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72)
제172화
22화 : 또 다른 피해자
해밀턴 왕성 회의실.
지금 이곳에는 수많은 귀족이 모여 있었다.
상석에는 해밀턴 왕국의 하늘, 레스 해밀턴이 앉아 있었다.
그는 이른 아침 들어온 정보를 확인하고 귀족들을 모았다.
레스 해밀턴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딸인 니케 해밀턴을 바라봤다.
“크라토와 젤로스는 어디에 있지?”
“두 오라버니는 너무 멀리 나가 있어서 당장 돌아올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크라토와 젤로스는 안타깝게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업무를 위해 멀리 나가 있었다.
아무리 서신을 보냈다고 해도 그쪽 일을 해결할 때까지는 돌아올 수 없었다.
‘사실 좀 노리긴 했지만.’
니케는 속으로 웃었다.
크라토와 젤로스가 있으면 귀찮아질 거 같아서 둘이 멀리 나갔을 때 일부러 회의 시간을 잡은 것이다.
“일단.”
레스 해밀턴은 고개를 돌려 모인 귀족들을 바라봤다.
모두의 시선이 레스 해밀턴에게 모였다.
“급하게 소집령을 내렸는데 잘 모여 주었군.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수고가 많았네.”
“……하하하, 가, 감히 누구의 명이신데 신하 된 도리로서 당연히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요, 맞는 말입니다.”
몇몇 귀족들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소집령에 응하기 위해서 뭐 빠지게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었다.
회의할 거면 며칠은 여유를 두고 소집을 해야 하는데 급하다면서 당일에 소집령을 내렸다.
그 덕분에 오늘 있었던 일정까지 취소해야만 했었다.
‘빌어먹을, 딸이랑 함께 소풍 나가려고 했는데……. 돌아가서 딸의 기분을 어떻게 풀어 주나…….’
‘오늘 결혼기념일이었는데……. 돌아가면 바가지 제대로 긁히겠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국왕은 갑이고 귀족은 을이었다.
갑이 구르라면 구를 수밖에 없는 것이 을의 처지가 아닌가.
모이라면 모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급히 소집령을 내리신 겁니까?”
“이제부터 그 말을 하려고 하네. 니케.”
“네, 제가 할게요.”
니케가 레스 해밀턴의 말을 받았다.
그 모습에 귀족들은 머리가 복잡했다.
표정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니케 님을 위해 소집령을 내린 건가?’
‘니케 님께서 지금까지 보인 행보……. 태양 신전의 지지와 플라워 상단과의 계약으로 얻은 실적까지…….’
‘흐름이 조금씩이긴 하지만 바뀌고 있는 거 같구나…….’
지금까지 유력한 왕위 계승자는 크라토 해밀턴이었다.
젤로스도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크라토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니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었고.
하지만 어느 기점을 통해서 그녀는 숨기고 있던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기에 국왕 폐하의 태도를 본다면…….’
귀족들은 머릿속으로 복잡하게 계산을 했다.
바람이 분다.
자신의 발톱을 감추고 날개를 접고 몸을 웅크리고 있던 새가 비상하기 위해 파닥이는 날갯짓으로 인하여.
지금까지 왕실 내에 잡혀 있던 균형이 날갯짓에서 일어나는 바람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일단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레발트 백작가에서 일어난 일을 아시겠죠?”
“레발트 백작가라면…….”
“그 뱀파이어 때문인가?”
“혹시 레발트 백작가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건가?”
레발트 백작가의 일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뱀파이어의 공격으로 그가 다스리던 트리스탄 영지가 하룻밤 사이에 몰살당하는 참사가 벌어졌었다.
그에 레발트 백작가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었다.
그리고 며칠 전 회의 끝에 사론톤 가문에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었다.
“무슨 일이라도…….”
“일단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뱀파이어는 깔끔하게 정리되었다고 합니다.”
“예? 뱀파이어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 일에 대해서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어떻게 된 것이냐면…….”
니케는 차분히 올라온 보고서를 읽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귀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전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강경파 뱀파이어라니……. 그리고 하루 사이에 그 수장이라는 뱀파이어를 처리했다고?”
“지원을 에이든 사론톤이 맡았는데……. 그 에이든 사론톤이 로컬을 몰아붙이고 마무리를 지었다니…….”
“헤스티아 영지의 기사와 병사들이 그토록 강하다고?”
“그들이 합류하고 단 한 명의 기사도 죽지 않았다니…….”
말도 안 되는 보고였다.
만약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거짓말하지 말라며 호통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니케에게서 나왔다.
거기에 왕실 회의실에 정식으로 올라온 보고서에 확실히 그렇게 적혀 있었다.
‘가문의 인장까지…….’
‘그렇다면 확실하다는 건데…….’
“밤피르라니…….”
“끔찍하군요…….”
트리스탄 영지에서 벌어진 참극.
거기에는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시체를 이용하다니…….”
시체였다.
뱀파이어가 습격한 장소에는 이상할 정도로 시체의 숫자가 적었었다.
주변을 샅샅이 찾아봐도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
한데, 그걸 뱀파이어가 가져가서 밤피르라는 저주받은 존재로 만들어 부려 먹고 있었다니.
끔찍한 일이었다.
“정말 사악한 뱀파이어군요……. 마수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여요.”
“그래도 다행이지 않습니까. 뱀파이어들은 이제 전부 죽었다고 하니까요.”
“정말 대단하군요. 에이든 사론톤이 강해졌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설마 뱀파이어를 죽일 정도라니.”
“페어리 프린세스라고 하던데 한번 헤스티아 영지에 가 보고 싶군요.”
“페어리 프린세스라, 궁금하긴 하군요.”
“그런데 에이든 사론톤은 남자 아닙니까? 왜 페어리 프린세스라고…….”
“음, 그곳에서 그렇게 부른다고 페어리 프린세스라고…….”
“혹시 사실은 여자였다든가…….”
“예전에 봤는데 남자가 확실했는데…….”
장내가 술렁였다.
평소라면 제지를 가했겠지만 니케는 저들이 몇 번이든 곱씹을 시간을 줬다.
그리고 적당하다고 생각했을 때 입을 열었다.
“에이든 사론톤 경은 무척이나 일을 잘해 줬어요. 거기 적힌 보고서에 의하면 아단 레발트 백작님께서 죽을 뻔했을 때 구해 줬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입을 열자 귀족들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거기다 뱀파이어가 살던 고성을 발견한 것도 에이든 경이라고 하더군요.”
아단은 일부러 레일라에 대한 설명은 보고서에서 뺐다.
뱀파이어 로드의 딸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어찌 적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적당히 사실을 감추며 에이든이 눈에 띌 수 있도록 도왔다.
“흠, 대단하구나.”
지금까지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레스 해밀턴이 드디어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럼 뱀파이어는 이제 사라졌고 레발트 백작가의 일은 전부 해결된 것이냐?”
“네, 전부 해결되었고 지금은 죽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장례가 한창이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왕실에서도 어느 정도 지원을 해 줘야겠지. 니케, 이 부분은 너에게 맡기도록 하마.”
“맡겨 주세요. 성심성의를 다해서 지원할게요.”
“그럼 이제 남은 건, 이 일을 훌륭하게 해낸 영웅에 대한 보상이겠군.”
중요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네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거 같은가?”
그에 귀족들은 잠시 조용히 생각하다 한 귀족이 소심하게 손을 들며 말했다.
그는 다른 귀족보다 비교적 젊은 귀족이었다.
“저…… 그냥 돈으로 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돈?”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런 엄청난 영웅에게 돈이라니! 그건 그의 명예를 더럽히는 짓이네!”
“하지만 돈이 깔끔하고…….”
“그것 말고 그에게 검을 하사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갑옷을…….”
“돈보다는 명예지.”
다시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런 귀족들을 보며 니케는 쓴웃음을 지었다.
만약 이 광경을 에이든이 봤다면 어떻게 말했을까?
‘돈! 돈으로 달라고! 명예가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밥은 돈 주고 사 먹어야지!’
‘검? 돈으로 사면 되지! 돈만 있으면 명검도 살 수 있는 게 요즘 세상인데!’
‘안 그래도 요즘 돈 들어갈 곳도 많은데 그냥 돈으로 주세요! 돈만 주면 됩니다! 헥헥헥!’
그렇게 외칠 것이 뻔했다.
그런 그를 떠올리니 니케는 자신도 모르게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평소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에이든만 생각하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옆에서 레스 해밀턴이 이상한 눈빛을 보냈다.
니케는 민망한 듯 표정을 고쳤다.
‘일단 잘 해결되었다니까, 다행이야. 이걸로 실적도 쌓았고 명분도 어느 정도 챙긴 거 같지…….’
에이든이 말한 헤스티아 영지의 독립도 조금만 더 하면 될 거 같았다.
얼마 남지 않았다.
“일단 보상에 관한 부분은 당사자에게 듣는 게 좋지 않을까요?”
“당사자에게?”
“네, 에이든 경이 원하는 것을 줘야지 원하지도 않는 것을 주면 그건 짐이 될 뿐이잖아요.”
“흐음, 하긴 그렇겠구나. 배려가 부족했어. 알겠다, 니케. 그럼 네가 가서 에이든 경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오거라.”
“알겠습니다.”
보고는 여기까지였다.
레스 해밀턴은 이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다른 화제를 던져 놨다.
“이 일은 여기까지 하고, 그럼 이제 던전에…….”
* * *
“후우…….”
“고생하셨습니다, 공주님.”
“아니야,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
다섯 시간의 회의가 끝나고 나온 니케를 론트가 반겨 줬다.
“이번 일이 무사히 끝나서 다행입니다.”
“그렇지.”
“이로써 아마 귀족들도 알게 되었을 겁니다. 왕실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번 회의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서 귀족들은 니케의 능력을 확인했다.
아마 크라토를 지지하던 이들 중에서도 니케에게 마음이 기우는 이가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조금씩이지만 니케는 확실히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이게 전부 에이든 경 덕분이지.”
“하하하, 공주님께서 그를 얻은 건 정말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그가 없었다면…….”
“공주님.”
그때였다.
한 기사가 니케를 찾아왔다.
“왕국의 아름다운 별…….”
“인사는 됐고 무슨 일인데?”
“이것을…….”
“이건 뭔데?”
“행정관에서 보낸 서류입니다.”
“행정관에서? 뭐길래…….”
니케는 기사가 넘긴 서류를 확인했다.
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공주님?”
그런 니케의 반응에 론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뒤에서 서류를 읽었다.
서류 상단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영수증?”
론트는 눈을 굴려 서류 내용을 확인했다.
“최상급 성수 200개, 최상급 연마석 100개, 갑옷에 검까지……. 거기에 대량의 식량과 의료품……. 이건 설마…….”
그랬다.
이건 에이든이 이번 지원을 위해 구매한 물건에 대한 영수증이었다.
물품은 지원해 줄 테니까 마음껏 쓰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을 해도 적당히 쓰기 마련이었다.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에이든은.
‘정말 마음껏 썼구나! 상상조차 할 수 없게! 심지어 이놈!’
“쇠뇌까지 구매했어……!”
쇠뇌까지 구매했다.
그가 알기로는 쇠뇌는 헤스티아 영지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에이든이 쇠뇌의 주인이다.
그런 그가 굳이 이렇게 쇠뇌를 샀다는 건 결국 남의 돈으로 자기가 파는 물건을 샀다는 뜻이었다.
양심이 이렇게 없을 수 있을까.
그는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일말의 양심조차 돈으로 바꾼 것이 분명했다.
으드드득!
영수증을 읽은 니케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이! 빌어먹을 인간!!! 아아악! 에이든 사론톤!!”
한니발에 이어 에이든에게 당한 피해자는 이렇게 계속 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