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23)
제123화
23화 : 커피 사업
에스텔은 행정관이 되었다.
에스텔은 눈앞에 쌓여 있는 서류를 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헤스티아 영지는 발전하긴 했지만,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내실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영지의 특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힘들었겠지.’
헤스티아 영지는 한 번 바닥을 찍을 정도로 몰락했으며 마수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외부의 위협이 강하니 어쩔 수 없이 외적으로 신경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외부의 위협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나니 내실이 엉망이었다.
영지의 특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정리해야 할 게 많았다.
‘이건…….’
“플라워 상단에서 올라온 결재 서류인가? 쇠뇌 판매? 허……. 설마 그 쇠뇌를 이곳에서 만들고 있던 건가?”
그는 깜짝 놀랐다.
수많은 이가 플라워 상단에서 판매하고 있는 쇠뇌 제작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찾지 못했는데 설마 헤스티아 영지에서 만들고 있을 줄이야.
“허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헤스티아 영지에서 쇠뇌를 제작하고 있을 거라고.”
이 서류는 내용을 정리하고 결재를 올려야만 할 거 같았다.
그 외로 서류의 내용을 정리해야 할 게 많았다.
플라워 상단을 시작으로 해서 마탑에서도 뭔가 왔었다.
“이건 마탑주님께서 보내신 거 아닌가?”
마탑주가 정식으로 올린 요청서였다.
내용은.
[마탑주, 헤르메스의 이름으로 영주에게 요청한다!나는 세금을 내고 싶다!
나도 세금을 낼 수 있게 해 다오! 그런데 세금을 내면, 나도 요정이 걷으러 오는 건가?
나도 요정에게 세금을 내고 싶다!
요정요정!!
세금을 얼마라도 낼 테니까, 나에게도 요정을…….]
“……미친놈인가?”
만약 마탑의 공식 인장이 새겨져 있지 않았다면 미친놈이 보낸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왜? 왜 세금을 내고 싶어서 안달이 났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세금 내는 게 아까워서 탈세하고, 이중장부를 만든다.
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도 내는 게 아까운 것이 세금이니까.
보통 사람은 어떻게든 안 내려고 하는 것을 마탑주는 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애걸하고 있었다.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마탑주가 미친 건가…….”
에스텔은 요청서를 옆으로 밀어 놓고 다른 것들을 확인했다.
정리해야 할 것이 많았다.
난잡한 서류도 깔끔하게 정리해야 했고 체계를 잡을 필요도 있었다.
저택을 관리할 사용인도 고용해야 했다.
“후우…….”
적당히 서류를 정리한 에스텔은 뭉친 목을 풀었다.
오랜만에 서류 정리를 해서 그런가?
손목이 조금 아팠다.
“조금 쉬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밖으로 영지를 내려다봤다.
잘 닦인 길의 그 옆에 우후죽순으로 지어진 수많은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쪽에 만들어진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쉬고 있다.
영지에 내려앉은 평화에 영지민들은 안심하며 그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다.
“대단하시구나.”
이것은 에이든이 만든 세계다.
그는 지금까지 대륙을 돌아다니며 많은 영지를 눈에 담아 왔었다.
그 어떤 영지도 헤스티아 영지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평화롭구나. 그리고 이 커피라는 것도 아주 좋고.”
그는 이제 알프레도가 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그 향을 즐겼다.
다른 차를 마시면 뒷맛이 찝찝하고 달콤한 맛이 입 안에 남아서 좀 그랬다.
하지만 커피는 달랐다.
처음에는 조금 쓰지만, 뒷맛이 깔끔했다.
어린이들은 싫어하겠지만, 어른들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맛이었다.
“좋구나.”
이 얼마 만의 여유인가.
리오가 병에 걸린 이후로 항상 바쁘게 돌아다니며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었다.
리오의 병세가 심해질수록 그는 딸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녔다.
여유를 즐길 시간 따위는 없었다.
“아빠!”
그렇게 사색에 잠겨 있을 때, 딸 리오가 찾아왔다.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딸을 보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리오야!”
“아빠!”
리오는 우다다, 달려와 에스텔의 품에 안겼다.
“우리 딸 왔어~? 그래, 몸은 어때?”
“많이 괜찮아졌어요. 에헤헤…….”
“그래, 정말 잘됐구나.”
놀랍게도 리오의 병은 치료되었다.
희귀한 병에 걸려 치료제도 구할 수 없었지만, 그것을 에이든은 손쉽게 해결했다.
‘설마 성배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태양의 신전의 성물인 태양의 성배를 에이든이 가지고 있을 거라 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에이든은 그 성배를 이용해 리오의 병을 치료해 줬다.
깜짝 놀란 에스텔이 물었다.
‘도대체 성배를 어떻게 가지고 계신 겁니까?’
‘사정이 있어서 잠깐 빌린 거야. 나중에 돌려줘야지.’
‘그런데 제가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 이런 일에 써도 되는 겁니까?’
‘당연히 안 되지.’
‘그럼…….’
‘그러니까 이 일은 영원히 비밀로 해야 해. 알고 있지? 우린 이제 공범이야.’
‘……알겠습니다. 이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습니다.’
리오의 병은 완치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핼쑥했던 얼굴에 생기가 돌고 나날이 꺼져 가던 불꽃에 기름을 붓듯, 활력을 되찾고 있었다.
“정말 괜찮은 거지?”
“응! 괜찮아요! 저 정말 몸이 좋아요! 날아갈 거 같아요!”
“으하하하, 날아가면 안 되지~ 우리 딸은 아빠랑 계속 있어야지.”
“네!”
“그리고 방은 마음에 들어?”
“네! 엄청 마음에 들어요! 커서 좋아요!”
“그래?”
에이든은 이 둘이 지낼 수 있도록 좋은 방을 두 개 내줬다.
‘여기서 지내.’
‘여기서 지내라니……. 설마 저택에서 머물라는 말씀입니까?’
‘어.’
‘하지만…….’
‘뭐 하러 영지에 집을 얻어. 출퇴근이 힘들잖아. 저택에서 머물면 출근도 쉽고 퇴근도 쉽고 얼마나 좋아.’
‘…….’
‘눈 뜨면 출근, 감으면 퇴근인 거지.’
‘그, 그런…….’
원래 집과 회사가 가까우면 좋은 법이다.
출근 시간이 단축되니까.
하지만 가까우면 좋은 거지, 둘이 붙어 있다면 이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 누가 직장 상사와 24시간 함께 있으면서 같은 지붕 아래에서 잠을 자고 싶겠는가.
끔찍한 노동 환경이다.
‘왜? 싫어?’
‘……좋습니다.’
‘그런데 왜 울어?’
‘침입니다.’
‘너는 침을 눈으로 흘리냐?’
‘크흡…….’
그래도 어쩌겠는가.
에이든은 리오의 병을 고쳐 준 은인이다.
감히 그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고 저택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아빠.”
“응? 왜 그러니?”
“헤헤헤, 그냥 불러 봤어요! 좋아서요!”
“하하, 그래? 그런데 우리 딸 오늘은 뭐 하고 지냈니?”
“아! 저 밖에 나가서 놀고 왔어요! 그리고 친구가 생겼어요!”
“친구? 어떤?”
“레이라는 친구예요!”
“레이?”
“네! 레이랑 재미있게 놀았어요! 저 나중에 크면 레이랑 결혼도 할 거예요!”
“……결혼?”
“네!”
“그 아이는 남자니?”
“맞아요! 레이는 말이죠, 멋져요! 저한테 놀자고 먼저 말 걸어 주고! 손도 잡아 줬어요!”
“……그러니?”
에스텔은 조용히 종이에 레이라는 이름을 적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조용히 처리할 생각이었다.
“헤헤! 재밌었어요!”
그리고 리오가 즐겁다는 듯이 웃을 때마다 에스텔의 분노는 남모르게 축적되고 있었다.
* * *
“확실히 뛰어나군요.”
“그렇지?”
“네, 서류 정리도 잘하고 한때는 상인이었기 때문인지 보는 눈도 좋습니다. 말도 통하고요.”
바루스는 새로 들어온 에스텔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에스텔을 행정관으로 임명하자, 그동안 밀렸던 업무가 수월하게 빠지고 있었다.
거기에 지금까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던 체계도 잡혀 가고 있었다.
“나도 편하고 좋더라. 결재 서류를 받을 때마다 알아보기 편하더라고.”
거기에 올라오는 서류가 줄었다.
에스텔이 필요 없는 서류를 알아서 쳐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에이든이 봐야 할 서류가 1/10로 줄어들었다.
“확실히 능력이 좋습니다. 될 수 있다면 저희 상단으로 데리고 오고 싶을 정도입니다.”
바루스는 에스텔이 탐났다.
그가 플라워 상단으로 들어와 준다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업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내 거야.”
“아쉽군요.”
“됐고, 그래서 상황은 어때?”
“잘되고 있습니다. 마나석 관련 사업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마탑에서 협조를 잘해 주고 있습니다.”
마나석은 그대로 팔아도 상관없는 물건이다.
마나석은 다양한 곳에 쓰인다.
그냥 관상용으로 두는 사람도 있겠지만, 마나석은 ‘마도구’를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것이다.
마도구는 특수하게 만들어진 도구로 마도구가 있다면 마법을 쓸 수 없는 사람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아이템이지.’
하지만 마도구만 있다고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자동차가 움직이려면 연료가 필요하듯.
마도구도 마법을 사용하려면 ‘마나’가 필요했다.
여기서 연료가 마나석이다.
마나석은 연료 역할로 마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평민들이야 마도구를 쓰는 일이 없겠지만, 귀족들은 달랐다.
가진 것이 많은 만큼 적도 많았다.
그렇기에 귀족들은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항상 마도구를 소지하고 다닌다.
마나석은 그런 귀족들에게 팔 생각이다.
“지금 크에톤 백작가에서 마나석이 필요한 일이 있다고, 구매 의사를 보입니다. 마탑과 연계해서 그쪽과 거래를 하기로 했습니다.”
“좋아, 그 부분은 맡길게. 할 수 있지?”
“물론이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사업은 제가 반드시 성공시키고 말겠습니다.”
바루스의 믿음직스러운 대답에 에이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바루스라면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루스의 재능은 원작에서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되지 않았던가.
충분했다.
“좋아. 그리고 커피는 어때?”
“커피 쪽도 반응이 좋습니다. 니케 공주님께서 홍보를 잘해 주셔서 그런지 귀족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반응이 꽤 좋네?”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노년의 귀족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지금 귀족들이 마시는 대부분의 차는 전부 달콤한 맛이 나는 홍차나 그런 것뿐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단맛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그래도 마실 수 있는 게 그런 것밖에 없고 사교 파티나 혹은 티파티를 즐길 때 차를 마시지 않을 순 없는 노릇.
체면과 명예를 중시하는 귀족들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런 와중에 달지 않은 커피는 노년의 귀족들에게 달가운 소식이다.
거기에.
“공주님께서 적극적으로 추천하니까 낯선 것이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
“공주님께 홍보를 부탁하신 건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니케가 아니었다면 귀족들이 이렇게 쉽게 커피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귀족들은 고지식하고 머리가 굳어서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고 배척한다.
만약 바루스가 커피를 추천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왕족인 그녀가 추천했기에 고지식한 귀족들도 안심하고 커피를 찾는 것이다.
‘처음에 왕족을 이용해서 커피 홍보를 한다고 했을 땐, 정신 나간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사업은 진행조차 하지 못하고 막혔을 것이다.
“정말 훌륭한 선택이셨습니다, 영주님.”
“뭐, 그 정도 가지고~ 호들갑이야.”
“호들갑이라뇨! 그 누가 왕족을 커피 홍보에 쓰는 정신 나간 생각을 하겠습니까.”
“응?”
“아무리 저라도 그런 정신 나간 생각은 못 할 겁니다. 실천은 더더욱 못 하겠죠.”
“…….”
뭐지?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정신 나간 놈이라고 하는 거야?”
“……그냥 비유가 그렇다는 겁니다. 크흠…….”
“됐고, 아무튼 커피를 찾는 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럼 됐네. 이제 준비해야겠네.”
아메리카노를 만들기 위해서는 커피콩만 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커피콩을 갈아 줄 커피 그라인더와 필터를 이용해서 갈아 낸 커피를 여과시킬 필요가 있었다.
“일단 몇 개 정도 필요할까?”
“커피 그라인더는 일단 300개 정도 필요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필터는…….”
“필터는 3,000개 이상은 있어야겠지. 커피를 내릴 때마다 필요하니까.”
“그런데 가능할까요? 수량이 제법 많은데.”
“괜찮아.”
에이든은 서류에 필요한 수량을 적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쥐어짜면 어떻게든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