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39)
제139화
14화 : 헤스티아 영지로
아침이 되었다.
라이덴은 이들을 위해 호화로운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덕분에 배 터지게 식사를 마친 이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차 앞에서 릴을 포함한 기사들이 짐을 싣고 있었다.
“그건 이쪽으로…….”
“아, 그거 포션이 든 상자니까, 깨지지 않게 조심히 옮겨. 하나라도 깨지면 안 그래도 까인 월급이 더 까일 수 있어.”
“랄스야, 그건 저쪽…….”
“랄스야…….”
다른 기사들의 재촉에 랄스는 참다못해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 이놈들아! 나만 일해!? 같이 일해야지!! 왜 나 혼자 옮기냐고!”
그의 거친 항의에 릴과 헤틴, 칼, 클로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릴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대단한데?”
“무슨 염치로 우리에게 화내는 거야?”
“누구 때문에 우리 월급이 감봉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와, 나라면 미안해서 혼자 다 하겠는데 막 소리를 지르네.”
“역시 저 정도 배짱은 있어야 영주님께 그런 장난을 칠 수 있구나.”
“…….”
동료들의 말에 랄스는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크, 크흠……. 내, 내 말은 내, 내가 다 할 테니까, 너희는 편하게 그늘에서 쉬고 있어! 내가 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어쩌겠는가.
저지른 일이 있는걸.
그가 제안한 장난 때문에 호되게 혼난 후, 연대 책임이라면서 기사들 전부 감봉 처리 받았다.
‘젠장……. 그런 장난 치는 게 아니었는데…….’
후회는 늘 늦는 법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한 명 후회하는 이가 있었다.
“……아버지…….”
“말 걸지 말거라.”
“……하지만…….”
“네놈이 덜 맞았구나? 감히 아비의 비자금을 빼서 몰래 쓴 것도 모자라서……. 광산까지…….”
“하, 하지만 아버지, 그건 전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됐다! 더는 듣기 싫다!”
“…….”
라덴이 있었다.
그는 용기를 내어 라이덴에게 사실을 설명했다.
에이든이 말하지 않았던가.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다고.
용서는 빨랐고, 라이덴의 주먹은 강하고 빨랐다.
그는 밤새 두들겨 맞고 잔소리 폭탄을 들어야만 했다.
덕분에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다.
“그런데 내 비자금 위치는 어떻게 안 것이냐?”
“……아버지 비자금 위치는 어머니께 들었습니다.”
“……라일라가 내 비자금 위치를 알고 있었다고!?”
“네.”
“그럼 왜 말하지 않았던 거냐!”
“그거야 말하면 비자금 위치가 바뀔 테니까, 나중에 한 번에 잡겠다고……. 그리고…….”
“그리고?”
“조금씩 빼 쓰는 맛이 있으시다면서…….”
라이덴은 할 말이 없었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 그는 비자금을 몰래 모으고 있긴 했었다.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아내는 이미 비자금 위치를 파악했고 그걸 이용하고 있었다.
‘어쩐지 가끔 비자금 일부가 비는 거 같았는데 그때는 그냥 내가 잘못 기억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의 비자금은 이미 가족들이 아는 비자금으로 변해서 공용으로 쓰였던 것!
어쩐지!
비자금 일부가 조금 비는 날이면 아내의 옷이나 손수건 같은 것이 변했었다.
그때는 그냥 넘겼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비자금으로 샀던 것이었다.
“하……. 정말이지, 세월이 지나도 라일라를 이길 수 없구나.”
“아버지가 어머니께 이긴 적은 없지 않습니까, 밤이든 낮이든.”
“……너는 좀 닥쳐라.”
“……눼…….”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곧 에이든이 나왔다.
“이런, 저를 기다리신 건가요?”
“아하하, 물론이죠.”
“이렇게 나오실 필요는 없는데.”
“가문의 은인이 떠나시는데 배웅하지 않으면 어찌하겠습니까.”
그는 평소처럼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어딘가 어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속에서 열불이 끓어오르는 중이었다.
에이든에게 뜯긴 게 도대체 얼마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마나석 대금도 5배로 뜯기고.
심지어 비자금까지 털리고 광산까지 털렸다.
에이든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광산 관리 잘 부탁드립니다~”
“……아하하, 무, 물론이죠, 원래부터 저희 광산이었으니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맡겨주십시오.”
라이덴은 손을 맞잡으며 어색하게 대답했다.
처음 그에게 광산 소유권이 넘어갔다는 소리를 듣고 되찾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돌려드릴 순 있지만, 그러면 다시 무너질 텐데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요정이 지어 준 그 관리소 있죠? 소유권을 돌려드리면 사라지게 될 겁니다.’
‘사라진다니, 그게 무슨…….’
‘말 그대로입니다, 설명하면 좀 복잡합니다, 제가 요정의 가호를 받은 페어리 프린스라는 거 아시죠?’
‘물론입니다.’
‘그런 겁니다, 요정들은 제 소유……. 한마디로 제 사유지에만 건물을 지어줍니다, 광산도 예외가 아니죠, 제가 라덴 님께 광산을 양도받은 건…….’
‘에이든 경의 사유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군요, 그래야 요정들이 건물을 지어주고…….’
‘입구를 막았던 암석을 치워 주니까요.’
이야기는 들었다.
광산이 무너지면서 암석이 입구를 막았고 그 암석을 요정들이 치워 줬다는 것을.
그리고 그는 광산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볼 수 있었다.
원래 광산은 어둡고 아무리 잘해도 작업 환경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정이 광산 관리소를 지어 주고 난 후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쾌적한 환경.
늘 먼지로 가득했던 광산 내부의 공기도 신선하고 지지대가 발광(發光)해서 내부도 밝았다.
‘끄응…….’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거기에 에이든의 말에 따르면 요정의 신비로운 힘으로 인해 매장량도 늘어난다고 했다.
이를 어떻게 포기한단 말인가.
그에 둘은 계약을 나눴다.
소유권은 그대로 두고 수익을 분배하기로.
“그럼 저희는 이만 가겠습니다, 또 마나석이 필요하면 플라워 상단에 연락 주십시오.”
마지막 악수를 끝으로 에이든이 탄 마차는 빠르게 저택을 떠났다.
라이덴은 멀어져가는 마차를 보며 라덴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아, 소금 가져와서 뿌려라.”
“얼마나 뿌릴까요?”
“있는 거 다 뿌려라.”
“네.”
* * *
헤스티아 영지.
비앙카는 저택을 둘러보고 있었다.
많은 것이 변했다.
에스텔이 행정관이 된 이후로 영지에 체계가 잡혀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앗, 비앙카 님, 안녕하십니까?”
“비앙카 님, 나오셨군요, 어디 가시나요?”
“비앙카 님, 제가 정원을 좀 다듬었는데, 어떤가요?”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사용인들이 한차례 인사했다.
새롭게 고용한 사용인들이다.
사용인들이 청소, 요리, 정원 관리까지 해 주니 비앙카가 더는 할 일이 없었다.
‘나쁘지 않구나.’
정원에는 예쁜 꽃이 피었다.
한가로운 꽃내음이 따뜻한 바람을 타며 그녀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더운 여름은 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조금은 싸늘한 느낌도 들긴 하지만 푸른 하늘이 썩 나쁘지 않았다.
“일단 들어갈까.”
비앙카는 방으로 돌아왔다.
사용인들의 실력이 좋은 건지 창틀에도 먼지 하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좋긴 한데.
‘조금 심심하네.’
그녀가 하던 일을 사용인들이 하고 있었다.
덕분에 할 일이 없어져서 그런지 심심했다.
“비앙카 님.”
“아, 알프레도.”
“차를 준비했습니다, 어떻게 드릴까요?”
“그럼 고맙지.”
알프레도는 비앙카의 앞에 놓인 빈 잔에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따라줬다.
향긋한 커피 향이 바람에 실려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비앙카는 고소한 커피 향을 음미했다.
“음~ 냄새 좋다.”
“그렇죠? 한번 진하게 만들어봤습니다.”
“고맙구나.”
따뜻한 커피를 마신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조금 달콤하네?”
“영주님께서 거기에 꿀을 넣어 마시면 좋다고 해서 조금 타 봤습니다, 어떻습니까?”
“괜찮아. 너무 달지도, 그렇다고 쓰지도 않은 게 적당하네.”
“그럼 다행입니다.”
비앙카는 한가롭게 커피를 즐기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영지를 바라봤다.
시끄러웠던 성벽 공사는 끝났다.
영지가 이전보다 1.5배는 넓어졌다.
영지가 넓어지니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조금은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좋네…….’
바람이 시원하고 커피는 맛있었다.
심심하긴 하지만 이 한가로운 감각도 썩 나쁘진 않았다.
“여유롭네.”
“그러게 말입니다, 좋지 않습니까?”
“좋지, 편하고……. 나쁘지 않아.”
비앙카는 그렇게 한참 멍하니 영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저택을 향해 달려오는 마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영주님께서 타고 나가셨던 마차군요, 아무래도 영주님께서 돌아오신 모양입니다.”
“그래? 그럼 나가 봐야겠구나.”
비앙카는 잔을 비우고 마당 앞으로 나갔다.
그녀는 알프레도와 함께 에이든의 도착을 기다렸다.
한데, 비앙카의 표정이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비앙카 님, 왜 그러십니까?”
“응?”
“아니…….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으셔서 그렇습니다, 혹시 안 좋은 일이라도…….”
“……알프레도.”
“네.”
“아들이 이번엔 사고 안 쳤겠지?”
“아.”
그제야 알프레도는 왜 그녀가 그렇게 불안해하는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처럼 머리카락 가져오는 건 아니겠지? 그렇겠지?”
“음…….”
에이든이 어딘가 나갔다 돌아오면 꼭 뭔가 사고 치고 돌아왔다.
그가 무슨 일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저지를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엔 괜찮지 않을까요? 그냥 대금 받으러 간 건데 거기서 어떤 사고를 치겠습니까.”
“그렇겠지?”
“물론이죠.”
이번엔 그저 대금을 받으러 갔을 뿐이다.
아무리 에이든이라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 뭔가 사고를 치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식이 있다면 말이다.
잠시 후.
에이든을 태운 마차가 돌아왔다.
“아, 어머니, 나와 계셨어요?”
비앙카를 발견한 에이든의 얼굴에는 태양을 발견한 해바라기와 같은 미소가 그려졌다.
왜일까.
보통 저렇게 웃는 것을 보면 좋아야 할 텐데 비앙카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아들……. 이번엔 무슨 일 없었지?”
“무슨 일이요? 에이, 어머니도 참, 제가 뭐 항상 사고 치는 것도 아닌데, 이번엔 별일 없었어요.”
“정말?”
“물론이죠! 이번엔…….”
에이든은 크에톤 영지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광산을 고치고, 던전에서 라이덴을 구하고 던전을 공략한 것까지 말이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고생이 많았네, 우리 아들?”
“아하하! 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 덕분에 이번엔 두둑하게 챙겼습니다!”
“두둑하게?”
“네! 마나석 대금을 5배로 뜯어 왔죠!”
“……5배를 뜯었다고?”
“네, 구해 줘서 고맙다고~ 제가 한사코 거절했는데 이거 참, 제발 받아 달라고 사정을 해서요.”
그 말에 마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던 릴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받아달라고 사정을 해? 누가?’
그 광경은 누가 봐도 삥 뜯는 광경이었다.
독한 에이든은 다치지도 않았으면서 일부러 내상까지 일으켜서 피까지 토하는 열연을 선보였다.
그때 릴은 보았다.
주먹을 꽉 쥐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라이덴의 모습을.
릴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봤지만, 에이든은 천연덕스럽게 그를 무시했다.
‘5배……. 그래, 그 정도는 괜찮겠지.’
비앙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구해준 대가로 받은 것이니 거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에 비앙카가 안도하며 안심했을 때였다.
“오오오! 이토록 아름다우신 분이라니! 왕이시여! 이분이 왕모시군요! 듣던 대로 무척이나 아름다우며 고결함이 느껴지는군요!!”
마차에서 한 마리의 요정이 작은 날개를 파닥이면서 주접을 떨기 시작했다.
비앙카는 깜짝 놀랐다.
말하는 요정이라니!
릴이 요정이 된 이후로 처음 보는 요정이었다.
“다, 당신은……. 누구죠?”
“아름다운 왕모님! 저는 왕께 충성을 맹세한 상급 요정 기사! 알폰스라고 합니다.”
“아, 알폰스 경?”
“그렇습니다, 왕모시여,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제가 생전 왕모님을 뵙게 될 거라고는…….”
“좀 조용히 하고 있어!”
퍽!
“꽥!”
알폰스의 주접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에이든은 녀석의 정수리를 가볍게 후려쳤다.
바닥으로 떨어지며 애처롭게 부들부들 떠는 알폰스를 보며 비앙카가 물었다.
“……아들아, 이 요정은 뭐니?”
“에……. 음, 크에톤 영지에서 만난 새로운 요정이에요.”
난감한 듯 볼을 긁적이는 그를 보며 비앙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또 이상한 것을 데려왔구나.’
다음부터는 이상한 건 주워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야 할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