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50)
제150화
25화 : 벽을 넘다
인간과 마수의 전쟁.
아니.
정확하게는 사람과 마수의 전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쟁에는 드워프도 참전했기 때문이다.
“나 장로! 게로의 이름으로 명한다! 위대한 신 오른님의 이름 아래!”
“양조장을 지켜라!”
“뚝배기를 깨라!”
“대가리! 대가리! 새끼야!”
“어딜 내 맥주를 넘봐!!”
“맥주는 절대 못 넘긴다!”
드워프들은 각자의 무기를 쥔 채로 마수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동안 채광으로 힘을 키운 걸까?
오크 같은 마수는 어떻게 할 수 없었겠지만, 하운드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까아아앙!
그때, 한 드워프가 가지고 있던 삽으로 하운드의 머리를 후려쳤다.
“어떠냐! 이놈아! 최고급 철로 만든 삽이다!”
“너! 왜 삽으로 하운드를 때리고 있는 거야?”
“무기 깜빡했다!”
“이 미친놈! 전장에서 무기를 깜빡해서 삽을 가져오냐!!”
“그럴 수도 있지! 이 삽도 얼마나 훌륭한 무기인데!! 후우웁!”
까앙!
삽으로 하운드의 대가리를 칠 때마다 울리는 청명한 소리에 드워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손맛 좋고!”
“미친놈!”
“미친놈은 저놈이겠지.”
드워프는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엔 게렌이 살벌한 눈을 하며 말 그대로 마수를 도륙하고 있었다.
-크어어엉!
게렌을 향해 달려드는 한 마리의 하운드.
날렵한 몸놀림으로 게렌의 빈틈을 노리며 달려들었다.
게렌의 눈이 번득였다.
짧은 다리를 열심히 놀리던 게렌은 하운드의 공격을 간단하게 피했다.
게렌의 레이피어에 살기가 번득였다.
“대가리!!!”
푸욱!
그의 검은 다른 검과는 다르게 레이피어 형식의 검이었다.
베는 공격은 못 하지만 빠르게 찌르는 공격에 특화된 특수한 검이었다.
-크어엉!
“시끄럽다! 죽어죽어! 으하하하! 속이 후련하다! 후련해!”
게렌은 광소를 터트렸다.
광기가 담긴 레이피어는 자비가 없다는 듯이 주변에 있는 마수의 대가리에 꽂혔다.
처음에는 분노로 일그러졌던 게렌의 표정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
“내가! 커피 필터나 만들려고! 대장간에 있는 줄 알아!? 지긋지긋한 필터! 레비 그 빌어먹을 놈!!”
푹푹푹푹!
그의 찌르기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내가 그동안 바늘에 손가락을 얼마나 찔렸는지 알아? 찔려서 피 나면……. 그놈들! 내 걱정보다 필터에 피 묻었다고 잔소리를 얼마나 하던지…….”
울분을 담은 게렌의 찌르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뜩한 느낌을 줬다.
“내 손가락의 원수!!”
미친 듯이 마수에게 달려들며 놈들을 찌르는 그 모습에 드워프들은 고개를 저었다.
“미친놈.”
“휴우, 나는 덜 미쳐서 다행이지.”
“게렌, 저놈 마을에서 대장간에 들어가더니 정신이 나가서 돌아왔군.”
“저번에 보니까 몰골이 장난 아니던데…….”
“대단한 인간이야, 드워프를 어떻게 굴리면 저렇게 되는 건지…….”
“나는 광산에 처박혀서 채광만 해야지……. 어휴…….”
“그나저나…….”
드워프들은 주변에 있는 마수들을 지겹다는 듯이 노려봤다.
많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호기롭게 전장에 나오긴 했지만, 마수가 너무 많아서 잡아도 잡아도 줄지 않았다.
“후욱……. 후욱……. 아, 맥주 당겨…….”
“힘들다.”
슬슬 지쳐가고 있었다.
아무리 드워프가 강해도 끝없이 몰려오는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게렌이 끔찍하다는 듯 한마디 했다.
“추가 발주도 이것보단 적겠다.”
전황은 썩 좋지 않았다.
성벽에서 포탑을 쏘고 수노기로 착실하게 수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마수의 숲은 끝없이 마수를 쏟아내고 있었다.
“아스트로 스텝.”
서걱.
알폰스는 전장을 누볐다.
노려오는 위협에 빠르게 반응하며 알폰스는 빈틈없는 자세로 검을 휘둘렀다.
검날은 실로 날이 든 듯이 번쩍였다.
마수들의 질주와 함께 시작된 전투에서 알폰스는 검술의 순발력을 발휘했다.
그의 검은 강렬한 빛을 발하며 마수의 몸을 찔렀다.
섬세한 제스처로 검을 휘둘러 마수 하나, 둘을 무찌르고는 다음으로 이동한다.
“후우웁…….”
숱한 경험과 훈련을 거듭한 알폰스의 검술은 예리하고 민첩했다.
검이 마수들의 비늘과 쇳빛 피부를 베고 나면 그들은 순식간에 쓰러져 갔다.
‘이 전장의 느낌…….’
알폰스는 전장을 누비며 웃었다.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의 전장인가.
마수의 피비린내가 코끝을 찌르며 흉악한 마수의 이빨이 그를 위협한다.
고요한 긴장감과 고조되어 가는 호승심이 휘두르는 그의 검을 더욱 강하게 해줬다.
-크어엉!
판테라 스케일이 알폰스를 덮쳐 왔다.
뒤에서 릴이 위험하다며 그를 부르는 거 같았지만, 알폰스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는 왕과 함께 숱한 경험을 쌓아 올렸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그 이성이 흔들리는 일 따위는 없었다.
‘힘이 넘친다.’
철컥.
위험한 상황에서 그는 검을 검집에 넣은 채 재빠르게 자세를 취했다.
자세를 취하는 것과 동시에 그의 검집에서 섬광처럼 검이 뽑혀 나왔다.
서걱.
검이 섬뜩한 반달을 그린다.
그와 동시에 알폰스를 덮치던 판테라 스케일의 몸이 정확하게 반 토막이 되어 바닥으로 쓰러졌다.
“스파크 스트라이크.”
이는 천 년 전, 요정 기사가 배웠던 발도술이다.
검집의 마찰력과 내디디는 앞발의 속도와 힘 등을 더해 단숨에 적을 베는 검술 중 하나다.
예전 에이든이 힘들게 죽였던 판테라 스케일은 알폰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후우…….”
‘많군.’
알폰스는 주위를 살폈다.
마수가 많다.
병사와 기사들이 지쳐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나도 문제가 있군.’
기운이 불안정하다.
기운 안정제를 마시긴 했지만 견습 요정이라면 몰라도 상급 요정의 기운을 안정시키기엔 부족했다.
요력이 흐트러진다.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건, 어려울 듯했다.
‘뭔가 방법이…….’
그때였다.
우우우웅!
하늘에서 뻗어 내려오는 광활한 빛.
신의 힘을 담은 그 빛은 일제히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쏟아졌다.
어둠을 몰아내며 빛을 모으는 신성력이다.
“이건…….”
알폰스는 저 멀리 성벽 위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성녀, 헬리아였다.
성녀의 신성력은 평범한 신관이 가지고 있는 신성력과 다르게 강력했다.
상처를 회복하며 소모되었던 체력을 회복시켜 줬다.
-키에에엑!
-끄엑!
신성력이 쏟아지자 마수들이 괴로워했다.
빛은 어둠을 몰아낸다.
역시 솔라가 선택한 성녀라서 그런가?
성녀가 사용하는 신성력에는 다른 신관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솔라의 은총이 느껴졌다.
태양과도 같은 힘이 솟구친다.
“힘이 넘친다!”
“좋은데?”
신성력을 받자 기사들의 몸놀림이 좋아졌다.
무거웠던 검이 다시 날카롭게 예기를 발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면…….’
릴은 침착하게 스텝을 밟았다.
알폰스에게 배운 스텝이다.
에이든이 배운 아스트로 스텝보다는 현격히 떨어지는 수준의 스텝이다.
이건 요정 기사라면 누구나 배우는 보급형 스텝이었다.
‘집중.’
릴은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마수의 공격에 침착하게 대응하며 공격을 피했다.
마수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코끝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동시에 릴도 빠르게 반격에 나섰다.
“지금이다.”
릴은 작게 속삭였다.
매끄럽게 공격을 피하자 훤히 드러나는 빈틈을 향해 릴의 검이 섬광처럼 휘둘러졌다.
‘벤다.’
알폰스가 말했다.
검에 의지를 담으라고.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지금은 알 거 같았다.
‘반드시 벤다.’
베어야 산다.
베어야 지킬 수 있다.
기사로서 영지를 지키기 위해, 적으로부터 소중한 것을 보호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하나.
‘나는 영주님의 검, 영지의 검이자…….’
“왕의 검이 되어야 한다.”
우우웅.
순간.
릴은 지금까지 자신을 막고 있던 무언가가 천천히 균열을 일으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막막하고 높은 벽.
더럽게 단단해서 아무리 두들겨도 부서지지 않을 거 같았던 그 벽이.
지금 균열이 일어났다.
검에 의지를 담는다.
일격필살의 의지가 담긴 검이 낳는 파괴력은 그 누구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서걱!
-취이익!
릴의 참격은 오크의 단단한 뼈조차도 단숨에 베어버릴 정도였다.
“너…….”
“그 검…….”
그 옆에서 함께 싸우던 동료들이 릴의 검을 보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내 검이 뭐?”
“너, 너! 검! 빛난다! 빛난다고!”
“내 검이 왜 빛나? 너희 미쳤어? 이게 아무리 비싼 검이라도…….”
릴은 그 말을 하며 자신의 검을 봤다.
동공이 커졌다.
“……빛난다?”
진짜 빛이 났다.
검에 맺힌 푸른빛.
마나 블레이드였다.
“아…….”
무너졌다.
그동안 그를 막고 있던 커다란 벽 하나가 드디어 무너진 것이다.
익스퍼트 초급의 경지.
지금껏 오르지 못했던 그 경지에 오랜 세월이 지나 드디어 발을 내디뎠다.
“하…… 하하하하! 나! 드디어 익스퍼트 초급 되었다! 됐다고! 이것 봐!”
“보긴 뭘 봐, 꺼졌는데?”
“어라? 자, 잠깐 다시 켜 볼게……. 후우우웁! 왜 안 켜지지?”
“야, 야! 집중해, 뒤에서 마수 오잖아!”
아직 마나 블레이드를 자유자재로 쓸 수 없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한 번 했으면 두 번도 할 수 있는 법이다.
“으하하하!”
릴의 검은 이전과 다르게 경쾌하며 강력했다.
벽이 허물어지자 뭔가 세상이 달라지는 거 같았다.
힘이 넘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남은 동료들은 부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새끼…… 결국, 익스퍼트 초급이 되었구나………….’
‘우리는…….’
‘우리도 할 수 있겠지?’
릴도 자신과 똑같은 수준의 기사였다.
같이 놀고, 먹고 그저 그랬던 그런 기사가 지금 익스퍼트의 벽을 허물었다.
그가 했다.
‘너도 하면…….’
‘우리도 가능해!’
기사들의 눈에 안광이 번뜩였다.
동시에 마수를 베어 내는 검이 더욱 예리해지면서 절대로 뒤처지지 않겠다는 듯이 릴을 따라 움직였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알폰스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다.’
솔직히 알폰스가 보기에는 에이든이 선택한 다섯 명의 기사는 재능이 없다.
천 년 전이라면 견습조차 되지 못했을 그런 놈들이다.
그렇기에 놀랍다.
고작 며칠이다.
그 짧은 시간 알폰스가 다듬고 스텝을 알려주며 검술 훈련을 했을 뿐이다.
그 짧은 시간에 저들은 강해졌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말도 안 되는 성장세다.
천 년 전 촉망받았던 인재들도 저런 식으로 강해지는 건 본 적이 없었다.
검도 마법과 마찬가지로 어릴 때 기초를 잡고 배워야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저들은 검도 늦게 배웠다.
그런데도 한 놈은 슬슬 하급 요정 기사 정도는 되는 거 같았고.
다른 놈들은 착실하게 강해지고 있었다.
‘예전에 영주님께 물어봤었지.’
기사 훈련소에서 기사들이 빠르게 강해지는 것을 보며 의아함을 느끼고 에이든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도대체 뭘 한 것이냐고.
그때 에이든은 태연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현질.’
‘네?’
‘현질했다고, 돈을 그렇게 발랐는데 안 강해질 수 있겠어?’
‘…….’
‘역시 돈이 최고야, 돈은 위대해, 사람 생명도 잘하면 살 수 있을걸? 못 산다면 그건 돈이 부족해서 그런 거임.’
가끔 이상한 말을 하긴 하지만.
이것 또한 왕과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지만 이번 일이 끝나면 한번 물어볼 생각이다.
도대체 뭘 어떻게 했는지.
“그러니…….”
착.
알폰스는 검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줬다.
요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안광은 더할 나위 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서둘러 정리하자.”
* * *
기사와 병사, 드워프들이 전장에서 날뛰고 있을 때 에이든은 헬리아에게 감사를 표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성녀로서 태양 신전의 은인에게 이 정도는 해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자애로운 성녀의 가면을 쓰며 말했다.
“사악한 마수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저희 신전의 존재 이유니까요.”
헬리아 덕분에 활로가 보였다.
성녀가 쏘아 보내는 신성력은 아군에게 버프를, 적에게는 디버프를 걸어주고 있었다.
무장지대에 이어 이중으로 디버프가 걸리자 마수들의 움직임이 눈에 띌 정도로 느려졌다.
“하지만 제법 힘드네요, 이런 식으로 신성력을 쓰는 건 처음이라 아직 미숙…….”
“아앗, 저쪽으로.”
“엣? 왜 그러세요?”
“저쪽이 비는 거 같아서요, 조준 좀 해 주실래요? 저쪽 보이시죠? 드워프들이 위험한데, 힘 한번 주시죠.”
“……힘을 주라뇨, 그런 식으로 발현하는 힘이…….”
“아앗! 드워프 죽어요! 성녀님! 집중!!”
“이잇!”
“얼른 태양의 은총을 보여 주세요!”
“솔라시여!!!”
“성녀님! 파이팅! 이번엔 반대쪽! 기사들에게! 병사들도 위험하다! 이왕이면 저 먼 곳에…….”
“꺄아악! 제발 조용히 좀! 기도드리는데 집중이 안 되잖아요!”
헬리아의 외침에 에이든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광활한 빛이 쏟아진다.
에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자람이 없는 신성력이네요.”
“지금 저 놀리는 거죠?”
“그럴 리가요, 모자람이 없어서 모자람이 없다고 한 건데요?”
“…….”
헬리아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에이든을 노려봤다.
에이든은 그 시선을 받으며 뻔뻔하게 웃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그때였다.
“영주님.”
한스가 성벽 위로 올라왔다.
그런 그의 손에는 누군가가 잡혀 있었다.
“찾았습니다.”
그를 보는 순간 에이든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의 싸늘한 시선에 천하의 한스조차 움찔 몸을 떨 정도였다.
에이든은 한스가 잡아 온 남자의 멱살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형형한 안광을 맞닥뜨린 남자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런 남자를 보며 에이든의 낮고 굵직한 목소리가 소름 돋게 들려왔다.
“너구나?”
그의 목소리에는 잔잔한 분노와 더불어 형용할 수 없는 살기가 곁들어 있었다.
언뜻 광기조차 느껴졌다.
에이든은 공포에 떨고 있는 남자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내 밥그릇 건드린 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