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223)
제223화
23화 : 악마의 거래!
“아…….”
“이젠 우리는 어떻게 하지?”
라비엘라 영지의 영지민들은 넋 놓고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마치 조금 전 있었던 재앙은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티 없이 맑았다.
먹구름이 낀 영지민들의 마음과는 반대로 말이다.
“하아…….”
“내가 저 상점을 어떻게 차렸는데…….”
영지민들은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었다.
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곧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집이 무너지고.
힘들게 마련한 가게가 불에 타 사라졌다.
농사를 위해서 갈아 놨던 땅도 흑마법사의 참혹한 공격에 엉망이 되었다.
꿈이 무너졌다.
당장 내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뭐 먹고 살아야 하나…….”
“엄마…… 우리 집은 어떻게 해?”
“오늘은 어디서 자야 하는 거지…….”
미래가 어둡다.
이제 막 군대에 입대한 훈련병의 미래보다 참담한 현실에 영지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그래도…… 영주님이 도와주신다고 했잖아.”
“맞아. 영주님이 우리를 버릴 리가 없어.”
몇몇 영지민들은 힘겹게 희망회로를 돌리며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상황을 보려고 했다.
“하…… 영주님이 도와줘 봤자지…….”
“맞아. 도와준다고 해도 그게 언제가 될지 어떻게 알아.”
“생각을 해 봐. 그럼 그동안 우리는 뭘 먹고 살아야 하는데? 당장 내일 먹을 것도 없는데…….”
“오늘은 어디서 자야 하나…… 여관도 박살 났던데…….”
옆에서는 불행회로를 맹렬하게 불태우고 있는 이들이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다.
미래가 안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망연자실하며 영지에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우우우웅.
그때였다.
빛무리가 열렸다.
갑자기 허공 중에 생겨난 빛무리에 라비엘라 영지민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건 뭐지?”
“저게 뭐…….”
혹시 흑마법사의 공격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던 걸까?
몇몇 영지민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빛무리를 보고 있었다.
빼꼼.
“어?”
“저게 뭐야!?”
영지민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빛무리에서 작고 귀여운 아이가 빼꼼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주위를 몇 번 둘러보더니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곤 다시 빛무리 속으로 쏙! 하고 사라졌다.
그렇게 잠시 후.
삐익-! 삐익!
요란한 호각 소리와 함께 빛무리에서 작업복을 입은 요정들이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상에…… 저것 좀 봐.”
“요정? 진짜 요정인가?”
“엄마! 요정이야! 동화책에서 봤던 요정!”
“저, 정말이구나…… 요정이네…… 요정이야…….”
갑작스러운 요정의 출현에 영지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자기 요정이라니.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에 영지민들은 멍하니 요정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의 시선이 어떻든.
요정들은 상관없다는 듯이 자기 할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날개를 파닥였다.
파닥파닥!
삐익- 삐익!
호각 부는 요정이 손짓하자 요정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빛무리 안쪽에서 건축 자재를 꺼내왔다.
그러고는 라비엘라 영지에 있는 넓은 공터에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뚝딱뚝딱!
딱딱딱!
뚝딱!
갑자기 시작된 건물 건축.
그 광경에 영지민들은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했다.
동화, 문헌에서나 보던 요정이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갑자기 그 요정이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뚝딱뚝딱!
놀라운 건, 건물을 짓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었다.
수십에 달하는 요정이 일제히 달려들어서 건물을 짓자, 번듯한 건물이 순식간에 형태를 갖추며 완성되었다.
고작 5분.
건물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걸린 시간이다.
“건물이…… 5분 만에?”
“에이…… 말도 안 돼. 어떻게 건물을 5분 만에 지어! 이거 날림 공사한 거 아니야?”
한 영지민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건물을 툭툭 쳐보면서 내부도 살펴봤다.
최근 건물의 안전은 믿을 수 없었다.
“최근 내가 아는 친구가 집을 샀는데 건축가 길드에서 비용 절감하겠다고 자재 몇 개 빼서 지어서 무너져 다쳤다고. 이것도 그런 식으로 지은 거 아니야?”
건축가 길드의 공사 비용 횡령은 왕왕 있는 일이었다.
그의 친구도 그런 식으로 당해서 크게 다친 적이 있었기에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은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튼튼하게 지어졌다.
내부도 깔끔하고 들어가면 포근함까지 느껴질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졌다.
삐익! 삐익!
파닥파닥!
“어억!? 왜, 왜 그래!? 왜 날 그렇게 노려보는 건데!?”
쒸익쒸익!
요정들이 분노를 담아 날카로운 시선으로 영지민을 노려보고 있었다.
화났는지 잔뜩 성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에 옆에 있던 영지민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네가 날림 공사라고 해서 화난 거 아니야?”
“……진짜?”
“생각을 해봐. 네가 힘들게 일했는데 그게 날림이라고 하면 얼마나 빡 치겠어.”
그 말에 영지민은 곧바로 머리를 박았다.
“못 믿어서 죄송합니다!”
삐익-!
호각 부는 요정은 그의 빠른 사과에 기분이 풀린 듯 호각을 불며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넓은 영지.
무너진 건물과 부서진 도로.
전부 수리해야 할 대상이었다.
삐익…….
조금 많다.
요정들도 앞으로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건지 파닥이는 날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파닥…… 파닥…….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입금은 되었다.
돈을 받았으면 그에 걸맞은 일은 해야 하는 법이었다.
맡은 바의 임무는 제대로 한다.
삐익!
파닥파닥!!
요정들은 그렇게 바쁘게 영지를 날아다녔다.
* * *
뚝딱뚝딱!
딱딱딱!
파닥파닥!
라비엘라 영지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십, 수백에 이르는 요정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열심히 건물을 고치고 있었다.
“허어…….”
“세상에…….”
“…….”
레이던 백작, 레일라 그리고 베일리는 영주의 저택에서 그 광경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저택에서 그나마 멀쩡한 응접실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정말 요정이…….”
“페어리 프린세스라는 말은 들었지만, 요정이 이렇게 도와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헤스티아 영지에서 요정이 날아다니는 걸 보긴 했지만…….”
대단했다.
신비로운 존재가 직접 건물을 고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파닥파닥.
그런 응접실로 요정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요정의 등장에 레이던 백작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여기에……?”
요정은 두리번거리면서 응접실을 훑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일라가 입을 열었다.
“견적을 내는 거 같은데요.”
“견적?”
“네. 저 눈빛을 봐요. 완전히 사무적이잖아요. 여기 어딜 수리해야 할지 그걸 보는 거 같은데요.”
“…….”
레일라가 말한 대로일까?
요정은 그렇게 몇 번인가 훑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밖으로 나갔다.
요정이 나가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여기에 계셨군요.”
에이든이 찾아왔다.
남의 돈으로 현질해서 그런지 무척이나 상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이든 경 왔군.”
“에이든 님, 오셨네요.”
“오셨습니까.”
셋은 에이든을 반갑게 맞이했다.
레일라는 에이든의 뒤를 살폈다.
“저…… 그런데…… 한스 님은?”
“한스? 아! 지금 훈련장에 있지.”
“훈련장에요?”
“흑마법사의 공격으로 엉망이 된 그곳을 정리해야 한다고…… 하는 김에 근육 좀 조지러…….”
“크흠, 저 잠시 급한 볼일이 생겨서요.”
레일라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쏜살같이 어디론가로 뛰어갔는데 말하지 않아도 그녀가 어디로 갈지는 뻔했다.
“……레일라…….”
“영주님…….”
레이던 백작은 백작 영애답지 않게 흐흐흐…… 거리며 달려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애처롭게 손을 뻗었다.
베일리는 그런 레이던 백작을 조심스럽게 위로했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 합니다. 그리고 가주직 인계는 되도록 늦게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저런 상사는 싫다고.
충심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그는 입에 담았다.
“그나저나 상황은 어때요?”
에이든이 여유롭게 앉으며 묻자 레이던 백작은 표정을 고치며 말했다.
“나쁘지는 않네. 한스 경이 잘 지켜 준 덕분에 병사들 중에서도 죽은 사람은 없고.”
“영지는요?”
“다친 사람은 많지만, 죽은 사람은 적습니다.”
“그래도 죽긴 했다는 거네요?”
“어쩔 수 없는 일이네.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난 것이 감지덕지한 셈이지.”
맞는 말이다.
그 정도 규모의 습격이었다.
영지가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사상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적었다.
이는 기적이었다.
“자네 덕분이네.”
“감사 인사는 많이 들어서 이제 괜찮습니다.”
“하하하. 그런가? 아무튼, 이번 일로 피해 입은 이들을 지원할 생각이네. 대대적으로 장례도 치러야 하고.”
그는 영지를 내려다봤다.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래도 요정들 덕분에 영지가 빠르게 정리되고 있군. 만약 건축가 길드에 의뢰했다면 몇 달은 걸렸을 텐데…….”
“요정들이 일은 잘하죠. 걱정하지 마시고 맡겨 주시면…….”
-크어어어엉!
그때였다.
창문 밖으로 거대한 돌 골렘이 몸을 일으키더니 땅을 뒤엎기 시작했다.
무지막지하게 뒤엎는 바람에 돌덩이가 이곳저곳으로 튀어서 영지가 한바탕 난리가 났다.
“…….”
“…….”
레이던 백작과 베일리는 너무 놀라 굳은 듯이 그것을 보고 있었다.
에이든은 어색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미친 노옴들…….”
“저것도 괜찮은 건가?”
“크흠…… 괜찮습니다. 저희 영지에서도 몇 번인가 저랬거든요.”
“몇 번이나……?”
그럼…….
저런 일이 앞으로도 몇 번이나 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왜일까.
저것을 보고 있으니 요정들에게서 강한 인간미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흑마법사들이 뭘 노리는지 아시겠습니까?”
에이든은 화제를 돌렸다.
그 말에 레이던 백작은 정신을 차렸다.
“아, 흑마법사 놈들이 노리는 거 말인가?”
“네, 놈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공격했을 리가 없잖아요. 이번 공격은 놈들에게도 도박이었을 거예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도박.”
반드시 이겨야 하는 도박.
흑마법사들은 승리를 위해 주사위를 굴렸지만, 그 도박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레이첼도 죽었고, 흑마법사도 대량으로 잃었지.’
레이첼은 흑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오리지널 마법을 만들어낼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원작에서도 제법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캐릭터였다.
그런 레이첼이 일찌감치 죽었다.
그렇다면.
‘칼리론 영지의 대습격도 없는 일이 되고, 세계에 퍼지는 전염병도 사라지는 건가?’
원작에서 레이첼이 벌인 악행이다.
하지만 레이첼은 죽었으니 원작에서 나왔던 일들은 더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 도박을 흑마법사들이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렇겠지. 아마도 내가 수집한 마도구 중에서 놈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었나 보지.”
“아마 레일라가 쓰러진 것도 흑마법사들의 계획일 수도 있겠네요.”
“……내 딸을 이용해서 원하는 마도구를 얻어내려고 했던 것인가…… 빌어먹을 놈들…….”
레이던 백작은 분노에 이를 악물었다.
놈들 때문에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아무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마탑에 의뢰할 생각이네.”
“나쁘지 않네요.”
마탑이라면 흑마법사들이 무엇을 위해 습격했는지 알아낼 수 있을 터.
충분했다.
그에 슬슬 눈치를 보고 있던 에이든은 적당히 각을 잡고 입을 열었다.
입을 털 시간이다.
“그런데 어찌 되었든 상황은 잘 마무리가 되었네요.”
“응? 그렇지.”
“만약 제가 없었다면 레일라도 못 고쳤을 테고 수많은 영지민이 죽었겠죠.”
“아무래도…… 그렇겠지. 자네에게 감사하고 있네.”
“마음만?”
“응? 뭐라고?”
“아뇨…… 감사라는 것이 좀 그런 게 있잖아요. 보이지 않는 마음보다 뭐랄까…… 눈에 보이는 그런 게 좋지 않을까요?”
“…….”
에이든의 말에 레이던 백작은 그 속에 무언가 숨겨져 있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귀족이다.
귀족끼리 이런 식으로 에둘러서 하는 대화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덕분에 눈치가 빨랐다.
“……뭘 바라고 있는 건가?”
“예? 제가 바라다뇨,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냥 뭐 그렇다는 거죠. 이 영지를 수리하는 것도 원래라면 몇 달이나 걸릴 것을 며칠 만에 끝낼 수 있게 된 것도 제 덕분이긴 하지만…… 그것 덕분에 돈을 많이 아끼셨죠?”
“시간과 돈을 많이 아끼긴 했지…….”
“그에 비해서 제가 파는 발광석 값은 새 발의 피겠구나……. 라는 생각이……. 아하하하, 갑자기 들어서요.”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말하는 에이든을 보며 레이던 백작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싸늘한 식은땀을 느낄 수 있었다.
에이든이 뭘 원하는지 이제 알 거 같았다.
“……기존 값의 두 배는 어떤가.”
“에이~ 제가 뭘 원해서 이런 말을 꺼낸 건 아닙니다. 양심이 있지.”
“세 배…….”
“흐음…… 세 배라…… 레이던 백작님이 영지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겠습니다.”
은근한 시선을 보내는 에이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베일리는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흑마법사와는 다른 섬뜩함이 느껴졌다.
‘눈빛이…… 눈빛이 이상하다……!’
옆에서 보고 있는 자신이 이럴 정도인데 당하는 당사자는 어떤 느낌일까.
레이던 백작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손가락을 폈다.
“다섯 배! 거기에 내가 아끼는 마도구도 몇 개 얹어주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이든은 레이던 백작의 손을 맞잡았다.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계속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죠!”
“……그런가.”
“주신다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런데 일이 끝나서 그런지 배가 슬슬 고픈데…… 식사라도 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래…… 가지…….”
레이던 백작은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에이든에게 끌려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 뒷모습을 보며 베일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악마 같은 놈을 끌어들이고 말았구나…….’
악마와 거래하고 말았다.
하지만 후회하기에는 너무 멀리 오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은 베일리는 조용히 식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