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52)
제152화
2화 : 하려고 하는 남자
‘괴물이다.’
릴이 웨어울프를 보며 내린 평가다.
상급 마수는 이미 던전에서 한 번 만나 본 적이 있었다.
반시와 데스나이트를 만났고 한 번 싸워 봤다.
하지만 웨어울프는 달랐다.
검은 악의의 재앙이 몸을 감싸고 있는 듯했다.
그 눈동자에는 파멸과 죽음의 예고가 담겨 있었고, 그것은 릴을 꼼짝할 수 없게 만들었다.
데스나이트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위압감이었다.
릴은 숨을 조였지만, 그 위압적인 힘 앞에서는 무력함만이 느껴졌다.
‘이길 수 있을까?’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저건 감히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종류의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익스퍼트라는 경지에 오른 것이 화근이다.
경지가 높아진 만큼 보이는 것도, 느껴지는 것도 많았다.
릴은 전신으로 느끼고 있다.
웨어울프에게서 흘러나오는 폭력적인 힘을.
‘저건…… 인간이 이길 수 없어……. 도망쳐야 해…….’
붉은 경종이 울린다.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라고.
저건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며, 자연재해와 비슷한 것이라고.
강하게 경종이 울리며 그에게 외치고 있지만, 릴은 도망치지 않았다.
‘여기서 도망치면 예전과 똑같아질 뿐이야.’
릴은 시선을 돌렸다.
웨어울프를 봤을 때, 느껴지는 압도적인 위압감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하지만 에이든을 보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든다.
‘영주님이라면…….’
에이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며 도망치려고 할 때, 단 한 명.
에이든만은 그 재앙에 항상 맞서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싸웠다.
그리고 그는 늘 승리를 쟁취했다.
‘가능, 불가능은 중요하지 않아. 영주님이라면…….’
하려고 할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욕심 많으면서 이상하게 월급은 잘 챙겨 주고.
어딘가 냉정한 거 같으면서도 자신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따뜻한 영주.
“……미련하네.”
릴은 도망치려는 자신을 자책했다.
결심하지 않았던가.
더는 예전처럼 살지 않겠다고.
에이든의 옆에서 함께 싸우기 위해서 강해지고 싶다고…… 강해지겠다고 말이다.
‘나도 도망치지 않는다. 영주님을 믿고 싸워야 해. 나는 영주님의 기사니까.’
릴의 마음에 공포 대신 다른 감정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에이든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그라면 이 위기 또한 어떻게든 해 주겠지…… 라는 무책임한 신뢰다.
너무나도 무책임하지만 릴은 안다.
‘영주님이라면 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것이 헤스티아 영지의 영주이자.
자신이 따르는 왕이었다.
* * *
‘경험이 부족해.’
예전 알폰스가 에이든을 보며 했던 말이다.
‘왕…… 아니, 영주님께 필요한 건 경험입니다.’
‘경험? 나 경험 많은데? 이렇게 보여도 제법 전투 경험이…….’
‘그게 아닙니다. 영주님의 힘, 민첩, 체력은 확실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것뿐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말씀을 드린다면 실례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러한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알폰스는 진지하게 에이든의 상태를 진찰했다.
‘내실이 부족합니다.’
‘응?’
‘능력치 부분에서는 확실히 높습니다. 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그것을 다루는 경험이 부족합니다. 영주님께서 말씀하셨던 칭호? 스킬의 효과? 저는 자세히 모르지만, 그건 영주님의 원래의 힘이 아니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약한 상대라면 충분합니다. 능력치로 찍어 누르면 됩니다. 하지만 영주님과 비슷하거나 강한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간단합니다. 경험을 쌓고 그 모든 힘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는 알폰스는 웃으면서 붉은 모자를 썼다.
‘방법은 하나입니다. 구르면 됩니다. 구르고 또 구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그 이후 알폰스에게 얼마나 굴렀던가.
그 덕분에 몸을 다루는 방법을 조금 배우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도 그 덕분일까?
까앙! 깡깡깡!
에이든의 검과 웨어울프의 날카로운 발톱이 격돌하면서 불꽃이 튄다.
웨어울프의 공격은 집요하게 에이든의 급소를 노리고 있다.
‘원작대로네.’
뻔히 보이는 공격.
기술은 없고 오로지 신체 능력만 믿고 싸우는 웨어울프의 공격은 에이든에게 통하지 않았다.
웨어울프에게 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인간을 죽이겠다는 ‘야성’뿐.
에이든은 검을 휘둘러 웨어울프의 공격을 따라잡았다.
검날은 갈고리 같은 발톱을 피하며, 그 간극에서 검술의 탁월함을 보였다.
-크어어어엉!
웨어울프가 피어를 토하며 저돌적으로 돌진하여 공격했지만, 에이든은 침착했다.
‘검술과 비슷해. 동작을 보고 예측하면 충분히 피하고, 막을 수 있어.’
이전과는 다르게 절제된 동작을 보이는 에이든.
동시에 보인다.
웨어울프가 어떻게 움직이려고 하는지.
서걱!
에이든의 검이 움직이자 섬뜩한 소리와 함께 웨어울프의 양팔이 잘려 나갔다.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갖춘 웨어울프지만 지금의 에이든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생각대로다.
같은 상급 마수인 반시는 마법이 까다로운 한편 웨어울프는 신체 능력만 주의하면 된다.
-크어어엉!
“개 짖는 소리 좀……!!”
에이든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웨어울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안 나게 해라! 좀!!”
퍼어어억!
-깨갱!!
에이든에게 한 대 맞은 웨어울프는 그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이대로 간다면 웨어울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쿠궁…… 쿠궁…….
웨어울프는 잘린 팔을 순식간에 회복하며 살기가 번들거리는 황금색 눈으로 에이든을 노려봤다.
압도적인 회복 능력!
반시와 다르게 마법은 사용할 수 없지만 웨어울프는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회복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팔이 잘리는 것쯤은 간단하게 회복할 수 있었다.
그에 에이든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쉽게 끝날 리가 없지.”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우우!!
웨어울프는 하울링을 시작했다.
또한 황금색 눈동자가 붉게 물드는 것과 동시에 놈의 털이 검게 물들었다.
놈의 힘이 강해진다.
에이든은 검을 잡으며 그 현상에 대해 나직이 중얼거렸다.
“광폭화…….”
* * *
‘대단하군.’
성벽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대주교, 한니발은 에이든이 웨어울프를 상대하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
‘그 짧은 사이에 더 강해졌다.’
경악도 동시에 했다.
라바돈 영지에서 에이든이 싸우는 것을 지켜봤던 한니발이었다.
그때의 그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충분히 강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짧은 시간에 에이든은 더 강해졌다.
“상급 마수를 압도하는 힘이라니……. 저게 가능한 일인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사와 병사들도 전부 강하구나.’
기사와 병사들이 싸우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병사들은 도대체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하급 마수 하운드 정도는 가볍게 처리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힘이다.
저 정도라면 병사라기보다는 기사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그뿐인가?
‘저 기사…….’
한니발은 알폰스를 쳐다봤다.
그의 능력은 단연 최고라고 할 정도로 강했다.
이 전장은 저 알폰스라고 불리는 기사 한 명으로 인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의 검이 움직이면 마수가 옥수수처럼 잘려 나가고 있었다.
그의 손에 죽은 마수만 수백이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고 있었다.
‘허허허, 이게 헤스티아 영지가 가지고 있는 저력인가? 이 정도라면 어지간한 후작가…… 아니, 공작가의 기사단 수준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구나.’
놀라울 정도였다.
처음에는 마수로부터 영지를 지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영지를 버리고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전부 틀렸다.
왜 영지민이 에이든을 믿고 따르고 이 무모한 일에 목숨을 거는 건지 알 거 같았다.
‘에이든 님을 믿는 것이겠지. 그라면 어떻게든 해 줄 것이라고…….’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그러니 더욱더, 우리 쪽으로…….”
그때였다.
한니발은 보았다.
에이든이 상대하고 있는 웨어울프의 털이 검게 물들며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마력을 뿜는 것을.
지독할 정도로 검은 어둠이 드리워진다.
절대적인 재앙의 강림.
그에 한니발은 놀라 외쳤다.
“……광폭화…….”
* * *
광폭화는 중급 마수 이상부터 사용하는 능력 중 하나다.
광폭화를 사용하면 그나마 남아 있는 모든 이성이 도려내지며 오로지 본능만 남게 된다.
이성을 버린 대가로 폭발적으로 신체 능력을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크어어엉!
저릿저릿.
에이든은 느낄 수 있었다.
웨어울프에게서 느껴지는 거대한 힘을.
피부를 찌르는 듯한 기세에 주변에 있는 마수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후우…….”
에이든은 정신을 집중했다.
광폭화한 웨어울프는 주인공 일행조차 고전을 면치 못했을 정도로 강력했다.
심지어 광폭한 웨어울프를 피해 도망가기까지 했다면 말 다 한 셈이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지.’
지켜야 한다.
저쪽 세계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이 헌터에게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게이트에서 약한 헌터들을 지키면서 싸우셨는데, 걸리적거리고 힘들지 않으셨나요?’
게이트에서 사고가 터졌다.
그 덕분에 싸울 수 있는 헌터는 한 명을 빼고 전부 죽었고, 남은 헌터는 전투 능력이 없는 헌터뿐이었다.
에이든도 거기에 있었다.
남은 그 헌터는 몬스터로부터 다른 사람들을 지키면서 필사적으로 몬스터와 싸웠고 마지막까지 버텨 내는 것이 가능했다.
언뜻 보면 무례한 질문.
하지만 그 헌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지킬 것이 있었기에 그 정도로 싸우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만약 혼자였다면 그렇게 버티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가 혼자였다면 그렇게 다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영주가 된 지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지켜야 하기에 물러설 수 없다. 지켜야 하기에 나는 질 수 없다.’
지면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따르는 모두가 죽을 수 있다.
그렇기에 질 수 없었다.
“나는 헤스티아 영지의 영주, 에이든 헤스티아…….”
에이든은 검을 높게 들었다.
광폭화의 영향으로 검은 악의에 물든 웨어울프는 엄청난 속도로 에이든을 향해 돌진했다.
“나는 내 밥그릇을 건드리는 새끼를 가만둘 생각은 없거든.”
지키기 위해.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영주는.
왕은 그 어떠한 위험에서도 도망칠 수 없고, 거기에 맞서야만 했다.
문득.
그는 마수의 숲 앞에서 홀로 수천에 달하는 마수와 싸우는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왕’으로 추정되는 그 남자.
그가 왜 홀로 수천에 달하는 마수와 싸우는 무모한 결정을 했는지.
지금은 이해가 되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 같았다.
[맞다, 내가 악에 맞서는 이유에 거창한 건 없다.] [그저 내 사람을 지키고 싶었고, 가족을, 친구를, 연인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가능, 불가능은 상관없다.] [하려고 할 뿐이다.] [그거면…… 충분했다.]‘그렇구나.’
그거면 된다.
목숨을 거는 데 거창한 이유는 필요 없었다.
그게 영주이고, 그게 왕이니까.
지키기 위해.
‘나는 싸운다.’
우우우우웅!
에이든의 검에 푸른빛이 휘감겼다.
마나 블레이드.
아니.
그의 의지가 담긴 검에는 마나가 아닌 그와 다른 종류의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알폰스가 사용하는 그것과 비슷했다.
동시에.
에이든은 높게 치켜든 검을 내리그었다.
“아스트로 소드.”
점과 점이 이어져, 선이 되는 순간.
서걱.
세상 또한 베였다.
[그것이 나의 멸악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건…… 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