
뭐랄까.
믿음이 참으로 뒤틀렸다.
그런데도 에이든은 이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맞아, 한통속.”
“하지만 저분도 다치셨는데요?”
“일부러 그런 거지. 저 정도로 다쳐야 나중에 변명거리가 생기지 않겠어?”
“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고 하는 것뿐이야.”
로사가 다쳐서 돌아온 것도 계획의 일부다.
니케가 납치당했는데 로사가 멀쩡하게 돌아오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쳐서 돌아오면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 의심은 해도 심하게 파고들 순 없을 테니.”
“그렇군요…….”
릴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귀족들은 이해할 수 없군요. 친구를 배신하면서까지…….”
“뭐, 저런 것들의 생각을 이해하면 안 되지.”
어차피 자신의 안위와 이득을 위해서 움직이는 놈들이다.
가해자를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죠? 니케 공주님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당연히 찾아야지.”
니케는 반드시 구해야 했다.
그녀에게 받아야 할 것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기야 하지만.
‘퀘스트도 깨야 하거든.’
퀘스트도 있었다.
[운명의 선택.]니케 해밀턴은 사악한 음모에 빠졌다.
이대로 간다면 그녀는 정해진 운명에 따라 타락한 공주가 될지도 모른다.
신이 정한 운명은 쉽게 바꿀 수 없는 법.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힘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당신의 행동에 따라 니케 해밀턴에게 정해진 운명이 바뀔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성공 조건 : 니케 해밀턴 구출.
성공 보상 : 영주 저택에 새로운 기능 추가, 지도 조각.
실패 시 : 퀘스트, ‘타락한 공주’ 생성.
정해진 운명이라는 건 원작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대로 둔다면 원작대로 그녀는 타락한 공주가 되고 원작의 흐름대로 흘러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이든은 그대로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틀어질 대로 틀어졌어.’
원작은 이미 틀어지고 모르는 설정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여기서 더 틀어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니케는 반드시 구한다.’
뒤틀어진 원작의 내용.
굳이 거기에 목을 맬 필요는 없었다.
에이든의 목표는 임대료를 받으면서 개꿀 빠는 노후를 보내는 것.
거기에 니케가 필요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거기에.
‘보상이 지도 조각이란 말이지.’
지도 조각!
이전에 엘프를 도왔을 때 얻었던 지도 조각이 하나 있었다.
두 개의 조각을 붙여야만 하는 그 조각!
‘보물 지도일지도 모르잖아?’
돈 냄새가 물씬 풍겼다.
보물!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란 말인가!
분명 금은보화가 가득할 것이 분명했다.
다른 누군가가 선수 치기 전에 얼른 이 보물을 찾아야만 했다.
“그런데 니케 공주님께서 어디에 계신지 어떻게 찾습니까?”
사실 이 부분이 문제였다.
이 부분은 원작에서도 나오지 않았기에 한참을 고민하던 것이었다.
원작에서는 ‘배신당해서 어딘가에 갇혀 있다가 간신히 도망쳤다.’라고 짧게 나올 뿐이지 그 외의 정보는 없었다.
그래서 에이든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걱정하지 마. 우리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으니까.”
“든든한 조력자요?”
“어.”
-조력자?
-우리우리!
-우리구나! 맞아맞아!
-우리가 조력자야! 헤헤! 조력자!
그런 에이든의 주변으로 정령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정령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친근한 냄새가 나!
-기분 좋아!
-도와줄 거야! 도와줄 거야!
-뭘 해 줄까? 도와줄게!
칭호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사유지에 있는 정령 화원의 효과 때문인지.
정령들은 에이든에게 강한 호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원래 에이든은 사유지 밖에서 정령을 불러낼 순 없었다.
하지만.
‘정령석의 능력이라면 가능하지.’
정령석에는 숨겨진 능력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정령을 불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불러낼 뿐인 능력.
하나, ‘정령의 친구’ 칭호 효과로 정령들에게 부탁할 수 있게 되었다.
[정령의 친구 : 정령이 당신에게 친근감을 느낍니다.]정령은 정령력이 없는 사람은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
그에 에이든은 그 정령을 니케에게 전날 밤에 몰래 붙여 놓고, 호위를 부탁했다.
-우리는 친구야!
-맞아맞아! 친구친구~ 헤헤헤.
꺄르륵, 거리면서 즐겁게 에이든의 주위를 날아다니는 정령들을 보며 에이든도 같이 웃었다.
‘참 편해. 얼마나 좋아. 돈도 안 줘도 되고 무상으로 도와주려고 하잖아?’
“이 얼마나 훌륭한 호……. 아니, 조력자냐!”
[‘…….’]“자, 그러면 안내를 부탁해도 될까?”
-응응!
-따라와~ 따라와! 이쪽이야! 이쪽!
에이든과 릴은 니케를 구하기 위해 정령들의 안내를 받으며 움직였다.
* * *
“후우…….”
니케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독을 해독하기 위해 마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상했다.
마나의 힘이라면 어지간한 독은 해독할 수 있을 텐데 이 독은 해독하려고 할수록 더 지독해졌다.
찢어질 듯한 통증이 엄습해 왔지만, 니케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이대로 죽을 수 없어.’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리고 자신이 이대로 죽는다면 크라토가 무슨 짓을 해 올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등에 많은 생명을 짊어졌다.
론트를 포함해서 그녀를 지금까지 도와준 유모나 그 외의 사람들까지.
‘크라토 오라버니라면 싹을 자르기 위해 그들까지 처리하려고 할지도 몰라.’
그건 안 된다.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이 정도의 통증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기회를 엿보며 최소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독을 몰아냈다.
‘해독이 안 되면 한쪽으로 모은다. 팔로 모아서…….’
팔로 독을 모은 후 잘라내면 된다.
팔을 잃겠지만 죽는 것보단 나았다.
그녀가 그렇게 마나를 움직여 독을 한쪽으로 모으기 위해 애쓰고 있을 때였다.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 니케는 정신을 잃은 척 조용히 숨을 죽였다.
‘기회를 기다린다.’
때가 오길…….
그리고 인기척이 그녀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공주님, 깨어 있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정신 잃은 척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상대는 고단수였다.
그런 그를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긴 니케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보았다.
자신을 이곳에 납치한 존재를…….
그를 본 니케가 얼마나 놀랐는지 중독되어 힘없던 그녀의 입이 열렸다.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