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84)
제84화
9화 : 교황의 대화법
태양 신전의 본산.
“여기도 오랜만이군…….”
한니발 주교는 태양 신전 본산에 발을 들이밀면서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라바돈 영지로 떠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다시는 본산으로 돌아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교황의 부름을 받고 이 땅을 다시 밟게 되었다.
‘원래라면 기뻐해야 할 일이겠지만…….’
“끄응…….”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교황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한니발 주교님.”
그때.
신관이 다가왔다.
“교황께서 기다리십니다, 이쪽을 오시죠.”
“그래.”
한니발은 신관을 따라 복도를 걸었다.
예전에도 많이 걸었던 복도이기에 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응접실이다.
그것도 평범한 응접실이 아니라, 특별한 손님을 맞이할 때 사용하는 응접실이다.
‘그래도 배려는 해 주시는구나.’
교황이 자신을 그쪽으로 부른 건, 그를 배려하기 위함이다.
만약 그의 죄를 벌하고자 했다면 다른 곳으로 불렀을 터.
이 응접실로 불렀다는 건, 그를 ‘손님’으로 대우하겠다는 의사 표명이다.
“이곳입니다.”
“고맙구나.”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태양의 은총이 가득하길…….”
신관은 종종걸음으로 떠났다.
한니발은 조금 긴장한 듯 숨을 크게 내쉬며 노크했다.
“들어오거라.”
“들어가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태양 신전 교황이 앉아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
무엇이든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 정확하게 한니발을 직시하고 있었다.
“왔구나.”
“태양의 후예를 뵙습니다.”
“그런 고지식한 인사는 됐고, 일단 앉아라, 먼 길을 오느라 고생이 많았구나.”
“아닙니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은 들었다, 설마 포토스 그놈이 그런 짓을 저지를 줄이야.”
“……면목 없습니다.”
“왜 자네가 면목이 없나, 대주교가 한 짓인데, 주교인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차리겠나.”
교황은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대주교였던 포토스가 흑마법사와 손을 잡고, 그런 사악한 짓을 저지를 것이라고.
“하지만…….”
“자네는 죄가 없지, 물론, 신전 내에서 자네를 처벌해야 한다고 하는 자들이 있긴 했지만, 걱정하지 말게, 잘 타일렀으니까.”
그는 그러면서 들고 있는 지팡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한니발은 봤다.
지팡이 끝 쪽에 묻어 있는 혈흔을.
‘팼구나.’
교황의 성격은 잘 안다.
그는 무척이나 인자하며, 솔라에 대한 굳건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태양을 닮았다고 했다.
그리고 태양은.
‘뜨겁지, 불같이 말이야, 교황께서는 확실히 인자하신 분이다, 하지만 때로는…….’
불같은 성격을 드러낼 때가 있었다.
아마 이번 회의에서 쓸데없는 말을 꺼낸 이들의 대가리를 저 지팡이로 깼을 가능성이 있었다.
“……괜찮았습니까?”
“대화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법이네.”
“대화요?”
“그래, 인간이 왜 숭고한 존재인지 아나? 바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네.”
“…….”
대화했겠지.
다만 그 대화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화(물리)였겠지.’
아무튼.
교황이 저리 말한다면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한니발이 질 필요는 없을 터였다.
교황은 태양 신전의 최고 결정자니까.
“감사합니다.”
“아니네, 애당초 이런 일로 자네를 벌하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리고 오늘 자네를 부른 건, 그 일을 묻고 싶어서가 아니네.”
“그럼…….”
“성배를 빌려 달라고 했다지?”
성배.
태양 신전의 신물 중 하나로 태양의 은총이 깃들어 있는 특수한 잔이다.
오염을 정화하는 능력을 가졌다.
거기에 잔에 물을 담으면 그것을 최상급 성수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네.”
“에이든 사론톤이 그것을 원하던가?”
“써야 할 곳이 있다면서……. 성배를 잠시만 빌려달라고…….”
“에이든 사론톤……. 그래, 자네가 보기에는 그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던가?”
“그는…….”
“무척이나 정의로운 사람이었겠지, 포토스의 계획을 막고, 납치된 사람들을 구하고, 플라워 상단을 통해서 식량과 의료품을 나눠 줬다지?”
“정의로운 사람이라…….”
한니발은 그를 떠올렸다.
왜일까.
그가 한 일을 생각하면 교황의 말이 맞겠지만,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었다.
긍정하기 싫었다.
“……정의롭고,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정의롭고, 욕심이 많다고?”
“네.”
“호오, 그거참 흥미롭군, 뭐, 뭐가 어떻게 되었든 우리 신전은 그에게 은혜를 입었네, 당연히 그걸 갚아야겠지.”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신물을 빌려주는 일입니다, 다른 이들의 반대가…….”
“괜찮네.”
교황은 부드러운 손길로 지팡이를 만졌다.
“잘 타이르면 될 터이니.”
“…….”
“허허허, 에이든 사론톤이라……. 이거 참, 재미있는 사람인 듯하구나.”
교황은 에이든에게 흥미가 생겼다.
사론톤 가문의 사생아.
하지만 어느 기점으로 그가 변하기 시작했다.
요정의 가호를 받았으며, 그는 타락한 포토스를 일격에 베어 죽였다.
‘요정의 가호를 받은 자, 페어리 프린세스의 등장인가.’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구나.”
교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지, 은인에게 은혜를 갚으려면 아무래도 꽉 막힌 놈들과 대화가 필요할 거 같아서 말이지.”
“…….”
“자네는 푹 쉬었다가 라바돈 영지로 돌아가게, 아, 그쪽 복구하는 데 필요한 인원은 금방 보내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감사합니다.”
“자네도 수고가 많았네.”
교황은 그 말을 끝으로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날.
태양 신전 회의실에서 대가리가 깨진 10명의 환자가 나오고 나서야, 성배를 빌려주기로 결정됐다.
* * *
라베라스 약초를 즉완권을 구매해서 수확 후, 포션 제작에 들어갔다.
포션 연구를 했기 때문일까?
연구소에 있던 마법사들도 포션을 제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연구소를 찾았는데.
“어서 움직여!! 영주님께서 시키신 일이잖아! 그 자료 이쪽으로 옮기고!”
“아, 알았어…….”
“너! 여기에 있는 물건 옮기라고 말했잖아, 왜 이렇게 둔해! 어서 옮겨!”
“금방 옮길게!”
“이거 포션 만들 때, 0.1g도 용량이 틀리면 안 된다고 했잖아! 너 이거 누구 죽이려고!? 네가 마실래!?”
“아, 아니……. 시, 실수할 수도 있지.”
“실수~? 시이이이일수? 실수하다 사람 죽으면 네가 책임질 거야!? 영주님한테 말해 버린다!?”
“히익! 아, 알겠어! 미안해! 다시는 실수 안 할게!”
“잘 좀 하자!”
엘레나가 마법사들을 완벽하게 휘어잡고 있었다.
처음 저들에게 당했던 소심했던 엘레나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갑질!
“흐……. 흐흐……. 이것이 권력의 힘…….”
음침하게 웃음을 흘리는 엘레나를 보고 있자면 어째 권력을 줘서는 안 될 사람에게 준 느낌이 들었다.
뭐, 그래도 연구는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상관은 없었다.
‘나한테 개기지만 않으면 되니까.’
밑에 있는 놈들이 고생할 뿐이지, 그것까지 에이든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저들이 마탑에서 엘레나에게 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 약과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엘레나는 기운 안정제를 만들어왔다.
그것을 받은 릴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흑흑……. 드디어 저도 해방되는 겁니까?”
“어, 그거면 될 거야.”
“그럼! 바로 마셔 보겠습니다!”
릴은 뚜껑을 낑낑거리며 따더니, 거기에 머리를 박고 마시기 시작했다.
[견습 요정 기사, 릴이 기운 안정제를 사용했습니다.] [견습 요정 기사의 기운이 안정됩니다.] [칭호, ‘불완전한 견습 요정 기사’가 삭제됩니다.] [칭호, ‘견습 요정 기사’를 획득했습니다.] [견습 요정 기사 : 사유지 내에서 왕과 함께 전투 시, 공격력, 방어력이 크게 상승한다.반응 속도, 공격 속도, 이동속도가 상승하며, ‘요정의 날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칭호가 사라지며, 새로운 칭호를 얻게 되었다.
동시에.
우웅.
릴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돌아왔다! 돌아왔습니다! 영주님!”
“잘됐네.”
“으흐흑, 이제 요정들을 피해서 안 도망 다녀도 되는 거군요! 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정도야?”
“그놈들 엄청 집요했습니다! 숨어도 어떻게든 찾아내고……. 거기에 마탑주님께도 얼마나 쫓겨 다녔는지.”
“…….”
귀환 후, 릴이 상당히 고생한 모양이다.
‘어디.’
에이든은 그를 향해 왕의 눈을 사용했다.
[스킬, 왕의 눈을 사용하셨습니다.]이름 : 릴
종족 : 인간
칭호 : 견습 요정 기사.
레벨 : 37
특성 : [초급 검술]
힘 : 50 민첩 : 40 체력 : 50 운 : 37
‘헤에…….’
그의 능력치는 레벨에 비해서 상당히 높았다.
특히 힘과 체력이 높은데 아마, 한스에게 계속 굴려지다 보니 저렇게 된 모양이다.
띠링.
[불완전한 견습 요정 기사의 고충을 해결하여, 견습 요정 기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칭호, ‘왕의 기사단’을 획득하셨습니다.] [왕의 기사단 : 요정 기사와 함께 전투 시, 사용하는 검을 강화하며, 일시적으로 검술 숙련도가 상승한다.] [건물주 상점이 갱신되었습니다.]“칭호랑 갱신? 뭔데?”
에이든은 건물주 상점을 열었다.
거기에는 새로운 물건이 들어와 있었다.
요정 기사 임명장 – 50,000골드.
“…….”
“아, 그건 요정 기사를 임명할 수 있는 임명장이군요, 그걸 이용하면 대상을 요정 기사로 임명할 수 있습니다.”
“그건 나도 보면 알아…….”
그런데…….
“너무 비싸잖아.”
50,000골드라니!
릴의 연봉의 몇십 배나 되는 가격이었다.
저거 한 장이면 릴을 얼마나 부려 먹을 수 있는데…….
문제는.
‘요정 기사가 좋긴 한데…….’
포토스와 싸울 때, 상대도 되지 않았던 릴이 견습이라도 요정 기사가 되면서 큰 활약을 하지 않았던가.
견습이 그 정도인데.
정식 요정 기사가 되면 도대체 얼마나 강해질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왕의 기사단 칭호도 요정 기사라고 했지, 견습은 포함되어 있지 않단 말이지…….’
요정 기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마나석 정화 연구는 이제 60%를 넘었을 뿐.
아직 멀었다.
어쩔 수 없었다.
“가자.”
“어딜 말입니까?”
“어디긴.”
에이든은 마수의 숲을 바라보며 말했다.
“앵벌이하러 가자.”
* * *
“후우, 드디어 물량을 맞췄구나!”
“드디어 끝났다.”
“이제 쉴 수 있나?”
“집에 갈 수 있는 거지?”
헤스티아 영지의 대장간.
레비를 포함해서 게렌과 도우미들은 산처럼 쌓여 있는 쇠뇌를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으하하! 인간 승리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만?”
“우리의 승리다!”
“아무튼, 고생 많았다, 이 빌어먹게도 많은 쇠뇌를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크흡…….”
게렌조차 눈물을 찔끔 흘릴 정도였다.
폭주하는 쇠뇌 물량을 맞추겠다고 도대체 며칠을 지새웠는지 알 수 없었다.
오늘 드디어 그 지옥에서 벗어난다.
“갑시다! 오늘은 제가 쏘겠습니다! 주점으로!”
“오오!”
“오늘 마음껏 맥주에 빠져 보죠!”
“좋지!”
“으하하! 호탕해서 좋구나! 그래! 오늘 드워프가 어떻게 맥주를 마시는지 확실히 보여 주마!”
“가죠!”
오랜만에 하는 칼퇴에 사람들의 얼굴에는 태양 같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때였다.
“응? 이건 뭐지?”
“여기에 왜 종이가…….”
대장간 문에 못으로 무언가 박혀 있었다.
종이였다.
“이거…….”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발주서.]“…….”
“…….”
“그러니까…….”
“비켜 봐라! 도대체 몇 개길래 그러는 거냐!”
성질 급한 게렌이 종이를 뜯으며, 내용을 읽었다.
동시에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발주서……. 쇠뇌 3,000개…….”
야근 지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