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80)
제80화
5화 : 헤스티아 영지로(2)
“뭐? 니케가 식량을 구했고, 그걸로 지금 힘들어하고 있는 영지를 구제하고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크라토 님.”
해밀턴 왕국 제1 왕자, 크라토 해밀턴은 정보부의 보고를 받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했다.
크라토 또한 레드 문에 피해를 본 영지를 구제하기 위해 식량을 구하고 있었다.
하나, 상인 길드와의 거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곤란해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어떻게?”
“조사에 의하면 벌써 몇 군데의 영지에 식량을 나눠줬다고 합니다, 덕분에 벌써 니케 님을 칭송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아직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두고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겠지.”
원래 변화라는 건 큰 곳에서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작은 것부터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지금이야 몇 명 칭송하는 것이겠지만.
나중에는 그게 어떤 파급력을 낳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니케는 도대체 어디서 식량을 구했지? 설마 상인 길드인가?”
“아닙니다, 상인 길드를 조사해 봤지만, 그곳에서 식량이 나온 흔적은 없습니다.”
“그럼? 다른 곳에서?”
“플라워 상단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플라워 상단이면……. 쇠뇌를 파는 그곳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쪽에서 대량의 식량이 나왔고, 그걸 니케 님께 제공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탁탁탁.
크라토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생각에 잠겼을 때 나오는 그의 버릇 같은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플라워 상단은 그렇게 큰 상단이 아닌데, 그쪽에서 그 정도의 식량이 나올 수 있나? 혹시 먼저 사재기를?”
“그것도 아닙니다, 플라워 상단의 식량은 헤스티아 영지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헤스티아 영지? 최근 자주 들리는군, 마탑이 이사 간 그곳이지?”
“네.”
탁탁탁.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모두가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헤스티아 영지에서 대량의 식량이 나왔고.
플라워 상단은 그것을 니케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사론톤 가문과 관계가 있나? 아니, 그럴 리는 없겠지.’
세실리아라면 자신을 먼저 찾아왔을 것이다.
굳이 니케를 찾아갈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세실리아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나에게 무언가 언질이 있었겠지만, 없다는 건…….”
“사론톤 가문에서는 모르는 일이라는 거군요?”
“그렇겠지, 알고 있다면 벌써 반응이 왔을 테니까.”
왜 하필 니케일까?
왕국에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니케가 아니라 자신을 찾아왔어야 했다.
왕실에서 니케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다.
권력도, 세력조차.
평범하게 생각하면 크라토를 찾았어야 할 터인데, 플라워 상단은 니케에게 갔다.
‘니케에게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인가? 하지만 뭘 원해서?’
“상단주를 만나야겠다.”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워낙 바빠서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습니다.”
“쇠뇌 3,000개를 주문해라, 그 정도면 되겠지?”
“알겠습니다, 곧바로 약속을 잡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보부는 플라워 상단에 쇠뇌 주문을 넣고, 약속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혼자 남게 된 크라토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탁탁탁.
“니케, 플라워 상단, 헤스티아 영지…….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자는 단 한 명…….”
툭.
“에이든 사론톤.”
그가 중심에 있었다.
* * *
“적적하네.”
헤스티아 영지에 머무는 비앙카는 자신의 방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알프레도는 어디로 간 건지.”
분명 같이 청소하고 있던 알프레도가 갑자기 사라졌다.
청소할 때면 항상 사라졌기에 이번엔 어디에 숨었는지 찾아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돌아오겠지.’
“차 맛 좋네.”
비앙카의 방은 창문을 보면, 영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었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영지는 마치 그림 속 세계처럼 보였다.
눈앞에 펼쳐진 저 멀리 거대한 성벽은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아 있었고, 각기 다른 형태와 색깔의 건물들이 길을 따라 줄지어 있었다.
헤스티아 영지는 대격변을 맞이했다.
‘목책을 부술 땐, 놀랐지만…….’
수백의 요정이 나타나 목책을 부술 때는 드디어 요정들이 맛이 간 줄 알았다.
‘일을 너무해서 화풀이하는 줄 알았지.’
과중한 업무.
끝없이 밀려오는 작업 의뢰에 요정들이 화풀이로 목책을 부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목책을 부수자 요정들은 잔해를 가지고 돌아가고, 거대한 벽돌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차곡차곡 쌓는데.
‘대단했지.’
이전에 목책을 만들 땐 하루에 끝났었지만, 벽돌을 옮기고 쌓는 것 때문인지.
이번 공사는 3일이나 걸렸다.
물론, 이것도 경이적인 속도라고 할 수 있다.
건축가 길드에 의뢰했다면 몇 달은 족히 걸렸을 작업을 고작 3일이라니.
“정말 많은 것이 변하고 있구나…….”
변화의 바람이 분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그렇듯, 에이든이 존재했다.
비앙카는 확신하고 있다.
‘이게 끝은 아닐 거야.’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에이든은 늘 말했다.
자신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개꿀 빠는 노후?’
“푸훕…….”
차를 마시던 비앙카는 자신도 모르게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른 누군가 보면 소박하다고 할 꿈이겠지만, 비앙카는 안다.
누군가는 소박한 꿈 따위라고 하겠지만, 누구에게는 이루기 힘든 꿈이라는 것을.
‘하지만 내 아들이라면 반드시 이룰 거 같단 말이지.’
에이든이 말했다.
‘저는 임대료나 받으면서 대충 대리인 하나 세워놓고, 어머니와 함께 백수 생활을 만끽할 거예요.’
‘에? 그래도 되냐고요? 그럼요! 저 건물주예요! 이 영지에 있는 건물이 전부 내 건데, 누가 뭐라고 해요?’
‘저는 이걸 이루기 위해서는 뭐든 할 거예요.’
‘그러는 데 필요한 게 뭐냐고요? 당연히 돈이죠! 돈, 돈, 돈! 돈만 있으면 돼요! 돈으로 안 되는 게 없죠~ 그래도 안 되면 그냥 돈이 부족해서…….’
“…….”
문득, 창문 너머를 바라보는 비앙카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그 아이는 정화를 받았을까?”
헤르메스가 가끔 찾아와서 요정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라바돈 영지에 대해 몇 가지 들은 게 있다.
라바돈 영지에는 태양 신전이 있는데, 거기에 실력 좋은 대주교가 있다고.
그 대주교라면…….
“아들에게 붙은 귀신도 떼어낼 수 있겠지? 가능할 거야…….”
최근 돈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에이든이었다.
사람들 월급 나간다면서 가슴을 쥐어뜯는 것을 보면…… 한없이 자랑스럽던 아들이 가끔은 한없이 부끄러웠다.
“괜찮겠지…….”
가족이니, 보듬어야겠지.
하나뿐인 아들이니까.
“그러고 보니…….”
문득, 가문이 생각났다.
사론톤 가문이 아니다.
그녀의 본가.
레트린 자작가가 떠올랐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잘 계시겠지?’
아벨 사론톤과 결혼 후, 살아남기 위해 반쯤은 잊고 살았던 가문.
더는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헤스티아 영지에 오면서 여유가 생겼으니, 한 번쯤은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이야기나 꺼내 봐야겠구나.”
그때였다.
비앙카의 시선이 영지 입구로 향했고, 마차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비앙카의 얼굴이 환해졌다.
“돌아왔구나!”
에이든이 돌아왔다.
비앙카는 웃으며 사랑하는 아들을 배웅하기 위해 내려갔다.
돈 귀신이 들려 많이 변한 아들이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아니라,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언젠가 다시 엄마라 불러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들아……. 돌아왔구나!?”
“아! 비앙카 님, 나오셨군요?”
파닥파닥.
“이야! 영지가 정말 많이 변했군요, 저 성벽을 좀 보세요, 처음에 봤을 때, 저희 영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니까요?”
파닥파닥.
“그리고 저 건물은 또 뭐죠? 영주님이 또 뭔가 지으셨나? 참 대단하시다니까요.”
파닥파닥!
“정말 엄청 변해서……. 응? 비앙카 님, 왜 그런 시선으로 저를 보시는 건가요? 벌써 제 얼굴을 잊으신 건가요? 저 릴입니다! 기사! 릴!”
“……릴?”
“네!”
비앙카는 날개를 파닥이고 있는 릴을 보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멈출 수 없었다.
“……자네 그 꼴은 도대체 뭔가?”
네가 가장 많이 변했잖아.
그리고.
“어머니! 돌아왔습니다!”
“아들아, 돌아왔…….”
“으하하하! 돈 많이 벌어왔어요! 어머니! 저희 이제 부자예요!”
“…….”
돈주머니를 들며 웃는 그를 보며 비앙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주교도 소용이 없었구나.’
정말 지독한 돈 귀신이 붙은 모양이다.
* * *
“대주교가 흑마법사? 그리고 납치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구나?”
에이든은 라바돈 영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했다.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태양 신전의 대주교나 되는 사람이 뒤에서 그런 짓을 저지르고 있을 줄이야.
“어디 다친 곳은 없니?”
“네, 멀쩡해요, 태양 신전에서 신성력 테라피를 받았거든요.”
“테, 테라피?”
“신성력 치료를 받았다는 거죠.”
“……그래.”
“왜 그렇게 아쉬운 표정을 지으세요?”
“아니, 신성력도 소용없는 거 같아서, 조금 안타깝구나.”
“에?”
“아니, 아무것도 아니구나.”
“아~ 어머니, 서운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신성력 테라피, 어머니도 받게 해드릴게요, 신성력이 얼마나 몸에 좋은데요! 피부에도 좋고, 노화에도 좋고!”
에이든은 나중에 한번 비앙카를 데리고 태양 신전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성력 피톤치드가 최고였다.
숲속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받는다?
그것보다 그냥 신성력 가득한 곳에서 몇 시간 누워 있는 게 훨씬 건강했다.
“오래오래 사셔야죠, 그래야 저랑 같이 돈 쓰면서 놀죠!”
“호호, 그래, 생각해 줘서 고맙구나.”
“뭘요.”
“그런데 으음……. 그, 릴 경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
“릴이요? 글쎄요.”
비앙카는 요정이 된 릴이 궁금했다.
도대체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건지.
하지만 그건 에이든도 궁금할 따름이다.
알프레도도 이 부분에 대해 아는 건 없는 거 같았고, 언제까지 저놈을 저대로 둘 순 없었다.
‘부려 먹을 수가 없잖아, 월급도 주는데…….’
한창 부려 먹을 시기에 요정이 돼서 그러지 못해서 놈은 놀고 있었다.
월급 루팡이라니!
월루라니!
에이든은 절대 릴이 월급 루팡이 되는 꼴은 볼 수 없었다.
“일단 알아봐야…….”
“영주님!”
그때였다.
영지로 나간 릴이 창문을 열면서 허겁지겁 날아와, 에이든의 뒤에 숨었다.
“무슨 일이야?”
“저, 저 좀 살려주십시오!!”
“뭔데? 몬스터라도 나타났어? 마수? 흑마법사?”
“그,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런 게…….”
삐익-
삐이이익-
어디선가 호각이 들린다.
한데, 평소에 들리던 리드미컬하면서도 힘찬 소리가 아니라, 어딘가 분노가 서린 듯한 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호각을 불고 있는 요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넌…….”
항상 요정들을 지휘하던 그 요정이다.
저번에 보니까, 메시지 창도 걷어차던데.
알프레도의 태도를 보면, 요정 중에서도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거 같았다.
삐익-
“히익! 영주님! 저 좀 살려 주세요!”
“도대체 무슨 일인데, 저 요정은 왜 빡쳤냐?”
“저는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그냥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김에 영지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있었는데?”
“일하고 있던 저 요정이 저를 보더니, 불같이 화를 내면서 저를 잡으러 왔습니다!”
삐익!
“히이익!”
에이든은 잠시 상황 파악에 나섰다.
지금까지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일하던 요정이 갑자기 릴을 쫓아왔다?
일하던 도중에?
저 화난 표정과 눈빛.
마치.
‘농땡이를 피는 부하 직원을 발견한 부장님의 그 눈빛과 비슷하잖아?’
삐비빅-
상황 파악 완료.
에이든은 웃으며 릴을 붙잡았다.
“영주님?”
“자, 데려가.”
“영주님!?”
삐익-
그리고 그대로 요정에게 릴을 넘겼다.
요정에게 붙잡힌 릴은 마치 도살장에 잡혀가는 돼지처럼 질질 끌려갔다.
“영주님!!!!”
애타게 그를 부르며 손을 뻗는 릴에게 에이든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열심히 해.”
월루는 용납할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