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58)
제58화
8화 : 헤르메스 그는……
헤르메스는 중증의 요정 덕후다.
그가 마법사가 된 이유도 별거 없었다.
‘요정은 반드시 존재해, 분명 어딘가에 있을 거야.’
‘뭐? 요정을 어떻게 찾을 거냐고? 하긴, 그러려면 힘이 필요하겠네…….’
‘듣기로는 요정들은 신비한 힘을 쓴다지? 그럼 나는 마법을 써야겠다.’
‘일단 마법 좀 배워 볼까?’
요정을 찾기 위해서 힘 기를 겸, 마법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대충 맛만 보자고 핥았는데 이게 웬걸?
그의 마법 재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나서 하나를 배우면 백을 아는 초천재였다.
그는 순식간에 마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아카데미도 수석으로 졸업.
마탑에 들어와서 마탑주의 후계자로 지목받는 탄탄대로를 걸어, 순식간에 마탑주가 되었다.
한마디로.
‘요정을 위해 마법 배웠다가, 얼떨결에 마탑주가 된 케이스지.’
원작에서 그가 주인공을 도울 때마다 요구하는 조건은 하나였다.
‘요정을 찾아라.’
‘요정의 단서.’
‘요정이…….’
‘요정 말이야…….’
‘요…….’
대충 이런 식이었다.
덕분에 주인공 일행이 ‘요정’ 노이로제에 걸려서 발작하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아무튼.
지고의 존재?
7서클의 마법사?
왕국의 절대 권력가?
‘별거 없어, 요정 하나면 끝이거든.’
저것 봐라.
“하악하악……. 요정! 이럴 수가! 내가 정말 요정을 보다니!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귀엽고! 깜찍하잖아!?”
“…….”
“영주님.”
“왜?”
“저 인간 정말 마탑주 맞습니까? 누가 봐도…….”
“…….”
“땅을 구르면서 스케치까지 하는데요? 심지어 요정한테 맞아서 좋아하는 게 정상입니까?”
“그, 그만…….”
“저 요정들 보입니까? 저 요정들이 저렇게 질색하는 거 처음 보는데요?”
할 말이 없었다.
알프레도의 말대로 마탑주의 권위는 어디다 버린 건지, 요정 덕질하기 바빠 보였다.
“저기, 헤르메스 님?”
“요정이! 아주 아름답구나! 세상은 아름다워!!”
“저! 헤르메스 님?”
“응? 어……. 크흠……. 그래, 왜 불렀지?”
“인제 와서 늦었다는 생각 안 드십니까?”
“…….”
“구경 끝났으면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죠? 여기 보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요.”
“보는 사람?”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헤르메스가 주위를 둘러봤다.
생각보다 눈이 많다.
“엄마, 저 아저씨 방금 막 굴러서……. 몸에 흙 묻었어.”
“가끔 정신이 이상한 사람도 있는 법이란다, 그런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안 돼.”
“왜 안 돼?”
“왜긴! 옮으면 어떻게 해?”
“…….”
“다 큰 어른이 도대체 왜 저러는 건지……. 그림도 잘 못 그리면서…….”
“쯧쯧, 요정이 뭐 신기하다고.”
“얼굴은 잘생겼는데……. 정신이……. 쯧.”
헤르메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뜨며 맑은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어디 쥐구멍 없나?’
쪽팔려 뒈지겠네.
* * *
“크흠……. 내가 너무 이상한 모습을 보였구나, 미안하게 되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그럴 수 있죠.”
“아무튼, 요정이 있는 것을 확인했네, 말이 진짜였군.”
“물론이죠, 제가 어찌 마탑주님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요정을 보여주다니, 정말 고맙군.”
“아닙니다.”
이건 거래였다.
테이런 남작이 주변 인맥을 동원해서 플라워 상단을 압박해왔다.
귀족들에게 이상한 소문을 돌려, 거래를 끊게 했다.
바루스가 말했다.
‘매출이 줄어들었습니다!! 영주님!’
에이든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몇 개 있다.
세금, 빚, 대출금 그리고 매출이 줄었다는 말!
매출이 줄면 그만큼 현질도 못 하게 된다.
안 그래도 돈 들어갈 구석이 많은 영지인데, 매출이 줄면 꿈이 멀어진다.
‘감히 내 밥그릇을 건드려? 오냐, 어디 미친개처럼 한번 물어뜯어 볼까?’
저쪽에서 인맥을 이용해서 압박한다면.
이쪽은 더 큰 인맥을 끌고 와서 압박하면 그만이었다.
마탑주라는 인맥!
‘원작에서 봤지, 테이런 남작은 마나석 광산을 얻으면 그걸로 마탑과 거래해서 마도구 장사를 시작하지.’
오랫동안 마탑과 거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원작을 읽어서 안다.
에이든은 그걸 망쳐놨다.
‘뜯을 거면 제대로 물고 흔들어줘야 하지 않겠어? 하려던 일도 물어서 털고, 인맥 쪽도 털어줘야지.’
지금쯤 테이런 남작은 재앙을 맞닥뜨리고 있을 것이다.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존재가 적으로 돌변한다.
자금도 막히고.
인맥에 호소해도 감히 마탑주를 이길 순 없었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오로지 하나.
“미안하게 되었네!”
사과하는 것뿐이었다.
며칠이 다시 지났을 때, 사태 파악이 끝난 테이런 남작이 찾아와 고개를 박았다.
“이런, 무슨 일이시죠? 저는 모르겠는데요?”
“모, 모른척하지 말게, 자, 자네가 마탑주를 움직인 거 아닌가?”
“흐음, 글쎄요.”
“이미 다 알아보고 왔네! 실제로 마탑주가 여기 있다는 것도 확인했네!”
마탑주는 그때부터 여기에 상주해서 요정 덕질하고 있었다.
가끔 마법사들이 찾아와, 제발 돌아가자고 했다가 한바탕 난리가 났었지만.
“아아, 그 마탑주님은 그냥 볼일이 있어서 온 거예요, 저는 모르는 일이에요.”
“…….”
“제가 설마 마탑주님께 부탁해서 뭔가 했을 리가 없잖아요.”
“이, 이런다고 자네의 화가 가라앉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제발 용서해 주게!”
“흐음, 용서를 바라시는 건가요?”
“물론…….”
“그런데 말이 짧네요?”
“뭐……?”
“용서를 구하려면, 더 절실해지셔야 할 거 같은데요?”
테이런은 고개를 들었다.
볼 수 있었다.
내리깐 시선으로 웃고 있는 에이든을.
“……미…….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뭐라고요? 아……. 요즘 귀가…….”
“미,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어리석고, 바보 같은 아집 때문에 에이든 님께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에 대한 사과를 드리며! 용서를 바랍니다!”
“흠, 좋습니다, 마음 깊이 뉘우치는 심정, 아주 잘 알았습니다.”
“그럼…….”
“하지만 입으로만 하는 사과에는 진심이 담기지 않는 법이죠.”
“지, 진심……. 어떻게 해야 담깁니까……?”
“진심은 늘 성의에서 나오는 법 아니겠습니까?”
에이든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점점 섬뜩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플라워 상단이 입은 손해배상, 저의 정신적 피해보상, 그동안 저희 영지에 물건이 오지 않아서 생긴 일에 대한 배상과 마탑주님을 움직이느라 쓴 돈까지 전부~ 계약서에 쓰여 있죠? 사인하시죠.”
에이든은 서류를 넘겼다.
손해배상 금액이 적힌 것을 본 테이런 남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렇게 많이?”
“너무 많은가요?”
“다, 당연하지! 무, 물론 제가 잘못했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많습니다!”
“아, 그럼 말구요.”
“에?”
“아직 덜 간절하신 모양인데, 며칠 더 있다가 할까요?”
“헉!”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기사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더 끔찍한 지옥을 보여주겠다고, 남작님은 아직 지옥이 아닌 모양이죠?”
“으…….”
테이런 남작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마탑의 압박으로 인해 지금 하는 사업도 뒤엎어졌다.
그뿐인가?
주변 귀족들도 자신을 압박해서 안 그래도 죽을 맛인데, 이 이상 압박이 들어오면.
‘우린 끝이야!’
“……하겠습니다, 내겠습니다! 사인하면 되죠?”
“아, 하시겠다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계약서가 바뀌었네요.”
“뭐?”
에이든은 계약서를 바꿨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리 준비된 계약서를 꺼냈다.
그것을 받은 테이런 남작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값이 오른 거 같은데…….”
“한 번 거절하셨잖아요, 그로 인한 저의 마음의 상처가 좀 커서요.”
“…….”
“그러게 처음 기회 줬을 때, 사인하면 얼마나 좋아요.”
“그래도 이건…….”
“싫으면……. 어쩔 수 없고요, 하지만 아시죠? 제 상처가 커지면…….”
값이 오른다.
지금이야 이 정도겠지만, 다음 계약서에는 단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조용한 엄포.
그에 테이런 남작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내가 정말 지독하게 걸렸구나! 이런 독한 놈에게 걸리다니!’
절대 사인하고 싶지 않다.
하는 순간, 엄청난 손해배상금을 내야 하고, 자신의 거래처까지 플라워 상단에 양도해야 한다.
너무 아깝다.
하지만 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었다.
“하겠습니다!”
테이런 남작에게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가 아무리 인맥이 넓어도 감히 마탑을 뛰어넘을 인맥은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사인하며 손해배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탁월한 선택이시네요, 입금은 최대한 빨리 부탁드립니다.”
“…….”
“알프레도, 손님 가신다는데, 배웅 좀 해드려라.”
“알겠습니다, 가시죠, 모시겠습니다.”
테이런 남작은 응접실에 들어왔을 때보다 10년은 더 늙은 얼굴로 빠져나갔다.
악마와 계약한 인간의 말로랄까.
이로써 광산에 대해 날파리가 꼬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건드렸다가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확실히 봤으니까.’
아마 밖에서는 이런 소문이 돌 것이다.
마탑이 헤스티아 영지를 비호하고 있다고.
건드리면 미친개처럼 물어뜯겨 테이런 남작 꼴이 날 수 있다고 말이다.
알아서 몸을 사릴 터.
‘정신이 나가지 않는 이상, 마탑과 싸우려는 생각은 하지 않겠지.’
마탑은 훌륭한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이다.
쇠뇌 판매도 언제까지 감출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마나석을 본격적으로 캐기 시작하면 시끄러워진다.
‘특히 드워프가 있는 게 알려지면, 승냥이처럼 물어뜯으려고 하겠지.’
물론, 쉽게 뜯겨줄 사람은 아니지만.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었다.
띠링.
그때였다.
어디선가 기분 좋은 종소리가 들렸다.
“뭐지?”
[‘이제 일이 끝났다면, 우리가 부탁했던 일을 해결해 주는 건 어떤가?’]메시지가 날아왔다.
정령 왕이다.
드워프 쪽 일이 끝났고, 마나석 광산 정리도 끝났으니, 엘프를 도와달라 이거다.
“에이, 그건 아직이죠, 제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게 어디 있나! 우리도 급한데!’] [‘맞다! 샐리온의 돈을 뜯어 갔으면! 할 일을 하자!’] [‘실피드, 너는 좀 닥쳐라!’] [‘아무튼, 지금 엘프들도 괴로워하고 있네, 그러니…….’]“아아, 걱정하지 마세요, 대충 일 마무리되면 곧장 출발할 테니까.”
엘프가 급한 건 안다.
이대로 가면 세계수는 완전히 오염된다.
그 영향으로 엘프도 오염되어, 나중에는 다크 엘프로 타락한다.
‘그렇게 되기 직전에 주인공이 나서서 세계수는 정화하고, 엘프들을 구해 주지.’
다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이 남았다.
“약속은 지킬게요, 설마 정령 왕에게 돈까지 받았는데, 제가 안 지키겠어요?”
[‘……이런 개…….’] [‘워워, 진정해, 입 막아!’] [‘불같은 놈이 불같이 화내네.’] [‘너를 믿고 있단다, 그래도 조금 서둘러 주렴.’]그걸 끝으로 메시지는 더는 날아오지 않았다.
에이든은 할 일이 많았다.
일단 정령 도로 공사소를 이용해서 도로도 깔아서 광산과 영지를 연결할 생각이다.
길이 좋아야, 더 빨리,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다.
“그럼…….”
“영주!”
“헤르메스 님……. 무슨 일로…….”
“나는 결심했네!”
“뭘요?”
“나 여기에서 살 생각이네! 여기에 새로운 마탑을 지어서! 매일매일 요정들을 보면서 살 거야!”
“……아니, 그게 뭔…….”
“그래서 말인데, 땅을 사려고 하는데, 얼마면 되나?”
그 말에 에이든의 얼굴이 싸악- 하고 고쳐졌다.
“어서 오십시오, 고갱님, 얼마나 알아보고 오셨나요? 터 좋은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일단 가 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