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217)
제217화
17화 : 그의 분노
흑마법사, 레이첼은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계획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도박이다.
칼리바이 숲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 자중하고 있어야 할 시기.
이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건, 큰 위험 부담을 떠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마도구를 손에 넣기 위함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 그 마도구는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만 했다.
‘저주받은 성배…… 그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저주받은 성배는 특이하게 생긴 마도구다.
성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효과라고 해봤자 대상을 저주하는 힘을 가진 마도구일 뿐.
하지만 그 마도구의 진가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저주받은 성배는 열쇠다.’
그건 열쇠다.
마계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 중 하나.
저주받은 성배를 사용하면 닫혀 있는 마계의 문을 조금이지만 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마족 소환도 수월해지고 흑마법사의 힘도 더 강해질 수 있다.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흑마법사 쪽에서 저주받은 성배를 찾고 있었지만, 레이던 백작이 먼저 손에 넣었다.
아직 움직이는 건 시기상조라서 조용히 손에 넣으려고 했었다.
그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저주받은 성배를 얻어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에이든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레이첼 님!”
“상황은 어떻지?”
“영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길드도 영지에서 벌어진 일을 수습하느라 정신없는 거 같습니다.”
“좋다. 최대한 시간을 끌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그동안…….”
레이첼은 라비엘라 백작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서둘러야 했다.
‘그 용병들이 얼마나 시간을 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놈이 오기 전에 끝내야 한다.’
레이첼은 저택을 향해 움직였다.
“그동안 우리는 저주받은 성배를 얻는다.”
“따르겠습니다.”
“모든 것은 대의를 위해…….”
* * *
“큭!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용병 길드 마스터, 리엘은 지금 벌어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이다.
하늘을 뒤덮는 엄청난 수의 마법이 동시다발적으로 영지로 쏟아졌다.
화염 기둥이 솟고 검은 번개가 강하게 내리치면서 주변에 있는 건물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리엘 님! 큰일 났습니다! 밖의 건물에 불이!!!”
“젠장, 지금 당장…….”
“리엘 님! 길드에도 불이 옮겨붙었어요!”
“헉!”
길드에도 불이 옮겨붙었다는 말에 리엘은 기겁하며 밖으로 나왔다.
길드 외벽이 불타고 있었다.
그것을 본 리엘은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아, 안 돼!!! 내가 이 길드를 지으려고 얼마를 빌렸는데! 그거 아직 못 갚았다고!!”
대출까지 받아서 겨우 산 집이 불에 활활 타고 있는 모습을 본 집주인의 모습이 이런 것일까?
리엘은 용병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뭐 하고 있어! 얼른 불 꺼야지!”
“하, 하지만…… 진압이 쉽지 않습니다!”
“맞아요! 거기에…….”
용병들은 주변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의와 악의를 느끼며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
-키에에엑…….
-키이이익…….
언데드다.
그것도 엄청난 수의 언데드가 이쪽을 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젠장. 이게 웬 날벼락이야…….”
“리엘 님, 어떻게 할까요?”
용병들은 마스터인 리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리엘의 눈은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내가 이 길드를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아직 대출금도 못 갚았는데!!!’
“뭘 어떻게 해!! 연장 들어!!”
리엘은 다가오는 언데드를 향해 검을 뽑아 들며 온갖 심정을 담아 외쳤다.
“용병 길드 마스터! 리엘의 이름으로 명한다! 이 영지는 우리가 지킨다!”
“알겠습니다!”
“자~! 드가자!!!”
“관짝에 다시 넣어줘라!!”
“죽여!!!”
용병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언데드를 향해 몸을 던지며 공격을 시작했다.
언데드는 용병 길드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영지 이곳저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언데드의 목적은 하나.
영지의 혼란!
“죽여라!”
-키에에엑!
흑마법사의 명령을 받은 언데드는 영지민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 이놈들! 내 가족은 절대 못 건드린다!!”
한 남자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농기구를 들며 언데드에게 맞서고 있었다.
하지만 언데드는 제대로 훈련을 받지 않은 이가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크으으윽…….”
-키에에엑!
언데드의 공격을 어떻게든 막고 있지만, 결국 농기구가 부러지고 말았다.
“아…….”
‘죽는다.’
남자는 황급히 몸으로 가족을 보호했다.
죽더라도 마지막까지 가족을 지키고 말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는 행동이었다.
분했다.
‘나에게 힘이 있었다면…….’
가족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이럴 줄 알았다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뭔가 하나라도 배웠어야 했는데.
후회감이 밀려들었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가족만이라도…….’
언데드는 흑마법사의 명령에 눈앞에 있는 존재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죽음을 직감한 남자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당신은…….”
흰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의 거대한 등을.
검으로 언데드의 공격을 막고 있는 알폰스는 불쾌하다는 듯이 얼굴을 구겼다.
“감히 언데드 따위가…….”
알폰스의 검이 움직였다.
그러자 남자가 아무리 공격해도 꿈쩍하지 않았던 언데드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괜찮나?”
“아…… 네! 구,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치진 않았고?”
“네…….”
“훌륭하다.”
“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용맹스럽게 싸우는 너의 모습은 마치 기사처럼 멋졌다.”
“저는…… 한 게 없는걸요.”
“한 게 없다니.”
알폰스는 웃으며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의 뒤쪽에 무사히 있는 그의 가족을 보며 말했다.
“너는 훌륭하게 가족을 지키지 않았나? 네가 용감하게 맞서지 않았다면 네 가족들이 저렇게 무사할 거 같았나?”
“…….”
“너의 그 용기가 있었기에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분노하지 않아도 된다.”
“크흡…… 감사합니다.”
“이제 가족들과 피해라. 최대한 안전한 곳에 숨어 있어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가족을 챙겨 최대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알폰스 님.”
“카덴.”
카덴은 알폰스와 함께 있었다.
그는 구원자 칭호로 인해서 언제, 어디서든 소환이 가능했기에 에이든이 소환해 놨다.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알폰스는 아직도 한참 남은 언데드를 바라봤다.
이들은 에이든의 명령을 받았다.
‘알폰스와 카덴, 너희는 영지에서 사람들을 도와라.’
‘하지만 영주님, 너무 위험합니다! 저희는 영주님의 기사입니다. 그러니…….’
‘아니. 이대로 가면 영지민들의 피해가 너무 커져. 너희가 지켜야 해.’
‘영주님…….’
‘할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영주님의 명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믿고 맡긴다.’
에이든이 왜 그러한 명령을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왕의 명령이다.
기사는 왕의 검.
거기에는 의지는 필요 없었다.
왕이 시키는 대로 그저 적을 베면 되는 일이었다.
“적을 벤다. 그것만 하면 된다.”
“하하하, 이거 참 옛날 생각나는 거 같은데요?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잖아요.”
“그랬지.”
우웅.
둘의 검에서 강렬한 요력이 피어올랐다.
오랜만에 느끼는 전장의 감각.
타오르는 건물과 살의로 가득 찬 적.
옛날의 전장을 연상케 하는 상황 때문인지 고양감이 차오르는 거 같았다.
“감히……. 우리들의 계획을 방해하다니! 죽여버리겠다!!!”
흑마법사의 거센 외침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엄청난 수의 언데드가 둘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바퀴벌레처럼 득실거리는 언데드를 보며 두 기사는 침착하게 검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알폰스는 아스트로 스텝을 밟았다.
알폰스의 신형이 땅으로 꺼지듯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흑마법사와 거리를 좁혔다.
“헉! 시, 실…….”
“늦어.”
당황한 흑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섬광처럼 휘둘러진 알폰스의 검은 흑마법사의 목을 벤 후였다.
툭.
흑마법사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순식간에 동료가 당한 모습을 본 흑마법사들은 당혹스러운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동시에!
그들은 느낄 수 있었다.
알폰스에게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힘을!
엄습해 오는 공포감에 손끝이 떨려왔다.
‘강하다…….’
‘우,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우린…….’
흑마법사들은 공포에 몸이 잠식되는 거 같았다.
이번 계획을 실행하며 흑마법사들은 자신들이 사냥하는 사냥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폰스를 마주하는 순간 깨닫고 말았다.
‘아…… 우리는 사냥꾼이 아니구나…….’
‘우리도 저 인간의 앞에서는 사냥당하는…… 사냥감이구나…….’
공포에 흔들리는 눈동자.
그런 이들을 보며 알폰스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건 학살이 아니다.”
흑마법사를 보는 알폰스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우면서 인간이 아닌 벌레를 보는 것처럼 혐오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그가 선언하듯 말했다.
“박멸이다.”
* * *
“큭…….”
한스는 저택에 침입한 흑마법사를 상대하고 있었다.
흑마법사는 이번에는 작정했는지 무섭게 몰아치면서 공격을 퍼부었다.
쏟아지는 마법.
평소의 그라면 근육으로 그냥 무시했겠지만.
“꺄아악!”
“쯧.”
이번엔 그럴 순 없었다.
그는 마법을 버텨낼 수 있겠지만, 훈련을 받지 않은 레일라는 불가능했다.
“후우웁!”
한스는 마나 피스트를 사용해 마법을 쳐내고 쳐낼 수 없는 마법은 몸으로 막았다.
그 모습을 본 흑마법사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 저런 미친놈이 다 있지?”
“마법을 어떻게 근육으로…….”
공격 마법은 근육으로 막고 저주 마법은 강철 같은 정신력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해낼 수 없는 기예를 그는 벌써 몇십 분째 해내고 있었다.
“괴물 같은 놈!!”
흑마법사는 마법을 쏟아부었다.
놈은 강하긴 하지만, 뒤에 있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
흑마법사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레일라만을 노려서 공격하고 있었다.
“쿨럭…….”
한스는 피를 토했다.
만약 그가 혼자였다면 흑마법사의 대가리를 깨부수는 것쯤은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일라를 두고 움직일 순 없었다.
‘나는 용병 한스가 아니라…… 경비대 대장…… 한스다…….’
용병이었던 한스였다면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경비대 대장인 한스는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경비대는 그 ‘소수’를 지켜야 하는 존재.
“설사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분은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한스 님…….”
주변의 기사들도 한스를 돕고 싶었지만, 마법에 당해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죽어라! 다크 파이어 스피어!”
흑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했다.
검은 화염을 두른 창의 공격.
그 압도적인 화력은 멀리 있음에도 살이 익어버릴 거 같았다.
아무리 한스라고 해도 지금의 몸 상태로 정면으로 저 공격을 받는 건 위험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지킨다.’
그것이 경비대 대장인 한스가 내린 각오였다.
검은 화염의 창은 그러한 각오를 굳힌 한스를 단숨에 집어삼킬 기세로 뻗어왔다.
한스는 팔을 교차하며 최소한 레일라라도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
그때였다.
카가가가각!
갑자기 나타난 검은 벽이 흑마법사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건…….”
본 기억이 있다.
검은 벽은 흑마법사의 공격을 막더니 이내 빠르게 분해되어 한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검은 갑옷을 입은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를 확인한 한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검은 갑옷을 입은 존재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영주님!”
에이든은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서 있는 한스를 보며 잔뜩 얼굴을 구겼다.
“한스. 수고했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 너는 해야 할 일을 했지. 그러니 이번엔…….”
에이든은 저택을 습격한 흑마법사를 보며 살기를 피웠다.
한스는 에이든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 소중한 존재다.
그런 한스의 상처를 보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한스는 레일라를 훌륭하게 지켰다.
주변을 보니 기사들도 숨을 쉬고 있었다.
아마 한스가 지킨 것이리라.
그는 자신이 맡은 임무를 훌륭하게 해냈다.
그러니…….
“이번엔 내가 할 일을 해야겠지.”
에이든은 서슬 퍼런 눈빛을 흑마법사에게 보내며 말했다.
“꼼짝 마라. 움직이면 죽는다.”
“…….”
“…….”
섬뜩한 살기가 바늘처럼 피부를 찌른다.
강렬한 공포감에 흑마법사는 석화 마법이라도 맞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였다.
서걱.
섬뜩한 절삭 음과 동시에 흑마법사의 목이 잘려 나갔다.
흑마법사의 눈빛에 ‘왜?’라는 의문이 가득 담겼다.
그런 흑마법사를 보며 에이든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장이 움직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