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69)
제169화
19화 : 어둠을 베는 검(2)
“죽인다!”
로컬의 마력이 꿈틀거렸다.
로컬이 사용하는 마력은 마수가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그의 마력은 어둠에 물들어서 그런지, 불길한 검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넘쳐나는 검붉은 마력에는 인간에 대한 강렬한 적의가 담겨 있었다.
손을 뻗자 에이든의 주변으로 검붉은 점이 생겨났다.
“블러드 니들!”
“아스트로 스텝.”
푸슉!
선명한 검붉은 점은 로컬의 핏빛 마력이 한곳에 응축되어 생긴 죽음의 반점.
그의 의지에 따라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에이든을 꿰뚫으려고 했다.
에이든은 곧바로 스텝을 밟으며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원작에서 로컬이 어떤 식으로 공격했더라?’
에이든은 원작을 떠올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원작에서 주인공 일행과 싸웠던 로컬보다 지금의 로컬은 몇 배나 약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원작 시점은 몇 년 후다.
그사이 로컬은 힘을 비축했고 레일라를 죽이고 뱀파이어 로드가 그녀에게 준 마도구까지 훔쳐서 흡수했다.
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레일라도 못 죽였고 마도구도 손에 넣지 못했다.
‘지금이라면 가능해.’
거기에 버프 부여 탑을 소환해서 에이든의 신체 능력 또한 높아졌다.
스텝을 밟는 에이든의 발놀림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아스트로 스텝 스킬의 숙련도가 0.1% 상승합니다.]스텝을 밟은 에이든은 로컬과의 거리를 좁혔다.
검을 휘둘렀다.
검술 스킬 숙련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에이든의 검술은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해졌다.
“블러드 소드!”
로컬은 검붉은 마력을 응축해서 만든 검을 강하게 쥐었다.
콰앙!
요력과 검붉은 마력이 격돌한다.
그 순간, 로컬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게 무슨…….’
마력이 흐트러진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그에게 복종하던 마력이 마치 다른 것에 겁먹은 듯이 움직임이 둔해졌다.
“크윽!”
검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힘의 파편이 튀며 로컬의 몸에 상처가 생겼다.
힘에서 밀리고 있었다.
로컬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인간에게 밀린다고?’
고작 인간 따위에게 자신이 밀린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검이 부딪칠 때마다 마력이 깎여 나간다.
이질적인 힘이 느껴진다.
이건 로컬이 에이든보다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니…….’
이건 격의 차이다.
암흑 마나가 신성력보다 약하듯이.
저 이질적인 힘 앞에서 마력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있다.
이 감정은 마치 포식자 앞에 선 피식자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큭……. 놈!”
우우웅.
쾅! 쾅! 쾅!
에이든의 근처에서 발생한 강렬한 폭발.
인간의 연약한 몸 따위는 가볍게 날려 버릴 정도의 폭발이다.
하지만 에이든은 멀쩡했다.
그가 입고 있는 검은 갑옷이 에이든을 완벽하게 보호해 주고 있었다.
“어떻게…….”
“뭘 그렇게 놀라냐.”
에이든의 입가에 조소가 그려졌다.
“템빨 처음 보냐!?”
에이든의 검이 섬광처럼 휘둘러졌다.
로컬 또한 검을 들며 그에 응수하듯이 빠르게 검을 움직였다.
계속되는 공방.
검이 한 번씩 격돌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충격파가 지축을 흔들었다.
힘의 파편이 흩날리며 전신을 때렸지만, 에이든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로컬의 뒤쪽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로컬 님!”
“돕겠습니다!”
“이놈! 인간!”
붉은 눈의 뱀파이어다.
아무래도 폭발에 휘말렸다가 운 좋게 살아남았던 모양이다.
뱀파이어들은 붉은 마력을 풍기며 일제히 에이든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딜!”
“우리 영주님 하시는 일을 방해하려고 하느냐!”
그런 뱀파이어들을 향해 에이든의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선두를 달리는 알폰스의 검이 자비 없이 휘둘러지며 뱀파이어들의 목을 베어 냈다.
“영주님, 여긴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상급 요정 기사, 알폰스가 영주님 가시는 길에 자란 가시를 전부 제거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영주님!”
“우리 영주님을 방해하게 둘 순 없지! 안 그래!?”
기사들이 뱀파이어들을 막아 냈다.
뒤를 돌아보니 밤피르는 얼추 정리되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빌어먹을 인간 놈들!”
로컬의 검에 다급함이 느껴졌다.
밤피르와 뱀파이어가 죽으면 홀로 이 군대를 감당해야만 했다.
‘다른 놈들은 상관없다. 저놈! 저 인간이 문제다.’
로컬의 검붉은 눈동자가 살기를 담아 번득이며 에이든을 노려본다.
여기서 가장 위협적인 건, 에이든 하나뿐이었다.
알폰스도 충분히 위협적으로 느끼고는 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그에게서 느껴졌다.
마력이 꿈틀거렸다.
“크아아아아아!!”
분노가 거칠게 폭발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연료 삼은 마력은 더 강렬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해방된다.
지금까지 로컬의 몸에 갇혀 있던 마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에이든은 이를 악물었다.
마력을 폭발시켜 주변을 초토화하는 기술이다.
원작에서도 봤었다.
‘나는 상관없겠지만.’
갑옷을 입은 에이든은 상관없겠지만, 주변에 있는 이들은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에이든은 검을 들었다.
“아스트로…….”
높게 치켜든 검에서 아스트랄 블레이드가 길게 뻗어 나왔다.
에이든은 흡사 빛을 붙잡고 있는 거 같았다.
‘벤다!’
아니.
베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
벤다고 해서 폭발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베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더 나아가 완벽하게 소멸시켜야 했다.
‘없앤다.’
에이든은 요력을 끌어올렸다.
의지를 담는다.
베는 것으로는 부족하니 위험물을, 그 존재를 완벽하게 없애겠다는 강렬한 의지.
빛이 강해진다.
치켜든 에이든의 검이 강하게 울린다.
공명?
아니.
비명이다.
요력과 의지를 담아내기엔 검이 약했다.
망망대해와 같은 물이 있더라도 그릇이 작다면 담을 수 있는 물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 이상의 물을 담으려고 하면 넘친다.
에이든은 검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힘을 담았다.
“소드.”
하늘에서 별이 떨어진다.
점과 점이 연결되어 선이 되며 검은 에이든이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를 현실로 만들어 냈다.
서걱!
검붉은 마력을 벤다.
하지만 그의 검은 베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위험이 되는 검붉은 마력을 말 그대로 없애 버렸다.
‘소멸했다?’
믿을 수 없었다.
검으로 이게 가능한 일인가?
마력을 베는 것이야 이해가 가능하지만 이건 베는 것이 아니라 없앴다.
마력의 소멸.
팽창하던 마력이 사라지니 폭발도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
로컬은 뒤를 돌아봤다.
그의 뒤로 지면에 거대한 흉터가 새겨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마법도 아닌 검으로.
그것도 인간의 손에 의해서 벌어진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깊숙한 상처였다.
만약 피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 또한 마력과 함께 소멸했을 것이다.
‘역시…… 위험한 놈이다.’
여기서 놈을 반드시 죽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족의 해방이라는 대의를 이룰 수 없었다.
“대의를 위해 죽어라!”
살의와 분노로 얼룩진 마력에서 강렬한 악의가 느껴진다.
“블러드 니들!”
사방에서 죽음의 반점이 생겼다.
에이든은 곧바로 아스트로 스텝을 밟았다.
0.1초 후.
에이든이 서 있는 자리로 검붉은 송곳이 솟아났다.
조금만 늦었다면 검붉은 송곳이 에이든의 전신을 꿰뚫었을 수도 있었다.
“놈!”
번개가 휘몰아친다.
강대한 마력을 품은 수십 가닥의 검붉은 번개.
번개가 노리는 건 오로지 에이든뿐이었다.
에이든을 향해 검붉은 빛이 쏟아진다.
번개 마법은 모든 마법 중에서 가장 속도가 빠르고 파괴력 또한 강력했다.
보통 인간이라면 반응하기 힘든 그런 공격.
하지만 에이든은.
“이까짓 거!”
안 피했다.
왜?
갑옷이 있으니까.
처음엔 갑옷의 성능을 몰라 피했지만, 몇 대 맞아 보니 대충 각이 나왔다.
피해도 상관없는 공격과 피하지 않아도 될 공격이 있다.
번개는 굳이 피하지 않아도 되었다.
콰콰과광!
에이든이 번개에 직격했다.
하지만 갑옷의 놀라운 방어력으로 인해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 모습을 본 로컬은 얼굴을 찡그렸다.
“이놈!”
로컬은 쏟아지는 번개 중 한 가닥을 잡더니 그것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까강!
하지만 그 채찍조차 갑옷의 압도적인 방어력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었다.
“……블러드 니들!”
검붉은 반점과 동시에 송곳이 솟는다.
에이든은 이번에도 피하지 않았다.
검붉은 송곳이 맹렬한 기세로 에이든을 꿰뚫으려고 했지만, 갑옷에 가로막혔다.
우웅!
검붉은 마력이 파도처럼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로컬의 손짓에 따라 하늘에 수를 놓듯이 무수히 많은 마법이 발현된다.
엄청난 수의 마법은 마치 하늘에 떠오른 은하수처럼 보일 정도였다.
로컬이 손짓하자 마법이 에이든을 향해 쏟아졌다.
불과 바람, 물과 번개 같은 속성이 다른 각각의 마법이 그를 덮쳤다.
폭발로 인해 검은 연기가 피어났다.
로컬은 그것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해치웠나?”
검붉은 마력으로 만든 마법은 하나같이 강력한 위력을 품고 있었다.
아무리 놈이 특별한 갑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이 정도의 수는 버텨 낼 수 없을 것이다.
푸홧!
그때였다.
강렬한 바람이 일어나며 공간을 뒤덮던 연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곳엔 에이든이 홀연히 서 있었다.
그것을 본 로컬은 얼굴을 구기며 짜증을 냈다.
“빌어먹을! 그건 사기다!”
“사기라니, 억울하면 너도 좋은 템 끼고 오든가.”
에이든은 지면을 박찼다.
로컬은 검붉은 마력을 피우며 에이든의 접근을 막으려고 했다.
쏟아지는 마법.
에이든은 회피를 버리고 오로지 공격에 치중하며 로컬을 공격했다.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공격에 로컬은 이를 악물었다.
조금 전, 공격에 마력의 절반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갑옷에 막혔다.
“저런 무식한……!”
로컬은 마력을 이용해 실드를 펼치며 에이든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 일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마력을 없앴던 그 일격은 경계해야 했다.
아무리 지금의 자신이라고 할지라도 그 공격은 막을 수 없었다.
로컬은 근접전을 관두고 거리를 벌리며 마법 공격만을 일관했다.
그 모습을 보며 에이든은 혀를 찼다.
‘빠르다.’
경계하는 것이 느껴진다.
에이든이 검을 치켜들려고 하면 마법을 쏟아 내며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아스트로 소드를 경계하고 있구나.’
아스트로 소드는 확실히 강력한 검술이다.
다만,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
다른 적이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로컬처럼 빠른 적을 맞추는 건 힘들었다.
‘그 공격은 피해야 한다.’
로컬은 에이든의 예상대로 아스트로 소드를 경계하고 있었다.
‘찰거머리 같은 놈…….’
로컬은 에이든을 떼어 내기 위해 마법을 쏘아 보냈지만, 놈은 무식하게 밀고 들어왔다.
그에 로컬은 이를 악물었다.
‘놈을 떼어 낼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로컬은 손을 뻗었다.
에이든은 마법인가? 하고 움찔했지만, 로컬의 손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그 방향에는.
“……이 자식!!”
밤피르와 싸우고 있는 아단 일행이 그곳에 있었다.
로컬은 에이든이 안 되니 다른 사람을 노린 것이다.
에이든은 이를 악물었다.
‘아스트로 스텝!’
에이든은 아스트로 스텝을 밟았다.
모든 요력을 쏟아부은 그의 움직임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공간을 접듯이 이동한 에이든.
“에, 에이든 님!?”
“에이든 경! 무슨…….”
에이든은 호흡을 깊게 들이마셨다.
아단 일행을 에워싸며 검붉은 반점이 생겨나는 것이 보였다.
검으로 막을 수 있을까?
너무 넓다.
혼자라면 상관없지만, 이 많은 이를 지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에이든 경! 자네라면 피할 수 있지 않나!”
“맞네! 우리를 지킬 필요는 없네! 그러니 무리하지 말게!”
아단과 자단은 에이든이 자신들을 지키다가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럴 순 없죠.”
에이든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딱히 정의감? 뭐 그런 것 때문에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가 이들을 지키려고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내 돈줄을 죽게 할 순 없거든요!”
돈줄을 죽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순간.
죽음을 담은 검붉은 반점에서 마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로컬은 마력을 담아 외쳤다.
“블러드 니들!”
검붉은 송곳이 일제히 쏟아지며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꿰뚫었다.
나무든, 땅이든.
설사 그것이 아군인 밤피르라고 할지라도 무자비한 검붉은 송곳은 생명을 꿰뚫는다.
‘됐다!’
계획대로 되었다.
에이든은 갑옷이 있으니 죽일 순 없겠지만 그 주변에 있는 이들은 달랐다.
놈들의 죽음이 에이든을 흔들 수 있다면 충분했다.
‘이제 놈이 나오면…….’
죽인다.
조금 전 반응을 본다면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때였다.
로컬은 보았다.
검붉은 송곳을 부수며 밖으로 튀어나온 한 존재를!
에이든이었다.
‘놈……. 잠깐?’
한데 뭔가 이상했다.
놈은 분명히 검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갑옷도 입고 있지 않았다.
혹시 공격을 계속 받아서 부서진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로컬은 달려오는 에이든의 뒤편을 봤다.
“……저게 무슨…….”
그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블러드 니들에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이들이 하나같이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로컬이 사용한 블러드 니들을 막아 주는 검은 막 같은 것이 보였다.
“저건 설마……. 갑옷이!?”
그의 놀람도 잠시.
아스트로 스텝을 밟고 있는 에이든에게서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의식이 이변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서걱.
한 줄기의 빛이 된 에이든의 검이 단숨에 그의 목을 베어 냈다.
그와 동시에 에이든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스텔라리온 블레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