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29)
제29화
4화 : 지켜야 할 존재(1)
헤스티아 영지의 병사.
이들은 처음에는 평범한 영지민이었다.
제대로 된 전투 한 번 치러 본 적 없으며, 검보다는 괭이를 들었고.
갑옷보다는 작업복을 입고 생활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이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들의 부모가 그러했듯이.
‘나도 영지에서 그냥 시간이 가면, 가는구나……. 하면서 살겠구나.’
‘먹고살 순 있을까?’
‘나는 미래에 무엇을 하게 될까?’
미래에 대한 막막함.
꿈?
꿈이 있기야 했지만, 그것은 평민은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종류의 꿈이었다.
그러던 차, 헤스티아 영지에 에이든이 찾아왔다.
그는 오자마자, 영주 대리인인 렉스를 내쫓은 후, 영지를 돌보기 시작했다.
요정의 축복을 받은 페어리 프린세스.
신기한 경험도 많이 했다.
영지를 습격한 마수를 막기 위해, 병사 훈련소에서 쇠뇌를 다루고.
방패를 들고, 창도 써 봤다.
훈련은 정말 힘들었지만, 자신의 손으로 영지를 지켰다는 성취감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었다.
차오르는 고양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 사람들은 병사를 모집한다는 말에 곧바로 지원했다.
‘처음에 한스 님이 교관이 되었다고 했을 때는, 많이 후회하긴 했지만.’
온갖 꼴을 당했다.
강해지기 위해서 구르고, 또 굴렀다.
한스 가라사대.
‘인간의 몸은 굴리면 강해진다.’
두드리면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굴리면 강해진단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했었지만, 실제로 그걸로 강해졌다.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을 땐, 항상 그때를 되새겼다.
‘무섭다는 건 안다! 두렵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거야!’
‘영지를, 고향을 그리고! 새로 받은 고급스러운 자신의 집을 지켜라!! 지금이 싸워야 할 때다!’
‘내가 반드시 이기게 해 주마! 나를 따라라! 승리로 가는 길은 내가 열 테니! 잊지 마라! 우리는 이기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노력을! 그 노가다를!’
그때의 감각을.
그 넓은 등을 떠올리면, 다시 한번 그와 같은 전장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손으로 내 소중한 것을 지킨다.’
그 등을 보면서 생각한다.
저 등을 지키고 싶다.
그의 옆에서 함께 싸우며,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오는 것이 가능했다.
“으음…….”
병사 중 한 명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여긴……. 윽!”
머리가 아팠다.
그제야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분명히 하운드를 잡고 있었을 텐데?’
하운스 사냥 도중, 뒤통수를 후리는 둔탁한 충격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주변을 둘러봤다.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감옥.
감옥 안에는 자신과 함께 사냥 나왔던 병사 몇 명이 같이 묶여 있었다.
그 외로도 다른 사람이 보였지만.
“여긴 설마…….”
그제야 시야가 트이며, 병사는 자신들이 잡혀 온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거대한 건물 같은 움막이다.
-취익……. 배고프다……. 취익…….
-취익취익…….
-취익, 어제 먹은 고기 맛있었다!
-그 고기 내가 먹으려고 둔 건데! 왜 훔쳐 먹나!
-고기에 네 거, 내 거가 어디 있냐! 이름 써 놨냐!?
-우리에게 이름이 어디 있냐! 취익! 넌 네 이름 아냐!?
-모른다! 취익! 그러고 보니, 난 이름이 없다!
2m는 족히 되는 덩치에 이족 보행으로 걷는 녹색 피부의 마수.
오크였다.
‘그럼 이곳은…….’
거대한 움막이다.
오크는 자신들이 사는 터전을 외부로부터 지키기 위해, 이런 식으로 건물 같은 거대한 움막 속에서 생활한다.
마을이지만.
마을이 하나의 건물 안에 들어와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인간 많다. 먹자.
-하지만 남자 인간의 근육은 질겨서 먹기 힘들다.
-내버려 두면 근육, 빠진다. 그때 먹자.
-그러자.
오크들의 대화에 병사는 난생처음으로 한스에게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떠올렸다.
‘근육 만세!!’
* * *
“그러니까, 하운드의 영역에 있었는데, 오크가 나타나서 병사를 납치해 갔다고?”
“그렇습니다.”
사정을 전해 들은 에이든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수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그곳을 벗어나지 않게 활동한다.
가끔 범람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영역 안에 있다.
‘그런 오크가 갑자기 왜?’
왜 하운드의 영역에 나타난 것일까?
“설마 영역 전쟁?”
“영역 전쟁이요?”
“그래. 마수끼리는 정해진 영역이 있지. 그런데 그런 영역이 그냥 정해지는 건 아니야.”
“그렇죠.”
“놈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전쟁을 하지. 그런 식으로 땅따먹기를 하는 거야.”
“그럼 그 땅이…….”
“영역이야.”
이것이 영역 전쟁.
마수는 일정 기간을 두고 힘을 비축해서 영역 전쟁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넓힌다.
승리하면 얻고, 패배하면 잃는다.
약육강식.
약자는 오로지 먹힌다.
본능에 의존하는 마수에게 있어서 어찌 보면 당연한 생태계일 수도 있었다.
마수 중, 약체인 하운드가 외곽으로 밀린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설마…….”
“그것 때문일 수도 있지. 영역 전쟁을 하러 왔는데, 마침…….”
“저희 병사들이 있었군요.”
그런 이유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원작 설정에 의하면, 영역 전쟁은 붉은 달이 떠오르는 레드 문일 때 벌어지는 일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소설 설정이 그런데.
아무리 원작이 조금 틀어졌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변수가 생긴다고?
뭔지 모르겠지만.
‘퀘스트.’
[내 임대료!]건물주는 임차인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임차인이 있어야,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법!
임대료를 낼, 임차인이 현재 잔악한 오크에게 붙잡혔다!
서둘러 그들을 구해야 한다.
임차인이 한 명 죽을 때마다, 보상이 줄고, 페널티가 늘어난다.
그들의 근손실이 오기 전에!
D- 6.
성공 조건 : 임차인 구출 (0/5)
성공 보상 : 칭호, 새로운 건물.
실패 시 : 영지민 이탈 발생 확률 증가.
‘근손실이 뭐?’
이해할 수 없는 문구가 있긴 하지만,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그들을 구한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릴이 말렸다.
“오크 마수는 하운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알고 있다.
오크는 하운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오크 한 마리가 하운드 열 마리를 합친 것만큼 강했다.
“강인한 육체에 그들의 피부는 화살로도 뚫을 수 없습니다.”
“가죽이 튼튼하면 그만큼 비싸겠네.”
“그들의 손톱은 강철조차 가볍게 찢어 버릴 정도라고 합니다.”
“오, 손톱으로 무기 만들면 좋겠는데? 그 정도로 강하면 힘줄도 비싸겠다.”
“……영주님?”
“왜?”
“저는 분명히 오크의 무서움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거 같은데…….”
에이든이 끼어드니 물건 감정하는 것처럼 사족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는 오크에 대한 위험을 알리기 위함인데, 그는 그걸 돈으로 보고 있었다.
“오크가 위험한 건 나도 알아.”
잘 안다.
원작에서 오크가 얼마나 강한지, 몇 번이나 묘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내 사람을 포기하지 않아.”
그것이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위험하든, 위험하지 않든 그건 상관없어. 그들은 나의 병사이고, 영지를 위해 싸운 나의 사람이야.”
“계약서에 사인도 했고, 영지를 위해서 봉사하는 이들이 위험한데, 고작 오크가 강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포기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
그 말에 릴은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다른 귀족이라면 어땠을까?
아마 그들은 과감히 납치된 병사를 포기했으리라.
그들에게 있어서 고귀한 피가 흐르는 자신들과는 다르게 평민은 소모품.
언제든지 버려도 상관없는 물건에 불과하니까.
‘아아…….’
이것인가?
릴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작게 지펴지는 불꽃을 느꼈다.
이것이 귀족인가?
이것이 영주인가.
지금까지 봐 왔던 귀족과는 다른 그의 행보는 파격적이면서도, 친근했다.
그래서일까?
‘지켜보고 싶다.’
릴의 눈빛이 가라앉으며, 그 안에 이채가 서렸다.
“저도 돕겠습니다.”
“당연한 소리. 기사라면, 기사도에 따라야지.”
“기사도…….”
이제는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사도.
그 퇴색된 의미가 진정한 주인을 만나자, 다시 자신의 색을 되찾고 있었다.
“명을 따릅니다.”
“따라와, 시간 없으니까.”
퀘스트에 명시된 시간은 D-6이다.
그 말은 그 기간까지는 병사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전까지 오크를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에이든의 눈이 분노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내 임대료 건드리면, 다 죽는 거야!!!’
* * *
에이든은 저택에 마련된 회의실로 사람을 모았다.
어머니인 비앙카.
경비대 대장 겸 훈련 교관 겸 의원인 한스.
집사 알프레도와.
“저는 왜 이 자리에 있는 겁니까?”
대장장이 레비까지.
레비는 도대체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 너의 도움이 필요하니까.”
“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겁니까? 저는 이런 회의와는 맞지 않습니다만……?”
“아냐, 필요해.”
“무슨…….”
“뭐긴 뭐야.”
에이든은 웃으며 그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오크를 죽이기 위해 방법을 찾을 거야. 아마 놈들을 죽이려면 무기가 필요하겠지?”
“그렇죠.”
“놈들을 막을 장비도 필요할 거고.”
“그거야……. 그렇죠?”
“넌 그걸 만들 거야.”
“…….”
“여기에 있으면 바로 시킬 수 있잖아. 가서 다시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같이 듣고 바로 움직여.”
레비는 현기증이 났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저 지독한 영주는 자신을 굴리는 것에 진심이다.
무어라 따지고 싶었지만, 상황이 심각했기에 속으로 삭였다.
“일단 한스, 오크에 대해 아는 거 있나?”
“오크는 중급 마수입니다. 하운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며…….”
한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오크에 관한 정보를 풀어놨다.
사실 에이든도 원작을 통해 알고 있는 설정들이긴 하지만, 정보 공유를 위해 묵묵히 들었다.
비교하고 있다.
자신이 아는 것과 혹여 다른 게 있는 건 아닌지.
“쉽지 않을 겁니다. 오크도 무리 생활을 해서 그들을 구하려면 최소한 300…… 아니, 그 이상의 오크를 마주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병사들이 오크와 싸울 수 있나?”
“힘듭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굴려도 이미 기본기가 잡힌 기사라면 몰라도 병사들은 시간이 부족합니다.”
한스는 냉정했다.
가끔 단순무식으로 주먹부터 나가는 무데뽀를 보여 줬지만, 용병 생활을 오래 한 만큼, 상황 파악은 빨랐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안타깝지만, 지금 영지의 전력으로 구출하는 건 무리입니다.”
놈들이 인질을 끌고 영지로 쳐들어온다면 가능성은 있겠지만.
마수의 숲으로 들어가 구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크를 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잠시,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알프레도는 능숙하게 차를 준비하며, 각자의 잔에 따라 줬다.
“좋구나.”
“감사합니다, 비앙카 님.”
“에이든.”
“네?”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비앙카의 질문에 에이든은 한참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막막했다.
‘사유지라도 있다면, 내 버프로 어떻게 했을지도 모르는데…….’
건물주 능력은 사유지에서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300%의 버프도.
포탑도.
모두 사유지에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것뿐이었다.
‘새로운 무기?’
‘내가 그딴 걸 어떻게 알아. 내가 무슨 밀덕도 아니고……. 난 평범한 E급 짐꾼 헌터였다고.’
‘화약이라도 있다면 총이라도 만들어 볼 텐데.’
화약이 있다면 훌륭한 대화 수단인 총을 만들어서 오크와 정겹게 대화라도 나눠 봤을 텐데.
아쉽게도 화약이 없었다.
‘병사 훈련소 레벨을 올려서 단련하면? 충분히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
‘지금 내 힘으로…….’
‘가능한가?’
머리가 복잡했다.
심란한 감정에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때, 비앙카가 떨리는 에이든의 손을 강하게 붙잡았다.
손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는 온기가 그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에이든.”
“…….”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너를 지지해 줄 거란다. 그러니…….”
비앙카는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네 마음이 하고 싶은 걸 하렴.”
절대적인 지지.
네가 무엇을 하더라도, 뒤에서 받쳐 줄 터이니,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걸어라.
에이든의 꿈은 단 하나.
건물주가 되어 임대료나 펑펑 받으면서 개꿀 빠는 노후를 보내는 것.
돈 많은 백수가 되어서 놀고, 먹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낼 사람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돈 낼 사람을 지켜야 했다.
‘내 임대료는 내가 지킨다.’
저쪽 세계에서 이미 한 번 실패했던 꿈이지만, 이쪽에서는 반드시 이루고 말겠노라.
저쪽에서는 혼자였지만.
이쪽에서는 지켜야 할 이들이 많았다.
“알겠어요.”
“정했니?”
“네.”
“어떻게 하고 싶니?”
이것은 그의 선언.
이제부터 하는 말은 그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지침서나 다름없었다.
“저는 제 사람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요. 반드시 지킬 거예요.”
“그럼 정해졌구나.”
“네, 구할 거예요.”
그리고 그 방법도 떠올랐다.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성공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어머니, 부탁이 있어요.”
“뭐니? 이 어미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와주마.”
그런 그녀의 든든한 지지에 에이든은 웃으며 부담을 덜어 내곤 말했다.
“돈 좀 빌려주세요.”
“……뭐 하려고?”
그 말에 에이든은 미소로 화답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