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210)
제210화
10화 : 반면교사
[일일 퀘스트, ‘검술 훈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일일 퀘스트, ‘스텝 훈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체력이 2 상승합니다.] [민첩이 2 상승합니다.]에이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요정 검술관에서 일일 퀘스트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귀찮았던 일일 퀘스트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일상에 녹아들 정도였다.
“상태 창!”
이름 : 에이든 사론톤.
종족 : 인간.
칭호 : 맹세한 자.
레벨 : 97 경험치 : 65.44%
특성 : [건물주]
힘 : 152 민첩 : 158 체력 : 158 운 : 122
요력 : 165
“흐음, 괜찮은데?”
에이든의 능력치는 이전과 다르게 확실히 높아지고 있었다.
만약 저쪽 세계의 헌터가 에이든의 상태 창을 봤다면 경악했을지도 모른다.
“후후후, 헌터 길드가 봤다면 억대 연봉을 들이밀었겠지.”
에이든은 뿌듯하게 가슴을 폈다.
이게 전부 노가다의 산물이었다.
하루에 한 번씩 있는 귀찮은 일일 퀘스트를 꾸준히 한 보람이 있었다.
“스킬 숙련도도 많이 올랐고…….”
에이든은 이번엔 스킬들을 확인했다.
[아스트로 소드](숙련도 : 55.41%) [검술](숙련도 : 90.44%) [아스트로 스텝](숙련도 : 40.65%) [스텔라리온 블레이즈](숙련도 : 3.25%) [아스트랄 블레이드](숙련도 : 50.77%)이것들을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숙련도를 올리겠다고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단 말인가.
드디어 검술은 90%가 넘었고 아스트로 소드는 50%가 넘었다.
스텔라리온 블레이즈는 아직 숙련도가 낮지만, 이것도 꾸준히 사용하다 보면 금방 올릴 수 있었다.
“영주님, 여기에 계셨군요?”
에이든이 한참 상태 창과 스킬을 확인하고 있을 때, 알프레도가 찾아왔다.
“무슨 일이야?”
“비앙카 님께서 찾고 계십니다.”
“어머니께서?”
“네.”
“갑자기? 무슨 일인지는 못 들었어?”
“아, 서신이 왔다고만 들었습니다.”
“서신?”
“네.”
에이든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이쪽 세계에서 에이든에게 서신을 보낼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쪽 세계에서 전형적인 아싸였다.
아는 귀족도 그다지 없는 말 그대로 아웃사이더 외길 인생을 걷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서신이 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나에게 서신이 왔다면 그건 다 스팸일 거야.’
저쪽 세계였다면 스팸을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김미영 팀장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쪽 세계에서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알겠어. 금방 갈게.”
“네.”
알프레도를 보내고 에이든은 적당히 뒷정리를 하고 몸을 씻은 다음에 비앙카를 찾아왔다.
“어머니, 부르셨습니까?”
“왔구나. 앞에 앉을래?”
“네.”
비앙카의 말에 에이든은 순순히 그 앞에 앉았다.
에이든이 앉자 비앙카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에게 서신을 내밀었다.
“이건 뭐예요?”
“초대장이구나.”
“초대장이요?”
“그래, 왕실에서 보낸 초대장이란다.”
“왕실에서?”
그제야 누가 보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에이든은 초대장을 펼쳐 봤다.
왕족이 보낸 서신답게 미사여구가 가득하긴 했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한번 오라는 뜻이다.
‘국왕이 나를 부른다고?’
레스 해밀턴이 한번 만나고 싶다면서 이런 식으로 초대장을 보낸 것이다.
“혹시 내용은 읽으셨어요?”
“아니. 아무리 아들의 것이라고 해도 어미가 되어서 함부로 볼 수 없는 거 아니겠니.”
“그렇군요.”
레스 해밀턴.
해밀턴 왕국의 국왕으로 언젠가 한 번은 만나야 했을 인물이었다.
‘헤스티아 영지 독립을 위해서 언젠가는 만나야 할 사람이긴 했지. 그런데 이런 식으로 초대장이 올 줄은 몰랐네?’
원작에서 레스 해밀턴은 그렇게 비중이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에서 나온 레스 해밀턴은 주인공을 만난 시점에서 대부분의 힘을 잃었다.
‘두 공작 가문에 힘에서 밀리기 시작하면서 점차 권력을 잃게 되었다지?’
거기에 훗날, 레스 해밀턴은 크라토가 세운 계획에 휘말려 죽게 된다.
크라토는 자신이 왕이 되는 데 방해되는 레스 해밀턴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렇게 왕이 된 크라토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주인공 일행을 방해하는 악역으로 나왔다.
‘흑마법사와 손을 잡은 악역이니까 주인공 일행을 방해하는 건, 정해진 결과겠지.’
“어떻게 할 생각이니?”
“가야죠.”
“왕실은 위험할 수도 있어.”
“알고 있어요. 그래도 가야 해요.”
왕실이 위험하다는 건 에이든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도 가야 할 때도 있는 법이었다.
“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비앙카도 더는 에이든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럼 옷이 필요하겠구나.”
“……네?”
“옷.”
“옷이요? 저 많은데요? 저번에 샀잖아요!”
“너 그때 산 옷 계속 돌려 입고 있잖니. 왕실의 초대를 받았으면 거기에 걸맞은 옷을 입어야지.”
“하지만!”
“아들.”
“네…….”
“옷 사러 가자.”
웃으면서 말하는 비앙카의 말에 에이든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 옛날의 공포가 떠오르는 거 같았다.
* * *
“…….”
에이든은 말 그대로 하얗게 불태우고 나서야 저택으로 돌아오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 그의 양손에는 비앙카와 함께 산 옷 봉투가 수두룩하게 쥐어져 있었다.
“영주님, 괜찮으세요?”
“너라면 괜찮겠냐……?”
“아뇨.”
에이든의 상태는 누가 봐도 안 괜찮았다.
저 핼쑥한 얼굴을 봐라.
밖에서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르겠지만, 안색이 파리한 것이 쇼핑이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어머니는 위대하다…… 분명 나와 함께 다녔는데 어떻게 안 지칠 수 있으신 거지?”
에이든은 여자의 신비를 보았다.
분명 같은 거리를 함께 걷고 했는데 에이든은 지쳐가지만, 비앙카는 시간이 지날수록 생생했다.
그가 의류점에서 갈아입은 옷의 숫자만 해도 열 벌은 가볍게 넘었다.
‘어머니…… 저, 저는 이 옷이 마음에 드는 거 같은데요.’
‘어머? 그게? 하지만 네 얼굴색이랑 안 어울리는 거 같은데 그러지 말고 하나 더 입어 보자.’
‘또요? 하지만 아까도…….’
‘아들……. 혹시 입기 싫은 거니?’
‘아니…… 그게 아니라…… 하아…… 알겠어요. 그럼 하나만 더 입어 볼게요.’
‘그래!’
비앙카가 행복해하고 있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차마 입기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었다.
그 때문에 에이든은 그 자리에서 몇 번이나 옷을 갈아입어야만 했다.
“아…… 동대문 마렵다.”
“네? 동대문이 어딥니까?”
“있어. 아주 훌륭한 시장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곳이 있습니까?”
“어, 거기 가면 이거의 반값으로 비슷한 옷 찾을 수 있을걸?”
오늘 비앙카와 함께 산 옷값만 해도 1,000골드는 가볍게 나갔다.
에이든은 옷으로 돈이 나가는 게 너무 아까웠다.
‘동대문에서 비슷한 옷 몇 개 사서 돌려 입으면 그만인데…….’
저쪽 세계에 있을 때 에이든은 옷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았다.
해봤자 동대문에서 같은 옷을 사서 돌려 입는 정도였었다.
돈이 아까울 수밖에 없었다.
“이거 일단 정리 좀 해줘.”
“알겠습니다.”
알프레도는 에이든에게 받은 옷을 옷장에 차례대로 넣으면서 정리했다.
“후우…….”
몸은 힘들었다.
하지만 쇼핑하는 내내 비앙카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면서 에이든이 입을 옷을 골랐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비앙카를 보고 있으면 차마 힘드니까 돌아가자는 말은 꺼낼 수 없었다.
‘어머니가 그렇게 좋아하시는데 어떻게 돌아가자고 하겠어.’
“어머니의 미소라…….”
에이든은 저쪽 세계에서 가족이 없었다.
오래전에 부모님을 잃고, 홀로 세상에 내버려진 에이든은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살아왔다.
그는 보여주고 싶었다.
부모가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건물주가 되어서 떵떵거리면서 부모가 없어도 나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끔은 한없이 약해질 때가 있었다.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다는 지독할 정도의 고독함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혼자 버티고, 또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쪽 세계에 와서는 달라졌다.
‘처음으로 가족이 생겼고, 처음으로 어머니가 생겼지.’
과연 그녀는 알까?
지금 자신의 아들 몸속에 다른 존재가 빙의되어 들어와 있다는 것을.
만약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지금처럼 웃어 줄까?
그것도 아니면 아들을 돌려달라고 말씀하실까?
‘무섭다…….’
무서웠다.
항상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던 그녀의 눈빛이 변하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마수보다.
마족보다.
에이든은 비앙카의 변하는 시선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웠다.
‘언젠가 말하긴 해야겠지…….’
에이든은 알프레도가 정리하고 있는 옷을 복잡한 심정을 담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젠가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중에…… 나중에 준비가 되면 말하자…….’
지금은 차마 말하는 것이 두려웠다.
* * *
“그러니까…….”
다음 날이 아침이 되었을 때, 바루스가 에이든을 찾아왔다.
그가 찾아온 이유는 발광석 때문이었다.
“발광석을 살 귀족이 있단 말이지?”
“네, 그 귀족은 이런 진귀한 물건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수집가입니다.”
수집가.
특이하거나 진귀한 것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인간을 뜻한다.
바루스는 발광석을 팔기 위해서 그 귀족과 접촉했다.
그때, 그가 조건을 내걸었다.
“영주님을 직접 뵙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의 조건은 에이든을 만나는 것이었다.
뭐, 플라워 상단의 상단주가 에이든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감추고 싶다고 해서 영원히 감출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할까요?”
바루스의 말에 에이든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왜 나를 만나자고 하는 거지?”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쁜 의도를 가지고 만나자고 한 건 아닌 거 같습니다.”
“그의 이름은?”
“그는 레이던 라비엘라 백작입니다.”
“레이던 라비엘라 백작?”
“네. 혹시 아십니까?”
“…….”
레이던 라비엘라 백작.
그 이름을 듣자 에이든은 강한 위화감이 들었다.
어디서 들어 본 거 같았다.
‘잠깐만……. 레이던…… 수집가……. 설마…….’
에이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레이던 라비엘라 백작과 수집가를 연결하자 그제야 그의 정체가 떠올랐다.
“설마…… 어둠의 수집가 라비엘라?”
‘멸악의 기사’에서 주인공 일행을 도와주던 조력자 중 한 명이다.
사이코에 이상한 수집욕이 있는 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조차 가리지 않는 미친놈이다.
이쪽에서 절대로 만나서는 안 될 놈!!
“어떻게 할까요? 약속은…….”
“됐어. 안 만날 거야.”
“하지만…….”
“됐어. 그런 미친놈은 안 만나는 게 상책이야.”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한다.
한 마디로 피할 수 있는 똥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뜻이었다.
레이던 백작은 피해야 하는 똥 중 하나였다.
“음…… 영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아쉽군요.”
“응?”
“제가 지금까지 만난 귀족 중에서 그가 가장 비싸게 산다고 했거든요. 발광석 하나에 3만 골드. 그리고 가장 큰 건 10만 골드에 산다고…….”
“…….”
“하지만 영주님께서 그러신다면 어쩔 수 없…….”
“언제가 좋을까?”
“네?”
“그 레이던 백작과 만나는 건 언제가 좋을까?”
“하지만 영주님, 안 만나신다고…….”
“야! 그게 중요해!?”
에이든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돈을 많이 준다잖아! 그럼 만나야지!”
“…….”
“평범한 사이코도 아니고 돈 많은 사이코면 당연히 만나야지! 암! 그렇고말고!!”
욕망이 철철 흘러넘치는 눈빛을 하고 있는 에이든을 보며 바루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볼 때마다 배우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참으로 훌륭한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