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45)
제145화
20화 : 그녀의 비밀(2)
“정말 신비로운 영지군요.”
“그렇습니까?”
“네, 정말 행복해 보이는 영지가 아닐 수 없어요, 저것 보세요, 사람들이 전부 웃고 있잖아요.”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든과 헬리아는 느긋하게 영지를 돌아다녔다.
헬리아는 면사포를 썼다.
그녀의 외모는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괜히 드러내고 다녔다간 귀찮아질 수 있었다.
영지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순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런 영지를 만들다니 영주님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과찬이십니다.”
“겸손하시기까지…….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이런 영지는 처음 보거든요.”
헬리아는 성녀가 된 이후 많은 영지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다.
그렇기에 보인다.
헤스티아 영지의 영지민들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사는 건지.
“저 행복한 얼굴을 보세요, 저 얼굴을 만든 건 영주님이세요, 그러니 그렇게 겸손하지 않고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뭘요.”
에이든과 헬리아는 그렇게 좋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영지를 구경했다.
‘확실히 많이 변하긴 했지.’
최근 이렇게 진득하게 영지를 돌아다니는 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이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여유롭게 쉬는 게 오랜만이었다.
둘은 건물을 둘러보며 천천히 시장 쪽으로 향했다.
“자! 쌉니다! 싸요!!”
“맛있는 꼬치구이 있습니다!”
“채소가 쌉니다!”
“고구마도 있습니다! 달콤한 밤고구마…….”
시장은 넓고 쾌적했다.
에이든은 상인들이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파는 것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 다 수수료란 말이지.’
상인들이 물건을 팔면 그 수익금에 따라 일정 비율의 금액이 수수료로 에이든에게 들어온다.
예전에는 영지 안에서만 돈이 돌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플라워 상단과 협력한 상인들이 물건을 가지고 영지를 찾아와 팔고 있었다.
굳이 플라워 상단과 협력할 필요 없이 개별적으로 찾아와도 장사는 할 수 있다.
다만 그럴 경우, 수수료에 차이가 있었다.
플라워 상단과 협력한 상인은 5%이고 개별 상인은 8%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아무리 적다고 해도 손해 보기 싫은 게 상인이거든.’
그렇기에 대부분의 상인들은 플라워 상단과 협력하기 위해 상단을 찾는다.
바루스는 그것을 이용해서 점차 상단의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었다.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뽑았다니까? 이것 봐, 알아서 잘하잖아.’
바루스의 재능은 이미 원작에서 입증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자리를 잡은 지금 그는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있었다.
‘아, 바루스는 언제 오려나…….’
에이든은 바루스가 보고 싶었다.
‘현질해야 하는데…….’
과연 바루스가 보고 싶은 건지 그가 가져오는 돈주머니가 보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때였다.
“꺄아악! 소매치기야!!!”
소매치기가 나타났다.
시장은 넓은 만큼 사람이 많고 혼잡했기에 저런 식으로 소매치기가 출몰했다.
“저런. 소매치기인 모양이에요, 어떻게 하죠?”
“괜찮아요.”
“괜찮다니요? 얼른 잡아야…….”
에이든의 대답에 헬리아는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나, 곧.
그녀는 왜 에이든이 이토록 태연했는지 알 수 있었다.
“놔, 놓으라고!! 당장 안 놔!? 네가 뭔데 나를 방해하는 건데! 죽여 버린다!?”
소매치기는 얼마 도망가지 못하고 경비대원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는 처절하게 반항했지만.
“가만히 있어.”
“어허, 고작 그 정도의 근육으로 우리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의미 없는 반항이었다.
몸이 달랐다.
소매치기는 자신을 압박하는 강력한 압박감에 숨이 막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힘이…….’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꼼짝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리고 뭐가 이렇게 단단해!?’
사람에게 붙잡힌 거 같은데 마치 갑옷을 입은 이들에게 잡힌 것처럼 딱딱했다.
그런 소매치기 앞으로 한 남자가 다가왔다.
“소매치기는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군, 어디서 이런 놈들이 계속 솟아나는 거지?”
그 남자는 무심한 눈빛으로 소매치기를 내려다봤다.
그를 본 소매치기는 흠칫 몸을 떨었다.
‘와……. 얼굴 보고 지릴 뻔…….’
평생을 살며 저토록 험악한 얼굴을 보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는 그 험악한 얼굴을 흉기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더 가관이었다.
이 남자의 근육은 단연코 놀라운 것이었다.
그의 대흉근은 황금 같은 빛나는 광채를 띠었고, 그 크기는 마치 산처럼 거대했다.
대퇴사두근은 각기 다른 각도로 근육을 감싸 안아 힘을 잔뜩 드러냈다.
팔에는 각종 근육이 마치 금속조각처럼 드러났는데 특히 전완근은 곡선미를 이루며 눈에 띄었다.
‘인간인가?’
종족이 의심될 수준의 근육이었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헤스티아 영지의 경비대 대장, 한스라고 한다.”
“경비대 대장?”
“그렇다.”
그 얼굴로?
소매치기는 황당했다.
저 얼굴과 몸을 보면 누가 봐도 이쪽 세계의 사람이다.
그를 보고 있으면 절로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가지고 있는 돈주머니를 전부 내밀고 싶을 정도다.
그런 그가 경비대 대장이라고?
이건 재능 낭비였다.
“왜? 불만인가?”
울끈불끈!!
그의 대흉근이 거칠게 뛰었다.
구렁이 같은 힘줄이 도드라지면서 당장이라도 그를 휘감을 것 같았다.
그 누가 그에게 불만을 말할 수 있을까.
‘있다면 그는 용사다.’
“어, 없습니다.”
“좋다, 끌고 가라.”
그 말에 소매치기를 붙잡은 경비대원들은 싱글벙글 웃었다.
“오랜만에 신입이네.”
“자자~ 어서 가자고. 너 몸도 제법 좋은 거 같은데 무게 좀 치게 생겼다.”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 감옥 가는 거 아닙니까?”
“감옥? 에이~ 그런 곳을 왜 가니~ 그런 곳은 안 가니까 걱정하지 마.”
“아, 아뇨! 그, 그냥 감옥 보내 주십시오! 쇠로 둘러싸인 감옥 말입니다!”
“음, 쇠로 둘러싸인 건 경비대도 마찬가지거든.”
쇠는 쇠지.
바벨은 쇠로 만들었으니까.
“너도 마음에 들 거다.”
“아아! 놔! 감옥으로 보내줘!”
“처음엔 다~ 그러더라. 거기서 무게 치기 시작하면 보내 달라는 말도 안 나올걸?”
“그것보다 힘들어서 못 할걸?”
“가자고~ 으하하하! 신병 받아라!!!”
“새로운 경비대원이 된 것을 환영한다!”
경비대원들은 소매치기를 끌고 사라졌다.
한스는 소매치기에게 받아 낸 돈주머니를 주인에게 돌려줬다.
그러던 도중, 에이든을 발견했다.
“영주님, 나오셨습니까?”
“어, 수고했어.”
“아닙니다, 경비대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소매치기가 많나 봐?”
“네, 많이 늘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그런 놈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옆에 있던 헬리아가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시죠.”
“조금 전 이상한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요. 새로운 경비대원이라고 하는데, 설마 그 소매치기 감옥에 가지 않고 경비대원이 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왜죠?”
헬리아가 의아한 듯 물었다.
보통 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면 당연히 감옥에 가둬야 했다.
한데, 그런 범죄자를 경비대원으로 만든다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놈들은 감옥에 가둬놨다고 해도 과연 놈들이 변할까요?”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많이 봤습니다.”
한번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몇 번이든 같은 일에 손을 대기 마련이다.
물론, 반성하고 잘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한 번이 어려울 뿐이지 그 한 번을 넘으면 두 번은 쉬운 법입니다, 교화? 반성? 그딴 건 없습니다.”
에이든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 세계에 있을 때,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사람을 몇 명이나 죽인 범죄자가 있었고 경찰은 노력 끝에 놈을 붙잡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 놈이 받은 형량은 고작 해봐야 10년.
그 당시 술에 취했었고, 정신병 이력이 있어서 심신미약(審愼微弱)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심지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이다.
말도 안 되는 판결에 국민들은 반발을 일으켰지만 한번 내린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그는 출소했다.
과연 그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변했을까?
‘아니.’
아니었다.
그 범죄자는 출소하고 자신을 붙잡은 경찰을 찾아가 보복 살인을 했다.
반성?
교화?
그런 게 가능한 인간은 애당초 범죄에 손을 대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불안하지 않나요? 범죄자를 경비대원으로 고용하는 건…….”
“괜찮습니다, 이런 말씀을 들어 보셨습니까?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습니다.”
“그건…….”
“빡세게 운동하면 다시 그런 일을 할 생각은 들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 말은 사실이었다.
사실 에이든도 한스의 방식이 불안하긴 했지만 지켜본 바로는 재범률은 놀랍게도 0%였다.
소매치기든, 강도든, 깡패든.
한스의 경비대에 들어가면 두 번 다시 그쪽에 손을 대지 않았다.
‘도리어 헬창이 되어서 나왔지.’
“다른 생각 들지 않게 굴리고, 굴리고 또 굴리면 됩니다.”
“그래도 다른 생각을 하면…….”
“다시 굴리면 됩니다.”
“…….”
한스의 대답에 헬리아는 황당한 표정으로 에이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뭔가 말 좀 해보라는데.
뭘 말한단 말인가.
이전에 말하러 갔다가 잡혀서 쇠질했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했다.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요, 신입이 들어왔으니 어서 가서 자세를 봐줘야 합니다.”
“어, 그래, 수고해.”
“그럼 전 이만……. 나중에 같이 하체나 조지시죠.”
“……그래, 나중에.”
나중에 밥 한번 하자라는 인사를 한스는 운동으로 표현하는 거 같았다.
그렇게 한스가 가고.
헬리아가 짧은 감상평을 내놓았다.
“여긴 참 이상한 거 같아요.”
“하하하.”
에이든은 어색하게 웃는 것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그 또한 자신의 영지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 *
그렇게 한참, 영지를 둘러보던 도중 둘은 성벽으로 향했다.
헬리아의 요청이었다.
“가까이에서 한번 보고 싶었어요, 이렇게 크고 단단하며 정교한 성벽은 본 적이 없거든요.”
성벽을 칭찬하는 그 말에 에이든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요.”
‘들인 돈이 얼만데.’
저 성벽 하나에 얼마나 많은 골드가 들어갔던가.
성벽을 새로 만들고 넓히는 데 들어간 골드가 5만 골드는 가볍게 넘었다.
돈을 그렇게 발랐는데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헬리아가 성벽을 구경하고 있을 때 에이든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뭐였더라? 뭔가 있었는데…….’
뭔가 잊고 있는 거 같았다.
헬리아에 대한 숨겨져 있는 설정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상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휘잉.
바람이 분다.
-꺄르르륵!
-꺄륵! 재미있어~!!
바람의 정령 실프가 이 주변에서 놀고 있는 듯,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꺄악!”
바람이 분다.
아마 실프들이 그녀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재밌당!
-이 여자 이상해!
-맞아! 이상한 걸 쓰고 있어! 벗겨 보자!
실프들이 그녀에게 달라붙는 것이 보였다.
면사포를 벗겨 보려는 건지 그녀의 머리에 달라붙더니…….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훌러덩.
면사포가 벗겨졌다.
아니.
면사포만이 아니라, 그녀의 머리카락이 벗겨졌다.
툭.
“…….”
“…….”
동시에 둘 사이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하나, 헬리아에게 들리지 않겠지만 실프들의 대화 소리가 에이든의 귀에 꽂혔다.
-이 여자 머리가 이상해!
-맞아! 머리카락이 가짜야!
-가짜 머리카락을 쓰고 있었어!
-와! 맨들맨들!!
그랬다.
그녀의 탐스러운 백금발 머리카락은 알고 보니 가발이었고.
그녀의 머리는.
-실피드님이 말씀하셨어! 저런 여자를 대머리라고 했어!!
대머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