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205)
제205화
5화 : 아이언 드워프
“여기입니다.”
에이든은 호개의 안내를 따라 숨겨진 제2 마을을 찾아왔다.
제2 마을은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다.
붙잡혔던 주둔지에서 4시간은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을 정도였다.
보이는 건 절벽이었다.
까마득한 높이를 가진 절벽에는 이상하게 생긴 덩굴이 어지럽게 내려오고 있었다.
“여기요?”
“그렇습니다. 여길 이렇게…….”
호개가 벽 한쪽을 만지자 덩굴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안쪽으로 통하는 통로가 나타났다.
“이건…….”
“장치입니다. 아무도 저희 마을을 알 수 없게 말이죠.”
“아아.”
“들어가시죠.”
통로는 드워프에게 맞춰 설계해서 그런지 허리를 숙여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들어갈수록 통로는 점차 넓어졌다.
“영주님, 아무래도 밑으로 내려가는 거 같습니다.”
“그런 거 같네.”
알폰스의 생각대로 천천히 내려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지하로 들어가고 있었다.
20분 정도 걸어서 들어갔을까?
드디어 통로의 끝이 보이며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입니다. 이곳이 아이언 드워프의 제2 마을입니다.”
“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천장은 높고 대장간이 달린 집이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필요한 건 대부분 갖추어진 마을이다.
우물도 있고 심지어 식당도 있었다.
다만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듯 먼지가 좀 쌓여 있었다.
“이곳을 떠난 지도 벌써 5년이 되었군.”
“설마 이런 식으로 찾아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군. 일단 불부터 지필까?”
“그러죠.”
마을에 들어오자 드워프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집을 찾아 들어갔다.
잠시 후, 각 집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마을에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은인들은 이쪽으로 오시죠. 제집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드워프 장로 호개는 시종일관 정중함을 잃지 않았다.
장로의 집은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했다.
다른 드워프들의 집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크기였다.
“낡았군.”
호개의 집을 본 게렌이 툭 내뱉듯이 감상을 토해 냈다.
어찌 보면 무례할 수 있는 태도지만, 호개는 크게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5년을 방치해 놨으니까. 들어가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먼지가 가득한 집.
구석에는 거미줄이 이 집은 자신들이 점령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청소할 게 많았다.
“어우! 먼지 봐! 장로님! 청소 좀 하셔야겠습니다. 이러다가…… 끄악!”
꽈직!
그때였다.
호개가 들어가길래 뒤따라 들어갔던 게렌이 바닥을 밟자 순간 그 부분에 구멍이 뚫리며 그곳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을 본 호개는 홀홀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깜빡했군. 거기 좀 낡았으니까 조심하라고 하려고 했는데, 늦었군.”
“……그런 건 진작 말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거참 미안하게 되었군.”
“끄응…….”
게렌은 힘겹게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바닥을 밟자.
꽈직!
이번에도 구멍이 뚫렸다.
“끄아아악!!”
게렌이 구멍에 빠지자 호개의 목소리가 뒤늦게 따라 나왔다.
“그 주변이 낡아서 조심하라고 하려고 했는데…….”
“진작 말하지!”
“하려고 했는데 네가 성질이 급해서 그렇게 된 것을 왜 나에게 화풀이를 하는 거지?”
“아니!!”
“어찌 되었든 5년이나 방치된 집인데 알아서 조심해야지.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서는.”
“…….”
게렌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호개를 쳐다봤다.
그 모습을 본 알폰스가 조심스럽게 에이든에게 속삭였다.
“일부러 말 안 한 거 같습니다.”
“나도 그런 거 같아.”
에이든은 봤다.
게렌이 구멍에 빠지자 심통을 부리던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지는 것을.
두 번째 빠졌을 땐 그의 얼굴에서 심통이라는 감정이 씻은 듯이 사라진 상태였다.
‘집 낡았다고 해서 화났었네.’
‘일부러 말 안 했구나.’
게렌은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먼지를 한가득 뒤집어쓴 채로 나온 게렌을 보며 호개는 밖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보니까 내 집처럼 낡은 드워프로 보이는구나. 나가서 씻고 와라.”
“…….”
게렌은 할 말은 많았지만, 자신이 내뱉은 말이 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갔다.
“자, 그럼 앉으시죠.”
“……여기 낡은 곳은 더 없나요?”
“아, 저기랑 여기 그리고 그쪽도 좀 낡았으니까 조심하면 됩니다.”
“…….”
알폰스와 카덴은 집 밖에 있기로 하고 에이든만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은인에게 대접을 해 주고 싶어도 지금 우리 사정이 좋지 않아서 이해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호개도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에 앉자 호개의 눈빛과 분위기가 무겁게 변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그전에 말을 놓아도 됩니다.”
“하지만…….”
“저보다 나이 많은 분에게 존댓말을 듣는 건 좀 그래서요.”
“허허…… 확실히 다른 인간과는 다르군. 그럼 내가 편하게 말하지.”
에이든의 말에 호개는 그제야 편하다는 듯이 말을 놓았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에게 부탁할 것이 있겠지?”
호개도 이유 없는 선의는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인간이 베푸는 선행 뒤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잘 체감하지 않았던가.
“뭘 원하나?”
“무기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기?”
“네.”
호개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알고 있으셨습니까?”
“검을 줘 보겠나?”
“여기 있습니다.”
에이든은 허리춤에 있는 검을 풀어 호개에게 건넸다.
그 검은 이곳에 오기 전에 바루스에게 말해서 적당히 구한 임시 검이었다.
검을 본 호개의 얼굴에 강한 불쾌감이 서렸다.
“역시 쓰레기군.”
“쓰레기요?”
“그래, 이건 검이 아니네. 사용자를 고려해서 만들지 않아 밸런스도 엉망이고 철은 또 순도가 낮은 것을 사용했군.”
호개가 손가락으로 검신을 툭 하고 쳤다.
우우웅…….
검신에서 힘없는 소리가 들렸다.
호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혼탁하군. 이 검을 만들 때 이물질이 섞여 들어간 모양이군. 왜 이런 검을 쓰고 있었던 거지?”
“쓰던 검이 망가져서요.”
“그래서 엉망이었군.”
호개는 검을 대충 구석에 던져 놨다.
“자네는 강한 검사더군. 저런 검을 쓰면 자네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지.”
“…….”
“자네 정도라면…… 우리가 검을 만들어 줘도 되겠군.”
검 이야기가 나오자 호개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아이언 드워프는 자신이 만든 장비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만든 소중한 검을 어중이떠중이들이 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인간과 거래할 때 일부러 실패작만 넘긴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럼 만들어 주시겠다는 겁니까?”
“당연한 소리! 자네는 우리를 구해 준 은인이 아닌가. 그 정도는 당연하지.”
“감사합니다.”
“뭘, 그런데 재료는 어떻게 할 건가?”
“재료는 이걸로 하겠습니다.”
에이든은 마법 주머니에서 칼리바이 숲에서 잘라 낸 비석을 꺼냈다.
그것을 본 호개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냄새…… 그리고…….”
호개는 비석을 들더니 날름 혓바닥을 내밀더니 핥았다.
맛을 보는 것이었다.
“…….”
그 광경을 본 에이든은 황당함에 눈을 깜빡였다.
‘뭔데? 왜 핥는데?’
하지만 에이든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냄새를 맡고 이빨로 깨무는 식으로 뭔가를 확인했다.
그러곤.
“진짜군…… 진짜 오리할콘이야!”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이 맛과 냄새! 확실하지!”
“아니…….”
오리할콘에 맛과 냄새가 있나?
참으로 신기한 판별법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튼…… 오리할콘으로 검을 만들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오리할콘이라…… 이거 참 난감하군.”
“왜요?”
“나는 오리할콘을 다룰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는다네.”
“장로이신데요?”
“장로라고 무조건 실력이 좋은 건 아니지. 자네도 알지 않나? 드워프는 장로를…….”
“술 센 드워프가 차지하죠.”
“그렇지.”
드워프 일족 장로가 되고 싶다면 대장장이 실력이 아닌 술 실력을 쌓으면 된다.
손재주가 뛰어난 이가 장로가 되는 게 아니라, 간이 튼튼한 드워프가 장로가 된다.
‘평등한 거 같으면서도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참…….’
이상한 종족이다.
“그럼 어떻게 하죠?”
“그래도 다행히 우리 일족 중에 오리할콘을 다룰 수 있는 드워프가 한 명 있군.”
“그게 누구죠?”
그런 에이든의 질문에 호개는 짧게 그의 이름을 내뱉었다.
“호그.”
“예?”
“호그만이 오리할콘을 다룰 수 있네.”
* * *
“싫다.”
“뭐?”
“귀찮다. 안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검 만들 시간은 없다.”
에이든의 부탁에 호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는 귀찮다는 티가 팍팍 났다.
그에 옆에 있던 게렌이 성을 냈다.
“너! 이러기 있기냐!? 너를 구해 준 게 누군데! 은혜는 갚아야지!”
“흥!”
“너 삐졌지?”
“뭐라고? 내가 왜!?”
“왜긴 왜야. 그때 말없이 등 밀고 손 흔들었다고 마을에 오는 내내 투덜거렸잖아! 그냥 솔직히 말해라. 삐졌지?”
“내, 내, 내, 내가 언제 삐졌다고! 나 그렇게 속 좁은 드워프 아니다!”
“아니긴…… 내가 너를 얼마나 오래 봤는데.”
“안 삐졌다고!”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던가?
그때의 일이 상당히 서운했던 모양이었다.
하긴.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안 만들겠다는 거냐?”
“흥! 귀찮게 뭐 하러 만들어. 그냥 내가 만든 검 몇 개 줄 테니까 그거 써라.”
호그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말하는 걸 보면 누가 봐도 삐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영주, 이대로 갈 생각인가?”
“싫다는데 어쩔 수 없잖아.”
에이든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게렌은 당황했다.
‘저 인간이 이렇게 쉽게 포기할 놈이 아닌데!?’
게렌은 에이든을 오랫동안 겪어 봤기에 그의 성격이 어떤지 대충 파악이 끝났다.
그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물러선다고?
말이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툭.
에이든이 뭔가 흘렸다.
비석 조각이었다.
“저건…….”
그 비석을 본 호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동시에 그의 코가 뭔가 냄새를 맡았다.
“이 냄새! 설마! 오리할콘!?”
“아이고, 실수로 흘리고 말았네.”
“자, 자네! 서, 설마 오, 오리할콘으로 거, 검을 만들 생각인가?”
“그런데?”
꿀꺽.
오리할콘을 본 호그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오리할콘이라니!
미스릴보다 훨씬 귀한 광석이다.
드워프인 그조차도 몇 번 만져 본 것이 전부일 정도로 구하기 힘들었다.
‘그때 우연히 구한 것도 주먹만 한 것이었는데…… 저건…….’
주먹보다 컸다.
통짜로 검을 만들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양이었다.
‘저걸로 검을 만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통짜 오리할콘 검이라니…….’
손이 근질거렸다.
대장장이로서의 본능이 치솟으며 당장이라도 저 오리할콘으로 뭔가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먼저 만들게 해 달라고 하기 힘들었다.
앞서 한 말이 있는데 어찌 이제 와서 맡겨 달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쪽팔리게.
“크, 크흠…… 자네는 알고 있나?”
“뭘?”
“우리 일족 중에서 그 오리할콘을 다룰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거 말이네.”
“아아. 그거 장로님께 들었지.”
“그렇지! 그 말은 어딜 가도 그 오리할콘으로 검을 만들 수 있는 드워프는 없다~ 이 말이지.”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에이든이 자신에게 오리할콘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이든이 누군가?
몰락한 헤스티아 영지를 부흥시킨 장본인이다.
그의 의도는 진작에 파악했다.
“그렇긴 하지. 그래도 괜찮아.”
“괘, 괜찮다고?”
“세상은 넓고 드워프는 많으니까. 굳이 이쪽이 아니라도 다른 쪽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정 안 되면 엘프들에게 소개시켜 달라고 할 수 있지.”
“…….”
“그것도 안 되면 팔아서 좋은 검을 사는 것도…….”
“팔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그걸 팔아 봤자 오리할콘으로 만든 것보다 좋은 건 못 구해!!”
“그건 내가 신경 쓸 일이지.”
에이든은 미련 없다는 듯이 오리할콘을 챙기고 나가려고 했다.
그에 호그는 다급해졌다.
만들고 싶다!
통짜 오리할콘 검이라니!
만들고 나면 얼마나 멋질까!! 그리고 지금이 아니라면 오리할콘을 만져 볼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미안하네!!!!”
“…….”
“내가…… 내가 미안하네! 내가 잘못했네! 그러니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면 안 되겠나!?”
결국, 항복 선언을 하고 말았다.
무릎을 꿇고 고개까지 바닥에 박으면서 사정을 하는 호그.
그 모습에 에이든의 얼굴에는 진득한 사악한 웃음이 걸렸다.
계획대로 되었다.
하지만 아직이었다.
‘냄새가 난다…… 호구의 냄새가!’
“에이~ 귀찮다면서~ 뭘 그렇게…… 무리할 필요 없어.”
“아니! 귀찮다니! 그럴 리가 없지 않나!! 할 수 있네!!”
호그는 엉금엉금 기어 와서 에이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애원했다.
“내가 만들게 해 주게. 응?”
“에이…… 정말 괜찮은데…….”
“그, 그럼 이건 어떤가? 나에게 맡겨 준다면 내, 내가 만든 검을! 주겠네. 어떤가?”
“검?”
“그래! 내가 만든 검!!”
“실패작이 아니라?”
“……실패작이 아니라. 내 영혼이 들어간 검을 주지!”
“한 자루만?”
“그, 그럼 더 달라는 건가?”
“에이, 됐다. 그냥 이거 팔고 우리 애들 장비나 맞춰…….”
“다 해 주겠네!!! 다! 전부 해 주면 되지? 몇 자루라도 줄 테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무리하는 거 아니야?”
“무리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난 전혀 무리하지 않았네만?”
“그럼 맡겨 볼까?”
“정말인가!? 으하하! 그럼 바로 준비하지! 일단 대장간으로 가세!”
호그는 혹시 에이든이 말을 바꿀까 봐 서둘러 그를 끌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게렌은 에이든의 치밀함에 몸을 떨었다.
‘어이가 없군.’
아마 일족을 뒤져 봐도 오리할콘을 다룰 수 있는 드워프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오리할콘이 그만큼 귀한 금속이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에이든이 들러붙어서 만들어 달라고 사정을 해도 부족했다.
그런데 입장이 반대가 되어 버렸다.
졸지에 호그가 매달려서 제발 만들게 해 달라고 애원을 할 정도였다.
‘역시 무서운 인간이야. 거기서 장비까지 뜯어낼 줄이야…….’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안쓰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저 호구 자식……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