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24)
제24화
24화 : 불청객(1)
“후우, 정말 멀군.”
카릴 레이반 남작.
그는 오랫동안 마차를 타고 이동해서 그런지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쯧, 정말 내가 어쩌다가 이런 역할을…….”
목적지는 마수의 숲과 인접한 영지.
그곳은 가문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죽일 수 없어 보내는 유배지요.
마수에게 죽으라고 보내는 사형 집행지.
혹은 유령의 영지라고 불리는 헤스티아 영지였다.
벌써 2주일이나 넘게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으니, 여간 죽을 맛이 아니었다.
좋은 마차를 준비해도 엉덩이는 아프고, 슬슬 멀미도 나는 거 같았다.
“쓰읍, 이러다가 다시 치질이 도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그도 오고 싶지 않았지만, 사론톤 가문에서 요청이 들어왔기에 무시할 수 없었다.
세실리아의 요청이 아닌.
세실리아의 아들.
현 사론톤 가문의 후계자 중, 가주의 자리에 가장 가까운 유다 사론톤의 지시다.
이제 25살의 나이로 최상급의 경지에 올라, 마스터의 문턱을 밟은 세기의 천재.
그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놈이 감히…….”
카릴 레이반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놈의 말을 듣고 움직이는 게 꺼림칙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훗날 그가 가주가 될 것을 대비해서 이런 식으로 연줄을 만들어 놔야만 했다.
‘그 유배지에 가서 그놈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봐 줄 수 있나? 어머니가 그쪽의 그림자를 다 치워서 말이지.’
그는 에이든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게 궁금한 모양이다.
‘에이든 사론톤.’
사론톤 가문의 문제아.
최강의 마스터, 아벨 사론톤의 피를 이었음에도 아무런 재능도 가지지 못한 무능한 사생아.
세실리아와 아벨의 거래로 유배지인 헤스티아 영지의 영주로 임명되었다고 했다.
“그런 무능아가 영주라니, 나는 제대로 된 영지조차 없건만.”
카릴 레이반은 푸념 어린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모든 귀족이 영지를 가지는 건 아니었다.
땅은 한정되어 있고, 귀족은 많았기에 영지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실적을 쌓아야 했다.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든.
혹은 돈으로 사든.
‘그것도 아니라면, 영지를 가진 귀족에게 영지전을 걸어 뺏는 방법도 있지.’
딸그락.
그가 가지고 있는 주머니에서 금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대금화 50개.
이는 사론톤 가문에서 헤스티아 영지에 보내는 지원금이다.
다수의 영지를 가진 귀족 가문은 왕국법에 따라 자신의 영지에 최소한의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영지를 포기한다고 왕국에서 받아들여 영지를 몰수당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론톤 가문은 헤스티아 영지를 유배지로 쓰기 위해 이런 식으로 최소한의 지원만 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가문의 전령을 이용해서 보냈겠지만, 이번엔 내가 가게 되었으니.’
“후우, 내 신세야. 이 나이에 나보다 한참 어린놈의 명령을 듣고 움직여야 하다니.”
그는 암울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그래도 이번 일을 잘 끝내고 돌아간다면, 유다 사론톤의 줄을 잡을 수 있으니, 나쁜 건 아니었다.
그때였다.
덜컹!
마차가 갑자기 멈췄다.
“크윽! 뭐야!”
-푸히이이이잉!!
마차가 급정거하는 것과 동시에 밖에서 다급한 소음이 들린다.
언뜻, 고용했던 용병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마수다!”
“하운드야!!”
“제길, 마수의 숲 근처라고 벌써 마수가…….”
“마차를 지켜라!”
마수의 습격이다.
확인을 위해 카릴 레이반이 문을 열려고 하자, 용병이 쾅! 하고 닫았다.
“나오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쿵!
하운드와 용병들이 전투를 시작했다.
-아우우우우우!
하운드의 하울링이 강하게 울려 퍼진다.
동시에 카릴 레이반은 전신이 떨려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수가 품은 마력은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으으으……. 내, 내가 이래서 오고 싶지 않았다고!”
마수의 숲 근처에만 오면, 마수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다.
숲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안심할 순 없었다.
영역을 벗어나, 밖에 자리를 잡은 마수도 존재하기에 조심해야만 했다.
보통 잘 정돈된 길로 다니면, 마수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릴 레이반은 한시라도 빨리 일을 끝내고 싶어 길을 무시하고 일직선으로 왔다.
그 때문에 마수의 영역에 들어오고 말았다.
카앙! 깡!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커엉!
“이놈! 감히 우리가 누군지 알고!”
용병들은 최선을 다해 하운드를 막아 냈다.
하운드가 아무리 하급 마수라고 할지라도 마수는 마수!
-아우우우웅!
하운드가 하울링을 울리자, 용병들은 크게 흠칫! 몸을 떨었다.
마력에 의해 자극되는 공포는 쉽게 떨쳐 낼 수 없었다.
알고 있지만,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큭!”
하운드의 날카로운 발톱에 용병은 팔뚝에 큰 상처를 입고, 무기를 떨어트렸다.
한 명이 무너지자, 차츰 다른 용병들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이런 의뢰 안 받는 건데…….”
“어쩐지……. 단순 호위에 의뢰금이 많다 했더니…….”
용병들의 얼굴에 절망감이 드리워졌다.
손쉬운 호위 임무라 생각했다.
헤스티아 영지에 간다는 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조심만 하면 된다 생각했다.
조사에 의하면 헤스티아 영지로 향하는 유일한 상단이 있는데, 그 상단은 항상 무사했다고 했다.
그래서 괜찮겠지 했는데.
‘서두르다가 길을 이탈한 것이 문제구나! 빌어먹을 귀족 놈!’
“저놈이 재촉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크르릉…….
50마리의 하운드 무리가 침을 흘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패색(敗色)이 짙어졌다.
수가 너무 많았다.
마수에 대해서 듣기만 했지, 직접 싸운 건 이번이 처음이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마수의 마력은 사람의 공포를 자극한다고 했지. 그것만 잘 알고 있었다면…….’
자신은 잘 빠져나왔지만, 다른 용병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밀리고 말았다.
“빌어먹을…….”
“다들 정신 차려라!”
“헉! 오, 온다!!!”
날카롭게 이빨을 세우며 달려드는 하운드를 보곤, 용병들은 질끈! 눈을 감았다.
“쏴!!!”
그때였다.
어디선가 들려온 외침과 동시에 깨갱! 하고 마수의 비명이 들렸다.
눈을 감았던 용병이 눈을 떴다.
그런 그의 눈에 비친 건, 옆구리에 화살이 꽂혀 고통에 발버둥 치고 있는 하운드였다.
“이건…….”
그는 고개를 돌려 외침이 들렸던 곳을 쳐다봤다.
20명의 병사와 5명의 기사.
선두에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검을 들고 있었다.
선두에 선 남자는 하운드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전방에 하운드 무리 50마리! 알고 있겠지! 5마리 조기 퇴근! 10마리는!!”
“훈련 면제!!”
“우오오오!”
“오늘 일찍 들어간다!”
“50마리밖에 없다!! 다 내 거야!!!”
병사들의 사기가 더없이 높아졌다.
강한 기세를 내뿜는 인간을 보며, 하운드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아우우우웅!
사람의 공포를 자극하는 마력을 담은 하울링이 강하게 울려 퍼졌다.
“크윽!”
“컥!”
불시에 당한 공격에 용병들은 몸을 떨었다.
형용할 수 없는 강렬한 공포감이 치밀어 오른다.
오금이 저리는 감각.
이것이 마수.
왜 모두가 마수의 숲을 조심하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 거 같았다.
몬스터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거라면, 저 병사들도…….’
그런 용병의 생각과는 다르게 병사들의 돌진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오오오오!”
“죽어!”
“훈련 면제!”
공포 따위!
훈련 면제에 눈이 돌아간 병사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광기가 느껴졌다.
섬뜩한 광기가!
‘뭐, 그것만 있는 게 아니지만.’
마수 사냥, 퀘스트를 통해서 얻은 스킬의 효과였다.
[건물주의 의지]그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고고하며, 그 의지는 절대로 꺾이지 않는다.
그것은 고귀한 이상을 가졌으며, 그것은 절대로 꺾이지 않으리.
그것이야말로 왕이 걸어야 할, 왕도(王道)다.
건물주가 존재하는 반경에 들어온 임차인의 모든 능력치가 상승한다.
건물주가 존재하는 이상,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차인의 정신은 꺾이지 않는다.
건물주인, 에이든이 존재하는 이상, 병사들에게 정신 계열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어디까지 보호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공포는 그냥 씹네.’
에이든은 아군에게 정신 계열 상태 이상 면역을 부여하는 토템이었다.
-컹……!?
하운드도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늦었다.
이미 지척까지 접근해서 검을 휘두르는 병사의 공격에 대응하기엔 그들의 기세가 너무 날카로웠다.
휘익!
서걱!
병사가 휘두르는 검에 하운드의 다리가 손쉽게 잘렸다.
“엉?”
다리를 자른 병사는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전과 느낌이 달랐다.
마수의 숲에서 싸울 땐, 다리를 베려고 해도 뼈는 베지 못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수월하게 베었다.
‘뭐지?’
심지어 하운드의 공격이 눈에 보였다.
이전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공격도 지금은 여유롭게 받아넘길 수 있었다.
‘왜?’
그런 의문을 가진 건 그 혼자만이 아니라는 듯, 다른 병사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지어 두렵지 않았다.
긴장감은 가라앉고, 마음은 고요했다.
병사의 검 끝에는 떨림이 없었다.
검 끝에 흔들림이 없으니, 휘두르는 검에는 힘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결과.
서걱!
검술의 위력이 오른다.
“쇠뇌! 장전! 쏴라!”
“쏴!”
푸슉! 푸슉!
에이든의 명령에 병사들은 빠른 속도로 하운드를 처리했다.
그 모습을 본, 용병들은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되는 광경.
저들의 행색을 봐서는 분명 헤스티아 영지에서 나온 병사들일 터.
‘헤스티아 영지에 저렇게 강한 병사들이 있던가?’
‘강하다. 마수를 상대로 무섭지 않나?’
그러는 동안, 50마리의 하운드는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으하하하! 나 5마리 잡았다! 오늘 퇴근~ 아들아~ 기다려라~ 아빠가 간다!”
“제길! 난 한 마리 부족해!”
“큭……. 7마리……. 훈련 면제받을 수 있었는데…….”
병사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동안, 에이든은 마차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누, 누구냐!”
“넌 누군데?”
“나, 나는 카, 카릴 레이반 남작이라고 한다! 넌 누구냐! 이름을 밝혀라!”
“나? 나는 에이든이라고 한다.”
“에이든……. 에이든이라면……. 헉, 설마 나를 구하러 온 건가?”
카릴 레이반은 엉뚱한 오해를 했다.
혹시 에이든이 위험에 빠진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닌지!
에이든이 손을 뻗자, 감동받은 카릴 레이반이 그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의 손은 엉뚱하게 허공을 갈랐다.
“응?”
에이든의 목적은 넘어진 그를 일으키기 위함이 아니라, 요란하게 흔들리는 통에 떨어진 금화 주머니였다.
열어 보니, 대금화 50개가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카릴 레이반이 타고 있는 마차는 사론톤 가문에서 사용하는 마차였다.
이 시기에 그런 마차가 오는 이유는 하나.
‘지원금!’
원작 내용에 따르면 전령이 와야 했겠지만.
‘왜 이놈이 온 건지 모르겠지만.’
원작 내용이 조금 변한 듯하나, 그건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예상은 했으니까.
‘원래라면 죽었어야 할 우리가 살아 있잖아. 렉스도 일찌감치 쫓아냈고.’
원작은 틀어졌다.
원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원작대로 흘러가게 했겠지만.
‘미쳤어? 내가 살아남는 게 우선이지. 뭐, 중요한 것만 안 건드리면 돼.’
“……에, 에이든 님?”
“금화는 무사하네. 다 됐다! 이제 돌아간다!!”
“……에, 에이든 님!?”
“가자! 마수 사체는 다 챙기고!”
“저기!!”
카릴 레이반이 무어라 말을 꺼낼 틈도 없이, 에이든은 정말 금화 주머니만 챙기고 돌아갔다.
그에 황당한 카릴 레이반은 마차에서 내렸다.
병사들은 마수 사체를 지붕 없는 마차에 싣고 있었지만, 에이든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그랬다.
그는 카릴 레이반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내 금화 주머니를 구하러 온 거였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