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37)
제137화
12화 : 남겨진 유산(?)
“하하, 이거 참.”
에이든에게 역소환된 알폰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흥분했나?”
알폰스가 있는 공간은 중간계도, 정령계도, 마계, 천계도 아닌 별도의 공간.
아무것도 없는 ‘허무’의 공간이었다.
누군가는 ‘심연’이라고 부르고 또 누군가는 경계의 틈새라고 부르는 장소.
알폰스는 그러한 장소에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무려 천 년을 기다려 왔다.
오로지 그와의 재회를 기다렸다.
흥분을 주체할 수 없어서 주접을 떨고 말았다.
‘다시 왕을 뵙는구나…….’
알폰스는 허무의 공간에서 천 년 전, 충성을 맹세했던 왕을 떠올렸다.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가?
아니면.
“그 목소리…….”
그 목소리 때문인가?
기억 일부가 떠오르지 않고 힘에 제약이 생겨 생전의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오염의 부작용이었다.
버텼어야 했다.
하지만 초인적인 정신력을 가진 존재라고 할지라도 천 년은 너무 길었다.
그 목소리가 품은 어둠은 교묘하게 그의 약점을 찔렀고 결국 정신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 약했구나, 내가 강했다면 왕을 마지막까지 보필할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왕의 곁을 지키고 싶었지만, 지키지 못한 자신의 부덕함.
늘 후회만 남았었다.
그러니 이번엔 후회를 남기지 않을 생각이다.
‘이번 왕은 내가 반드시 지킨다…….’
우우웅.
그때.
허무의 공간에 또 다른 존재가 들어왔다.
너무나도 희미한 형태를 갖춘 그 존재는 누가 봐도 불완전해 보였다.
알폰스는 그런 존재를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도 나와 똑같은 모양이구나.”
알폰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허무의 공간.
세계수의 아래에 봉인되어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지독한 고독감이 그를 휘감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강한 기대감이 그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서 좋긴 하구나.”
새로운 동거자가 생겨서 나름 괜찮았다.
* * *
“으음…….”
에이든은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여, 영주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릴?”
“영주님! 저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었지?”
“……영주님은 지금 1년 만에 정신을 차리신 겁니다.”
릴의 말에 에이든은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1년!? 내 대금은!?”
“……1년 만에 깨어나서 물으시는 것이 대금입니까?”
“그럼 대금이 중요하지, 뭐가 중요한데?”
“아니……. 뭔가 더 있지 않습니까? 영지라든가…….”
“그딴 건 됐고.”
에이든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 1년 지났어?”
“……네.”
“네 월급을 걸고?”
“…….”
“구라 치다 걸리면 네 월급 1년 동안 없는 거다, 콜?”
“죄, 죄송합니다!”
에이든은 한다면 하는 인간이다.
정말 마음먹으면 1년 동안 무일푼으로 부려 먹을 것이 분명했다.
이럴 땐, 빠른 사과가 답이었다.
“그래서 며칠 지났어?”
“반나절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년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거야?”
“그건 랄스가 해 보자고 해서 그런 겁니다, 저는 하기 싫었는데! 옆에서 막…….”
“아아~ 그래, 너는 잘못 없다는 거지?”
“네!”
그는 벌을 피하고자 최대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에이든은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럴 수 있지~ 그런 장난 칠 수 있는 거야, 다 이해할 수 있어.”
“그럼…….”
“5개월 감봉으로 하자.”
“영주님!?”
“기사라는 놈이 주군에게 거짓말한 건 잘못이지, 안 그래?”
“…….”
“싫어? 그럼 10개월…….”
“아닙니다! 새, 생각해 보니, 5개월이면 충분할 거 같습니다!! 주군을 놀리다니! 이 입술이 문제군요!”
찰싹찰싹!
릴은 자신의 입술을 열심히 때렸다.
‘빌어먹을 랄스! 너 때문에 감봉이잖아! 두고 보자…….’
“그런데 여긴 어디야?”
“여긴 크에톤 백작가의 저택입니다.”
“아아……. 크에톤 백작가.”
에이든은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
침대는 푹신하고, 침실의 실내장식도 생각했던 것보다 고급스러웠다.
철광석 사업이 잘된다고 하더니 보기보다 돈을 쓸어 모은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영주님, 기억 안 나십니까? 던전 공략 끝나고 보물을 찾겠다고 벽을 파고 들어가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구멍을 뚫고 들어갔는데 그 너머에 아무것도 없는 거 보시고 쓰러지셨잖아요.”
“아.”
그제야 기억이 났다.
던전 공략이 끝나고 보물을 챙기려고 구멍을 뚫고 넘어갔었다.
원작대로라면 거기에는 금은보화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야 했다.
주인공 일행이 그런 식으로 보물을 얻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그 너머에는 금은보화는커녕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을 본 에이든은 충격을 받았고.
‘정신을 잃었었지.’
“쩝.”
에이든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아쉬움이 쉬이 가시지 않았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단 말이지.’
왜 없을까?
원작이 틀어졌다고 해도 시기만 다를 뿐이지 원래라면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마치.
‘누가 앞서 털어간 거 같단 말이지…….’
그럴 리가 없었다.
그 던전을 발견하는 건 주인공이다.
거기에 보물을 손에 넣으려면 보스를 처리해야 하는데 반시는 건재하게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심지어 반시는 말했다.
그분의 유산을 지켜야 한다고.
침입자는 반드시 죽인다고.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지키고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을까?”
“네? 아! 그러고 보니.”
릴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품속에서 낡은 팔찌를 하나 꺼냈다.
“이거 받으세요.”
“뭔데?”
“그 안에 있던 겁니다, 한쪽 구석에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었던 팔찌입니다.”
“이게?”
“네, 혹시나 해서 샅샅이 뒤져 봤는데 그거뿐이었습니다.”
낡은 팔찌다.
녹이 슬었고 디자인도 단순한 것이 이과생들이나 선물할 법한 형태였다.
그 넓은 공간의 한쪽 구석에 거미줄이 쳐져 있던 유일한 물건이었다.
“이거…….”
“혹시 뭔지 아십니까?”
“골동품으로 팔면 좀 건지려나?”
“…….”
릴은 황당한 표정으로 에이든을 쳐다봤다.
역시 에이든이었다.
다른 사람과 감상 포인트가 다르다고 할까?
저걸 보고 바로 골동품으로 팔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이상하다고 해야 할지.
“어디.”
에이든은 팔찌를 한번 차봤다.
조금 크기가 커서 그런지 덜렁거렸다.
“이런, 영주님께는 조금 큰 거 같습니다, 이 기회에 같이 전완근 운동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릴은 자신의 두꺼운 팔뚝을 자신만만하게 내보이며 말했다.
“남자의 팔뚝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이십니까? 이 힘줄이! 후웁!”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빌어먹을 헬창.
이상했다.
예전에는 릴은 평범한 기사였던 거 같은데 최근 들어서 헬창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80% 정도?
한스가 문제인가?
아니면 근육이 문제인가?
‘진짜…….’
그때였다.
우웅.
팔찌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였다.
그러더니 팔찌의 크기가 줄어들며 에이든의 팔에 딱 맞게 변했다.
“어? 팔찌가 줄어들었습니다.”
“마도구인가?”
“이런 식으로 크기가 줄다니 정말 신기한 마도구입니다.”
“이러면 더 비싸게 팔 수…….”
에이든은 말을 멈췄다.
팔찌가 빛나는 것과 동시에 그의 눈앞으로 메시지 창이 날아왔다.
[[ ]의 숨겨진 유산을 획득하셨습니다.] [새로운 연구가 추가되었습니다.]‘새로운 연구?’
“잠깐, 숨겨진 유산?”
에이든은 팔찌를 쳐다봤다.
[ ]은 예전 아스트로 소드를 배울 때도 나왔던 것으로 말 그대로 공백이었다.대충 유추해보면 천 년 전, 그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존재.
그의 유산을 발견했다.
“……확인.”
에이든은 곧바로 연구소를 열었다.
[마나석 정화 연구 LV. 2] – 40,000골드.“…….”
고대 유산 연구가 추가되었다.
한데, 가격이 지X 맞았다.
“5만 골드?”
미친 가격이다.
심지어.
[고대 유산 연구 LV. 1을 구매하시려면 연구소의 레벨을 올려야 합니다.]지금 레벨로는 연구가 안 돼서 연구소 레벨까지 올려야 했다.
연구소 레벨을 올리고 연구까지 하려면 최소한 65,000골드는 나간다.
“와, 지X 맞은 현질 유도…….”
매콤했다.
누가 여기에 캡사이신이라도 뿌린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지르지 않을 수도 없는 건.
‘뭔지 궁금하잖아.’
고대의 유산이다.
거기에 반시가 필사적으로 지켰던 유산이고 그 남자에 대한 단서다.
결론은?
‘질러야 한다는 거잖아.’
현질뿐이었다.
문제라고 한다면 지금 당장 현질할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니케랑 제파르에게 서신을 보내야겠구나.’
돈 내놓으라고.
빚 독촉을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현질할 돈이야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었다.
똑똑똑.
“실례합니다, 라이덴 크에톤 백작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에이든 님의 상태가 어떤지…….”
손님이 찾아왔다.
“영주님, 어떻게 할까요?”
“들어오라고 해.”
에이든의 대답에 릴은 밖을 향해 말했다.
“들어오시죠.”
사용인이 대신 문을 열어주자, 그곳에는 라이덴 크에톤 백작이 서 있었다.
“오! 깨어나셨군요, 에이든 경.”
에이든이 깨어난 것을 본 라이덴은 그제야 안심한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정말 걱정 많았습니다, 저희가 기다리다 못해 들어가려고 할 때 기사들에게 업혀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걱정이 많으셨군요.”
라이덴이 들어오자 릴은 자신이 앉고 있던 의자를 그에게 양보해 줬다.
“걱정될 수밖에! 어쨌든 크게 다친 곳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보스가 강했던 모양이죠?”
“에?”
“보스가 얼마나 강했으면 싸움이 끝나고 기절하셨습니까.”
“…….”
에이든이 저게 뭔 소리냐면서 릴을 바라보자 그는 눈빛으로 사정을 설명했다.
‘그럼 보물 창고에 보물 없어서 혈압 올라서 기절했다고 할 순 없잖아요!’
하긴.
맞는 말이다.
보스와 싸우고 탈진해서 기절한 것도 아니고 보물이 없어서 충격받아 기절했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기에 둘러댄 모양이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에이든 경이 있어서 제가 살 수 있었습니다!”
“아하하, 뭘요, 대그……. 가 아니라, 크흠, 같은 동업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하하, 동업자라, 좋군요! 하지만 계산은 똑바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라이덴은 말만 오가는 공치사보다는 눈에 보이는 물질로 보상하는 걸 선호했다.
그는 진중한 표정으로 에이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뭘 원하십니까?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최대한 드리겠습니다.”
현질할 돈을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알아서 찾아오는데.
에이든의 입꼬리가 보기 좋게 말려 올라갔다.
릴은 그런 에이든을 보며 체념한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또 시작이구나.’
즐거운 흥정의 시간이다.
물론, 에이든 혼자만 즐겁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