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55)
제155화
5화 : 왕이 되어선 안 될 남자
“후우…….”
집무실 의자에 몸을 맡긴 에이든은 피로 가득한 숨을 내뱉었다.
마수 습격 이후.
뒤처리가 너무 힘들었다.
일단 헬리아와 한니발은 돌아갔다.
‘일단 돌아가서 이 상황을 보고해야 할 거 같습니다. 흑마법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군요.’
한니발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마수의 습격…… 성녀님을 노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
원작에서 성녀를 노려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성녀를 노렸다면 원작대로 발포니 영지에서 일이 벌어졌을 터.
에이든은 느낌이 왔다.
‘나 때문이지.’
가능성이 높다.
마운틴 드워프, 라바돈 영지, 거기에 블랙아웃 길드까지 전부.
생각해 보면 에이든이 전부 망쳐 놨다.
그에 대한 보복 공격일 가능성도 높았다.
‘그건…….’
‘그러니 이번 일에 대한 피해 보상은 태양 신전에서도 어느 정도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에이든은 황급히 말을 바꿨다.
‘성녀님을 노리다니 정말 사악한 흑마법사군요.’
안 그래도 성벽 보수나 그런 것으로 돈 나갈 곳이 많았기에 에이든은 굳이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때로는 가만히 있어도 반만 간다고.
굳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한니발과 헬리아는 교황에게 보고해야 한다며 서둘러 돌아갔다.
떠나기 전, 헬리아는 조용히 말했다.
‘내 비밀을 밝히면 태양의 은총이 어떤 건지 보여 준다. 알고 있지?’
‘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평생 비밀로 가지고 가겠습니다.’
‘너…… 지켜보겠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친절하던 헬리아지만, 에이든 앞에서는 간단하게 본색을 드러냈다.
그러곤.
‘그래도 수고했어. 이 사탕 먹어.’
‘……감사합니다.’
‘그럼 간다. 비밀 꼭 지켜라.’
그녀는 에이든에게 사탕을 던져 주고 그렇게 한니발과 함께 떠났다.
우물우물.
에이든은 사탕을 입 안에서 굴렸다.
“달다.”
달달한 것이 들어오자 머리 회전이 빨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스트레스받을 땐 단것이 최고였다.
“일단 바루스한테 마도구는 경매에 올려서 팔라고 했고…….”
에이든은 바루스에게 마수의 숲에서 얻은 마도구를 경매장에 팔도록 지시했다.
태양 신전에서 지원을 해 준다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 돈이 급한 상황이었다.
‘성벽 수리에, 장비도 전부 망가졌지.’
마수와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병사들이 사용하던 장비들은 전부 망가졌다.
그나마 미스릴 도금을 해 놨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었다.
그 외로 자잘하게 처리할 일이 많았다.
영지를 지키느라 수고한 병사들에게 휴가와 더불어 금일봉을 하사하고.
도와준 드워프에게도 답례를 해야 했다.
‘돈은 안 받는다고 하니…….’
마운틴 드워프 장로, 게로는 돈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에게 돈은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돈은 됐고.’
‘맥주! 맥주만 다오!’
‘양조장을 열어라!’
‘으하하! 오늘 주점은 우리 드워프가 전세 낸다!’
‘영주, 당연히 공짜겠지?’
‘으하하하! 영주가 황금 종을 울렸다! 전부 팬티 벗고! 맥주를 젖혀라!’
드워프는 맥주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이번 전투에 드워프까지 없었다면 누군가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주점에 전세를 내줬다.
드워프들은 좋다고 팬티 벗고, 맥주를 부으며 술 파티를 즐겼다.
‘물론, 어머니가 거기에 끼어 있을 때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게로의 도전이었다.
이전에 술 싸움에서 비앙카에게 졌던 것이 내심 마음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게로의 도전을 비앙카는 흔쾌히 받았다.
그리고 결과는.
‘발렸지.’
게로의 압도적인 패배.
고주망태가 되어 비틀거리는 그와는 다르게 비앙카는 약간 취기만 돌 뿐 멀쩡했다.
그 모습을 보며 드워프들은 경악했다.
‘강철 간이다!’
‘신이다…… 오른님께서 인간의 몸에 강림하셨다! 아니! 인간의 간에 강림했다!’
‘저 작은 몸에 어떻게 저렇게 많은 맥주가 들어갈 수 있지!?’
‘더 놀라운 건, 화장실도 안 갔다는 거야!!’
‘정녕, 인간이란 말인가? 혹시 우리와 같은 드워프 아닌가?’
비앙카는 종족이 의심될 정도로 술을 잘 마셨다.
덕분에 한동안 주점이 떠들썩했었다.
‘드워프라는 놈이 술 싸움에서 져? 야! 장로직 박탈해!’
‘비앙카 님을 새로운 장로로!!’
“풉.”
그 당시의 광경을 떠올리며 에이든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술값은 제법 나오긴 했지만 사람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면 싸게 먹힌 셈이다.
“영주님.”
“알프레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 커피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빵을 준비했습니다.”
알프레도는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빵을 가져왔다.
그는 에이든의 앞에 커피와 빵을 내려놓았다.
“방금 요리사가 막 만든 거라서 맛있을 겁니다.”
“오, 냄새 좋다.”
달콤한 빵 냄새가 집무실을 가득 채웠다.
“역시 빵은 갓 만든 게 최고지.”
“그런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으신 겁니까?”
“아아, 보상 관련해서 생각하고 있었거든. 아무래도 마탑은…….”
“마탑에게 큰 도움을 받았죠. 이번 전투에서 마탑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마탑의 지원 사격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에이든이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럼…….”
“당연히 그에 대한 금액 보상을…….”
“기사들을 넘기자.”
“예?”
“충분하지 않겠어?”
전투가 끝나고 알폰스와 릴 그리고 다른 기사들은 전부 요정으로 변했다.
무리한 전투의 후유증?
요력이라는 기운이 안정되지 못해서 생기는 부작용 같은 것이라고 했다.
헤르메스는 중증의 요정 덕후다.
요정에게 인사 한번 받아 보겠다고 세금까지 내겠다는 정신 나간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 그에게 돈보다는 요정이 훨씬 좋을 터.
“그러니까…….”
알프레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에이든을 바라봤다.
“요정이 된 기사들을 넘기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괜찮지?”
“…….”
“이게 진정한 기사지. 안 그래?”
이쯤 되면 기사들이 불쌍해질 지경이다.
어쩌다가 이런 주인을 만나게 되어서 그런 고생을 하는 건지…….
“이 얼마나 아름다운 기사들이야. 영지도 지키고 내 돈도 지키고 정말 기사의 표본이다! 으하하하!”
껄껄껄, 웃는 에이든을 보며 알프레도는 똑같이 미소를 지었다.
‘헤스티아 영지는 이제 끝이야.’
이딴 게 영주라니.
영지의 미래는 어둡기 짝이 없었다.
* * *
“대충 다 끝난 건가?”
“고생하셨습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에이든은 업무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했다.
예전과는 달랐다.
예전에 마수가 쳐들어오고 막았을 땐 사람들과 맥주나 마시면서 승전 파티를 하고 끝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영지가 이전보다 커지며 책임져야 할 것이 늘어나니 그만큼 처리해야 할 업무도 늘어났다.
“힘들다, 힘들어. 아, 내 꿈은 이런 게 아닌데…….”
에이든의 꿈은 단 하나.
임대료나 받으면서 개꿀 빠는 노후를 보내는 것이었다.
작고 단순한 꿈.
누구에게는 초라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에이든은 평생을 걸고 도전하는 꿈이었다.
‘이러다가 내 꿈을 이루기 전에 과로사하겠네…….’
“그래도 에스텔 님께서 도와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에스텔이 도와주고 있긴 했다.
문제는 에이든이 벌여 둔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에스텔로도 어떻게 감당이 안 되고 있다.
마나석 광산 사업.
철광석 사업.
진행 중인 수노기 사업에 이어서 마수의 습격까지 터지고 말았다.
그 덕분에 행정실에서는 나날이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에스텔은 죽어 가고 있었다.
그의 딸인 리오가 에스텔을 보며 좀비 같다고 할 정도면 말 다 한 셈이었다.
“나중에 에스텔을 데리고 태양 신전에 가서 신성력 테라피 좀 받게 해야겠다. 그리고 바루스에게 몸에 좋은 약 좀 찾아오라고 해야겠어.”
누가 본다면 힘들어하는 부하의 몸을 챙겨 주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영주의 모습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쓰러지면 그 많은 일을 누가 하는데…… 음식점에서 음식 좀 가져다 달라고 해야지. 먹고 기운 차려서 일만 하게 해야지.”
“…….”
정말 그를 위해서 하는 말인 건지, 아닌 건지 분별이 가지 않는 친절함에 알프레도는 혼란에 빠졌다.
알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에스텔은 악마와 계약했어.’
에스텔이 불쌍하다는 것 하나였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이것 좀 확인해 볼까?”
에이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팔찌의 성능을 확인해 볼 생각이다.
고대 유산 연구가 끝나고 팔찌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일이 많아서 잠시 뒤로 미뤄 놨었다.
[[ ]의 팔찌]천 년 전, [ ]가 사용했던 팔찌.
팔찌에는 고대의 마법이 걸려 있으며 한 번 착용 시 그 대상에게 귀속된다.
팔찌의 진정한 모습을 보기 위해선 요력을 주입해야 한다.
“귀속 아이템이잖아?”
에이든은 크게 실망했다.
그에 알프레도가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귀속인 게 무슨 문제라도…….”
“귀속이면 못 팔잖아.”
“……설마 그걸 팔려고 하셨습니까?”
“비싸면 팔아야지.”
“……천 년 전 왕과 관련된 물건인데 팔려고 했다고요?”
“천 년 전 왕은 왕인 거고 팔 건 팔아야지. 그놈이 나한테 돈 주는 것도 아니잖아.”
“…….”
에이든의 사고방식에 알프레도는 기가 막혔다.
사람이 참 한결같다.
어떻게 이렇게 돈을 좋아할까?
인간의 탐욕에는 끝이 없다고는 하지만 에이든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거 같았다.
문득, 그를 따르는 요정들이 떠올랐다.
‘영주님이 왕이 된다면……?’
알프레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이 왕이 된다면 알프레도는 곧바로 다른 나라로 도망칠 생각이다.
그 왕국은 틀렸다.
보인다.
그의 국민이 혹사당하는 모습이 말이다.
“그런데 이건 요력이 있어야 한다는데……. 요력? 이건 뭐지?”
“그 부분은 알폰스에게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상급 요정 기사니 잘 알 겁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네.”
팔찌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요력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
알폰스가 말했었다.
견습 기사들이 요정으로 변하는 건, 기운이 불안정해서 그렇다고 말이다.
요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라고 말이다.
‘요력은 요정들이 사용하는 기운인가? 마나나 신성력과 뭐가 다른 건지…….’
이 부분은 알폰스에게 물어보는 게 확실했다.
“그럼…….”
팔찌는 나중에 확인하고.
에이든은 이번엔 마일리지 상점을 열었다.
[마일리지 상점]기사 훈련소 LV. 2 – 1,000포인트.
버프 부여 탑 제작소 LV. 1 – 500포인트.
비료 강화 LV. 1 – 500포인트.
곡물 생산량 강화 LV. 1 – 500포인트.
훈련 강화 패키지 – 100포인트.
…….
이번 퀘스트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얻었다.
“훈련소는……. 미친 100만 골드잖아?”
1,000:1의 비율로 포인트가 적립된다.
훈련소 레벨을 올리려면 100만 골드는 질러야 간신히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탐은 나는데…….’
탐이 났다.
‘기사 훈련소 효과가 확실히 좋았지. 원래대로라면 그 정도 훈련을 받았다고 기사들이 그렇게 강해지는 건 말이 안 돼.’
릴은 벽을 넘어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랐고, 다른 기사들도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곧 다른 이들도 익스퍼트 경지에 오를 수 있을 터.
‘경악스러운 일이지.’
평범하게 훈련했다면 그들에게는 그 정도의 재능은 없었다.
그들은 천재가 아닌 ‘범인(凡人)’에 불과하니까.
아무리 알폰스가 잘 훈련시켰다고 해도 그 정도로 강해지는 건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기사 훈련소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레벨 1로도 그 정도인데 레벨 2가 된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문제는 가격!
100만 골드!
500포인트가 있어도 50만 골드는 더 질러야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평민 평균 월급이 200골드이다.
그것을 계산하면 평민이 한 푼도 쓰지 않고 208년은 모아야만 가능한 돈이다.
“X랄이다, X랄이야.”
에이든은 일단 훈련소는 뒤로 넘겼다.
사고 싶은 건 많다.
그중에 에이든의 눈에 띄는 건 하나였다.
‘버프 부여 탑 제작소?’
“사유지 탑과 비슷한 건가?”
“비슷합니다. 사유지 내에 버프의 탑을 세워 사유지 내에 있는 임차인에게 버프를 걸어 주는 탑을 소환하는 겁니다.”
“오.”
괜찮았다.
만약 이게 있다면 무장 지대 위에 있는 이들에게 버프를 걸어 주는 것이 가능했다.
‘일단 이걸로 할까? 그런데 지금 하면 좀 시끄럽겠지?’
피곤한 하루였다.
고단한 전투가 끝나고 찾아온 달콤한 휴식 시간에 괜히 시끄럽게 일을 시작할 필요는 없었다.
‘내일 하자.’
* * *
다음 날이 되었다.
에이든은 정신을 차리고 곧장 마일리지 상점을 열어 버프 부여 탑 제작소를 구매했다.
[버프 부여 탑 제작소 LV. 1을 구매하셨습니다.] [500포인트를 소모하셨습니다.]이른 아침.
그렇게 알뜰한 쇼핑을 끝내고 20분 정도가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
“여, 영주님! 도와주십시오!”
“마, 맞습니다!”
“도와주세요!”
파닥파닥!
요정이 된 기사들이 에이든을 찾아왔다.
굉장히 다급해 보였다.
“너희…… 무슨 일이야?”
“요, 요, 요정들이!!”
“저희를 잡으러 왔습니다!”
“알폰스 님과 릴은 이미 붙잡혀 갔어요!”
“저희는 자고 있었는데 요정들이 들이닥쳐서…….”
“…….”
파닥파닥.
삐익-
삐익-
그때였다.
열린 창문 앞에 호각을 부는 요정이 날 선 눈빛으로 도망친 네 명의 요정을 노려보고 있었다.
“특히 저 요정이 저희를…….”
“흑흑…… 영주님!”
“제발 도와주세요!”
에이든은 잠시 호각 부는 요정과 기사 요정들은 번갈아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여, 영주님……?”
“저희를 왜……?”
“영주님!?”
기사들을 호각 부는 요정에게 넘겼다.
기사들은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며 에이든을 쳐다봤다.
에이든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수고해.”
“영주님!”
“사, 살려 줘!”
삐익-! 삐익!
“이, 이 요정 때리기도 한다!”
“세상에! 나 요정한테 맞았어!!!”
퍽퍽!
“아파! 아프다고! 가, 가면 되잖아…….”
그렇게 네 명의 기사들은 요정들에게 끌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에이든은 상쾌한 바람을 한껏 즐기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청명하게 푸른 하늘을 보자 기분이 좋았다.
“아~ 오늘도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