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91)
제91화
16화 : 엘프의 취향(2)
추격대의 대장, 가이란은 보고를 위해 한발 먼저 카말의 숲을 빠져나와 본부로 향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붙잡은 엘프를 심문해서 마을의 위치를 알아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한데.
“그게 무슨 말이냐? 놓쳤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제대로 보고해라.”
“갔던 놈들의 귀환이 너무 늦어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전부 누군가에게 당해서 쓰러져 있었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전부 포박된 상태로…….”
가이란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 엘프를 찾기 위해서 카말의 숲에서도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잠복했던가.
이날을 위해서 제대로 씻지도, 자지도 못했었다.
퀭한 그의 눈이 그간의 고생을 보여 주고 있었다.
성공이 코앞이다.
이제 드디어 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어떤 놈이!”
가이란은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퇴근이 코앞인데!
조금만 더 하면 되는 건데, 방해꾼 때문에 연장근무까지 해야 했다.
“놈들의 흔적은!!”
“그게 알아보고 있긴 하지만, 치밀하게 흔적까지 지워 버려서 찾기는 힘들 거 같습니다.”
“끄응…….”
가이란은 머리가 아팠다.
“감히 어떤 놈이! 사론톤 가문의 행사를 방해한단 말인가!!”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시기가 절묘하지 않습니까? 왜 하필 저희가 엘프를 붙잡았을 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러니까, 네 말은 이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냐?”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공교롭지 않습니까?”
부하의 말에 가이란은 생각이 좀 정리되는 거 같았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시기가 너무 공교롭다.
자신들이 힘들게 몇 날, 며칠 잠복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엘프를 붙잡았을 때, 이런 일이 생긴다고?
“확실히 이상하군.”
“그리고 이번 일은 가문에서도 은밀하게 진행하는 일입니다, 그만큼 정보 통제를 했는데 방해꾼이 왔다는 건.”
“상대도 우리만큼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지.”
“……제 생각에는 메디아 가문에서 움직인 거 같습니다.”
“메디아 가문에서?”
“네, 그곳이 아니라면 왕실에서 움직였다는 것인데, 왕실은…….”
“그곳은 아니다.”
“그렇죠.”
사론톤 가문과 왕실 사이에는, 정확하게는 사론톤 가문과 크라토 사이에는 은밀한 거래가 오가고 있다.
서로 원하는 것이 있는 이상, 그쪽에서 가문의 행사를 방해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남은 곳은 한 곳.
“소거법으로 메디아 가문밖에 없습니다.”
“빌어먹을 놈들! 하필 이때!”
메디아 가문에서 왜 엘프를 도왔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놈들은 사론톤 가문에서 뭘 하든 고깝게 보는 놈들이니까, 별다른 이유가 없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기회를 노리고 있었군.”
“아마 그럴 겁니다, 매복하고 있는 저희를 지켜보고 있다가 엘프를 잡는 순간을 노린 겁니다.”
으드득.
가이란은 이를 갈았다.
“비겁한 놈들, 고생은 우리가 다 했는데…….”
분노가 치밀었다.
놈들을 붙잡기 위해서 잠복해서 개고생한 것도 자신들인데, 그것을 빼앗겼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만약 정말 메디아 가문에서 움직였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야만 했다.
“……일단 대기한다, 나는 잠시 가문으로 돌아가서 보고 후, 다시 돌아오도록 하지.”
세실리아를 만나, 명령을 받아야 했다.
“너희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도록, 만약 움직임이 있다면 움직이지 말고, 상황을 지켜봐라.”
“알겠습니다.”
* * *
“…….”
사실 한스는 정령에게 납치되고 에이든에게 왔을 때, 사정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거 같습니다.’
‘왜?’
‘예전에 용병 일을 할 때, 우연히 엘프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엘프를 만난 적이 있어?’
‘네, 의뢰 도중 정말 우연히 만났던 엘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엘프가 저를 싫어한다는 것을.’
‘싫어한다고?’
‘네, 잠시 동행하게 되었었는데, 동행하는 내내 저를 노려봤었습니다.’
엘프가 왜 자신을 싫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애당초 그러한 적의는 익숙했다.
그도 안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외모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익숙한 일이었기에 그때는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었다.
‘저는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아니, 괜찮아, 너의 근육은 도움이 되니까.’
‘근육이 도움이 된다고요?’
‘그래, 그러니, 걱정하지 마.’
그때는 에이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근육이 도움이 된다고?
이곳에 오는 동안 그 의문에 질문을 던졌지만, 이렇다 할 해답은 돌아오지 않았었다.
한데.
오늘 그 의문의 해답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최고예요! 저런 근육은 처음 봐요! 도대체 어떻게 단련한 거죠? 저 복근 좀 봐, 빨래판도 찢겠는데?”
“저 대흉근은 어떻고! 아까 기사가 주먹을 날렸는데, 튕겨 나갔다니까! 엄청난 탄력이야.”
“……저 전완근과 힘줄을 봐봐, 멋져.”
레아를 포함한 엘프들은 한스의 근육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랬다.
“엘프들은 근육을 좋아하거든.”
근육이 엘프의 취향이었던 것!
그것도 크고, 우람한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럼 그때 만났던 엘프가 저를 노려본 건…….”
“널 노려본 게 아니라, 네 근육을 노려본 거겠지, 정확하게는 관찰이지, 좋아하는 게 눈앞에 있었으니까.”
“…….”
한스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근육을 좋아하는 엘프라니.
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흔히 사람들에게 엘프는 숲의 요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고.
뛰어난 궁술과 정령술을 다루며, 인간을 적대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한데.
“……대흉근 한번 만져 봐도 될까요?”
“저는 등 근육을…….”
“승모근을 좀 봐…….”
적대는 개뿔.
근육 만져 보겠다며 수줍게 다가오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부담스러워 거절하겠지만.
“후웁!”
울끈불끈!
“세상에! 저 꿈틀거리는 대퇴사두근을 봐!”
“등이! 등이! 포효하고 있어!”
“……멋져, 저 대흉근에 빠져 보고 싶다.”
한스가 누군가?
근육에 죽고, 근육에 사는 근육 예찬론자이자 단백질에 환장한 헬창이다.
헬창은 자신의 근육 자랑 기회를 놓치지 않는 법!
그는 엘프의 호응에 맞춰 몇 번이나 포징을 취하며 즐거워했다.
근육이 꿈틀거릴 때마다, 엘프들이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
[‘뭐냐, 저 근육은?’] [‘이거 참, 엘라임이 보면 혼절할 상황이네.’] [‘끔찍하군…….’]“저도 좀 끔찍하네요.”
엘프들이 근육을 좋아한다는 건, 원작을 읽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한데, 역시 활자로 읽는 것과 직접 보는 건 차원이 달랐다.
그렇게 한참, 근육 예찬에 빠졌던 엘프들은 시간이 지나자 조금은 진정된 모양이다.
“크흠……. 도,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레아는 멋쩍은 듯, 헛기침하며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만약 당신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희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릅니다.”
“뭘.”
“그나저나, 신기하군요.”
레아는 고개를 기울였다.
“당신에게서 정령의 향기가 납니다. 인간에게 정령의 향기가 날 리가 없는데.”
“정령이 향기?”
“네, 정령의 향기는 정령의 친구에게서만 느껴지는 건데.”
“아.”
에이든은 하나의 칭호를 떠올렸다.
[정령의 친구 : 정령이 당신에게 친근감을 느낍니다.]정령의 친구 칭호.
예전에 정령 화원을 지었을 때, 얻은 칭호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가?’
“아무튼, 정령의 친구는 엘프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저희 마을로 가시죠.”
“오, 그래도 되나?”
“물론이죠, 당신은 저희를 구해 주셨고, 정령의 친구이지 않습니까, 정령의 친구 중,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나쁘지 않았다.
엘프의 인간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마을에 대해 어떻게 물어볼까 했었는데.
정령의 친구 칭호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엘프라…….’
에이든은 레아의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다.
설마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레아, 주인공 일행이었지.’
트로이처럼 조연에 가까운 조력자가 아니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함께 싸우는 동료였다.
엘프가 근육을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도 레아가 주인공에게 근밍아웃을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목적은 하나.
마족을 죽이고, 일족의 복수를 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전투에서…….
지끈.
“큭…….”
“영주님, 왜 그러십니까?”
“아니야…….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그래.”
“괜찮으십니까?”
“어.”
이상했다.
분명 ‘멸악의 기사’의 완결까지 봤고, 후기까지 읽은 기억이 있었다.
다른 건, 어느 정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
‘왜 마지막에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
소설의 완결 부분은 서사의 대절정이다.
모든 서사와 떡밥이 풀리면서 세계의 끝을 알리는 중요한 장면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런 부분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어떻게 된 거지? 마왕을 죽였나? 아니면…….’
지끈지끈.
두통이 심했다.
“영주님!”
한스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정신을 잃기 전, 에이든이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 * *
에이든이 다시 정신을 차린 건, 그로부터 5시간이 지난 후였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에이든은 장로의 집에서 정신을 차렸다.
“여긴…….”
낯선 천장.
그리고…….
“후웁! 후웁!! 하나만 더……. 하나만 더!!”
익숙한 소리까지.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서는 한스가 납치당해 오느라 못 했던 하체를 조지고 있었다.
저 바벨은 어디서 가져온 걸까?
일어나자마자 저 광경을 보고 있자니, 정신 건강이 나빠질 거 같았다.
“엇, 영주님, 깨어나셨습니까!?”
“……한스, 여긴 어디지?”
한스는 바벨을 내려놓고, 옆에 있던 수건을 땀을 닦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곳은 엘프 마을입니다, 영주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셔서 이쪽으로 서둘러 왔습니다.”
“엘프 마을이라…….”
공기가 달랐다.
엘프의 마을이라 그런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져 있으며, 공기는 청정했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거 같다고 할까?
이것이 진정한 피톤치드였다.
‘대박이네, 이 정도라면 산림욕 관광 사업하면 최고겠는데? 적당히 입장료 받고 간식거리 팔아도…….’
“영주님, 그런데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아.”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여기가 엘프 장로의 집이라고?”
“그렇습니다, 영주님이 쓰러진 것을 배려해서 침대를 빌려주셨습니다.”
“그래? 그럼 장로를 좀 불러 주겠어?”
“장로를 말입니까?”
“어.”
“알겠습니다.”
한스가 나가고, 잠시 후, 엘프 장로가 들어왔다.
“깨어나셨군요.”
“네, 침대를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 아이들을 구해 주셨는데,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닙니까.”
장로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의자를 끌고 와, 에이든의 옆에 앉았다.
동시에 분위기가 변했다.
조금 전만 해도 인자하며 부드러웠던 분위기가 지금은 무겁게 변했다.
강한 압력이 에이든을 짓누르는 느낌이다.
“그럼 이제 묻겠습니다, 인간이여, 왜 우리 마을을 찾아온 거지?”
거대한 존재감이다.
과연 장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묵직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에이든은 이를 악물며 압박감을 버텨냈다.
“……한스에게 듣지 않았습니까?”
“들었습니다, 저희를 돕기 위해 오셨다고 하는데, 저희의 무엇을 돕겠다는 거죠?”
“……세계수의 오염.”
“…….”
순간, 장로의 눈빛이 흔들렸다.
동시에 그의 눈빛이 표독스럽게 변하면서 불쑥, 손을 내밀어 에이든의 목을 쥐어 잡았다.
“커헉!”
장로에게서 짙은 살기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인간이 그 비밀을 알고 있는 거지? 세계수가 오염된 건, 오로지 우리밖에 모르는 사실인데!”
“그, 그건…….”
“네놈……. 설마 흑마법사냐? 사악한 흑마법사 놈들이 이제는 여기까지…….”
손아귀에 힘이 강해졌다.
세계수가 오염되면서 힘이 약해졌다고 해도 장로는 장로였다.
강했다.
레벨로 따지면 150쯤 되려나?
A급 헌터 끝자락에서 S급에 발을 걸친 정도다.
에이든이 사유지를 펼치고, 무장지대까지 사용해야 이길 수 있는 존재!
하나, 지금 무기도 없었다.
‘빌어먹을! 제대로 준비나 시켜 줄 것이지, 샐리온! 돌아가면 두고 보자, 이 피해 보상은 확실히 뜯어낼 테니까!’
일단 장로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에이든은 손등에 수납된 성배를 꺼내, 장로의 뒤통수를 때리려고 했다.
한데, 그때였다.
우우웅.
빛무리가 열렸다.
삐익-
빛무리 안에서 호각을 부는 요정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쒸익쒸익!
요정은 화난 듯, 허공을 성큼성큼 밟으며 다가왔다.
요정을 본 장로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드는 건가 싶더니, 다음 순간.
퍼억!
요정의 앙증맞은 주먹이 장로의 얼굴을 후려쳤다.
“…….”
“…….”
삐익- 삐익-!
요정은 화난 듯 몇 번이나 발길질을 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장로의 집에 적막감이 흘렀다.
그러면서도 둘의 머릿속에는 공통된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왜?’
주르륵…….
“아……. 코피 난다…….”