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62)
제162화
12화 : 이상한 지원군
사론톤 가문의 집무실.
원래라면 가주인 아벨 사론톤이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세실리아 사론톤이 앉아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세실리아 님.”
집무실 한쪽 구석에서 그림자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세실리아는 그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서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상황은?”
“니케 해밀턴이 헤스티아 영지로 출발했고,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그림자의 보고에 세실리아의 입가에 작게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준비는?”
“제파르 도련님께도 계획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좋아.”
“세실리아 님, 정말 에이든 사론톤을 가문으로 데리고 오실 생각이십니까?”
“왜? 안 되나?”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이미 내쫓은 인간이 아닙니까? 굳이 왜……?”
“왜 다시 데리고 오려고 하냐고?”
“네.”
“확인할 게 있으니까.”
“확인이라면…….”
“놈이 어떻게 변했는지 좀 봐야 할 거 같거든.”
세실리아는 그제야 서류에서 눈을 뗐다.
에이든 사론톤.
사론톤 가문의 사생아로 최강이라고 불리는 아벨 사론톤의 피를 이었으면서도 아무런 재능도 타고나지 못한.
말 그대로 무능의 극치였다.
솔직히 그를 유배지로 내쫓고 나면 더는 이름도 들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여기저기서 그 이름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태양 신전에서도 그의 이름을 찬양하고 있고, 심지어 왕실에서도 그 이름이 언급될 정도였다.
처음에는 무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슬리기 시작했다.
몰락에 가까운 지경이었던 헤스티아 영지를 부흥시키고, 거기에 요정의 축복을 받았단다.
그뿐인가?
‘그 무능아가 제파르를 이겼다고? 말도 안 돼.’
제파르는 어릴 때부터 영재 교육을 받으며 좋은 영약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에 비해 에이든은 어떤가?
변변찮은 검술도 배우지 못했고 영약조차 입에 대지 못했다.
그런 그가 제파르를 이겼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확인해야 했다.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어. 제파르가 말했지? 사람이 바뀐 거 같다고. 겉은 그대로 두고 내용물만 바뀐 것처럼.”
“그렇습니다.”
“그러니 봐야 하지 않겠어? 어떻게 변했는지.”
“그래서 제파르 님을 보내시는 겁니까? 놈을 끌고 오기 위해서?”
“내가 부른다고 올 놈이 아니니 강제로라도 끌고 와야 하지 않겠어?”
“하지만 제파르 님 혼자서는 힘들 수 있습니다.”
제파르는 이미 놈에게 졌다.
힘으로 놈을 끌고 오는 건 힘들 것이다.
“호위를 붙여야겠지. 아셀트라면 충분하겠지?”
아셀트는 사론톤 가문의 기사 중 한 명이다.
사론톤 가문에는 세 개의 기사단이 있다.
첫 번째는 오로지 가주의 명령만 따르는 최강의 기사단이라고 불리는 용의 기사단이 있다.
두 번째는 흑표범 기사단이고, 마지막이 늑대 기사단이다.
아셀트는 흑표범 기사단의 단장으로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인성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검술 명가인 사론톤 가문은 인성보다 능력을 중시했다.
“그의 성정이 조금 난폭하지만, 실력은 확실하니 충분할 겁니다.”
“좋아. 그럼 준비를 서두르고, 제파르에게는 다시 한번 이번 계획에 관해서 설명해 놔라.”
“알겠습니다.”
* * *
“이 빌어먹을 뱀파이어 놈들!!!”
트리스탄 영지의 주인, 아단 레발트 백작은 테이블을 분노를 담아 내리쳤다.
지금 이들이 있는 곳은 델라리 숲, 중간 부분이다.
이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이 근처에서 뱀파이어의 흔적이 끊겼기 때문이다.
아단은 지금 있는 곳을 거점으로 삼고 막사를 친 상태로 뱀파이어 추적에 나섰다.
흔적을 발견하여 놈들을 추격하기 위해 추격대를 보냈지만.
“그러니까…… 또 다 죽었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뱀파이어를 추적하기 위해 꾸린 추격대가 미행하다가…….”
기사의 보고에 아단은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뱀파이어를 쫓기 위해 몇 번이나 추격대를 붙였지만 전부 놈들에게 당하고 말았다.
몰살당했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지 알 수 없었다.
거기에 놈들은 죽은 자에 대한 예우도 없는 건지 시체는 참혹한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심지어 몇몇 시체는 어떻게 한 건지, 찾을 수 없었다.
“감히 내 영지민을 건드리고…… 내 부하들을…….”
으드드득…….
아단은 당장이라도 놈들을 찾아내 그 모가지를 뽑아 버리고 싶었다.
문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신출귀몰해서 찾는 것도 힘들었다.
“도대체 왕국에서 지원은 언제 오는 것이냐!”
“금방 온다고 했습니다.”
“어디서 온다고 했지?”
“사론톤 가문에서 사람을 보내 준다고 했습니다.”
“사론톤 가문이란 말이지.”
사론톤 가문은 검술 명가로 불리며 무력 하나만큼은 왕국 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도와준다면 지긋지긋한 뱀파이어들을 소탕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터.
“누가 오지? 유다 사론톤? 그것도 아니면 제파르 사론톤인가?”
“글쎄요? 거기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저 사론톤 가문에서 지원하기로 회의에서 결정되었다고…….”
“후우…… 뭐가 어떻게 되었든 이걸로 놈들을 처리할 수 있겠군.”
아단은 뱀파이어를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의 영지민들을 죽이고 부하들까지 참혹하게 살해한 놈들을 어찌 용서한단 말인가.
이번 기회에 씨도 남기지 않고 처리할 생각이었다.
“아버지!”
그때.
막사 안으로 한 명의 남자가 다급하게 달려 들어왔다.
그는 아단 레발트의 아들, 자단 레발트였다.
“자단, 무슨 일이냐?”
“습격입니다! 뱀파이어 놈들의!”
“어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당장 지원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트리탄.”
“네.”
“지금 당장 도우러 간다. 나도 직접 가겠다.”
“하지만 백작님! 너무 위험합니다!”
“상관없다! 이 빌어먹을 뱀파이어 놈들…….”
아단의 눈에는 형용할 수 없는 분노로 불똥이 튀고 있었다.
“내가 전부 대가리를 깨 버리겠다!”
“아, 아버지!”
“자단! 너는 여기를 지키고 있거라! 곧 있으면 왕실에서 지원을 보내 줄 거다!”
“하지만…….”
“기다려라, 이 뱀파이어 놈들! 그 대가리를 전부 박살을 내 버리겠다!”
아단은 자단이 말릴 틈도 없이 기사들을 이끌고 뱀파이어의 습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벌써 한 시간이 지났지만 아단이 돌아올 낌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늦다.’
지금이라면 무슨 소리라도 들려야 했다.
너무 조용했다.
이 고요함이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마냥 기다릴 순 없겠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리도 가 본다. 기사 몇 명을 동원해서 조심히 움직여본다.”
“알겠습니다.”
그에 자단은 기사 몇 명과 함께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이 그 현장에서 본 건, 참혹한 전투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단은 없었다.
“……안 계시잖아?”
“어디로 가셨지?”
“이것을 보십시오. 아무래도 자리를 옮긴 모양입니다.”
“자리를? 왜? 차라리 우리가 있는 곳으로…….”
“아마 그럴 수 없으셨던 모양입니다. 괜히 저희 거점으로 왔다가는 모두가 휘말릴 수 있으니까요.”
“아…….”
“위험한 상황인 듯합니다.”
자단은 몸이 떨렸다.
혹여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현장에는 핏자국이 낭자하며 뱀파이어와 기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치열한 전투의 흔적까지.
“……아버지는…….”
“강하신 분입니다. 쉽게 당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그러니 얼른 서둘러 지원을…….”
그때였다.
“자단 님!”
“무슨 일인가?”
“왔습니다!”
“오다니, 뭐가?”
“사론톤 가문에서 지원이 왔습니다!!”
“정말인가!?”
“물론이죠! 제가 그런 걸로 거짓말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지금 거점에 있으십니다!”
“드디어 왔구나!”
자단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막막했었다.
추적을 한다고 해도 거기서 아단을 구해 올 방법이 없어서 좌절했었다.
하지만 드디어 지원이 왔다.
‘사론톤 가문은 검술 명가다! 그들이라면!’
그는 한걸음에 거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기대로 물들었던 그의 얼굴은 곧 실망으로 일그러졌다.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휘황찬란한 갑옷을 입은 믿음직한 기사들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온 건 6명의 기사와 25명의 병사뿐이었다.
거기에 의원으로 보이는 남자까지.
총 33명이 끝이었다.
그때, 귀족으로 보이는 이가 자단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자네는…….”
“저는 사론톤 가문에서 지원을 나온 에이든 사론톤이라고 합니다.”
“에이든…… 사론톤?”
“네.”
사실 에이든은 가문의 성을 대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평소에는 에이든 헤스티아라고 영지의 이름을 성처럼 불렀지만, 오늘은 달랐다.
‘돈 주잖아.’
돈을 준다고 하는데 싫어하는 가문 이름을 붙이는 것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설마 지원은 이게 전부인가?”
“제가 데리고 온 지원은 이게 전부입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당연했다.
그 누가 에이든 사론톤에 관해서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사론톤 가문의 사생아.
최강이라는 아벨의 피를 이어받았음에도 아무런 재능도 없는 무능아.
그것이 에이든이었다.
“……저 사람은 뭔가? 기사도, 병사도 아닌 거 같은데?”
“저분은 의원입니다.”
“의원?”
“네, 다친 분이 있다면 치료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데려왔습니다.”
의원은 당연히 트로이였다.
“치료는 포션으로…….”
“뱀파이어에게 당한 상처는 포션으로 치료 안 된다는 거 아시죠?”
“……포션으로 치료할 수 없다고?”
“신성력이라면 그나마 효과가 있겠지만, 뱀파이어에게 당한 상처에는 포션의 효과를 떨어트리는 독이 남습니다.”
“그런 건가?”
이건 몰랐던 일이었다.
하긴, 그럴 만했다.
뱀파이어를 만난 이들은 전부 죽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알 도리가 없었다.
“네. 그래서 뱀파이어에게 당한 상처를 회복하려면 독을 해독하든가, 의원이 치료하는 것뿐이죠.”
“자네는 그걸 어떻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요.”
에이든은 고개를 돌렸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제법 소란스러웠다.
덕분에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충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뱀파이어의 공격이 있었고, 백작님이 위험에 빠져서 지원을 가야 한다면서요?”
“그, 그렇지……. 하지만…….”
뱀파이어는 강했다.
레발트 가문의 기사들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서 왕실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전력으로 가능할까?’
에이든이 데리고 온 전력이 너무 비루해 보였다.
25명의 병사.
6명의 기사라니.
수십 명의 기사가 달려들어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뱀파이어를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자살 행위였다.
“그건…….”
그때였다.
“으아아악!!!”
“배, 뱀파이어다!”
“막아!!”
뱀파이어가 거점을 습격해 왔다.
수십 마리의 뱀파이어가 순식간에 거점을 휩쓸며 기사와 병사들을 공격했다.
그에 자단은 말을 하다 말고 곧바로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막아라!!! 거점은 사수해야 한다!!”
그의 외침이 거점을 울렸지만 이미 선수를 빼앗긴 상황이었다.
“죽여라!”
“피다! 피!!”
“으하하! 마셔라!!”
뱀파이어들의 날 선 공격에 기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미 실력자들은 아단과 함께 떠났고 여기에 남은 건 그에 미치지 못한 실력을 가진 기사들뿐이었다.
“젠장…… 이대로 가면…….”
그가 그렇게 절망에 빠져 있을 때.
한 남자가 천천히 뱀파이어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사론톤 가문의 사생아, 무능아라고 불리는 에이든 사론톤이었다.
“에, 에이든 경! 너무 위험하네…… 그러니…….”
자단이 에이든을 말리기 위해 손을 뻗으려고 할 때였다.
그는 보았다.
에이든의 검이 섬광처럼 휘둘러지더니 순식간에 뱀파이어의 목을 베어 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처리해라. 알고 있겠지? 가장 적게 잡는 놈은 낭떠러지행이다.”
“죽여!”
“죽여 버려!!”
“뱀파이어를 죽여라!!!”
기사들의 공격도 매섭기 짝이 없었다.
거점을 공격한 뱀파이어는 분명히 강했다.
레발트 가문의 기사들도 1:1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을 정도였다.
한데, 그러한 뱀파이어들이.
“……뭐지? 이건 꿈인가?”
너무나도 손쉽게 정리되었다.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자단을 포함해 다른 기사들도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무엇 하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뱀파이어들이 정리되고.
에이든이 쭈그려 앉아서 무언가 하고 있었다.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지금 뱀파이어의 송곳니를 뽑고 있는 겁니까……?”
“네.”
“어째서…….”
“어째서긴요.”
에이든은 즐겁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뱀파이어의 송곳니를 뽑으며 말했다.
“이거 비싸거든요.”
“…….”
이해 안 되는 것 중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상한 놈이 왔다는 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