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24)
제124화
24화 : 업보는 돌아오는 거야!
“흐음~ 여유롭구나~ 크으.”
게렌은 헤스티아 영지를 돌아다니며 한껏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따스한 햇볕이 전신을 때리는 느긋한 오후.
모두가 바쁘게 일하고 있지만, 게렌은 여유로웠다.
“일거리가 없단 말이지.”
대장간에 들어오는 일거리가 최근 들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예전이야 필요한 것이 많아서 의뢰가 쏟아졌지만,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니 그것도 많이 줄었다.
거기에 새로 들인 제자도 그에게 기술을 배워 지금은 0.5인분을 할 정도가 되었다.
덕분에 자잘한 일거리는 제자에게 떠넘기고 그는 몰래 나와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좋구나!”
그는 짧은 다리를 열심히 놀리며 영지를 돌아다녔다.
그런 그의 발길이 닿은 곳은 목공소였다.
“뭘 하고 있나~? 호오호오, 바쁘구만!”
까치발을 들어 가까스로 창문에 얼굴을 내민 게렌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레비를 보며 히죽- 웃었다.
그러곤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본 레비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게렌 님? 여긴 어쩐 일로?”
“어쩐 일이긴, 그냥 시간이 남아서 놀러 왔지.”
“시간이…… 남아요?”
레비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게렌은 히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래! 으하하! 요즘 참~ 편하거든~ 바쁜 일도 없고~”
게렌은 보란 듯이 근처에 있는 의자를 잡아끌더니 앉았다.
“오오~ 의자가 참 편하구나~ 아늑한 것이 이대로 자면 딱 좋겠어.”
“…….”
“그런데 아직도 쇠뇌를 만들고 있구나? 끌끌끌, 그거참, 고생이 많구나.”
“게렌 님……. 도와주실 거 아니면…… 나가 주시죠. 저희 바쁜데.”
“으응? 어찌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우리 그래도 함께 노동했던 사이 아닌가?”
“그렇긴 하지만…….”
“레비 님!”
“리, 리사야, 왜, 왜 그러니?”
“왜 그러긴요! 지금 잡담이나 나눌 때예요? 안 그래도 물량 맞춰야 하는데!”
“아니…….”
“시끄러워요! 놀지 말고 얼른 손을 움직이란 말이에요! 일거리 밀린 거 안 보여요!?”
“…….”
리사는 목공소에 새로 들어온 아이였다.
처음에는 싹싹하고 열정적으로 기술을 배우며 레비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냈었다.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묘하게 신경질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잔소리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구박이 늘어나고 있었다.
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짜 인간적으로 이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퇴근도 제대로 못 하고! 주말에도 출근하고! 휴일은 없고! 난 속았어!”
계속되는 연장 근무와 야근.
심지어 물량이 많을 땐, 그걸 소화하기 위해서 밤을 새우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젊은 나이에 돈은 많이 벌지만 쓸 시간이 없었다.
성격이 까칠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렌 님도 게렌 님이에요!”
“난 왜?”
“인간적으로 일거리가 이렇게 많으면 도와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난 드워프인데?”
드워프에게 인간성을 찾으면 되나?
엄연히 종족이 다른걸.
“이익!”
“웃차! 그럼 나는 이만 가 보마~ 어우~ 가는 길에 맥주나 마시고 느긋하게 낮잠이나 때려 볼까?”
“아악! 놔요! 놔! 저 얄미운 머리통 한 대만 때리게 해 줘요! 한 방이면 돼요!”
“아, 안 된다! 리사야! 때리면 네가 다쳐!”
게렌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리사를 레비는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네가 다치면 우리 일정 못 맞춘단 말이다! 안 된다!”
“아니, 저를 걱정해서 말리시는 거예요, 아니면 일정 못 맞출까 봐 걱정돼서 그러시는 거예요?”
“당연히 둘 다지.”
“…….”
리사는 포기한 듯, 깊게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자리를 잡았다.
“어서 일해요…….”
“그래, 해야지…….”
* * *
“껄껄껄!”
레비의 성질을 한껏 긁고 나온 게렌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대장간으로 돌아왔다.
대장간으로 오니 뜻밖의 손님이 그를 맞이했다.
“오셨군요?”
“영주?”
손님은 바로 에이든이었다.
“자네가 왜?”
뜻밖의 손님이다.
“어디 다녀오셨나요?”
“아! 목공소에 레비를 만나고 왔지.”
“레비를 만나고 왔다고요? 또요?”
에이든은 최근 게렌이 레비를 놀리러 다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비가 에이든을 붙잡고 통곡하며 사정을 털어놨기 때문이다.
‘제발! 영주님! 게렌 님 좀 어떻게 해 주십시오!! 그 드워프 때문에 미칠 거 같습니다!!’
‘그 드워프! 성격이 더 괴팍해졌습니다! 매일매일 놀리러 오는데……. 크흡……. 도와주지도 않고……. 부럽고……. 짜증 나고…….’
‘그 덕분에 스트레스받아서 제 머리 좀 보십시오. 탈모가 심하게 오지 않았습니까? 이러다 저 죽습니다!’
그에 에이든은 레비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를 위로했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해 줄게.’
‘어떻게 말입니까?’
‘어떻게긴…….’
게렌이 레비를 놀릴 수 있는 건 그가 여유롭기 때문이다.
그럼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게렌도 굴리면 된다.
누구 놀리러 갈 틈 없이 미친 듯이 굴리면 누굴 놀리러 갈 틈도 없을 터.
지가 죽게 생겼는데 누굴 놀린단 말인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에이든은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부탁할 일이라니? 무슨?”
“이전에 제가 부탁해서 만드신 커피 그라인더 있지 않습니까?”
“아아~ 그거 말인가?”
“네, 그거랑 필터.”
“그게 왜?”
“더 필요할 거 같아서요. 가능할까요?”
“그거야, 만들려고 하면 가능하긴 하지……. 그런데…….”
꿀꺽.
뭔가 불안한 낌새를 느낀 게렌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몇 개나 필요한가……?”
“300개 정도 필요할 거 같아요.”
“300개?”
“네.”
300개라는 말에 게렌은 그제야 안심했다.
300개도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긴 하지만, 몇천 개씩 쇠뇌를 만드는 레비를 생각하면 300개는 애교 수준이었다.
가벼운 잽 정도였다.
“으하하! 걱정하지 말게! 영주는 우리 일족의 은인이 아닌가? 그 정도의 부탁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지!”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필터도 필요한데요.”
“필터? 아아, 그거 말이군.”
생각해 보니 그때도 커피 그라인더와 함께 필터도 만들었던 거 같았다.
만드는 게 조금 까다로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도.
‘못 만들 건 없지.’
“그건 얼마나 필요한가?”
에이든은 손가락을 세 개를 들었다.
“300개?”
“아뇨.”
“그럼?”
“3,000개요.”
“……3,000개?”
“네.”
“그, 그렇게 많이? 왜?”
“원래 커피를 내릴 때 한 장씩 쓰는 거라서, 소모품이거든요. 그래서 많이 필요해요.”
“아니…….”
“가능하죠?”
“끄응…….”
게렌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이미 앞서 은인의 부탁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까지 하지 않았던가.
약속을 어기는 건, 드워프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가능하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참고로 일주일 안에 끝내셔야 합니다.”
“일주일!?”
안 그래도 힘든데 거기에 시간 제한까지 걸렸다.
필터 3,000개를 일주일 안에 만들려면 오늘부터 밤새워서 작업에 들어가야만 했다.
“……왜 3,000개를 먼저 말하지 않은 건가! 왜 300개부터 말한 건가!”
“그거야 3,000개부터 들으면 기분 나쁘잖아요.”
“뭐가 다른데!?”
“잠시라도 기분이 좋으시라고…….”
잽으로 가볍게 한 대 맞은 후, 급소를 어퍼컷으로 맞은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럼 전 이만!”
에이든은 게렌이 뭐라고 하기 전에 대장간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대장간에 남게 된 게렌은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문득, 자신이 목공소에서 했던 짓이 떠올랐다.
“아…….”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업보는…….
“돌아오는구나…….”
뿌린 대로 거둔다고.
업보는 돌아오는 것이었다.
* * *
엘프 마을.
세계수의 오염이 정화된 이후로 엘프들의 생활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마을을 지키는 결계도 훨씬 강해졌다.
마을을 찾고 있던 침입자들도 깔끔하게 처리하여 숲의 양분이 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해 줬다.
삭막함이 가득했던 마을에는 활력과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는 다르게 정작 엘프들은 고된 노동에 지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엘프들은 눈앞에 쌓인 자루 더미를 힘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무게는 맞췄나?”
“100kg…… 맞췄습니다.”
“후우, 드디어 끝났구나!”
“으하하하! 우리가 드디어 해냈다! 해냈다고!”
“좋았어!”
자루 더미를 보고 있던 엘프들은 환호를 지르며 좋아했다.
자루 안에는 에이든이 요청했던 알리브 열매가 가득 들어 있었다.
무려 100kg이다.
알리브는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양이 적었다.
엘프들은 에이든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 위해서 텃밭을 만들어 그곳에서 알리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알리브는 키우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식물이었기에 항상 관리를 해 줘야만 했다.
“흑흑……. 정말 쉽지 않았어요.”
“고생…… 많이 했어요.”
엘프들은 눈물을 흘렸다.
정말 힘들었다.
알리브는 다른 식물과 다르게 아주 예민하기에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된다.
정해진 시간에 물도 줘야 하고.
햇빛도 적당히 받아야 했으며, 특수하게 만든 비료를 사용해야만 했다.
만약 평범한 비료를 사용하면?
‘죽어 버리지.’
아이의 반찬 투정과 비슷했다.
다만 다른 것이라면 아이는 투정하고 끝나지만, 이놈은 죽어 버린다는 점이었다.
스트레스받아도 죽고.
물 덜 줘도 죽고.
햇빛을 덜 받아도 죽는다.
에이든이 봤다면.
‘이 새끼 개복치보다 심하잖아?’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개복치?
개복치도 아마 이것보다는 더 인내심이 있고 삶에 대한 미련도 강할 것이다.
아무튼.
그 정도로 세심하게 관리를 해야만 알리브를 키울 수 있었고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
“너무 힘들어…….”
“이제 자도 되겠지?”
“아……. 늦게 자면 근손실 오는데…….”
“오늘 하체 하려고 했었는데……. 크흡…….”
“그래도 이제 끝이잖아! 오늘 푹! 자고! 내일 상체, 하체 같이 조지자고!”
“전신을 조져 볼까!”
“으하하! 좋지!”
100kg을 채우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오늘로 그 고생은 끝났다.
그때.
한 엘프가 조심스럽게 자루에 다가갔다.
자루 하나에 20kg.
“……무게가 묵직한 게 제법 좋은데?”
“그거 가지고 무게 치지 마라…….”
“크흠, 생각보다 느낌이 좋아서.”
“아무튼, 이제 이거 보내자고.”
“레아야.”
“네!”
레아는 계약한 정령을 불렀다.
땅의 정령, 노옴이었다.
-불렀어? 불렀어?
“응.”
-오늘은 뭐 만들어 줘? 만들까?
-만들 수 있는데!
-이번엔 잘 만들 수 있어!
-무게 잘 조절할 수 있는데!
-나도 할 수 있어!! 나도 나도!!
“아냐, 오늘은 원판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거 부탁하려고 불렀어.”
-다른 거?
-뭐? 뭔데 뭔데?
노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레아를 쳐다봤다.
지금까지 레아가 자신들을 불렀을 때 하는 부탁은 정해져 있었다.
‘원판 무게가 좀 가벼운 거 같아서, 좀 더 늘려 줄 수 있어?’
‘여기 무게를 더…….’
‘하나 더…….’
땅의 정령을 원판 셔틀로 쓰고 있던 것!
세계수가 그 모습을 봤다면 통곡을 했겠지만, 세계수는 회복에 전념하느라 여념 없었다.
한데, 오늘은 다른 부탁이라고 하니 호기심이 솟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부탁!?
-뭔데 뭔데!?
“이거 에이든 님께 보내 줘.”
-저거? 저거?
-아! 들은 적 있어! 샐리온 님께서 허락하셨던 일이야!
-맞아! 맞아!
-알겠어! 알겠어!
노옴들은 부탁을 승낙했다.
샐리온이 실피드에게 부탁해서 정령들에게 말해 놨었다.
-실피드 님께서 말씀하셨어. 샐리온 님, 인간한테 삥 뜯겼다고!
-삥이 뭐야?
-나도 몰라! 그냥 뜯겼다던데?
-맞아 맞아!
-정령왕 최초로! 협박도 당했다고 했어!
-나도 들었어!
-정령왕이 인간에게 협박이나 당했다고, 한심하다고…….
-정령왕인데…….
-샐리온 님이 알고 보면 왕 중에 막내라고…….
-막내가 정령왕 체면 다 깎아 먹는다면서…….
“…….”
레아는 노옴들의 대화를 들으며 뭔가 들어서는 안 될 것을 들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인간, 정령왕님을 협박한 거야?’
어떻게 정령계를 통해서 물건을 옮기는 건가 했더니, 정령왕을 협박했던 것!
대단한 인간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조금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정령왕을 협박할 줄이야.
“……대단한 인간이구나.”
-웃차웃차! 옮겨 옮겨!
-무거워! 더 불러!
-낑낑! 들고 가!
노옴들은 정령계의 문을 열고, 알리브가 담긴 자루를 들고 정령계로 들어갔다.
그렇게 깔끔하게 일을 끝낸 엘프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힘들긴 했지만, 일족을 구해 준 은인을 돕는 일이다.
은혜는 은혜로 갚는다.
그것이 사람으로서의 도리였다.
“자! 이제 쉬고, 운동이나 해 볼까?”
“스승님께서 알려 주신 루틴을 한번 해 볼까!?”
“일단 등부터…….”
이제는 고생한 근육들에게 은혜를 갚을 시간이다.
그렇게 엘프들이 쇠질을 위해 걸음을 옮기려고 하던 그때였다.
정령계의 문이 열렸다.
레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정령계의 문이 열리면서 정령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바람의 정령, 실프였다.
“실프가 왜?”
실프는 두리번거리더니 레아를 보고는 쪼르르, 날아왔다.
“실프야, 무슨 일이니?”
-부탁받았어요! 부탁!
“부탁?”
-네!
“누구의 부탁?”
-에이든 님의 부탁을 받았어요!
“에이든 님의? 뭔데?”
-이걸 전해 달라고 했어요~
실프는 레아에게 에이든에게 받은 서류 한 장을 넘겼다.
레아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뭐지?”
서류를 받은 레아는 맨 위쪽에 쓰여 있는 글씨를 읽었다.
동시에 레아의 낯빛이 창백하게 변했다.
“추가 발주……. 200kg…….”
에이든은 엘프까지 쥐어짜려고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