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87)
제187화
12화 : 팩트는 아프다
칼리바이 숲에 주둔하고 있던 기사들은 그렇게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당연했다.
이곳 기사들의 임무는 전투가 아니라, 통제였다.
혹여 사람이 칼리바이 숲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것을 대비해서 세워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주둔지로 오는 기사들은 실력이 비교적 떨어지거나.
혹은 어느 귀족가 자제라든가 하는 기사의 허울만 가진 놈들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사는 기사인데…….’
마력에 노출되지 않았던 기사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허울뿐이라고 해도 기사는 기사.
수십 명이나 되는 기사가 미쳐서 날뛰고 있는데 그걸 고작 두 명이 완벽하게 제압했다.
죽이는 것보다 제압하는 것이 수배는 힘들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 말은 저 두 명이 기사들보다 몇 배는 강한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정말…… 대단하구나…….’
‘나보다 어린 거 같은데 굉장히 강하구나…….’
기사들은 에이든과 알폰스의 활약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영주님, 전부 제압했습니다.”
“수고했어, 고생했네.”
“아닙니다, 영주님께서 명하신 일을 하는 것은 저로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주접은 그만하고.”
“주접이 아니라, 제 본심…….”
“닥쳐.”
“……눼.”
에이든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서 있는 기사들을 바라봤다.
“뭐 하고 있어?”
“예? 네? 왜, 왜 그러십니까?”
“묶어.”
“예?”
“설마 우리한테 묶기까지 하라는 거야? 와, 양심이 없네, 돈도 안 주고 막 부려 먹는 악덕 사장이냐? 최소한 그 정도는 해야지.”
“아니…….”
그때였다.
기사들은 보았다.
에이든의 뒤에서 흉악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는 알폰스의 그 모습을!
“감히…… 영주님의 명령에 반문을 해?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저 대가리도 조져버려야 해…… 적당히 잡아서 묻어두면 증거 인멸도 완벽하겠지.”
“하, 하겠습니다!”
“으하하! 마, 맡겨주십시오! 제가 묶는 거 엄청나게 잘합니다! 왕도에서도 포박의 달인이라고 불렸습니다!”
기사들은 허겁지겁 밧줄을 챙겨와 제압된 기사들을 묶었다.
그렇게 한참 밧줄로 묶고 있을 때였다.
“영주님, 잡아 왔습니다.”
한스가 돌아왔다.
한스는 도망쳤던 주둔지 사령관인 카이스를 붙잡기 위해서 움직였었다.
놈은 그렇게 멀리 가지도 못했었다.
거만하게 앉아서 명령만 내리던 놈이다.
체력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의 선택은 뻔했다.
어딘가에 숨었었고, 한스는 용병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놈을 잡아 왔다.
“크윽! 놔, 놔라!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주둔지 사령관! 자벨린 백작가의 막내! 카이스 자벨린이다!”
한스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쓰레기를 버리듯이 에이든의 앞에 카이스를 던졌다.
“큭…… 이 자식 두고 보자, 내가 이 일은 위에 고해서 네놈에게…….”
카이스는 전신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이게 무슨…….”
미쳐 날뛰던 기사들이 제압되어 밧줄에 묶이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일은 어느 정도 진정된 것이 보였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에이든을 발견했다.
“……자네는 누군가?”
“난 헤스티아 영지에서 온 에이든 헤스티아라고 한다.”
“에이든 헤스티아? 헤스티아라는 성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잠깐만…… 에이든? 에이든이면 사론톤 가문의……?”
“맞아.”
“그럼 왜 성을…….”
“내가 그 가문을 싫어해서 말이지.”
에이든은 언제, 어디서나 사론톤 X새끼라고 외칠 수 있는 뚝심 있는 남자다.
그만큼 가문을 싫어했다.
“……그렇군, 크흠, 그럼 저 기사들은?”
“우리가 제압했지.”
“제압했다고?”
“그래.”
“허…….”
카이스는 믿을 수 없었다.
그토록 미쳐 날뛰는 기사들을 제압했다고?
‘저 기사의 힘인가?’
에이든의 뒤에 서 있는 알폰스가 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서 있을 뿐인데 알 수 없는 기백이 느껴졌다.
마치 백전노장을 마주한 듯한 미묘한 공포가 느껴졌다.
‘에이든 사론톤이라면, 가문에서 버려진 그놈이군, 기사를 시켜 제압했나 보군.’
그래 놓고는 ‘우리’라는 단어를 쓰다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왔다.
“크흠, 그렇다면 수고했군, 이제 여기는 사령관인 나에게 맡기고 그만 가 봐라, 여기는 출입 금지 구역이다.”
“아니, 못 가는데?”
“뭐?”
“나는 여기에 볼일이 있거든.”
“…….”
카이스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까부터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럴 생각이지?”
“응?”
“너 몇 살이냐? 아직 나이도 어린것이 어른을 보면 공경의 마음을 담아서 존댓말을 해야지, 언제까지 반말을 할 생각이냐.”
“…….”
“이래서 요즘 것들은…… 젊은 놈들이 어른을 공경할 줄을 몰라서 말이지, 이렇게 예의가 없어서…… 쯧, 반쪽짜리 핏줄은 어쩔 수 없나?”
그는 끓어오르는 불쾌감을 대놓고 표현하고 있었다.
사론톤 가문에서 에이든이 내놓은 자식이라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최근 에이든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면 조금은 조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칼리바이 숲의 주둔지에서만 생활했기에 그런 쪽의 정보가 늦었다.
애당초 그런 것을 파악할 정도의 능력이 되었다면, 이런 곳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존댓말을 하라고?”
“그래.”
“내가 왜?”
“뭐?”
“존댓말은 상대를 존중할 때나 하는 거 아닌가? 그런 건데…….”
카이스를 바라보는 에이든의 눈에는 경멸이 가득 담겼다.
우습다.
자신의 책무와 의무를 헌신짝처럼 버려놓고 특혜만을 챙기려는 그 모습이 말이다.
“사령관이라는 자리에 앉아 놓고, 위험해지니까 부하들을 두고 꽁지가 빠지라 도망친 사람을 존중하라고?”
경멸과 환멸로 가득한 목소리.
듣는 순간 오금이 저리며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한기가 느껴졌다.
“……네놈 지금 나를 모욕하는 것이냐?”
“모욕? 팩트잖아? 이게 어딜 봐서 모욕이지?”
“나는 국왕 폐하께서 임명하신 사령관이다! 이 이상의 모욕은 참을 수 없다!”
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분노를 터트렸다.
그에 에이든은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었다.
“참을 수 없으면?”
“네놈에게 예절이라는 것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겠구나!! 뭐 하고 있는 거냐! 당장 나를 모욕한 이놈을 제압해라!”
카이스는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주둔지는 자신의 왕국이요.
사령관인 자신은 주둔지의 왕이었다.
그가 명령을 내리면 기사들은 절대복종하며, 기라면 기고, 구르라면 구르는 존재였다.
언제나 자신의 명령 한 마디에 꼼짝도 못 하던 그런 놈들이었다.
‘일단 놈을 제압한 다음에 나의 위대함을 알릴 필요가 있겠지, 천한 피가 흐르는 사생아를 건드린다고 사론톤 가문에서 뭐라고 할 이유는 없으니까.’
적당히 본보기를 보일 생각이었다.
제압된 놈을 한껏 비웃으면서 주제 파악을 시킬 생각이다.
놈의 기사가 좀 강해 보여도.
‘우리는 쪽수가 많잖아? 충분히 가능해.’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렇게 잠시.
명령을 내린 지 벌써 1분이 지났지만, 기사들은 이쪽을 쳐다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너희들! 뭐 하고 있는 거냐! 내 명령을 듣지 않는 거냐!?”
카이스가 재차 명령을 내렸지만, 기사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묵묵부답.
카이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달아올랐다.
“지금 내 말이 안 들리는 것이냐! 사령관의 명령이다! 어서……!”
평소 그가 이 정도로 소리를 지르면, 기사들은 기겁하며 움직였을 것이다.
감히 그 누가 사령관의 명령을 거부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건 이미 옛날의 일이었다.
‘눈빛이…….’
기사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나도 건조했다.
분노, 증오, 경멸이라는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눈빛이었다.
마치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풉.”
그때.
건조한 시선을 뚫고 비웃는 소리가 그의 귀를 자극했다.
에이든이었다.
그는 비웃음을 한껏 머금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뜻대로 안 되나 봐?”
“네놈…….”
“당연히 그렇겠지, 그 누가 자신을 버린 사람의 명령을 따르고 싶겠어.”
신하들이 왕을 따르는 이유는 충성심과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이스는 낙하산으로 사령관으로 발령된 몸이다.
그런 그에게 충성심을 느끼는 이는 없을 터.
그럼 남은 건, 직위에서 나오는 신뢰였다.
하지만 그러한 신뢰조차 그는 스스로 버리지 않았던가.
“나는…… 국왕 폐하께서 임명한 사령관이다! 나에 대한 모욕은 국왕 폐하에 대한 모욕으로…….”
퍼어억!!
그때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카이스가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졌다.
그 뒤에는 씩씩거리는 알폰스가 서 있었다.
“감히 영주님께 이러한 무례라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죽여버리겠다!!!”
“하아, 진정해라.”
“진정? 진저엉? 진정!? 너라면 할 수 있을 거 같더냐!? 감히 왕께! 나의 왕께! 고귀한 왕께 무례한 짓을 한 이놈을 보고! 진정하라는 것이냐!?”
알폰스가 날뛰려고 하자 한스가 그를 간신히 붙잡았다.
당장이라도 놈의 대가리를 깨버리겠다고 발광을 하는 그를 보며 에이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기사들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묶어.”
“네?”
“이거 묶으라고, 나중에 또 날뛰면 귀찮으니까.”
“아…… 저, 정말 묶습니까?”
“어, 묶은 다음에 나무에 매달아 놔.”
“영주님!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감히 영주님께 그러한 막말을 내뱉은 놈은 제가 은밀하게…….”
“알폰스.”
“네!”
“닥쳐.”
“…….”
그 모습을 보며 기사들은 주섬주섬 밧줄을 챙겼다.
‘일단 묶자.’
‘최대한 모욕적으로 묶어 주마.’
* * *
상황 정리가 끝나고.
에이든은 기사들에게 자신이 이곳을 찾아온 목적과 출입을 허락한다는 통행증을 보여줬다.
“정말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어.”
“하지만 안쪽은 위험합니다, 저 안은 뛰어난 기사도 버틸 수 없는 곳입니다.”
기사들의 염려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에이든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칼리바이 숲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지, 그런데 그것도 정상적인 상태일 때인데…….’
지금 칼리바이 숲은 정상이 아니었다.
자신이 쓰려고 하는 방법은 원작에서 나오는 건데 잘하면 안 통할 수도 있었다.
‘뭔가 방법이…….’
“영주님.”
그때.
제압된 기사들을 보고 있던 알폰스가 고개를 기울이며 에이든을 불렀다.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아까 제압하는 과정에서 이 기사들에게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서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기사들은 제압하는 동안 뭔가 이상한 게 느껴졌었다.
뭔가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이놈들의 몸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기사들의 몸에서 절대로 느껴져서는 안 될 것이 느껴졌다.
“이놈들의 몸에서…….”
그것은 오로지 선택받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요력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