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64)
제164화
14화 : 백기 든 뱀파이어
“…….”
인적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낡은 고성.
고성은 빛 한 줌 들어오지 않아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런 어둠 속에서 섬뜩한 검붉은 빛이 번득였다.
“……죽었군.”
“로컬 님, 죽었다니…… 설마 선발대가 죽었다는 겁니까?”
“그래.”
“어떻게…… 고작 인간 따위가…….”
검붉은 빛의 주인은 빛을 피해 어둠으로 숨은 비극의 존재.
뱀파이어였다.
뱀파이어의 대장으로 보이는 로컬은 오만하게 의자에 앉은 채 다리를 꼬았다.
“어떻게 할까요?”
“……상관없다. 이대로 계획을 진행한다. 너는 제물을 계속 모아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배신자들은 어떻게 되었지?”
“아직 추격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만만치 않다 보니 시간이 걸릴 거 같습니다.”
“…….”
로컬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뱀파이어는 지금 파벌이 나뉘었다.
한쪽은 로컬이 속한 강경파이고, 다른 쪽은 배신자가 속한 온건파였다.
뱀파이어 일족의 염원은 단 하나.
다른 이종족처럼 어둠이 아닌 빛 속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었다.
천 년을 넘도록 염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뱀파이어는 햇빛 아래에 들어갈 수 없었다.
늘 어둠 속에서 몸을 감추고 있어야 했다.
이건 뱀파이어로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자, 숙명이었다.
로컬은 그딴 운명을 부정하고 싶었다.
‘이딴 운명? 부정하겠어. 우리도 똑같이 빛 아래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로컬은 끝없이 연구했다.
100년에 걸친 연구였지만 결과는 참담하기 짝이 없었다.
불가능했다.
뱀파이어들이 괜히 순응하고 빛을 피해 어둠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알아버리고 만 것이다.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하…… 원래부터 불가능했던 건가? 우리 종족의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이라고? 이딴 게?’
그는 좌절감을 맛보고 절망에 빠졌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종족을 휘감는 끝을 알 수 없는 저주의 운명을.
한참 절망에 빠져 있던 그의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둠 속에 사는 뱀파이어조차 소름이 돋을 정도로 어두운 힘을 가진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말했다.
[내가 아주 좋은 방법을 알려 주지…….] [그 방법은…….]그 목소리에 로컬은 깨달음을 얻은 듯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 방법을 다른 일족에게 알렸다.
당연히 반대하는 존재도 있었다.
로컬이 속한 강경파는 어떻게든 운명을 바꾸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외쳤고.
배신자가 속한 온건파는 운명에 순응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둘은 갈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계획에 필요한 마도구를 배신자가 훔쳐 도망치고 만 것이다.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했지만, 온건파 뱀파이어들의 반항이 생각보다 강해 결국 놓치고 말았다.
‘계획을 위해서는 그 마도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 알고 있겠지? 우리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요한 물건이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찾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로컬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우리가 빛으로 갈 수 없다면, 다른 놈들을 우리와 똑같이 어둠으로 오게 만들면 그만인 것을…….’
“모든 것은 뱀파이어 일족을 위해…….”
* * *
에이든 일행을 포함해서 거점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아단은 자단에게 부축을 받으며 돌아왔다.
“일단 부상자들을 옮겨라. 상처를 치료하고 상황을 정리해서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부상의 정도가 낮은 이들은…… 부탁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에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트로이에게 눈짓을 하자, 트로이도 알겠다는 듯이 부상자를 살폈다.
“크윽…… 의원님이세요?”
“그렇네. 헤스티아 영지의 의원, 트로이라고 하네. 내가 상처를 봐도 되겠지?”
“저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골절이군.”
“어떻게 아셨습니까?”
“발목이 그렇게 부었는데 바보라도 알 수 있지 않겠나?”
“아.”
“…….”
트로이는 순간 이놈은 다리에 침을 놓을 게 아니라, 머리에 놔야 하는 게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아무튼.
“일단 적당히 침을 좀 맞으면 되겠군. 독에는 안 당했고.”
“독이요?”
“그래. 영주님께서 그러시더군. 뱀파이어의 손톱에는 치료를 방해하는 독이 있다고.”
“위험한 겁니까?”
“아니, 포션의 효과만 방해한다고 하더군.”
“아,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거군요?”
“그렇지. 됐고, 일단 침을 놓겠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픕니까?”
“조금 따끔할 뿐이지, 아프지는 않네. 다만 침이 좀 긴데, 괜찮나?”
“으하하, 괜찮습니다! 저는 기사입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기사는 당당하게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고, 그 말에 트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침을 놓겠네.”
그때.
기사는 보았다.
트로이가 꺼낸 기다란 장침을!
그것을 본 기사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게 뭡니까……?”
“뭐긴? 침이지. 침 처음 보나?”
“그렇게 긴 침은 처음 보는데요?”
“걱정 말게. 이거 한 방이면 금방 편해질 수 있을 테니까.”
편해지겠지.
한 방 찔리면 죽을 테니까.
“그걸로 절 찌르시겠다는 건가요……?”
“아프지 않네. 금방 끝나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 안 되겠습니다!”
“왜?”
“침이 너무 길잖아요!”
“내가 말하지 않았나? 길다고. 자네는 괜찮다며?”
“아니…….”
분명히 괜찮다고 기사가 자신의 입으로 말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긴데? 관통하는 거 아니야?’
“도,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저는!”
“안 될 소리!”
툭툭툭!
그때.
트로이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이더니 기사의 몸 몇 군데를 강하게 찔렀다.
“컥…….”
“어딜 도망가려고.”
트로이는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온 이상 환자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지. 가만히 있게. 금방 건강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침 몇 대만 맞으면 뛰어다닐 수 있게 만들어 주지.”
“…….”
그리고 그 광경을 자단이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에이든도 충분히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데려온 의원도 만만치 않았다.
“자단, 뭐 하고 있는 거냐. 얼른 들어가자.”
“아, 알겠습니다!”
“에이든 경도 함께 오시겠소?”
“네, 잠시만 뒷정리하고 금방 들어가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네.”
“네.”
아단과 자단이 먼저 들어갔다.
에이든은 기사와 병사들에게 간단한 지시를 내렸다.
그런 다음.
“건물주의 선언! 무장 지대!! 포탑 소환!”
에이든은 주변 경계를 위해 미니 포탑을 소환했다.
사람이 지키는 것보다 이렇게 포탑으로 경계한다면 훨씬 수월했다.
인간과 다르게 포탑은 게으르지도 않고, 한눈도 팔지 않으니까.
‘역시 현질한 게 최고라니까.’
안전지대 설정을 하고 싶지만, 뱀파이어는 ‘마수’로 분류되지 않는 듯했다.
아쉽지만, 포탑과 사람을 세운다면 이전과 같이 뱀파이어의 기습은 없을 것이다.
“알폰스.”
“네! 영주님의 최강의 검, 상급 요정 기사, 알폰스! 영광스러운 영주…….”
“주접은 그만 떨고.”
“주접이라뇨…… 이건 제 진심.”
“됐고, 주변 경계를 확실히 해. 알겠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좋아.”
대충 지시를 내린 에이든이 막사로 들어가려고 했다.
“영주님.”
“릴? 왜?”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뭔데?”
“그 포탑 말입니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뭐가?”
“아니, 어떻게 뱀파이어만 죽은 겁니까?”
릴은 궁금했다.
솔직히 에이든이 아단이 있는 곳에 포탑을 쐈을 때,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했다.
포탑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몇 번이나 봤다.
하급 마수는 간단하게 죽일 정도의 압도적인 위력을 가졌다.
한스가 아닌 이상, 평범한 인간은 그 포격을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아단도 죽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뱀파이어만 죽고 아단과 기사들은 그 엄청난 포격에서 살아남았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어떻게 하긴.”
에이든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현질했지.”
“현질이요?”
“돈만 있으면 말이 안 되는 일도 가능해. 그것이 현질이고, 그게 돈지랄이라는 것이야.”
“…….”
에이든은 이곳으로 오는 동안 니케에게 받은 돈으로 현질했다.
뱀파이어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준비를 해야만 했다.
‘원작에서도 주인공 일행이 상당히 고생했었지.’
뱀파이어.
어둠 속에 사는 주민이다.
마수가 아닌 ‘이종족’에 속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대의를 이루기 위해 움직였다.
그 과정은 과격하며, 난폭했다.
수많은 인간이 희생되며 그 계획이 성공하면 세상은 죽음으로 물드는 끔찍한 참극이 벌어진다.
‘원작대로 흘러간다면 지금은 준비 단계. 실행은 3~4년 후려나?’
원래 이 지원도 다른 사람이 가는 것이었는데 그 자리에 에이든이 들어왔다.
원작이 틀어진 결과였다.
‘누가 가는 거였더라? 애당초 시기가 달라서 짧게 언급된 상황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런 뱀파이어와 싸우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포탑 레벨도 올리고, 연구도 했다.
열심히 현질해서 포탑 공장의 레벨을 5까지 올려놨다.
‘그 덕분에 포탑에 새로운 옵션이 붙었지.’
에이든은 포탑 공장 상태 창을 열었다.
[포탑 공장 LV. 5]포탑을 만드는 공장.
골드를 사용하면 최대 5개의 포탑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나의 포탑을 만들 때마다 1,000골드가 필요하다.
만들어진 포탑이 부서질 경우, 골드를 소모해서 빠르게 수리할 수 있다.
포탑 소환 시, 신속한 조립이 가능하다.
재장전 속도가 빨라진다.
포탑의 위력을 조절할 수 있다.
포탑은 사유지 내라면 어디서든 소환, 회수가 가능하다.
하루에 한 번, ‘타깃 포화’를 사용할 수 있다.
[타깃 포화] : 특정한 대상을 지정하여 그 대상에게만 강력한 피해를 입힌다.지정한 대상을 제외한 ‘사람’에게는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강화 포탑’을 사용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다.
타깃 포화.
포탑 공장 레벨을 올리고 연구까지 끝마치자 나온 옵션이었다.
하루에 한 번이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이게 있다면 전장에서 아군이 있어도 신경 쓰지 않고 공격하는 게 가능하잖아.’
“크으, 역시 현질이 답이지. 안 그래?”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릴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에이든은 그가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설명했다.
“너의 약 27년 치 연봉을 투자해서 얻은 결과라고 할까?”
“……27년……?”
릴은 경악했다.
에이든이 요정에게 힘을 빌릴 때마다 돈을 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 정도일 줄은 몰랐었다.
27년 치의 연봉이라니!?
“아무튼, 나는 이제 들어간다. 뒤처리 잘해.”
“이십…… 칠 년……?”
에이든은 충격받아 굳어 있는 릴을 두고 막사로 들어왔다.
막사 안은 침울했다.
이번 뱀파이어와의 전투로 레발트 가문의 기사들이 수없이 당했다.
물질적인 피해라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인명 피해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돈으로 생명은 고칠 수 있다고 해도, 살 수는 없다.
이건 에이든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아, 들어왔군. 에이든 경.”
아단은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옆에서 자단이 말렸지만 아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구해 줘서 정말 고맙네. 만약 자네가 없었다면 나와 기사들은 거기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네.”
“뭘요, 저는 부탁받은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에이든은 막사 안의 분위기를 살폈다.
모두가 쉬이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어쩔 수 없이 에이든이 운을 떼기로 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그때였다.
아단이 복잡한 심경으로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기사 한 명이 막사 안으로 허겁지겁 달려 들어오더니, 다급히 외쳤다.
“배, 배, 뱀파이어가 왔습니다!”
“뱀파이어!? 이놈들이 감히…….”
“그,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것이냐! 당장 기사들을 움직여서 뱀파이어를…….”
아단이 흥분해서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기사는 빠르게 입을 열어 바깥 상황을 전했다.
“뱀파이어가 백기를 들고 왔습니다!!”
“배, 백기? 뱀파이어가?”
“그리고 그 뱀파이어가 말하길…….”
기사는 힐끔, 에이든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페어리 프린세스를 만나러 왔다고…….”
그에 다른 이들의 시선도 에이든에게 모였다.
갑작스러운 집중에 에이든은 고개를 기울였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