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21)
제21화
21화 : 유일한 정상인(?)
어둠이 드리워진 마수의 숲.
마수의 숲에는 밖에서는 볼 수 없는, 몬스터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존재가 서식하고 있었다.
마수.
마수의 숲에는 엄연히 영역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마수의 숲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강한 마수의 영역이 존재했다.
그런 마수의 숲 외곽에는 비교적 약한 마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중 하운드(Hound)는 마계의 사냥개로 알려져 있으며, 마수 중 가장 숫자가 많았다.
마수의 숲 주변 영지를 공격하는 마수 대부분이 하운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운드는 무리 생활을 한다.
보통 한 마리의 하운드를 발견하면 주변에 수십, 수백의 하운드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크르르릉…….
윤기가 흐르는 검은 털로 온몸이 뒤덮인 하운드는 몸을 낮추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수십 마리의 하운드도 단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수라고 해서 항상 싸우는 건 아니었다.
마수도 결국은 살아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먹고, 자고, 싸는 기본적인 행위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쫑긋.
그런 하운드 중 한 마리의 귀가 기척을 느낀 듯, 쫑긋 세워졌다.
무언가가 다가온다.
냄새가 난다.
인간의 냄새가.
동시에 하운드의 머리에 울려 퍼지는 한줄기의 음성.
도대체 누가, 왜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음성이지만, 마수는 이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하운드도 딱히 이 음성을 거역할 생각이 없었다.
‘따른다.’
그저 본능을 따를 뿐이었다.
마침 배고프던 차였기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릉…….
-크르르릉…….
다른 하운드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간이 다가온다.
꼬르륵…….
하운드는 배가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은 마수에게 있어서 그저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맛있는 한 끼 식사.
사냥감이었을 뿐이다.
굶주린 하운드의 입가에서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인간 따위.
마수 앞에서는 연약한 존재.
인간이 마수를 마주하면 보이는 행동은 공포에 떨거나, 혹은 도망치거나 할 뿐이었다.
사냥꾼과 사냥감.
놈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채기 전에 서둘러서 놈들을 쫓아야만 했다.
이제 즐거운 사냥의 시작이다.
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있다!”
“하운드 발견!!”
“오오오! 드디어 찾았다! 이 개X끼들!”
“이게 몇 마리냐!? 이거면 조기 퇴근에 훈련 면제도 가능하겠는데?”
“잡는다……. 죽인다…….”
“죽여……. 죽여…….”
-……크릉?
하운드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들을 마주한 인간은 오로지 공포에 떨며, 두려워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 모습을 드러낸 인간은.
“조기 퇴근!!”
“휴가!!!”
공포는커녕, 도리어 광기 어린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이었다.
인간을 보고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원초적인 공포가 저들의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죽여!!!”
“나는 오늘 퇴근할 거다!!”
“엄마! 저 오늘 일찍 들어가요!!”
“엘린! 기다려! 내가 오늘 빨리 들어갈 테니까!”
-깨갱!?
공포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의 자신은 사냥꾼이 아닌, 사냥감이라는 것을.
* * *
“공격!”
“으아아아악!”
“죽여!!!”
“조기 퇴근!!”
에이든의 명령에 병사들은 눈을 뒤집어 까며 달려들었다.
조기 퇴근과 훈련 면제의 효과는 대단했다!
보통 마수를 만난다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느낀다.
‘원작 설정이었지? 마력이 인간에게 은연중, 공포를 느끼게 한다는 거.’
이전에 하운드가 습격해 왔을 때, 잘 훈련받았던 사람들이 공포에 떨던 이유도 거기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기에 마수와 싸울 땐, 지휘관은 이러한 점을 잘 생각해서 지휘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달리.
조기 퇴근과 훈련 면제가 본능적인 공포를 가볍게 찢어발긴 모양이다.
“마수의 공격이 온다! 방패! 들어!”
“들어!”
에이든의 명령에 앞 열에 선 병사들은 일제히 방패를 들어, 마수의 공격을 막았다.
에이든은 재차 명령을 내렸다.
“쇠뇌! 발사!”
“쏴!!”
푸슉푸슉!!
하운드가 방패에 막히자, 뒤에 있던 병사가 쇠뇌를 쐈다.
근접 거리에 제로 사격.
하운드의 이마에 화살이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역시 병사 훈련소는 사기야. 2주일 훈련했다고 이 정도라니.’
돈 쓴 보람이 느껴졌다.
다시 한번 확신이 들었다.
건물주의 특성을 이용하면, 할 수 있다고.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임대료만 받으면서 개꿀 빠는 노후를 보낼 수 있어!’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에이든은 절대 자신의 꿈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저쪽 세계에서 허무하게 이루지 못한 꿈을 이쪽 세계에서 반드시 이루고 말리라.
“창병!! 퇴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찔러!”
“뒈져어어어!!”
“죽어!!”
“할당량을 채우면 오늘 조기 퇴근이다! 일단 5마리! 10마리 잡으면 내일 훈련 면제다! 알고 있겠지!?”
“으아아아아!!”
에이든의 외침에 병사들은 활기차게 대답했다.
-크르르릉!!!
병사들의 폭발적인 기세에 하운드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했다.
광기가 느껴진다.
그것도 두려울 정도로 소름 끼치는 광기가!
이제 저들이 인간인지 아니면 상위종 마수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깨갱!!
-깨갱깨갱!!
마수의 숲에 울려 퍼지는 하운드의 비명.
10분이었다.
고작 10분의 전투로 지금까지 영지를 위협하던 50마리의 하운드 무리를 처리할 수 있었다.
전투가 끝나자, 병사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업적을 바라봤다.
그토록 무서웠던 마수를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
“마수를 이겼어…….”
“내가 마수를 죽였어!”
“와아아아아! 해냈다!!!”
“그 지옥 훈련을 버텨 낸 보람이 있어! 우리가 마수를 이겼다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 업적에 환호하는 이들을 보며, 에이든이 한스에게 물었다.
“어때?”
“나쁘지 않습니다. 고작 2주일 좀 굴렀을 뿐인데, 하운드를 잡을 정도라니.”
한스도 조금 놀란 표정이다.
사실 전투 중, 자신이 끼어들어야 하는 건 아닌지, 주춤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병사들은 잘 해냈다.
50마리밖에 되지 않는 하운드지만 20명의 병사와 5명의 기사로 잘 막았다.
훈련했던 대로 대열을 흩트리지 않고, 능숙하게 싸웠다.
마수의 숲에 처음 들어와 치른 첫 전투치고는 다친 사람도 적었다.
더 중요한 건, 죽은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훈련을 받은 용병도 마수와 처음 싸울 땐, 얼타기 마련인데, 이들은 훌륭하게 잘 싸웠습니다.”
“훗, 그게 조기 퇴근과 훈련 면제의 힘이지.”
에이든은 상태 창을 열었다.
이름 : 에이든 사론톤.
종족 : 인간.
칭호 : 나는 농사 천재!
레벨 : 26 경험치 : 17.21%
특성 : [건물주]
힘 : 31 민첩 : 31 체력 : 31 운 : 31
병사들이 마수와 싸울 때, 에이든은 굳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험치가 오르고, 레벨도 올랐다.
‘아마 내가 건물주이고, 저들이 내 사유지에 사는 임차인이라서 그런 거겠지?’
건물주와 임차인.
갑과 을의 관계.
한 파티로 묶여서 그런지, 저들이 사냥하면 거기서 얻는 경험치 일부가 에이든에게 들어오는 모양이다.
‘거기에.’
[퀘스트, ‘마수 사냥!’이 생성되었습니다.] [마수 사냥!]건물주는 자신의 사유지를 지켜야 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건물주는 자신의 사유지가 아니라면,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의 병사뿐!
마수가 감히, 건물주의 영역을 건드릴 수 없도록 확실하게 토벌해야 합니다.
그래야 임차인이 마음 놓고 임대료를 내지 않겠습니까?
성공 조건 : 마수 처치(카운트 : 50마리).
성공 보상 : 카운트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패 시 : 임차인이 마수를 두려워하며, 탈주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퀘스트도 있었다.
실패하면 이탈자가 생길 수 있는 퀘스트.
‘안 될 소리.’
임대료를 받기 위해서는 임대료를 낼 사람이 필요했다.
지금 영지에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무척이나 귀한 노동력이자, 미래의 임차인이다.
개꿀 빠는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탈주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아직 세금도 못 걷고 있는데, 퀘스트 실패로 탈주한다고? 절대 안 되지.’
거기에 보상도 궁금했다.
카운트에 따라서 보상이 달라진다는 건데, 그럼 많이 잡으면 그만큼 더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일 터.
[퀘스트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Y/N]에이든은 당당히 ‘NO’를 골랐다.
못 먹어도 고다!
될 수 있으면, 투고, 쓰리고, 포고까지 가서, 피박에 광박까지 씌워서 보상을 털어낼 생각이다.
“그나저나…….”
한스가 병사들을 살폈다.
웃고 있는 병사와 떨고 있는 병사로 두 분류로 나뉘었다.
떨고 있는 병사는 아마 첫 전투에서 느낀 현장의 압박감에 짓눌린 것이 분명했다.
용병들도 그랬다.
첫 전투.
열심히 훈련해서 호기롭게 전투에 나섰지만, 초보가 견디기엔 전투는 처참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피비린내와 생물을 죽였다는 생생한 체험.
‘보통 초보 용병은 그걸 느끼고 그만두지.’
저 병사들도 그런 것일까?
아무리 몸을 단련해도 마음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에 한스는 베테랑 용병으로서 나름의 조언을 위해 떨고 있는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너희…….”
“제길! 나는 아직 할당량 못 채웠다고!”
“……응?”
“맞아, 나도 아직이야. 이제 고작 3마리밖에 못 잡았다고! 5마리는 잡아야 조기 퇴근이라고 하셨지?”
“10마리는 내일 훈련 면제라고 하셨어.”
“빌어먹을 마수 새끼들! 왜 고작 50마리밖에 없는 거야? 여기 입이 몇 개인데!”
“마수……. 죽인다……. 나는 오늘 집에 들어가고 말겠어.”
“…….”
병사들이 떨고 있던 이유는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그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분했기 때문이었다.
“크크크……. 다 털어 버리겠어. 어디 두고 보자고, K의 의지를 보여 주마…….”
“조기 퇴근…….”
“훈련 면제…….”
“아들아, 아빠가 내일 놀아 줄게!!”
아무래도.
‘직장을 잘못 고른 거 같지?’
영주를 포함해서 모두가 이상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여기서 가장 정상인은 자신이라는 것이다.
꿈틀.
“그렇지, 칼튼?”
* * *
몇 시간 후, 에이든의 눈앞에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퀘스트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Y/N]에이든은 잠시 고민했다.
‘고?’
스톱?
솔직히 될 수 있다면, 더 하고 싶지만.
“헉헉……. 더는 못 해…….”
“으흐흐……. 나 내일 훈련 면제다…….”
“으하하!!”
병사들이 한계였다.
기사들도 지쳤는지 쓰러져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에이든도 조금 피곤했다.
“상태 창.”
이름 : 에이든 사론톤.
종족 : 인간.
칭호 : 나는 농사 천재!
레벨 : 28 경험치 : 20.77%
특성 : [건물주]
힘 : 33 민첩 : 33 체력 : 33 운 : 33
마수와 싸우면서 레벨도 제법 올랐다.
이제 하운드 정도는 1:1이라면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전투 스킬이 없는 게 아쉽지만, 그건 어쩔 수 없고.’
“다들 지친 거 같습니다.”
“그런 거 같지.”
한스의 말에 에이든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조기 퇴근과 훈련 면제하겠다고 몇 시간을 쉬지 않고 사냥만 했다.
더는 무리였다.
에이든은 아쉽지만 여기서 그만하기로 했다.
“받는다.”
[퀘스트, ‘마수 사냥!’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상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계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칭호, ‘하운드 학살자’를 획득하셨습니다.] [하운드 학살자 : 하운드와 전투 시, 하운드에게 20%의 추가 대미지를 입힙니다. 건물주와 임차인에게 공동 적용됩니다.]하운드가 이제 헤스티아 영지만 봐도 오줌을 지리게 할 수 있는 칭호였다.
지금도 그럭저럭 잡을 수 있는데, 이 칭호가 있다면 더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보상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스킬까지 나왔다.
[스킬, ‘건물주의 의지’를 획득하셨습니다.] [건물주의 의지]그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고고하며, 그 의지는 절대로 꺾이지 않는다.
그것은 고귀한 이상을 가졌으며, 그것은 절대로 꺾이지 않으리.
그것이야말로 왕이 걸어야 할, 왕도(王道)다.
건물주가 존재하는 반경에 들어온 임차인의 모든 능력치가 상승한다.
건물주가 존재하는 이상,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차인의 정신은 꺾이지 않는다.
“……뭐야?”
전투 스킬인 듯하지만, 딱히 에이든에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토템인가?’
일종의 승리 토템? 뭐, 대충 비슷한 것이었다.
“영주님,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할 거 같습니다.”
스킬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을 때, 한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에 에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돌아가자.”
“와아아아아!”
“이제 드디어 쉴 수 있구나!!”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고, 쓰러져 있던 기사들도 좀비처럼 일어나며, 춤을 췄다.
그런 그들을 보며, 에이든은 웃으며 말했다.
“환호성 지를 힘이 있으면 하운드 사체나 옮겨라.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우…….”
* * *
다시 며칠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때.
플라워 상단이 헤스티아 영지를 찾아왔다.
“후우, 여기는 다시 와도 낯설게 느껴지네. 헤스티아 영지가 이렇게 활기차게 변하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게 거래를 했는데도 적응이 안 됩니다.”
용병, 라인하르트도 어색한 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렉스가 있을 때, 삭막해서 유령 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떠나고, 에이든이 영주로 들어오자, 영지의 모든 것이 변했다.
“에이든 사론톤, 가문에 있을 땐, 무능하다고 들었는데, 소문은 역시 믿을 게 안 되는 모양입니다.”
“소문은 원래 과장되기 마련이잖아.”
그때.
저 멀리서 한 명의 남성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에이든이었다.
“왔구나!!”
에이든이 웃으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바루스는 혹시 그가 자신을 반겨 주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귀족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자신을 반겨 주는 일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주님, 저를 기다리셨군요? 이렇게 환대해 주시니, 영광…….”
“돈주머니 왔구나!”
“…….”
“너! 이번에는 돈 잘 챙겨 왔지!?”
그랬다.
에이든이 반긴 건, 바루스가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돈주머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