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66)
제66화
16화 : 법카는 위대해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어왔습니다.”
한스의 말은 이러했다.
에이든의 말을 듣고 여관에서 평화롭게 대기하고 있을 생각이었다.
여관을 찾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한데, 여관에 들어오자, 대뜸 저들이 한스를 덮쳐온 것이었다.
“저는 정당방위였을 뿐입니다, 먼저 공격했기에 저는 그것에 대응했을 뿐입니다.”
“저도 봤습니다, 진짜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그냥 들어가서 둘러봤을 뿐인데, 갑자기 공격해 왔습니다!”
릴도 거들었다.
“그래? 그럼…….”
에이든은 쓰러진 놈 중 한 놈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놈의 다리를 지그시 밟으며 물었다.
“너 우리 애들 왜 건드렸냐?”
“크윽……. 네놈들……. 어느 길드에서 나왔냐…….”
“길드?”
“그래! 여기는 우리 블랙아웃 길드의 영역이다! 그런데 감히 그곳을 침범해!?”
“침범?”
“그렇다! 크크크……. 네놈은 우리를 잘못 건드렸다! 우리 영역을 침범…….”
퍼억!
에이든은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남자의 얼굴을 후려 차며, 기절시켰다.
굳이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블랙아웃 길드의 영역이고……. 한스가 들어오자…… 대충 경쟁 길드라 생각한 건가?”
에이든은 한스를 쳐다봤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개소리라고 말하고 싶지만, 한스의 얼굴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
얼굴이 개연성이라고.
“설마 한스 님 얼굴 때문에?”
“…….”
“하긴, 처음 한스 님이 헤스티아 영지에서 경비대 대장이 되었을 때도, 사람들은 쉽게 믿지 않았죠.”
“……크흠…….”
“얼굴이면 얼굴, 몸이면 몸까지, 확실히 오해할 만하네요, 신전에서도 그렇고.”
한스도 할 말은 없는지,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헤스티아 영지 사람들이야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다른 곳에선 달랐다.
“가면을 씌우고 데리고 다녀야 할까?”
“영주님, 가면을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얼굴을 가려도 몸이…….”
“음……. 그런가?”
“저 근육을 보십시오, 팔뚝이 제 허벅지만 합니다, 저 근육이면 그냥 서 있어도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뭐, 어쩔 수 없네, 서로 간에 오해가 있었던 거네.”
“오해?”
그때였다.
한스에게 멱살이 아닌, 얼굴을 붙잡혀 있던 남자가 이를 갈았다.
한데, 그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한스에게 계속 붙잡혀 있었다.
“이 꼴을 보고 오해라는 말로 끝날 거 같아!?”
“한스……. 놔줘, 왜 잡고 있어?”
“그립감이 좋아서.”
“……뭔 놈의 그립감이야.”
한스가 놓자, 남자는 바닥을 몇 번 구르더니 일어났다.
“이놈들……. 감히 블랙아웃 길드를 건드리고 무사할 줄 아느냐!!”
“에이~ 서로 오해가 있었을 뿐이잖아? 거기에 먼저 공격한 건, 그쪽이잖아?”
“저놈은 다치지도 않았잖아! 우리가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남자가 억울하듯 항변했다.
한스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남지 않았지만, 블랙아웃 길드원들은 어딘가 부러지거나, 이빨이 몇 개나 빠져 있었다.
“에이, 그래도 적당히 넘어가는 게 어때?”
“넘어가? 우리가…….”
스윽.
에이든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더니, 남자의 멱살을 붙잡았다.
“왜 자꾸 소리를 질러, 누가 보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너희를 팬 것처럼 말하는데…….”
“으윽!”
“공격은 너희가 먼저 했잖아, 안 그래?”
“그래도 저놈은 다치지도 않았는데…….”
에이든은 멱살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줬다.
남자는 숨이 터억! 하고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에이든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그를 강하게 압박하며 심장을 옥죄는 느낌이었다.
“다치든, 안 다치든, 그게 무슨 상관인데? 너희가 먼저 공격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데, 사람을 찔러 놓고, 안 죽였으니, 살인이 아니라고 할 생각이냐?”
“으윽…….”
에이든의 강한 기세에 억눌린 남자는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에이든은 요정 검술 관에서 일일 퀘스트를 하면서 아스트로 소드 숙련도를 올렸다.
그 과정에서 그에게서는 강자 특유의 기세가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거기에 숱한 전투를 거치면서 경험까지 쌓아 올린 에이든의 힘은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했다.
결국, 에이든에게 잡힌 남자는 정신을 잃었다.
“쯧.”
에이든은 남자를 놓았다.
불쾌했다.
처음 한스가 공격받았다는 말을 듣고, 짜증이 솟구쳤다.
소중한 울타리 안을 누군가가 더러운 흙발로 침범한 듯한 불쾌감.
‘저쪽 세계에 있을 땐, 난 보살핌받는 존재였지.’
저쪽 세계에서 그는 약자의 위치에서 늘 강자에게 보호를 받아야만 했었다.
동료가, 친구가 위험에 빠져도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약하니까.
힘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에게도 힘이 있고, 이제 지켜야 할 존재들이 많았다.
‘이제 나는 지켜보는 존재가 아니라, 지키는 존재가 됐어.’
더는 잃고 싶지 않았다.
울타리 안에 들어온 존재라면 그것이 누구라도 에이든은 최선을 다해서 지킬 생각이다.
“한스.”
“네, 영주님.”
“다음부터 시비 걸리면 상대가 누구든, 일단 들이받아라, 참을 필요는 없어.”
“…….”
“너는 헤스티아 영지의 영지민이다, 나는 내 영지민을 절대 버리지 않아, 너는 내가 지켜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한스는 가슴이 꿀렁였다.
그는 태어나기를 강자로 태어났다.
탁월한 육체.
조금만 단련해도 강해질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을 타고났고, 용병 생활 중,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늘, 누군가를 지키는 존재였었다.
그런데.
‘너는 헤스티아 영지의 영지민이다, 나는 내 영지민을 절대 버리지 않아, 너는 내가 지켜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 누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그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지켜 준다라…….’
그 말이 왜 이렇게 가슴 깊숙하게 박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것에서 오는 낯선 감정이지만…….
‘나쁘지 않네…….’
“영주님을 믿겠습니다.”
“그래, 그러니…….”
벌컥!
그때였다.
여관 문이 열리면서 중무장을 한 경비대원들이 우르르 들어와, 이들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그중, 경비대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감히 태양 신전이 보살피는 곳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경비대 대장의 외침에 한스가 슬쩍 물었다.
“받을까요?”
“……받긴, 뭘 받아, 인마.”
상황을 보고 받아야지.
경비대를 받으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질 수 있었다.
그에 에이든이 나서서 상황을 중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경비대가 먼저 움직였다.
“저놈들이 범인이다, 체포해라.”
경비대 대장의 명령에 경비대가 에이든 일행을 에워쌌다.
그에 에이든이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저놈들이 먼저 쳐서, 이쪽은 정당방위로 나섰을 뿐인데요?”
“흥, 그걸 우리보고 믿으라는 거냐? 상황을 보면 뻔한데.”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한데…….”
“넌 누구지?”
“아, 저희는 헤스티아 영지에서 왔습니다, 저는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헤스티아 영지?”
‘헤스티아 영지? 들어본 적 없군, 변방에 있는 작은 영지인가? 그럼 상관없겠지.’
그는 대충 각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흥, 더 들을 것도 없다! 이놈들을 체포해라!”
막무가내였다.
귀를 막고, 고막을 닫은 것인지, 도통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설마…….’
에이든은 블랙아웃 길드원에게는 손끝 하나 대지 않는 경비대 대원을 봤다.
‘블랙아웃 길드는 이곳에 영역을 잡고 있지, 저놈들이 나쁜 놈들이라는 것을 알 텐데, 이렇게 나온다고?’
에이든의 복장을 보면, 누가 봐도 귀족이라는 것을 알 텐데도 막무가내식으로 하고 있었다.
견적이 나왔다.
‘뒷돈 먹었구나?’
안 봐도 뻔했다.
이 블랙아웃 길드라는 놈들이 어떻게 이렇게 대놓고 다닐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경비대에서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주님, 아무래도 경비대는 저쪽에 붙은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어떻게 할까요? 받을까요?”
“……받긴 뭘 받아.”
“일단 받고 생각하는 게…….”
“그만 받아라, 좀.”
아무나 들이받으라고 했더니 진짜 들이받으려고 하는 한스를 보며, 에이든은 한숨이 나왔다.
나중에는 국왕도 받을 놈이다.
“영주님, 저희 어떻게 하죠? 저놈들이 경비대까지 매수했으면, 좀 귀찮아지지 않을까요?”
“귀찮아지기야 하겠지만……. 뭐 상관없어.”
에이든은 경비대 대장을 쳐다봤다.
“너 이름이 뭐지?”
“뭐? 너? 하, 신성한 라바돈 영지에서 소란을 일으킨 놈이 당당하군, 감히 여기서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거 같으냐?”
“됐고.”
에이든은 주위를 둘러봤다.
블랙아웃 놈들이 다 이겼다는 듯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니, 배알이 꼴렸다.
고작 경비대를 등에 업고 의기양양한 모습이라니.
에이든은 품속에서 법카를 꺼냈다.
그것을 본 경비대 대장의 눈이 놀란 토끼 눈처럼 휘둥그레졌다.
“그건…….”
“됐고, 주교 불러.”
경비대가 뒷배냐?
이쪽은 주교가 뒷배다.
경비대 대장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것을 보고 있던 블랙아웃 놈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듯, 눈동자를 굴릴 뿐이었다.
자…….
“누구 뒷배가 더 센지 볼까?”
* * *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한니발은 다시 한번 에이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설마 라바돈 영지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태양 신전이 있는 영지의 경비대 대장이 길드의 돈을 받고, 뒤를 봐주고 있을 줄이야.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한니발은 엎드려 있는 경비대 대장, 렐스를 보며 아득바득 이를 갈았다.
그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에 렐스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설마 태양 신전에서 징표를 줄 정도의 손님일 줄이야! 망했다!’
이건 심각했다.
다른 손님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징표를 가진 손님은 격이 달랐다.
거기에.
‘한니발 주교에게 걸리다니!’
다른 주교라면 뒷돈을 찔러주면 어영부영 넘어가기라도 할 텐데, 한니발은 그런 것도 없었다.
‘망했다……. 망했어!’
“제발 용서를! 다시는 이런 일은 없을 겁니다!”
“용서……. 지금 용서라고 했습니까? 감히 태양 신전의 영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용서!?”
한니발은 이를 악물었다.
감히 신선한 영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물갈이가 필요했다.
거기에 이번 일에 관련된 인물은 전부 목을 따서, 본보기를 보여야만 했다.
“네놈들을 바로…….”
“워워, 진정하세요, 한니발 주교님.”
“에이든 님……. 크흠, 죄송합니다, 추태를 보이고 말았군요,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그런데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확실하게 본보기를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뒤끝 없이 깔끔하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
그 말을 들은 렐스는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으음, 그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
“에?”
“태양 신전 경전에 이런 문구가 있죠?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지니,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그 말은…….”
“실수를 범한 자에게는 그것을 만회할 기회를 줘야 한다……. 라고 했죠?”
“……그렇습니다, 태양의 신, 솔라님의 말씀이시죠.”
“네, 그러니,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한순간 삿된 것에 눈이 머는 실수를 했지만, 인간인 이상 실수하기 마련이죠,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만회하느냐군요.”
그 말에 한니발은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훌륭하신 말씀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저는 솔라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 그저 제 개인적인 원한으로 우를 범할 뻔했습니다.”
“뭘요.”
“그럼 이자가 저지른 실수는 어떤 식으로 만회해야만 할까요?”
“피해자가 있으니, 그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식으로 실수를 만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금전적인 보상 말입니까?”
“네, 속물적으로 보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피해자에게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확실히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럼 에이든 님의 일행도 피해를 보았으니,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겠군요.”
한니발은 엎드려 있는 렐스를 쏘아봤다.
“이야기는 들었겠지? 훌륭하신 에이든 님께서 네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렐스는 살기 위해서 머리를 박았다.
그에 에이든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다~ 실수할 수 있는 거지, 말했잖아, 이제 그걸 어떻게 만회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마, 만회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상하겠습니다! 반드시!!”
“훌륭한 마음이네, 그러면 여기에 사인부터 할까?”
“이건……. 손해배상 금액……. 허업!!”
서류에 적힌 손해배상 금액을 본 렐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이건 너, 너, 너무 많지 않습니까!? 5만 골드라뇨!?”
“많아?”
“네! 거, 거기에 그분은 다치지도 않으셨잖습니까!”
“다쳤는데?”
“어디 가요?”
“마음이 다쳤잖아.”
“……그분을 보면, 그런 거로 마음이 다치거나 하지 않을 거 같은데요.”
“생각보다 마음이 여리거든, 사람을 외모만 보고 판단하면 어떻게 해.”
“그, 그래도…….”
“그래서 싫어? 그럼 죽든가.”
“에……?”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걷어차겠다니까, 어쩔 수 없지, 그냥 죽자.”
렐스는 그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진퇴양난.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거절하면 한니발이 자신을 어떻게 할지, 안 봐도 뻔했다.
슬쩍 보니, 자신의 목덜미를 탐스럽게 보고 있는 시선이 소름 돋기까지 했다.
“여기에 사인하면 됩니까?”
“어, 그래도 내가 친절하게 일시불이 아니라, 무이자 할부로 2개월 정도 잡아줄게.”
“……그런데 조금 깎…….”
“되겠냐?”
“……하겠습니다.”
렐스는 이를 악물며 악마의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절묘하게 렐스를 협박하는 그를 보며, 한니발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분을 건드리면 안 되겠구나.’
훗날, 자신이 렐스와 비슷한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묘한 불안감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