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26)
제26화
1화 : 굴리면 된다(1)
“아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좀 아깝단 말이지.”
에이든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카릴 레이반을 만났을 때.
에이든은 돈주머니를 챙기면서 그의 허리춤에 몰래 훔친…… 아니, 작별 선물로 받은 마법 주머니를 달아 놨다.
이것도 계획이다.
카릴 레이반은 유다 사론톤의 손과 발이 되어, 온갖 추잡한 짓을 일삼는다.
그가 저지른 일 중엔 인신매매도 있고, 마을에 역병을 퍼트리기까지 했다.
그로 인해 죽은 사람만 해도 수천 명이 넘을 정도였다.
‘원작에서는 끔찍한 악역이었지만, 지금은 별다른 지지 기반도 없잖아.’
이런 전령 역할을 받은 것만 봐도 그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아직 유다 사론톤과 그 정도의 관계까지는 안 되는 거 같고, 그럼.’
“그 전에 잘라내게 만들어야지.”
그래서 일부러 마법 주머니를 놈의 허리춤에 달아 둔 것이다.
원작에서 놈의 행동을 생각하면 곧바로 유다 사론톤을 만날 게 뻔하니까.
‘그걸 보면, 유다 사론톤 놈의 성격상, 놈을 도둑놈으로 의심하고, 잘라내려고 하겠지.’
“그 성격 어디 가겠어?”
유다 사론톤의 성격은 완벽주의자로 뭐 하나 꼬투리 잡히는 걸 싫어했다.
‘운 좋으면 둘의 관계를 끊어낼 수 있겠지. 뭐,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시간은 벌 수 있겠지.”
마법 주머니가 미치도록 아깝긴 하지만, 그 정도야 나중에 또 얻을 수 있다.
원작에 의하면 주인공이 얻는 마법 주머니가 있는데, 그건 세실리아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시간이 되면 나중에 얻어 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이제 또 뭘 사 볼까.”
건물주 상점을 연 에이든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건축 즉시 완료 – ??? 골드.
임대차 계약서 – 300골드.
식량 창고 LV. 2 – 6,000골드.
교역소 LV. 2 – 6,000골드.
거주용 집 LV. 1 – 3,000골드.
의류점 LV. 1 – 3,000골드.
주점 LV. 1 – 3,000골드.
음식점 LV. 1 – 3,000골드.
양조장 LV. 1 – 3,000골드.
여관 LV. 1 – 3,000골드.
…….
식량 창고까지 구매하고 나니 지금 가진 골드는 지원금까지 합쳐서 11,274골드 정도 있었다.
건물주 상점에는 아직 사야 할 것이 많이 있었다.
“이거 레벨 높은 걸 사면 효과가 더 커지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이겠지.
괜히 레벨이 붙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알프레도!”
“부르셨습니까?”
에이든이 부르자, 알프레도는 쏜살같이 달려왔다.
“어, 물어볼 게 있어서.”
“말씀하시죠.”
“이거 레벨 낮춰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해?”
“네, 가능합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표시는 레벨 2로 되었지만, 에이든이 원하면 언제든지 레벨 1로 구매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긴 그래야지.
대장간을 하나 지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장간이 여러 개 필요할 수도 있었다.
‘멀티가 괜히 있는 게 아니거든.’
대장간 하나에서 물건을 뽑아내는 것보다 두 개에서 뽑아내는 것이 더 효율적인 법.
물론, 대장장이가 필요하긴 하다.
인력난이긴 하지만, 이 부분은 차차 고쳐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뭐, 그동안 있는 사람을 굴려야 하겠지만 어쩌겠어.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내 노후를 위해서…….”
발전을 위해 능력 있는 사람이 갈리는 것이야, 늘 있는 일이었다.
고려 시대의 왕인 성종도 말하지 않았던가!
‘능력 있는 사람이 굴러야만, 백성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라고 말이다.
옛말 중 틀린 것이 없다고, 에이든은 그러한 옛말을 따를 생각이다.
물론, 자신의 입맛과 맞을 때만.
“일단.”
에이든은 건물주 상점을 둘러보다, 여관과 주점 그리고 음식점을 선택했다.
[여관 LV. 1을 구매하셨습니다.] [3,000골드를 사용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주점 LV. 1을 구매하셨습니다.] [3,000골드를 사용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음식점 LV. 1을 구매하셨습니다.] [3,000골드를 사용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분배됩니다.]촤르르르륵!
에이든이 가지고 있는 골드가 승천하는 용처럼 하늘로 솟구치더니, 금방 사라졌다.
한순간에 9,000골드가 사라졌다.
“언제 봐도 장관이군요.”
“나는 배가 아프다.”
“배가 아프면, 약을 드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는 금융 치료가 참 좋은데 말이지…….”
“그럼 열심히 노가다 하셔야겠네요?”
“아니지.”
“예?”
“내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놈들이 열심히 구르면 돼.”
“……저쪽에 언덕에서 구르는 솔방울도 그 정도로 구르진 않을걸요?”
“너도 같이 구를래? 말이 많네?”
“저는 영주님의 옆에서 지켜야죠. 저는 집사입니다만?”
“그러고 보니까, 여기 창고랑 지하 감옥 청소도 아직인데, 한번 해 볼래?”
청소 맛 좀 볼래?
“……살려 주십시오.”
“알아서 잘하자.”
“네…….”
[사유지 내에 어디든 건물주님께서 원하시는 장소에 여관, 주점, 음식점을 지을 수 있습니다.] [자리를 선정해 주십시오.]지도가 펼쳐졌고, 에이든은 될 수 있는 한 거주 구역과 가까운 곳을 골랐다.
[여관 건축을 시작합니다.] [건축 완료까지 15시간 걸립니다.] [주점 건축을 시작합니다.] [건축 완료까지 15시간 걸립니다.] [음식점 건축을 시작합니다.] [건축 완료까지 15시간 걸립니다.]연달아 올라오는 메시지를 껐다.
창문을 열어 보니, 거주 구역 쪽에서 수백에 달하는 요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뭡니까?”
“저 요정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요정들이야, 아무래도 요정계에서 나오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왜 요정들이 돈을 받고, 저런 식으로 건물을 지어 주는 거지?”
“…….”
“내가 아는 헌터의 특성은 직접 만들거나 그것도 아니면, 알아서 만들어지거든? 저런 식으로 누군가가 나와서 만들어 주는 건, 처음 봐.”
더더욱, 돈을 받는 것도.
건물주 특성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딘가 이상하면서도 특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이 질문에는 알프레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뭔가 감추고 있다.
“그건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영주님께서 직접 찾으셔야 합니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직접 찾으라니.
돈 벌기도 바빠 죽겠는데, 뭘 직접 찾으라는 건지.
에이든은 애써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요정의 정체가 궁금하긴 했지만, 자신의 특성이고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뭐, 나중에 시간 나면 겸사겸사 알아봐야겠지.’
“그나저나.”
에이든은 상태 창을 열었다.
이름 : 에이든 사론톤.
종족 : 인간.
칭호 : 하운드 학살자
레벨 : 30 경험치 : 0.12%
특성 : [건물주]
힘 : 35 민첩 : 35 체력 : 35 운 : 35
레벨이 30이 되었다.
이전에 마수를 잡으면서 레벨이 오르고, 건물을 구매하면서 레벨이 올랐다.
“30이라, 이 정도면…….”
바로 그때였다.
[레벨 30에 도달하셨습니다.] [건물주의 선언 LV. 1 –> 건물주의 선언 LV. 2가 되었습니다.]메시지가 떠올랐다.
“응? 뭐야? 스킬 레벨이 올랐네?”
“오, 스킬 레벨이 오르셨군요?”
“이거 스킬 레벨도 오르는 거였어?”
“네, 스킬 레벨은 영주님의 레벨에 따라서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이건 돈 안 써도 되네?”
[건물주의 선언 LV. 2]그의 선언은 지고하며,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영혼의 맹세.
주인이 존재하지 않는 건물을 자신의 것으로 선언함으로써 주변을 사유지로 만든다.
스킬 레벨에 따라서 사유지의 범위가 늘어난다.
“설명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달라진 게 하나 있긴 했다.
맨 밑줄에 추가된 사유지가 늘어난다는 문구였다.
“사유지의 범위가 늘어났습니다. 원래 건물의 반경 10m였다면, 지금은 15m는 되겠군요.”
“호오, 영역이 늘어나는 거네?”
그건 좋았다.
“능력도 달라졌습니다. 지금까지는 건물주의 선언을 써도 건물 하나밖에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랬지.”
“하지만 스킬 레벨이 오르면서 이제는 두 개의 건물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건물을 두 개로 늘릴 수 있다고?”
알프레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은 영주이긴 하지만, 가지고 있는 건물은 저택 하나밖에 없었다.
대장간이나, 병사 훈련소, 거주용 집 등을 에이든이 만들긴 했지만.
거기엔 건물주 선언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건물들은 그저 내 사유지에 들어와 있을 뿐이지.”
건물주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유지’라는 영역이 중요했다.
사유지는 그의 영역이다.
실제로 에이든이 마수의 숲으로 파밍을 나갔을 때, 사유지 밖으로 나가서는 능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포탑도 사용하지 못하셨죠.”
“맞아.”
“버프도 사용 못 했고.”
“그랬지.”
“완전 방구석 건물주였죠.”
“…….”
어감이 좀 그렇긴 하지만, 사유지를 벗어나면 에이든의 힘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는 걸 최대한 자제했었다.
하지만 건물을 더 늘릴 수 있다면?
‘사유지를 넓히는 게 가능하겠지.’
별의 싸움에서 외계 종족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영역 내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그 밖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
그래도 스킬 레벨이 오르면서 이 사유지를 더 늘릴 수 있지만.
“이거 건물이 없으면 말짱 꽝 아닌가?”
“그렇죠.”
“그리고 주인이 있는 건물엔…….”
“사용 못 합니다.”
“…….”
욕이 절로 나온다.
제약이 참 많았다.
마수의 숲에 건물이 있을 리도 없었다.
거기서 건물주의 선언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할 터.
‘꼼수를 좀 찾아봐야겠는데?’
어딘가 꼼수는 존재할 터.
없으면?
어떻게 해서든 찾으면 된다.
군대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안 되면 되게 하라.
군 생활을 하면서 노가다라면 불가능한 일도 어지간하면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사람은 언젠가 해답을 찾기 마련이지.”
“영주님의 머리라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잔머리가 잘 돌아가시지 않습니까.”
“……칭찬이지?”
“물론입니다.”
칭찬이 맞는데, 칭찬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착각일까?
저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울컥했다.
* * *
다음 날이 되어, 플라워 상단이 헤스티아 영지를 찾아왔다.
“도착했습니다.”
“와, 정말 빨리 도착했잖아?”
“그러게 말입니다.”
바루스와 라인하르트는 크게 감탄했다.
벨베스 영지에서 헤스티아 영지까지 원래라면 일주일은 걸려야 정상이었다.
한데, 이들이 벨베스 영지에서 물건을 챙기고 출발한 지, 고작 5일밖에 되지 않았다.
그 엄청난 거리를 고작 5일 만에 도착한 것이다.
“말은?”
“크게 지치지 않았습니다.”
-푸히이이잉!
말은 아직 나는 달릴 수 있다! 라면서 거칠게 발을 굴렀다.
제발 좀 지쳤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저놈 덕분에 빨리 와서 좋긴 하지만, 힘을 주체하지 못해서 폭주해서 달리는 동안 멀미에 시달려야만 했다.
“혹시 우리가 못 본 사이에 이상한 거 주워 먹은 게 아닐까?”
“어디서요?”
“여기서, 그때 떠나기 전에.”
“주워 먹을 게 있던가요?”
“요정도 나오는 신비로운 장소이니, 신비롭게 주워 먹었겠지.”
“…….”
바루스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는 듯이 바라보는 라인하르트의 시선을 피했다.
“마차는?”
“멀쩡합니다. 보통 그렇게 달리면 무리가 가기 마련인데…….”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글쎄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건 처음이라.”
라인하르트도 어깨를 으쓱였다.
용병 생활로 마차를 많이 타긴 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뭔가 있다.
이유는 짐작이 갔다.
‘영주님 때문인 거 같은데, 한번 여쭤봐야겠구나.’
영주는 페어리 프린세스라고 불렸다.
왜 남자인 그가 프린세스라고 불리는 건지, 아직 이해할 순 없었지만.
말과 마차가 저렇게 된 건, 영주와 관련된 것이 분명했다.
“오! 플라워 상단이 왔다!”
“이야, 오늘도 물건이 많네!”
“그런데 오늘은 생각보다 빨리 왔네?”
“안 그래도 살 게 있었는데 잘됐다! 지금 장사하는 거지!? 물건 좀 팔아 줘!”
“저도요!!”
“여기도…….”
생각도 잠시.
그는 금방 표정을 고치며, 웃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언제나 합리적이며, 마수 사체뿐만이 아니라, 모든 물건을 다루는 만물상, 플라워 상단에…….”
그는 한참을 물건을 팔더니, 손님이 떨어질 때쯤 되어서야, 길게 숨을 내뱉었다.
“후우, 이제 좀 쉬겠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아, 왔구나?”
바로 그때였다.
손님이 떨어질 때쯤 되자, 에이든이 둘을 찾아왔다.
“영주님, 오셨습니까?”
“오셨습니까?”
“그런 인사는 됐고, 갔던 일은?”
에이든은 다른 귀족처럼 격식 차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의 직설적인 성격에 바루스는 히죽- 웃었다.
귀족을 상대할 때, 체면 차린다고 항상 빙빙 돌아가는 대화가 피곤하고 짜증 났었다.
하지만 에이든은 아니었다.
격식은 필요 없다.
입에 바른 소리는 도리어 짜증만 날 뿐.
원하는 건, 빨리빨리 본론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잘됐습니다. 발주도 받아 왔습니다. 여기 서류 있습니다.”
“오오.”
바루스가 꺼낸 서류를 본 에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량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저희 상단의 규모가 작다 보니, 거래를 트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겠지. 거기에 쇠뇌라는 것이 생소할 테니까.”
쇠뇌는 이쪽 세계에서 생소한 물건이다.
원래 생소한 물건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법이었다.
“그렇다 보니, 귀족분들이 조금 꺼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렇군.”
에이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귀족들의 반응이 이렇게 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어떻게 해야, 합법적으로 귀족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에이든이 고개를 들었다.
“일단…… 거래할 귀족들에게 쇠뇌 하나씩 서비스로 제공하지.”
“서비스로요?”
“어.”
“하지만…….”
“어차피 특허 신청을 냈기 때문에 따라 만들 수 없잖아. 그리고 한 번은 써 봐야, 이게 무슨 물건인지 알 수 있지 않겠어?”
“음…….”
바루스도 눈동자를 굴리며, 머릿속으로 주판을 튕겼다.
“확실히 대뜸 물건을 보여 줘 봤자, 모른다면 꺼릴 수밖에 없겠군요. 그러니 하나를 서비스로 제공해서 쇠뇌의 가치를 알아보면…….”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겠지.”
“정말 그렇겠군요. 이거 참, 저는 왜 그런 생각을 못 했는지……. 영주님의 잔머리는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칭찬이지?”
잔머리라고 하니, 뭐라고 할까? 칭찬인지, 아니면 고도의 멕이기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에 바루스는 황급히 표정을 고쳤다.
“당연하죠. 저는 그저 영주님의 혜안에 감탄해서 조금 직설적인 단어가 튀어나온 것뿐입니다.”
“음…….”
에이든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무튼, 이거 보십시오. 주문 수량이 제법 됩니다.”
“그렇네.”
쇠뇌 500개.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 정도로 팔아먹은 것을 보면, 바루스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쇠뇌 하나에 얼마로 책정되었지?”
“쇠뇌는 저희가 독점하고 있는 무기입니다. 그래서 값을 책정하는 것이 힘들더군요. 일단 들어가는 재료와 인건비를 생각해서 한 개에 70골드로 책정했습니다.”
“음…….”
합리적인 가격이다.
쇠뇌를 만들 때, 들어가는 나무의 재료와 시위의 힘줄.
그리고 인건비와 운반비 같은 것을 생각하면, 70골드는 썩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화살도 따로 파는 게 좋겠네.”
“화살이요?”
“어, 쇠뇌에 들어가는 화살은 다른 활보다 짧고, 굵어. 이건 화살이 아니라, ‘볼트(Bolt)’라고 부르거든.”
화살과 볼트는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볼트도 될 수 있으면 특허 신청해 주겠어? 가능해?”
“음, 화살이나, 그런 종류의 소모품은 특허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그건 아쉽네.”
그것까지는 안 되는 모양이다.
만약 가능했다면, 볼트까지 선점해서 당당하게 귀족들의 지갑을 먼지까지 털어먹는 게 가능했을 텐데.
하긴 그런 소모품까지 특허 신청이 가능했다면, 별의별 것까지 전부 특허 신청을 넣었을 것이다.
더 심하면.
‘물도 파는 놈들이 나올 수도 있어.’
“입만 잘 털면 한강 물도 팔아먹을 수 있는 게 사람이니까.”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야.”
에이든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볼트를 만드는 곳이 없으니까, 우리 쪽에서 독점으로 팔면 좋을 거야. 그리고 쇠뇌를 100개를 사면, 볼트를 저렴한 가격에 팔아도 좋겠지.”
“확실히 그렇겠군요. 볼트를 저렴하게 구매하려고, 일부러 100개를 맞춰서 사는 사람도 있겠군요.”
바루스는 고개를 주억였다.
에이든과 대화를 하고 있으면 귀족과 대화하는 게 아니라 베테랑 상인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나하나가 전부 그에게 획기적으로 들려왔다.
“일단 그 부분은 저희 쪽에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서류를 보는 에이든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슬슬.
“굴릴 시간이 왔구나.”
* * *
“레비.”
에이든은 대장간을 찾아왔다.
레비는 내리치던 망치를 멈췄다.
“영주님, 오셨군요? 무슨 일로?”
“드디어 일거리가 들어왔어.”
“일거리라면, 이전에 말했던 쇠뇌 생산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어.”
그 말에 레비는 씩- 웃었다.
안 그래도 심심했던 차였다.
최근 의뢰받은 것이라고는 식칼이나 농기구, 그리고 한스의 부탁으로 원판을 만드는 것뿐이었다.
손이 근질근질거렸다.
쇠뇌를 만들 때 쇠를 두드리는 작업은 그렇게 없지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그때는 만드느라 밤새우고, 힘들어 죽는 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지.’
지금과 그때는 다르다.
대장간에 있다 보니, 이상할 정도로 몸에 활력이 넘쳤다.
전성기의 힘을 되찾은 듯, 최근 망치를 휘두르는 손에서도 활력이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이라면 쇠뇌 200개도 거뜬히 만들 수 있었다.
“말씀만 하십시오. 몇 개를 만들어 드릴까요? 100개든, 200개든! 아니! 250개라도 만들겠습니다!”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레비를 보며, 에이든은 손가락 두 개를 들었다.
그에 레비는 피식- 웃었다.
“고작 200개입니까? 그 정도야…….”
“아니.”
“그럼 20개입니까? 생각보다 훨씬 적…….”
“그것도 아니야.”
“그럼 220개?”
에이든이 계속 고개를 젓자, 레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영주님, 제가 늙어서 그런 퀴즈는 잘 못 맞춥니다. 그냥 확실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두 배.”
“예?”
“아까 말했잖아, 250개라도 만들 수 있다고. 거기에 정확하게 두 배야.”
“…….”
레비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후볐지만.
“500개라고.”
에이든이 확인 사살을 했다.
“참고로 플라워 상단이 떠나기 전까지 급하게 해야 하니까, 나흘 내로 가능하지?”
그때, 레비는 깨달았다.
추억 보정으로 과거를 미화해 봤자, 죽도록 힘들다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군대도 전역 전에는 ‘아, 나름 괜찮았어.’라고 하겠지만, 전역하고 당일 재입대하라고 하면, 국방부로 쳐들어가서 드러누울 사람이 한가득할 것이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야 미화가 가능한 법.
추억이 현실이 되면, 그건 지옥이었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