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204)
제204화
4화 : 명의 도용
검은 로브를 입은 에이든 일행은 주둔지에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주둔지 기사들은 저항을 위해 검을 들었다.
“흑마법사를 용서하지 말아라!”
“죽여!”
“마법사라는 놈들이 검을 들다니!! 죽여!”
기사들은 저항하기 위해 검을 들며 맹렬히 달려들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상대가 나빴다.
주둔지 기사들의 실력은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알폰스의 상대는 되지 않았다.
고블린 중에서 아무리 뛰어난 고블린이라도 오우거의 상대는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괴, 괴물…….”
달려들었던 기사들은 알폰스의 검에 무자비하게 썰려 나갔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격의 차이를 느낀 기사들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이, 이길 수 없어…….”
“도, 도망쳐!!”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기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전력의 주축인 기사들이 도망치자 병사와 추격자들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이놈들! 어딜 도망가는 거냐! 얌전히…….”
“그만.”
“하지만…….”
“영주님께서 도망치는 놈들은 굳이 쫓아가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전부 처리하는 게 뒤탈 없이 좋지 않을까? 라고 알폰스도 생각을 하긴 했었다.
흔적이야 조작하면 되니까.
하지만 에이든의 생각은 달랐다.
‘생존자가 있어야 소문이 퍼지지.’
‘소문이요?’
‘살아 있는 생존자의 증언은 말 그대로 생생한 증거인 셈이지.’
죽인 다음 흔적을 조작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에이든이 원하는 건, 생존자의 증언이었다.
‘공포에 질린 증언만큼 좋은 건 없지. 여기서 증거도 조작하면 더 좋지 않겠어?’
‘아.’
알폰스는 에이든의 혜안에 크게 감탄했다.
정보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현장을 조작하면 그냥 ‘의심’ 정도에서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존자가 직접 흑마법사를 언급한다면?
의심은 확신으로 변한다.
“그렇다고 하셨다.”
“세상에…… 역시 왕…… 아니! 영주님이십니다! 어찌 그런 생각을!!”
카덴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왜 놈들을 놓아주나 했더니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먼 미래를 보고 있었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감히 자신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사고방식이 달랐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그런 생각도 못 할 텐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주변 상황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쪽의 피해는 전무한 상황.
이건 전투가 아니었다.
학살.
강자가 약자를 핍박하는 듯한 일종의 사냥이나 다름없었다.
“대충 끝난 거 같네.”
얼추 정리가 끝났다.
뱀파이어들을 시켜서 도망친 놈들이 멀리까지 가고 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후드를 벗었다.
“알폰스.”
“부르셨습니까?”
“흑마법사의 소행이라고 생각되게 조작할 수 있겠어?”
“조금 어렵긴 하지만, 뱀파이어들이 도와준다면 가능할 거 같습니다.”
그는 마법사가 아닌 기사다.
당연,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뱀파이어의 도움이 필요했다.
“들었지?”
“영주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럼 적당히 조작해.”
“알겠습니다.”
알폰스와 뱀파이어는 주변 시신을 수습하며 흑마법사의 소행처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에이든과 게렌은 드워프가 있는 막사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약 30명 정도 되는 아이언 드워프들이 갇혀 있었다.
“너!”
그때였다.
철창 안에 갇혀 있던 호그가 당장이라도 에이든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이 자식이! 감히 나를!! 네놈 때문에 내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알고 있냐!”
“하지만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잖아.”
“그래도!! 나를 밀어!?”
“어쨌든 빨랐죠?”
“뭐?”
“어쨌든 빨랐잖아. 언제 잠입해서 막사를 찾아. 이렇게 하면 빨리 끝내고 좋잖아.”
“너 이 자식이!!”
“그래서 덕분에 빨리 끝냈잖아.”
“으으…….”
호그는 뭐라고 더 따지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의 말대로 되었다.
그래도 그렇지.
“말은 하고 했어야지! 내가 얼마나 기겁했는지 알아?”
“말하면 얼굴에 티 날 거 같아서. 이런 말 몰라? 적군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
“…….”
“됐고.”
에이든은 검을 꺼내 철창을 가볍게 잘라 냈다.
제법 튼튼하게 만들긴 했지만, 검술 숙련도가 높은 에이든의 검을 막을 순 없었다.
“후우…… 감사합니다.”
호개는 에이든을 보며 깊게 고개를 숙였다.
“당신은?”
“저는 아이언 드워프 장로, 호개라고 합니다. 일족을 대표해서 저희 일족을 구해 주신 은혜에 감사합니다.”
“뭘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
에이든을 바라보는 호개의 시선이 복잡했다.
도와준 건 고맙긴 하지만, 자신들의 마을을 공격한 것도 인간이었다.
인간은 전부 나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도 적개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군요.”
호개는 드워프 장로답게 상황 판단이 빨랐다.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을 순 없으니 자리를 옮겨야 했다.
“갈 곳은 있나요? 듣기로는 마을이 공격받고 위치도 드러났다고 하던데.”
“그곳은 제1 마을이네.”
“제1 마을?”
“혹시나 해서 우리는 마을을 여러 개 만들어 놓고, 주기적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네. 한 곳에 있으면 들킬 수 있으니까.”
인간들에게 들킨 마을은 제1 마을이다.
제2 마을은 아직 들키지 않았기에 당분간 그곳에 숨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도 되겠습니까?”
“……우리 아이언 드워프는 은혜는 확실히 갚는다. 그리고 우리 동족이 자네와 함께하고 있다지?”
호개는 게렌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에 게렌은 당당하게 가슴을 치며 말했다.
“이 인간은 믿어도 됩니다! 저 마운틴 드워프! 게렌! 위대한 신, 오른 님의 망치와 영혼을 걸고 그의 자격을 증명하겠습니다.”
신을 건 증명.
이는 드워프가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맹세였다.
만약 이를 어기거나 거짓말을 할 경우, 그는 오른의 은총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 정도로 말한다면 충분히 믿을 수 있지. 그럼 가지.”
* * *
메켈 데마크 백작.
그는 느긋하게 식사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서신이 왔었다.
드워프 마을을 습격했고 놈들을 잡아들였다고.
그 과정에서 한 마리가 도망쳐서 지금 추격 중이라고 말이다.
“후후후, 좋군. 아주 좋아.”
메켈 백작은 만족스럽게 식사를 했다.
오늘을 위해 무려 3년이나 귀찮은 드워프의 비위를 맞춰야만 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던가.
하지만 오늘 그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달고 단 결실의 열매를 오늘 드디어 수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걸로 크라토 님께 더 강한 신임을 받을 수 있겠지.’
메켈 백작은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그는 목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중앙으로의 진출이다.
백작이라고는 하지만, 변방에 멀리 떨어진 영지에서 살아야만 했다.
그는 고작 여기서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남자로 태어났다면 큰 포부를 가지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메켈 백작은 크라토의 줄을 잡았다.
이런 변방에서 중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뒷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라토에게 온갖 뇌물을 바쳤다.
그렇게 뇌물을 바치면서 입지를 천천히 다지고 있을 때, 크라토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
‘메켈 백작. 그대의 충심은 잘 알고 있네.’
‘크라토 왕자님…….’
‘그대는 이제 나의 자랑스러운 신하지. 안 그런가?’
‘으하하! 물론입니다! 당연하죠!’
‘그런 자네에게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들어주겠나?’
‘물론입니다! 저 메켈 데마크! 크라토 왕자님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좋군, 그렇다면…….’
그의 부탁은 하나였다.
드워프의 생포.
자신의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아이언 드워프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이 임무에 성공하면 자신이 힘을 써서 중앙으로 올 수 있게 도와준다고까지 했다.
‘짜릿하군. 이제 나도 곧 중앙 귀족이 되는 건가?’
심지어 뒷배는 훗날 국왕이 될 크라토였다.
그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면, 중앙에 가서도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이제 이곳과도 작별이구나! 이제 곧…….”
그때였다.
쾅!
식당 문을 열고 한 기사가 다급히 들어왔다.
“배, 백작님!”
갑작스러운 기사의 난입에 평화로웠던 마음이 흔들린 메켈은 얼굴을 구겼다.
“이게 무슨 무례냐!! 식사 시간인데 감히 허락도 없이!”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안이 너무 급해서!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기사는 황급히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에 메켈 백작은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입을 닦으며 물었다.
“후우, 그래, 무슨 일이냐?”
“그, 그게 드워프를 잡으러 갔던 기사들이 돌아왔습니다.”
“옳지! 돌아왔구나!! 그럼…….”
“그런데…… 그들이 이상한 말을 합니다.”
“이상한 말?”
“네…… 주둔지에 있었는데 흑마법사의 습격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말에 메켈 백작은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흐, 흑마법사의 습격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냐! 자세히 설명해 봐라!”
“살아 돌아온 기사들의 말에 의하면 드워프를 전부 붙잡고 이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거대한 폭발과 동시에 검은 로브를 입은 흑마법사들이…….”
“……그럼 드워프들은? 드워프들은 어떻게 된 것이냐!!”
“저희도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당장 수색대를 보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수색대를 파견해라! 아니! 내가 직접 가겠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됐다! 어서!!!”
메켈 백작은 사람들을 재촉하며 수색대를 꾸리고 주둔지가 있던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잔혹하게 살해된 동료들의 시체를.
참담하게 박살 난 주둔지를.
그리고.
“드워프가 없다……. 없어!”
드워프들은 당연히 그 자리에 없었다.
오늘을 위해 3년을 고생했다.
그리고 오늘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는데 사악한 흑마법사 때문에 모든 것을 망치고 말았다.
그의 얼굴이 분노로 강하게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흑마법사 놈들…… 내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 * *
“그러니까…….”
흑마법사들은 한곳에 모여서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에 관해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메켈 데마크 백작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우리가…… 메켈 데마크 백작의 계획을 망치고 드워프까지 강탈했다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메켈 데마크 백작이 흑마법사를 잡기 위해 수배까지 내렸다고 합니다. 거기에 현상금까지 걸어서 운신이 힘들어졌습니다.”
“…….”
흑마법사들은 얼굴을 구겼다.
안 그래도 칼리바이 숲에서 있었던 일 덕분에 움직이는 게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메켈 데마크 백작까지 끼어드는 바람에 운신이 더 힘들어졌다.
“도대체 누구냐…… 누가 그 일에 끼어든 거야!!”
“그, 그게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니! 그게 말이 되냐!”
“하지만 그 일은 크라토 왕자님께서 주도한 일 아닙니까? 저희가 왜 그 일에 끼어듭니까?”
크라토와 흑마법사는 서로 손을 잡고 목표를 향해 같이 가는 동업자다.
그런 크라토가 주도한 일인데 그 어떤 흑마법사가 끼어든단 말인가.
“저희 쪽에서도 조사해 봤지만, 아무도 모르는 거 같았습니다.”
“아무도 모른다고? 그게 말이 돼?”
머리가 아팠다.
칼리바이 숲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안 그래도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있었다.
거기에 이어서 또 일이 터지다니.
“빌어먹을! 어쨌든! 이번 일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라! 범인이 누군지 찾아내라고!!”
“아, 알겠습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흑마법사의 두 눈에서 진득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좌중을 압도하는 그 살기에 다른 흑마법사들은 몸을 떨어야만 했다.
“걸리면 사지를 찢어 버리겠다…….”
하지만 이들은 몰랐다.
이건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에이든이 자신들의 이름을 이용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건, 먼 훗날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