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25)
제25화
25화 : 불청객(2)
“세상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카릴 레이반은 서둘러 움직여, 헤스티아 영지에 도착했다.
영지에 도착한 이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배지라고 알려진 헤스티아 영지.
소문에 의하면 이미 마수에 의해서 망했다고 알려진 영지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인식에서 헤스티아 영지는 몰락한 유령 영지쯤 되었다.
그랬는데.
“목책이 엄청 높은데?”
“와우……. 이 정도면 어지간한 충격에도 꿈쩍 안 할 거 같은데?”
헤스티아 영지는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곧 무너져 내릴 거라 생각했던 영지의 목책은 태산처럼 높게 솟아, 거대한 벽을 보는 거 같았다.
보고 있으면 웅장함과 더불어 강한 위압감까지 들 정도였다.
‘뭔가 다르다.’
카릴 레이반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받은 서류에 적힌 내용과 너무 달랐다.
영주 대리인인 렉스의 횡령으로 헤스티아 영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운 상태라고 했다.
한데, 목책을 봐라.
‘어떤 마수가 와도 저 목책은 절대 못 뚫을 거 같은데?’
그는 영지가 없는 귀족이라,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했고, 수많은 목책을 봤다.
목책인 곳도 있고.
성벽인 곳도 있다.
하나, 그 어디를 비교해도 헤스티아 영지의 목책보다 좋은 곳은 본 적이 없었다.
‘다르다! 확실히 뭔가 있어!’
“확인……. 확인해야 해!”
그는 마부를 재촉했다.
“뭐 하고 있느냐? 얼른 들어가라!”
“그, 그러고 싶지만…….”
마부는 난감해했다.
“누군가가 막고 있어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마, 말 그대로입니다, 남작님. 어, 어떤 남자가 저희 마차를 막고 있어서…….”
“감히 어떤 놈이!!”
마부의 말에 카릴 레이반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그의 노기 담긴 외침에 마부는 몸을 떨었다.
그러곤 마차를 막은 남자에게 황급히 말을 건넸다.
“이, 이보게! 빨리 비키게! 자네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이 마차에는 무서운 사람이 타고 있네! 잘못하면 경을 칠 수 있어!!”
마부는 카릴 레이반에게 오랫동안 고용되어 있었기에 그의 성격을 잘 안다.
성격이 개차반이다.
이전에는 지나가다가 자신을 쳐다봐서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평민을 폭행했었다.
경비대에 붙잡히긴 했지만, 카릴 레이반은 귀족이라는 이유로 풀려났고.
폭행당한 평민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야만 했다.
계급 사회에서 평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귀족을 이길 수 없었다.
“자네 어서!”
“이놈!”
결국, 카릴 레이반이 마차에서 내리고 말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걷는 그의 걸음에서 분노가 느껴질 정도였다.
“어떤 놈이 나의 마차를 막는단 말이냐! 감히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그렇게 분노를 터트리며 마차에서 내린 카릴 레이반.
그는 마차에서 내리고 나서야 마차를 막아선 이를 볼 수 있었다.
그를 보는 순간, 카릴 레이반은 말문이 턱, 하고 막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끝까지 솟았던 분노가 삽시간에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잘 조절되지 않던 분노가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조절이 잘 되는 순간이었다.
그에 그는 잘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달싹였다.
“넌……. 누구냐?”
“난……. 아니, 저는 헤스티아 영지의 경비대 대장을 맡은 한스라고 합니다.”
“……경비대 대장?”
“그렇습니다.”
“…….”
카릴 레이반을 포함해 주변에 있던 용병들도 표정이 벙쪘다.
그의 얼굴과 몸을 본다면 절대 그쪽 계열의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 드넓은 승모근과 오우거의 일격조차 가볍게 튕겨 낼 듯한 넓은 대흉근을 봐라.
저게 인간의 근육인지, 몬스터의 근육인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지! 정신 차려라! 카릴 레이반!’
카릴 레이반은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상대는 경비대 대장이고 자신은 남작이다.
좀……. 아니, 많이 무섭게 생기긴 했지만, 귀족인 자신이 고작 평민에게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크흠, 네놈! 지금 누구의 마차를 막은 건 줄 아느냐? 나는 카릴 레이반 남작이다!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는 당당하게 용기를 냈다.
솔직히 무섭다.
저 근육을 봐라.
저 근육 앞에서 쫄지 않을 인간이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약에 취해 눈이 뒤집힌 마약쟁이라도 그의 앞에서는 정상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안 되면?
저 주먹을 맞고, 다음 생에 정상인으로 태어나겠지.
울끈불끈!
그의 근육이 한 번 꿈틀할 때마다 오금이 저렸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법.
자신을 지키는 용병이 가까이에 있긴 하지만, 방패막이조차 안 될 거 같았다.
“이유를 말해라!”
“영주님의 명이 있었습니다.”
“영주의 명령?”
“네.”
“그게 뭔데 나를 막는 거지?”
“영주님께서 카릴 레이반 남작님께서는 영지에 들어오지 말고, 그대로 U턴해서 가시랍니다.”
“U턴? 그게 뭔데?”
“저도 잘 모릅니다. 아무튼 뒤돌아서 왔던 길을 그대로 다시 가시면 된다고 합니다.”
“왜!?”
“임무가 끝났으면, 돌아가시랍니다.”
“임무……?”
카릴 레이반이 받은 임무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지원금을 전달하는 것.
또 하나는 헤스티아 영지를 염탐해서 정보를 얻어 오는 것이었다.
당연히, 대외적인 이유는 전자고, 후자는 유다 사론톤에게 받은 비밀 임무였다.
전자는 이미 건넸으니 끝났고.
후자는 시작조차 못 하고 입구에서 막혔다.
‘이대로 돌아갈 순 없다! 만약 이대로 돌아간다면…….’
유다 사론톤은 완벽주의자다.
어떤 일이라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세실리아는 헤스티아 영지로 보낸 것으로 끝냈지만, 그는 확실한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자신을 보낸 것이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자신에게 위험이 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 파멸시킬 사람이지.’
자신보다 아직 어리긴 하지만, 그를 대면할 때는 항상 알 수 없는 위압감과 섬뜩함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에잇! 비켜라!”
“안 됩니다.”
“나는 남작이다! 그런데도 나의 길을 막겠다고!?”
“영주님께서 명하신 일입니다. 누가 더 높은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에이든은 공작가의 자제.
쫓겨나긴 했지만, 호적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었기에 계급으로 찍어 누를 수도 없었다.
“우리는 먼 길을 왔다! 최소한 쉴 시간은 줘야지!”
“그래도 안 됩니다.”
완벽한 철벽이었다.
“네놈들! 뭐 하고 있어! 돈을 받았으면 일을 해야지! 이놈을 치워라!!”
카릴 레이반의 노호성에 용병들이 움찔했다.
아직 상황을 지켜보고 있긴 했지만, 그들은 카릴 레이반에게 돈으로 고용된 용병.
그의 명령을 들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당장! 저놈을 공격해라!”
그에 용병들은 눈치를 살폈다.
‘어떻게 할래? 할래?’
‘미쳤어!?’
‘저 근육을 봐, 저거에 덤비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자살 방법도 신박하네, 난 못 해.’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용병은 몸을 쓰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몸에 관해서는 거의 프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안다.
한스의 저 육체가 얼마나 단련되어 있는지.
덤비면 죽는다.
절대 이길 수 없었다.
겁먹은 용병들을 보며, 카릴 레이반은 이를 갈았다.
“쓸모없는 놈들…….”
그는 휙! 하고 영지를 한 번 노려봤다.
“다음엔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다…….”
그는 그렇게 마차를 탔다.
한스는 떠나려는 용병들을 향해 가지고 있던 연고를 휙! 하고 던졌다.
“써라, 내가 만든 연고다. 다친 곳에 바르면 지혈은 할 수 있을 거다.”
“……배려에 감사합니다.”
그렇게 불청객은 영지에 들어오기 전에 입구에서 컷 당했다.
* * *
“괜찮을까요?”
“상관없어.”
알프레도의 말에 에이든은 가볍게 넘겼다.
그가 누군지는 원작을 읽었기에 안다.
카릴 레이반.
원작에서 유다 사론톤의 손과 발이 되어 온갖 더럽고, 추잡한 짓을 일삼는 놈이다.
지금은 세력이 약하고, 지지 기반이 없지만, 훗날 유다 사론톤이라는 지지자를 얻고 날아오른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으로 나오지.’
그는 악역이다.
메인 빌런급은 아니지만, 주인공이 하려고 하는 일을 끝까지 방해하는 준메인 빌런급이다.
그런 놈이 왔다는 건.
“유다 사론톤이 여기에 관심을 두고 있나?”
카릴 레이반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은 유다 사론톤뿐이었다.
훗날 주인공을 방해하는 메인 빌런 중 하나다.
지독한 완벽주의자.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는 온갖 짓을 일삼는 놈.
‘흑마법사와 손을 잡고 마족과 계약해서 최강의 힘을 손에 넣으려는 계획이었지?’
그걸 위해 수천, 수만 명을 희생시키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주인공의 손에 의해 저지당한다.
‘그런데 그놈이 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위협이 되지 않으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쯤 가문에서 후계자 경쟁하느라, 바깥쪽은 신경 쓸 여유도 없을 텐데.
왜 카릴 레이반을 움직였을까?
“원작이 또 틀어진 건가?”
아직 확신할 순 없었다.
아무래도 소설은 주인공 시점으로 보여 주다 보니, 주인공이 없는 헤스티아 영지에 대한 묘사는 적었다.
정보가 부족했다.
굵직한 사건은 전부 기억하지만, 그 외의 사건은 드문드문 떠올랐다.
“그런데 저렇게 보내면, 앙심을 품고 나중에 다시 오지 않을까요?”
“아니, 그러진 않을걸?”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당분간 저놈은 자신의 무죄를 밝히느라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 거거든.”
“예?”
“그런 게 있어.”
“아니, 뭡니까. 궁금한데 알려 주시면 안 됩니까?”
“뭔지 궁금해?”
“네! 저 이런 거 못 참는 성격입니다. 말씀해 주지 않으시면, 오늘 잠 못 잔단 말입니다!”
“흠, 그럼 말해 줄게. 그게 뭣이냐 하면, 사실 내가 저놈을 구하러 갔을 때…….”
“갔을 때?”
귀를 쫑긋 모으는 알프레도를 보며, 에이든은 히죽- 웃었다.
“아, 갑자기 말하기 싫어졌어.”
“그런 게 어딨습니까!?”
“여기 있지. 아무튼 나 현질 해야 해. 얼른 나가.”
“아니……. 뭐 했는데요! 뭘 했는데요!! 아예 말을 하지 말든가!”
“하하하하.”
“웃지만 마시고요!!”
답답함에 알프레도는 외쳤지만, 에이든은 끝까지 알려 주지 않았다.
* * *
시간이 지나.
사론톤 가문으로 돌아온 카릴 레이반은 곧바로 유다 사론톤을 만났다.
“그러니까, 아예 들어갈 수도 없었다고?”
“그렇습니다.”
“하.”
그의 짙은 한숨에는 다양한 감정이 묻어 나왔다.
경멸, 실망, 짜증.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한숨 한 번에 전부 느껴질 정도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짓은 하지 말았어야지. 내 손과 발이 되겠다고 해서 받아 줬는데, 고작 그런 일도 못 하나?”
그의 실망 가득한 말에 카릴 레이반은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놈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만, 강한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
이 정도 자존심은 얼마든지 굽힐 수 있었다.
‘빌어먹을! 이게 전부 그놈 때문이다!’
“그런데 마수의 습격을 받았는데, 병사들이 하운드를 잡았다고?”
“그렇습니다.”
“흐음, 그럴 리가 없는데?”
헤스티아 영지에 변변찮은 병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용병 길드에 의뢰해서 간신히 버티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운드를 잡는 병사?
“목책도 변했다고?”
“네! 아주 크고, 튼튼한 벽처럼 보였습니다.”
유다 사론톤은 턱을 쓰다듬었다.
전해 들은 것과는 너무 달랐다.
‘어머니께서 그림자를 치우지만 않았어도 더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텐데…….’
“흐음, 에이든 사론톤.”
신경 쓰인다.
‘가문에 있을 땐, 쥐 죽은 듯이 있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빨을 감추고 있었던 건가?’
“이상하긴 했지. 아버지의 자식 중에 그런 놈이 나올 리가 없는데……. 역시 늑대의 자식은 늑대라는 건가?”
될 수 있다면 조금 더 조사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 그럴 여력이 되지 않았다.
‘아쉬운데. 제1 왕자의 부탁만 아니었다면, 조금 더 인력을 돌려 볼 텐데.’
제1 왕자의 부탁을 해결해야만 했다.
그의 지지를 얻어야만, 가문 내에서 입지를 견고히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확실하지만, 둘째 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에 그는 더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제1 왕자의 지지가 필요했다.
“쯧, 됐다. 쓸모없는 놈. 돌아가라.”
“아, 알겠습니다.”
카릴 레이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그의 품속에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졌다.
그것을 본 유다 사론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의 품속에서 떨어진 건.
“네놈이 왜 어머니의 마법 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거지?”
“헉, 이, 이건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정말 모릅니다!”
“모르긴! 그럼 그게 왜 네 품에서 나왔지!?”
“저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인제 보니 도둑놈이었군! 밖에 누구 없나? 이놈을 당장 감옥에 가둬라!”
“저,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가둬서 심문해라. 어떻게 어머니의 마법 주머니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겠습니다.”
“저는 아닙니다! 진짜 아닙니다!! 믿어 주십시오!!! 유다 도련님!!”
카릴 레이반은 애타게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 외침은 유다 사론톤에게 닿지 않았다.
에이든이 예상했던 대로.
카릴 레이반이 헤스티아 영지로 오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었다.
* * *
어두운 숲.
작은 근육질의 난쟁이가 허겁지겁 어딘가를 향해 필사적으로 뛰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분한 감정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했다.
“빌어먹을 인간 놈들! 감히 우리 터전을!!”
그는 이를 악물었다.
깊게 숨었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의 지독한 집념이 그들의 은신처를 찾고 말았다.
그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장로의 계시가 있었다.
‘페어리 프린세스를 찾아라. 그가 우리를 구원할지니.’
페어리 프린세스!
요정에게 선택받은 요정의 공주를 찾아야만 했다.
“기다려라! 내가 반드시 페어리 프린세스를 찾아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