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67)
제167화
17화 : 지독하고 힘든 전투
“선빵 필승.”
“서, 선빵이라니……. 아, 아니……. 이게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
“우리가 굳이 들어갈 필요가 있어?”
“예?”
“고성 안으로 들어가면 함정도 있고, 밤피르도 있다면서?”
“그거야…… 그렇죠.”
“그럼 굳이 놈들이 유리한 지형에서 싸워 줄 필요는 없지.”
고성은 적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쪽은 고성의 구조도, 어떤 함정이 있는지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레일라는 말했다.
자신들이 떠나고 강경파가 고성을 개조했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거라고.
한마디로 저 고성 안으로 들어가는 건, 굶주린 사자의 동굴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완벽한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강경파 뱀파이어를 죽이기 위해서는 고성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물론 들어가면 위험하다.
여기서 에이든은 발상의 전환을 했다.
“우리가 들어갈 수 없다면, 놈들이 나오게 하면 되는 거지.”
들어가면 위험하므로, 안 들어가면 된다.
놈들이 나오게 하면 된다.
‘강화 포탑을 쓰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잘됐네.’
강화 포탑은 포탑 연구를 하면서 얻은 새로운 옵션이다.
타깃 포화와는 다르게 한 달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다.
[강화 포탑] : 모든 포탑의 파괴력을 하나의 포탑에 집중하여, 포탑을 강화한다.사용 시, 포신이 과열되어 포탑 수리를 해야 하며, 하루 동안 소환할 수 없다.
[강화 포탑을 사용하셨습니다.] [하루 동안 포탑 소환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포탑을 꺼낼 수 없다는 페널티가 있긴 하지만, 그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
단숨에 고성이 사라졌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정말…… 엄청난 위력이군요. 거리가 있는데도 이 정도의 충격파라니…….”
“허…….”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그 높고 웅장했던 존재감을 드러냈던 고성이 단숨에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전율이 느껴질 정도의 파괴력이다.
“아…….”
레일라는 영혼이 빠져나간 듯했다.
수백 년간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던 유서 깊은 성이 박살이 났다.
저 성은 그녀가 나중에 돌아갈 고향이자, 집이었다.
가족과의 추억이 있던 집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아버지…….’
하지만 그를 탓할 순 없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언뜻 보면 단순 무식한 방법처럼 보이겠지만, 이것보다 좋은 방법은 떠올릴 수 없었다.
적의 유리한 지형을 없애는 것으로 서로 동등한 전투를 벌일 수 있었다.
‘알고는 있지만…… 끄응…….’
“그런데 이 정도면 뱀파이어도 죽지 않았을까요?”
옆에 있던 자단이 상황을 보며 입을 열었다.
사라진 고성.
폭발이 얼마나 강했는지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고성 안에 있던 뱀파이어가 전부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뇨, 살아 있어요.”
“그걸 어떻게…….”
“그거야…….”
‘퀘스트가 아직 안 깨졌으니까.’
만약 강경파 뱀파이어가 전부 죽었다면 퀘스트가 클리어되었다는 메시지창이 날아왔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건, 아직 적들은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때였다.
“감히!! 어떤 자식이!!!”
부서진 잔해를 뚫고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 존재는 강대한 마력을 내뿜었다.
마력이 휘몰아치더니 주변에 있던 먼지구름이 거둬지며 존재의 정체가 드러났다.
검은 머리에 뱀파이어 특유의 검붉은 눈동자를 번득이고 있는 남자.
다만, 폭발의 영향인지 머리가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으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어떤 놈이냐!! 당장 나와라!!!!”
그 음성에는 형용할 수 없는 빡침이 느껴졌다.
동시에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에 기사들은 몸을 떨고 있었다.
느낀 것이다.
저 뱀파이어가 얼마나 강한지!
그러든 말든.
“이야, 빡쳤네.”
에이든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제3자의 시선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그에 주변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안 빡치겠냐?’
‘집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나라도 빡치겠다.’
누구라도 자신의 집에 저런 테러를 가한다면 빡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 산발이 된 머리를 봐라.
평소에 잘 정돈된 머리는 폭발로 인해 한껏 엉클어져 있었다.
옷도 여기저기 찢어져 있는 것이 거지라고 해도 입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넌…….”
분노에 찬 뱀파이어의 검붉은 눈동자가 정확하게 레일라를 발견했다.
그의 창백한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로컬…… 오라버니…….”
“레일라…… 너…….”
그러곤 뱀파이어는 그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분노가 느껴졌다.
“하! 나를 막기 위해서 인간과 손을 잡은 것이냐! 레일라!!”
“……당신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웃기지 마라!”
로컬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인간에 대한 지독한 증오 같은 부정한 감정을 기반으로 강렬한 마력이 솟구친다.
섬뜩한 기세와 동시에 주변이 잠식된다.
어디선가 피비린내가 나는 듯한 끈적한 느낌이 난다.
“레일라, 너는 뱀파이어 일족의 수치다!”
“……저는 수치가 아니에요. 저는 일족을 구하기 위해서 이들과 손을 잡은 거예요.”
레일라의 슬픈 눈동자가 로컬에게 향했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방법은 없다. 천 년이다! 무려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어둠 속에서 고통받았다! 이제 남은 길은 하나다…….”
그의 몸에서 섬뜩한 기세가 뿜어져 나온다.
지독한 분노와 증오가 느껴지는 기세는 점차 압력을 높여 가고 있었다.
로컬은 품속에서 작은 구슬을 꺼냈다.
그는 자신의 힘을 구슬에 주입했다.
“영역 전개.”
하늘에 작은 점이 생긴다.
그 점은 순식간에 커지더니 이 근방을 뒤덮는 거대한 둠의 형태로 변했다.
어둠이 깔린다.
완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자동차에 선팅이라도 한 거 같았다.
“이건…….”
“저 마도구는 저희 뱀파이어 일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마도구 중 하나예요.”
“효과는?”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주는 효과밖에 없어요.”
아무리 강한 뱀파이어도 태양 아래에서는 활동할 수 없다.
이건 가장 강하다는 뱀파이어 로드조차 피할 수 없는 저주.
하지만 저 마도구를 사용하면 저주스러운 태양의 빛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우우웅!
로컬의 몸에서 강대한 마력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그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일어나라, 나의 부하들아…….”
어둠이 열린다.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크어어엉!
-크아아악!
소름 돋는 비명이 들린다.
수십? 아니, 수백이 넘는 존재가 천천히 어둠 밖으로 손을 내뻗는다.
“밤피르…….”
레일라가 중얼거렸다.
밤피르.
금기로 인해서 만들어진 밤피르는 뱀파이어도 그렇다고 인간도 아닌 애매한 존재.
그들에게는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성의 영역이 도려내진 놈들에게 존재하는 건, 오로지 본능뿐이었다.
“저건…… 인간이 아닌가…….”
아단이 중얼거렸다.
레일라는 그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요, 저건 밤피르예요. 인간을 매개체로 만들어진 저주받은 존재…… 더는 인간이 아니에요.”
침울한 그녀의 목소리에 아단은 이를 갈았다.
보고에 의하면 뱀파이어를 만난 현장에는 시체가 없었다고 했었다.
트리스탄 영지에서도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었다.
그때는 너무 바빠서 크게 신경 쓰지 못했었는데 그 이유가 지금 밝혀졌다.
밤피르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저들이 원래대로 돌아올 방법은?”
“안타깝게도 없어요. 저들은 이미 죽었어요.”
로컬은 소환된 밤피르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너무 적구나.’
밤피르는 나중에 있을 전투를 위해 모은 그의 병사였다.
원래라면 저것의 두 배는 존재해야 했다.
하지만 폭격에 휘말린 탓에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밤피르가 소멸하고 만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일단 목걸이를 손에 넣는다. 저것만 손에 넣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것은 일족의 대의를 위해서…….”
로컬은 목소리에 마력을 담아 밤피르에게 명령을 내렸다.
“죽여라.”
-크아아악!
-크어어엉!
어둠이 움직인다.
사악한 악의를 품은 어둠은 성난 파도처럼 당장이라도 사람들을 덮치려고 하고 있었다.
“온다! 공격 준비!”
아단은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들은 이미 우리의 적이다! 그러니…….”
아단은 선두를 달리는 밤피르를 쳐다보며 얼굴을 구겼다.
남녀노소.
어른,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밤피르가 되어 사악한 기운을 흘리고 있었다.
끔찍한 광경이다.
죽어서도 안식에 들지 못하는 불쌍한 존재들.
‘이것이 나의 업보구나. 이것 또한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망설이지 말아라! 적을 베어라!!”
“으아아아!”
“공격해라!”
기사들과 밤피르가 맞붙기 시작했다.
릴 또한 전투 태세에 들어가며 요력을 일으켜 밤피르를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윽……!”
목을 베려고 하는 찰나 그의 검이 멈췄다.
이제 막 10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차마 아이를 베는 행위는 할 수 없었다.
-캬아아악!
아이 밤피르가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내세워 릴을 공격했다.
당황한 릴은 공격을 막아 내긴 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막 아이 밤피르가 그의 목덜미에 날카로운 이빨을 꽂으려고 할 때였다.
푸욱!
한 자루의 검이 아이의 심장을 꿰뚫었다.
가까스로 공격을 면한 릴은 고개를 돌려 검의 주인을 바라봤다.
“알폰스 님…….”
“망설이지 말아라.”
“하지만…… 아이를…….”
“이미 이들은 죽었다. 원래대로 돌아오게 할 방법도 없다. 우리가 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단 하나다.”
알폰스는 돌진하는 밤피르를 베어 냈다.
노인, 여자, 아이 할 거 없이 그는 기계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이 익숙해 보였다.
감정은 한 톨도 묻어 나오지 않는 알폰스의 검이 아름다운 궤적을 그릴 때면 참혹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들에게 안식을 전해 주는 것뿐이다.”
“그래도…….”
“네가 망설이면 그만큼 네 동료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마음을 독하게 먹어라.”
순간.
릴은 알폰스의 눈빛에서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전장이다.
망설이면 죽을 수 있는 전장에서 그러한 감정은 사치일 뿐이었다.
“너는 영주님을 지키는 요정 기사라는 것을 명심해라.”
“……알겠습니다.”
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휘두르는 검에는 아직 망설임이 남아 있긴 하지만 더는 멈추지 않았다.
그건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적을 베면서도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알폰스는 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천 년 전, 왕을 따라 전쟁에 나섰던 그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렸었다.
그는 적을 베는 것을 망설였고, 그를 돕기 위해 왔던 동료가 그를 대신해 적에게 죽임을 당했다.
망설이면 죽는다.
적을 베지 않으면 그 위협이 동료에게 향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 이후로 그는 전투에서 적을 벨 때만큼은 절대 망설이지 않았다.
그게 누구라도 말이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적을 베는 감촉도 지금은 익숙해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키에에엑…….
밤피르 하나가 그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그의 검이 무심하게 휘둘러지며 목을 베었다.
밤피르가 입고 있는 옷은 평상복으로 이들은 병사도, 기사도 아닌 일반인이었다.
알폰스는 침통한 표정으로 쓸쓸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지독하면서도 힘든 전투가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